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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성 전투기 편대장 ‘화려한 비행’

향기男 피스톨金 2007. 2. 23. 12:57
  •    첫 여성 전투기 편대장 ‘화려한 비행’
  •       ‘禁女의 벽’ 또 허문 박지연 대위 

  •      외출때 파마하고 돌아와 空士를 경악시켰던 ‘메추리’가
           전투기 4대 독립전투 지휘… 베테랑 ‘보라매’로
    • 대한민국 창군 이래 처음으로 1997년에 여자 사관생도 19명이 공군사관학교에 입교했다. 여자 메추리(공군사관학교 1학년생의 별명)로 불리던 이들은 당시 ‘구보(驅步)’를 ‘걷기’의 군대용어로 잘못 알았고, 외출을 했다가 파마를 하고 돌아와 사관학교 전체를 경악시켰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07년, 이들 중 박지연(29) 대위가 첫 전투기 편대장이 됐다. 박 대위는 4대로 구성된 전투기 편대를 직접 자신의 전투기를 조종하며 지휘하게 된다.

      22일 강원도 원주 8전투비행단. ‘ㅡ’자 대형으로 4기의 F-5 타이거 전투기가 굉음을 내며 하늘을 가르다 갑자기 ‘V’자 대형으로 갈라졌다. 이날 비행은 박 대위가 편대장으로 승급하기 위한 마지막 평가 비행. 가상 적의 지대공 미사일을 피하기 위한 편대 대형을 몇 차례 시험한 박 대위는 편대를 이끌고 활주로에 안착했다. 1997년 공사 49기로 입교해 최초의 여자 ‘사관생도’ ‘전투기 조종사’ ‘조종사 부부’란 이력을 이어오며 금녀(禁女)의 벽을 하나씩 허물어온 박 대위가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우는 순간이었다.

    • ▲우리나라 공군 최초로 여성 편대장이 된 박지연 대위(29)가 22일 강원도 원주시 8전투비행단에서 편대장 승급 평가비행을 하기 직전 자신감이 넘치는 듯 엄지 손가락을 펴보이고 있다. /공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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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위가 비행기에서 내려서자 가장 먼저 남편 정준영(29) 대위가 축하 꽃다발을 들고 달려왔다. 정 대위 역시 전투기 조종사다. 박 대위는 “비행을 시작한 이후 하늘이 가장 푸르게 보인 날이었다”며 “하지만 이제 진짜 조종사로서 임무가 시작돼 어깨도 무겁다”고 했다. 임관 후 2년간의 비행훈련과 4년간 비행대대 임무를 거친 끝에 오르게 된 편대장은 ‘베테랑’으로 불리는 교관급 바로 아래 단계의 직책이다. 공중에서 독립전투를 직접 지휘하는 만큼 임무 범위도 넓다. 높은 기량을 요구하는 악천후 비상대기 임무도 부여되기 때문에 전투조종사로서 편대장은 한 가족의 ‘맏형’이 되는 셈이다.

      이날 박 대위의 편대장 승급으로 우리 공군의 여군 조종사 ‘실험’이 성공을 향한 본 궤도에 올랐다. 총 비행시간 652시간을 소화해낸 박 대위가 공대공, 공대지 전술능력, 위기조치 능력 등 8단계의 평가를 거쳐야 하는 편대장 심사를 통과해낸 것부터 성공사례라는 평가가 내려졌다.

      현재 공군 여자 조종사는 모두 16명. 공사 49기 출신 장교 7명을 시작으로 공사 52기까지 매 기수마다 3명씩 조종사가 배출됐다. 전투기·수송기·통제기·구조헬기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기종에 진출해 있다. 한 여군 조종사는 자신이 조종하는 비행기 기종을 공군 최신예 주력기인 KF-16으로 바꾸기 위해 1월부터 테스트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성장은 ‘적자생존’ 원칙이 적용되는 조종사 양성 과정에서 남자 조종사와 똑같이 겨룬 결과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박 대위도 “매일 학습과 평가, 비행훈련이 이어지는 고강도의 조종사 훈련은 남녀 간에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군 조종사들은 1500m 달리기를 6분대(국방부 기준 8분대)에 주파하는 등 남성 조종사의 89% 수준의 체력을 보이고 있다. 윗몸 일으키기 등 일부 근력 부분에선 남성 조종사 평균보다 뛰어난 경우도 있다.

      여군의 성역 허물기는 육군과 해군에서도 진행 중이다. 공사가 여성에게 문을 연 이후 육사와 해사에서도 금녀의 벽은 사라졌다. 육군 최전방 군단에 최초로 여군 참모가 임명된 것을 비롯, 해군에도 함정 관제사와 대(對)잠수함 링스 헬기 조종사가 배출됐다. 해병대 여자 장교도 배출돼 중대장으로 복무 중이고, ‘검은 베레’ 특전사에는 여군중대가 따로 있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장벽과 고충이 있다. 여군 출산 금지 규정은 1998년 군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여자 조종사들에게 출산은 여전히 현실적으로 ‘그림의 떡’이다. 현재 결혼한 여군조종사 7명 중 출산한 경우는 하나도 없다. 1년 이상 조종간을 놓을 경우 기량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 최경운기자 codel@chosun.com
    입력 : 2007.02.2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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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iovanni Marradi   피아노 연주곡  

                                

     

                                                              행복한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