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마시는 이야기들/세계음식 이모저모

바다의 채소’ 김·다시마·미역

향기男 피스톨金 2006. 1. 20. 13:02

 

           바다의 채소’ 김·다시마·미역


잡초라며 설움받던 시절도 있었답니다
 

[조선일보 김성윤, 김영훈 기자]

김,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海藻類)를 영어권에서는 ‘seaweed’라고 흔히 부른다. 직역하면 ‘바다의 잡초’다. 해조류를 먹지 않던 서양사람들에게 바닷가 바위에 들러붙은 김이나 미역이 한낱 잡초로 보였던걸까.

하지만 요즘은 서양에서도 해조류를 ‘sea vegetable’ 즉 ‘바다의 채소’로 부르며 먹기 시작했다. 해조류가 쓸모 없는 잡초에서 채소로 신분이 격상된 것은 해조류의 영양학적 가치가 과학적으로 검증되면서. 해조류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단백질과 당질, 비타민, 미네랄이 많다.

반면 현대인들이 독약처럼 꺼리는 지방은 1% 정도로 매우 적다. 피를 맑게 해주고 활성산소 생성을 억제한다. 식이섬유가 많아 변비 예방에 좋다. 해조류의 철분은 빈혈을 예방하고, 요오드 성분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갑상선 장애를 방지한다. 동맥경화,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을 막는다.

장암을 비롯한 각종 암 발생을 예방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 김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은 “김이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하지만 다른 민족에게는 아주 희귀한 식품”이라며 “김을 먹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 나라와 일본 뿐”이라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포로수용소에서 포로들에게 김을 반찬으로 주었다고 해요.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전범 재판이 열렸을 때 미군 측에서 포로 학대 증거로 ‘검은 종이(김)를 먹였다’며 들고나섰답니다.

 

 또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 사건으로 김현희가 조사 받을 때 중국인 행세를 했는데, 식사 때 김을 주니까 모르는 척하며 ‘이게 뭐냐’고 물었다는 얘기도 있어요.”

김은 겨울이 제철이다. 채취기는 12월부터 3월까지. 신세계 이마트 수산매입팀 최진일 대리는 “1월에서 2월 사이 채취한 김이 가장 맛있다”고 말했다. “처음 채취한 김을 ‘초사리김’이라고 하는데, 이때는 맛과 향이 적어요.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채취한 김부터 제 맛이 납니다.”


 

요즘 시중에서 판매되는 김은 돌김, 재래김, 파래김, 파래돌김, 파래재래김, 파래자반 6가지로 크게 구분된다. 여기 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려 구운 ‘조미김’이 추가된다.


 

돌김은 한국에서 옛부터 먹어온 종류로, 전남 신안에서 많이 난다. 구멍이 많고 표면이 거칠다. 재래김은 충남 서천과 전북 부안이 주산지로, 표면이 부드럽고 반질반질하다. 요즘 가장 선호되는 종류다. 파래는 맛과 향이 좋아서 요즘 김에 많이 섞는다.

 

파래김은 김과 파래가 절반인 김이다. 파래돌김, 파래재래김은 돌김과 재래김에 파래를 일정 비율 섞은 것. 파래를 부각처럼 말리면 파래자반이 된다.

좋은 김은 윤기가 반지르르 흐르면서 만져보면 탱탱한 탄력이 느껴진다. 최진일 대리는 “1월에서 4월 사이에 김을 먹을 때는 기름 바르지 말고 구워서 양념 간장에 먹는 것이 가장 좋다”고 권했다.

 

또 “생김은 신문지로 싸서 밀봉해 냉장고에 보관하고, 조미김은 개봉하면 바로 먹고 남으면 밀폐용기에 넣어 상온에 보관하라”고 덧붙였다. 한복려 원장은 “김을 집에서 구울 때는 기름 바른 쪽이 맞닿게 두 장을 겹쳐 구워야 한 장씩 굽는 것보다 영양 손실이 적고 오그라들지 않는다”고 했다.


■ 미역


 

한민족은 미역국으로 꽤 유명했나 보다. 중국 명나라 이시진이 엮은 ‘본초강목’에는 “고려의 곤포(미역)로는 쌀뜨물에 담가 짠맛을 빼고 국을 끓인다. 조밥이나 멥쌀밥과 함께 먹으면 매우 좋다. 기를 내리며, 함께 먹으면 안 좋은 음식도 없다”는 설명이 나온다.

 

한복려 원장은 “본초강목에서는 미역을 곤포(昆布)라고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다시마를 곤포라고 한다”고 말했다.

미역은 재래미역과 실미역으로 나뉜다. 재래미역은 암갈색으로 길이가 1~1.5m 정도다. 부산 기장, 경북 포항, 울산 등이 대표적 산지다. 줄기가 딱딱하고 두꺼워서 오랫동안 푹 끓여 진한 국물을 내기 좋다.

 

실미역은 가늘고 부드러워 요즘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대형 마트에서 ‘비단 미역’으로 팔린다. 냉국이나 가볍게 끓이는 미역국용으로 적합하다. 전남 완도에서 주로 생산된다.

5월에서 7월에 채취하는 미역은 대개 건조된 상태로 구입하게 된다. 물에 불렸을 때 생미역 상태로 완전하게 되돌아올수록 좋은 미역이다. 최진일 대리는 “노란 점이 있는 미역은 상관없지만, 전체적으로 노란 빛깔이 도는 미역은 오래된 재고품이라는 신호니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 “미역 사이에서 새우나 대벌레 등이 나왔다고 항의하는 손님들도 있는데, 미역이 청정해역에서 난 것이라는 증거이므로 오히려 반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냉장고 등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보관한다.

한복려 원장은 “불린 미역을 참기름에 볶다가 물을 붓고 끓이는데, 반드시 재래식 간장인 청장으로 간을 맞춰야 제 맛이 난다”고 귀띔했다. 미역국에 파를 넣으면 미역의 영양 흡수를 방해한다.

 

맑은 국을 끓일 때는 양지머리를 덩어리째 푹 끓인 장국에 미역을 넣어 끓이고, 적은 양을 끓일 때는 등심이나 우둔을 썰어서 볶다가 끓인다. 해안가에서는 고기 대신 홍합·조개 등 어패류, 또는 서더리·광어와 같은 먹다 남은 생선을 넣어 미역국을 끓이는데 별미다.


■ 다시마


 

다시마는 쌈을 싸 먹거나 말려서 튀각을 만들기도 하지만, 국물을 내는데 가장 많이 쓰인다. 다시마를 물에 넣고 끓이면 감칠맛이 진하게 우러난다. 멸치, 표고버섯과 궁합이 좋다. 생장선이 있는 뿌리 근처가 두꺼워서 국물 내기에 특히 좋다.


 

좋은 다시마는 검은색에 가까운 갈색이다. 하얗게 핀 분은 소금이 마르면서 생긴 것이니 품질과 상관없다. 그러나 노란 빛깔이 난다면 하품(下品)이므로 피한다. 미역과 마찬가지로 서늘한 곳이나 냉장고에 보관한다. 작게 잘라두었다가 한 조각씩 사용하면 보관도, 사용도 편하다.


 

다시마는 과거 강원도 동해 앞바다가 주산지였으나, 요즘은 거의 나지 않는다. 수온 상승과 바다 오염이 원인으로 꼽힌다. 전남 완도가 주요 산지다. 6~8월 채취한다. 요즘엔 쌈용으로 손질된 것이 많이 나와있다. 초장이나 멸치젓과 곁들여 먹으면 좋다.


(글=김성윤기자 [ gourmet.chosun.com])

(사진=조선영상미디어 김영훈기자 adamszone@chosun.com )

한방에 나온 해조류

● 김: 맛이 달면서 짜고 성질은 차다. 토하고 설사하며 속이 답답한 것을 치료하며 치질을 다스리고 기생충을 없앤다.(동의보감, 본초강목)


 

● 미역: 성질이 차고 맛이 짜며 독이 없어 열이 나면서 답답한 것을 없애고 영류와 기가 뭉친 것을 치료한다. 오줌이 잘 나가게 한다.(동의보감, 본초강목) 각혈에 미역을 달여 먹도록 했으며, 미역을 말려서 약간 볶아 가루를 내 매일 한 숟갈씩 먹으면 목병에 걸리지 않는다.(식료험방)


 

● 다시마: 성질이 차고 맛이 짜며 독이 없다. 12가지 수종(水腫)을 치료하는데, 오줌을 잘 나가게 하고 얼굴이 부은 것을 내리게 한다. 또한 누창(피부병의 일종)과 영류(현대의 갑상선 질환의 일종)와 기가 뭉친 것도 치료한다.(동의보감, 본초강목)


 

(신현대 경희의료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


조선일보 2006-01-19

 

 

 

***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아다지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