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SKI)이야기들/일 본 스키(ski)

일본 니가타 스릴 넘치는 '은빛 유혹'

향기男 피스톨金 2005. 12. 5. 00:36

스릴 넘치는 '은빛 유혹' .. '니가타'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설국이었다.밤의 밑바닥이 하얗게 돋아났다.'(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

눈 속을 뚫고 지친 기색도 없이 달려온 신칸센.

유자와역에 이르자 숨을 고른다.

'사사단고'(쑥을 섞어 둥글게 빚은 떡을 조릿대 잎으로 감싸 만든 휴대용 식량) 두어개를 까먹었을까,하얀 눈밭으로 원색의 스키어들을 쏟아낸다.

흥분과 설렘 속에 첫 발을 내디딘 스키어들이 이내 눈 속으로 숨어버린다.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리고 지나온 철길만이 홀로 남는다.

가로등도,사람들도 점점 하얀 밤 속으로 빠져든다.

멀리 스키장의 가물가물한 불빛과 뽀드득 소리를 내며 내디디는 발자국만이 스키어들의 갈 길을 안내하고 있을 뿐 하얀 밤이 또 다른 하얀 밤을 맞이하고 있다.

털모자를 푹 눌러쓰고 눈보라를 피하며 곤돌라를 탄 지 20∼30분.

눈발이 더욱 굵어진다.

'아카쿠라 온천 스키장'의 건물들이 모래알처럼 보인다.

점점 가까워지는 묘코산(2천4백m)의 우직한 모습이 설국의 세계에 들어서 있음을 실감케 한다.

두 번이나 화산이 폭발해 산의 모습이 바뀌면서 연꽃 위에 부처님이 앉은 모양을 해 불교세계의 중심을 뜻하는 수미산으로도 불리는 산이다.

슬로프로 들어서니 마치 융단을 밟는 것 같다.

조금 지치며 내려가다 보니 스키어들이 구름 속으로 숨어버리는 듯 삼나무 사이로 사라진다.

물결치듯 밀려오던 눈도 함께 숨어버린다.

배낭에서 따뜻한 물 한 잔 꺼내 마시니 온 몸에 열이 오른다.

크리스마스 트리마냥 매달린 눈송이를 바라보니 눈에 홀리는 것 같다.

그 사이 눈은 발목까지 차오르고 있다.

눈 속을 뚫고 가는 것이 어울린다고나 할까.

감상에 젖을 틈도 없이 땀이 돋으며,길을 잘못 들어설까 싶은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이곳 스키장은 워낙 넓은 데다(45개 코스) 이웃 스키장으로도 연결돼 아차하면 다른 스키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슬로프 안내도를 잘 보고 내려오는 데도 근심은 가시지 않는다.

멋지게 타보자는 것보다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표현이 나을 듯싶다.

오르기 전에 적어 둔 전화번호만 믿을 수밖에 없다.

저 앞에 사람이 보이니 왜 이리 반가운지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흐릿하게 불빛이 들어온다.

하얀 눈은 그칠 줄 모른다.

수채화 같은 풍경도 가물가물 파묻혀가고 있다.

니가타= 여창구 기자 yc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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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니가타는 겨울만 되면 하루건너 눈이 내릴 정도여서 눈의 고장으로 불린다.

스키의 발상지답게 일본 스키선수의 대부분이 이 지역 출신이다.

이 지역에선 스키를 조금 탄다고 하면 우리의 선수급 실력을 말한다.

유자와 지역에 있는 스키장만도 우리나라 전국에 걸쳐있는 스키장보다 많다.

스키장마다 특징이 있어 각자 원하는 슬로프를 마음껏 체험할 수 있다.

나에바 스키장은 일본 최대 규모로 4개의 스키장이 하나로 연결돼 있어 이곳 저곳을 넘나들며 즐길 수 있다.

가라유자와는 신칸센역과 연결돼 있어 교통이 아주 편리하다.

역사가 바로 스키센터다.

아카쿠라 온천스키장은 묘코산과 함께 하고 있어 경관이 뛰어나다.

묘코산 정상부근에서 끌어온 온천수를 이용한 온천타운이 형성돼 있어 겨울 리조트단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니가타는 삼백(눈,쌀,하얀 피부)의 고장이라고도 불린다.

눈이 녹아 흐르는 물로 빚은 술이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고시노 간바이'를 최고로 친다.

겨울철에 마셔야 맛을 제대로 느낄 수있다고 해서 '겨울매화'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얼마 전 지진피해를 입기도 했지만 모든 시설을 이용하는데 있어 전혀 불편함이 없다.

2월중순에 시작될 모니터투어를 이용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3박4일 일정에 39만~42만원.

니가타현 서울사무소(02)773-3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