중국여행/베이징/ 세상의 모든 문명이 유통되는 도시
베이징/ 세상의 모든 문명이 유통되는 도시 | ||||||
베이징 사람들은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서로의 수입에 대해 묻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얼마나 버느냐?"는 질문은 마흔 넘은 노처녀의 나이를 캐묻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개혁ㆍ개방 이후 연평균 10% 이상 놀라운 경제성장이 지속돼 각 개인의 소득이 천차만별이 되면서 생겨난 세태다. 베이징 사람들은 상대방의 소득수준이 정 궁금하면 이렇게 묻는다.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 생각인가요?"
◆후하이(后海) 후하이(后海)는 원나라 황궁 정문 앞에 조성된 인공호수다. 베이징 사람들은 이곳에서 여름엔 뱃놀이, 겨울엔 스케이트를 즐긴다. 자금성 서쪽에 위치하는데, 수양버들이 늘어선 후하이 은정교(銀錠橋)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베이징의 명물로 꼽힌다. 수변을 따라 유명 레스토랑과 클럽이 즐비해 베이징 나이트 라이프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후하이는 베이징 후통 투어의 주요 기점으로도 통한다. 후통이 비교적 잘 보존된 스차하이(什刹海) 구역이 지척이다. 은정교 주변에는 그래서 늘 인력거들이 대기하고 있다.
◆류리창(琉璃廠) 베이징의 옛 정취가 묻어나는 쇼핑거리다. 18세기 말엽 청나라 건륭제(乾隆帝) 연간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는데, 청 말기에 지어진 건물들이 즐비하다. 유리 기와 제조창이 위치했던 자리여서 현재의 이름이 유래했다. 도자기, 가구, 상아조각품 등 중국 전통 양식부터 진주보석까지 쇼핑 아이템이 다양하다. 청나라가 멸망한 이후 몰락한 황실 일가와 귀족들이 값나가는 물건을 내다 팔면서 골동품 시장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서울의 남대문시장과 인사동을 합쳐 놓았다고 보면 된다. 지하철 허핑먼(和平門) 역에서 내려 난신화(南新華) 거리를 따라 250m 정도 걸어가면 닿는다.
◆명13릉(明十三陵)
◆베이징 오리구이 베이징 사람들이 '천하제일미식'으로 자부하는 요리다. 식당에서 베이징 오리구이를 주문하면 흰 마스크를 쓴 요리사가 테이블 앞까지 나와 고기를 저며 내놓는다. 조리방식은 2가지인데, 화덕에 걸어 불에 직접 닿게 굽거나 가마에 넣고 찐다. 먹는 방식은 어느 곳이나 대동소이하다. 살코기와 껍질이 적절하게 안배된 고깃점을 생파와 함께 전병에 싸서 먹는다.
◆여행 Tip 베이징은 서울보다 1시간 느리다. 중국은 대륙 전역이 베이징 시간을 따른다. 환율은 6월 중순 기준으로 1위안이 약 120원이다. 비자는 1회 입국이 가능한 유효기간 90일의 단수비자와 1년 동안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복수비자로 나뉜다. 서울 중구 남산에 위치한 주한 중국대사관 비자 영사부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파크 플라자 베이징 왕푸징 파크 플라자 베이징 왕푸징(The Park Plaza Beijing Wangfujing)은 베이징 중심에 위치해 있다. 대표적인 쇼핑지구인 왕푸징 거리가 도보로 약 5분, 베이징의 심장에 해당되는 톈안먼 광장은 도보로 약 15분 소요된다. 베이징의 문화, 상업, 유흥의 중심지에 자리해 지리적인 이점이 크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편리하고, 도보로도 웬만한 관광명소는 모두 둘러볼 수 있다.
객실은 16개 스위트룸을 비롯해 총 216개이다. 전 객실에 초고속 인터넷 전용선이 설치돼 있다. 24시간 초고속 인터넷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객실에 업무용 탁자가 마련돼 노트북컴퓨터 등 사무기기를 이용하기가 편리하다. 비즈니스 센터, 마사지 센터, 뷰티 살롱, 피트니스 센터 등 다양한 부대시설도 운영된다. 클럽 라운지와 바, 뷔페 레스토랑도 갖추고 있는데, 일본 요리와 아시아 각국의 면류를 테마로 하는 우들(Ooodle)은 베이징 미식가들 사이에서 이미 입소문이 났다.
파크 플라자 베이징은 래디슨(Radisson), 리젠트(Regent) 등 국제적인 명성의 호텔 브랜드를 소유한 캐나다 칼슨 호텔 그룹이 운영한다. 같은 계열사이자 지난해 12월 개관한 리젠트 호텔과 인접해 있다. 파크 플라자 고객은 리젠트 호텔의 식음료업장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실시간 호텔예약 전문업체인 월드호텔센터(www.hotelpass.com, 02-2266-7900)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 86-10-85221999, www.parkplaza.com/beijingcn
◆대륙의 하늘을 수놓는 색동 날개 중국 하늘은 이미 오래전부터 아시아나항공의 주무대였다. 창장(長江)이 광활한 중국 대륙을 서에서 동으로 가로지르듯 수만리 대륙의 하늘을 수놓는다. 한반도와 대륙의 하늘에 아름드리처럼 무성한 가지를 드리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베이징, 상하이, 충칭, 톈진 등 4개 직할시를 비롯해 거의 모든 성(省)에 직항편을 운항한다. 총 20개 도시, 27개 노선이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매주 각각 24회, 28회씩 직항편이 운항된다. '하늘의 셔틀버스'로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진시황릉이 위치한 시안, 중국의 절경을 대표하는 계림과 구채구로도 매주 정기편이 날아간다. 최근 부산-웨이하이 구간도 신규 취항했다. 그야말로 대륙 전역이 색동 날개로 뒤덮인 셈이다.
다양한 취항지와 운항시간은 중국 여행과 비즈니스 출장의 일정 세우기가 용이함을 뜻한다. 언제라도 빠르고 편리하게 중국을 다녀올 수 있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한중 항공자유화 확대 이후에도 아시아나항공의 날갯짓은 여전히 힘차고 기세가 좋다. 당시 항공업계에선 항공자유화가 확대되면 중국 항공사들의 요금 인하, 노선증설로 인해 중국을 텃밭 삼은 아시아나항공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 전망은 기우에 그쳤다. 한중 노선의 가격 경쟁이 심화돼 이익률은 하락했지만 수요의 증가가 이를 상쇄했다. 지난 설 명절에도 항저우, 칭다오, 시안 등은 좌석이 동이 났고 베이징, 상하이도 거의 만석에 가까운 이용률을 보였다.
아시아나항공의 흔들림 없는 위상은 그동안 쌓아온 서비스에 대한 신뢰에서 기인한다. 승객을 위한 승무원들의 진심 어린 마음부터 유기농 기내식까지, 아시아나항공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는 양국 승객들에게 이미 각인된 상태다. 저가정책을 앞세운 중국 항공사들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을 선택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주마가편이라고, 중국 노선에 대한 아시아나항공의 노력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중국 전용 미니홈페이지(flyasiana.com/china) 서비스도 그 중 하나다. 중국 전용 미니홈페이지에선 노선별 운항 시간표를 비롯해 특별 항공권, 에어텔과 골프텔상품, 여행정보 등이 제공된다. 중국 내에서의 비즈니스 정보와 박람회 일정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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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④ 만리장성, 용틀임을 시작하다 | ||||||
장성(長城)은 대륙의 등줄기에 난 갈기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듯했다. 산마루를 따라 굽이치며 흘러가다 잠시 숨을 고르고, 풍경이 아름다운 곳에선 아예 터를 잡고 눌러 앉았다. 그렇게 철 따라 꽃 보고 눈비 맞으며 지내온 세월이 수천 년이었다. 성벽이 산맥을 헤집고 파고들어 그 일부로 동화되는 동안 베이징에선 숱한 왕조가 명멸을 거듭했다.
◆구름 속으로 사라진 용머리 올림픽 준비 바람이 거센 베이징을 뒤로하고 장성 투어에 나섰다. 베이징 북부 팔달령(八達嶺)에 쌓은 장성을 돌아보는 일정이었다. 베이징 도심에서 버스로 1시간을 달려 팔달령 발치에 이르렀다. 팔달령 장성 투어는 세 살 먹은 아이부터 여든 살 노인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이 조성돼 있었다. 산마루까지 걸어 올라갈 것으로 지레짐작했지만 기우였다. 소형 케이블카가 장성 턱밑까지 관광객을 실어 날랐다. 물론, 성벽 위 계단을 오르내리며 망루와 풍경을 감상하는 일은 관광객의 선택사항이었다.
망루에서 바라본 장성은 용의 몸통처럼 느껴졌다. 용 한 마리가 길고 긴 몸을 이끌고 구불구불한 산마루를 기어가다 일순간 구름 속으로 자취를 감춘 형국이었다.말 다섯 필이 횡렬로 서서 지날 수 있는 큰 폭이지만 시야가 멀어지니 성벽은 실오라기처럼 얇아졌다.
팔달령을 비롯해 현재 볼 수 있는 장성은 대부분 명대에 축조된 것이다. 장성은 축조 초기인 진(秦), 한(漢) 시대에는 현재보다 훨씬 북쪽에 위치했다. 그러던 것이 거란(契丹)과 돌궐(突厥)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 위치로 남하했다. 당(唐) 대에는 장성 너머까지 중국의 판도가 넓어지면서 방어선으로서 의의가 상당 부분 축소됐다.
장성은 그야말로 노점상의 천국이었다. 해발 888m의 팔달령 장성은 창을 들고 망루를 지키던 병사 대신 조악한 기념품과 삶은 계란, 핫도그로 무장한 노점상들이 점령해버렸다. 풍경이 좋은 곳에 펜스를 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해 장성 투어 증서를 판매하는 '중국판 봉이 김선달'도 보였다.
◆장랑(長廊)에서 황제처럼 거닐다 현재, 자금성 주변에는 다수의 세계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베이징 북서부에 자리한 이화원도 그 중 하나다. 서태후(西太后)의 여름 별장이었는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이화원은 12세기 중반 금나라 정원(貞元) 원년에 지은 행궁이 그 시초다.
왕조가 바뀌면서 관심 밖으로 밀려났던 것을 19세기 후반 서태후가 해군 예산을 유용해가며 대대적으로 보수해 이화원으로 개칭했다. 수십만 명의 인력을 동원해 파낸 인공호수 곤명호(昆明湖)는 안개가 서린 날이면 바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광대하다.
황실의 유희를 위해 국고까지 탕진해가며 조성한 덕분인지 이화원은 현재 베이징에서 가장 완벽하게 보전된 황실원림으로 꼽힌다. 중국 북방원림의 웅대한 기상을 살렸을 뿐 아니라 강남 정원의 수려하고 아기자기한 모습을 겸비했다는 평가다.
수변에 버드나무가 즐비한 곤명호에선 여름이면 항저우 서호(西湖)처럼 뱃놀이 유람을 즐길 수 있다. 지춘정(知春亭) 앞에서 배를 타고 유유히 노닌다. 곤명호 수역 내에는 모두 3개의 섬이 자리하는데, 화려한 난간 조각이 일품인 교각과 우아한 정자가 뱃놀이의 운치를 더해준다.
서태후의 침전 겸 집무실인 낙수당(樂壽堂)에서 시작되는 장랑(長廊)은 이화원 투어의 백미다. 총 273칸, 728m에 이르는 긴 회랑으로 이화원에서 가장 낭만적인 장소로 꼽힌다. 회랑 좌우로 곤명호와 측백나무 숲이 어우러지고 기둥과 들보, 천장에 중국의 자연과 설화를 소재로 한 채색화가 그려져 있다. 1만4천개가 넘는 그림을 감상하며 천천히 회랑을 거닐다 보면 황실의 일원이 된 기분이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 베이징 세계문화유산 투어의 마지막 코스는 천단(天壇)이었다. 베이징 노인들이 아침 운동 장소로 애용하는 이곳은 명, 청대 황제들이 하늘에 오곡풍양(五穀豊穰)을 바라는 제를 올리던 곳이다. 명 영락제는 베이징 천도에 앞서 자금성을 중심으로 사방에 천단, 지단, 일단, 월단을 조성했다.
천단을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그 설계자들이 얼마나 치밀하게 조화와 통일을 추구했는지 확연해진다. 자금성 면적의 4배에 이르는 광대한 공간에 중국인들의 자연관과 세계관이 응축돼 있다. 중국인들은 천원지방(天圓地方), 즉 하늘은 둥그렇고 땅은 네모지다고 여겼다. 그래서 제천의식을 올리는 원구단(圓丘壇) 주변에 방형(方形)의 담을 두르고, 하늘과 소통하는 공간인 황궁우(皇穹宇)와 기년전(祈年殿)은 둥근 원추형 건물로 축조했다. 기단과 건물 기둥 배치에는 주역의 양(陽)에 해당되는 홀수가 반복적으로 사용됐다.
천단 투어는 팔작지붕의 남문에서 시작해 원구단, 황궁우, 기년전을 거쳐 동문으로 빠져나가는 코스로 진행됐다. 황궁우에는 역대 황제와 자연 제신(諸神)들의 위패가 보관돼 있는데, 벽면을 타고 소리가 전달되는 회음벽(回音壁)이 볼거리다. 두 사람이 회음벽 양쪽에 서서 담벽에 귀를 대면 나직한 목소리로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민심이 황제를 거쳐 하늘에 상달되길 바라는 의미로 설계했다고 한다.
기년전은 천단의 중심 건물로 천지만물을 상징하는 3층 기단, 3층 처마로 이루어져 있다. 청나라의 퇴장과 함께 신전에서 관광지로 전락했지만 가끔 옛 영화를 회복하기도 한다. 베이징 올림픽처럼 국가적인 이벤트를 앞두면 이곳을 배경으로 크고 작은 행사가 빈번해진다. 관련 인사들의 발길도 잦아진다.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수록 절대자를 찾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황제나 민초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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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③ 왕푸징, 쇼핑과 식도락의 천국 | ||||||||||||||||||||||||||
베이징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 중심가 왕푸징(王府井)에는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점이 밀집해 있다. 가히 중국 문명과 대륙의 축소판이라고 부를 만하다. 진시황릉 병마용 모형부터 마오쩌둥 배지까지 중국 역사에 등장한 수많은 인물과 이야기를 진열해 놓았다. 변검의 가면과 판다 인형도 엑스트라로 출연한다.
◆중국 문명과 대륙의 축소판 왕푸징은 자금성 동쪽에 인접한 상업지구다. 남북으로 길게 보행자 전용거리가 조성돼 있다. 거리 양편으로 백화점, 호텔, 레스토랑, 대형노래방 등이 위치해 있으며 먹자골목과 포장마차촌도 형성돼 있다. 올림픽 손님맞이를 앞둔 잔칫집 분위기가 느껴진다.
왕푸징은 청나라 시대부터 베이징의 중심 저잣거리였다. 왕푸(王府)는 황제의 혈족이나 귀족들이 사는 대저택을 뜻하는데, 그들이 길어 마시던 우물이 있던 자리라는 뜻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차(茶) 전문점 오유태차장(吳裕泰茶莊)은 1887년부터 영업을 시작해 올해가 개업 120년째이다. 중국 유명 차 생산지에서 올라온 각종 차를 마실 수 있으며, 중국 전통 도예와 관련된 다기 물품도 관람할 수 있다.
1937년 문을 연 중국조상관(中國照相館)도 왕푸징의 명물로 꼽힌다. 중일전쟁이 터지던 해에 개업해 사회주의 중국 수립, 문화대혁명, 덩샤오핑의 개혁ㆍ개방, 톈안먼사태 등을 지켜보았다. 쇼윈도에는 마오쩌둥, 저우언라이(周恩來), 류사오치(劉少奇) 등 중국 현대사를 일궈온 인물들이 금색 액자에 끼어져 진열돼 있다. 디지털사진이 대세로 자리 잡은 지금도 사진을 찍으려는 손님들로 문턱이 닳는다. 국가에 제출해야 하는 결혼증명사진을 찍기 위함이다.
◆사회주의 몽상가의 원대한 꿈
왕푸징에 들어서면 덩샤오핑이 꿈꾸던 새 중국을 목도하게 된다. 풍경과 분위기가 서울 도심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중국 전통 양식이 가미된 현대적인 건물이 즐비한 거리에서 최신 상품과 유행이 유통된다. 서울의 명동과 인사동이 겹쳐지는 듯한 느낌이다.
현재, 왕푸징엔 국영업체는 물론 화교와 외국자본으로 세워진 쇼핑몰들이 성업 중이다. 신동안플라자, 동안백화점(東安市場), 베이징백화점(北京市百貨大樓) 등 대형 쇼핑몰은 명품브랜드를 비롯해 다채로운 상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개체호(個體戶)라고 불리는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상점에선 흥정만 잘하면 실크와 자기 제품을 아주 싸게 살 수 있다. 물론, 진품이 아닌 가짜를 살 위험은 언제나 도사린다.
왕푸징 거리가 끝나는 지점에 위치한 먹자골목도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다. 알록달록한 단청으로 장식된 패루에 왕푸징소흘가(王府井小吃街)라고 적혀 있다.
패루 안으로 들어서면 공중에 걸린, 커다란 흑백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20세기 초 이곳의 모습을 담은 기록사진이다. 상인들과 행인들의 옷차림만 바뀌었을 뿐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고파는 것은 거의 차이가 없다. 귤, 키위, 파인애플 등 과일을 먹기 좋게 쪼개고 잘라 나무에 꽂은 후 얼음같이 투명한 설탕옷(糖衣)을 입힌 빙탕호로(氷糖葫蘆)가 대표적이다. 산사나무 열매로 만든 빙탕호로가 가장 인기가 높은데, 방울토마토처럼 입 안에서 '툭' 터진다.
꼬치 포장마차는 왕푸징의 백미였다. '중국스럽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꼬치의 향연은 상상을 초월한다. 닭고기, 양고기는 물론이고 도마뱀, 전갈까지 꼬치 재료로 사용되었다. 굼벵이와 지네, 해마와 불가사리도 기름에 튀겨 꼬치에 끼어 판매대 위에 죽 늘여 놓았다.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 재료는 기름 솥에 들어가지 전까지 살아 있었다. 혐오감을 뛰어넘어 경이로움을 느끼게 했다. 사람을 제외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꼬치에 꽂을 수 있다는 게 그네들의 생각 같다.
빙탕호로 하나를 입에 물고 왕푸징을 빠져나오던 길에 거리 곳곳에 설치한 장미꽃 화단을 보았다. 붉은 장미가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꽃잎을 만져보니 촉촉함이 없이 뻣뻣했다. 조화(造花)였다. 중국인들의 솜씨와 천연덕스러움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우리에게 불가능은 없다'는 중국인들의 자부심은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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