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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낚시 여행,바다같은 호수,전설 속 물고기를 낚다"

향기男 피스톨金 2006. 1. 18. 17:45

 

   바다같은 호수,전설 속 물고기를 낚다

 

                몽골 낚시 여행


[조선일보 김재곤 기자]

광활한 초원과 말 달리는 유목민의 나라. 몽골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다.

하지만 몽골에는 약 4000여개에 이르는 하천과 호수에 30여종의 물고기가 살고 있다. 이곳에서 즐기는 낚시여행은 몽골의 또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

◆ 몽골 속의 오지 햐르가스 호수

쌍발 프로펠러기를 타고 울란바토르 북서쪽 올란곰으로 출발했다. 한국에서 울란바토르까지의 거리에 맞먹는 약3시간의 비행 동안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것은 초원과 구릉지대 뿐.

공항에서 햐르가스호수까지는 약 240㎞ 정도다. 한국 고속도로를 기준으로 2~3시간 거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표지판 하나 없는 비포장도로로 최소 6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더구나 밤에는 달과 별을 제외하면 이따금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정도가 허허벌판을 밝혀주는 유일한 빛줄기. 방향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새벽 2시쯤. 동물적인 방향감각에 의지해 길을 찾아가던 운전사가 길을 묻기 위해 한 마을에 차를 세웠다. 스스럼없이 남의 집 대문을 두드려 잠자던 주인을 깨웠다. 방향을 묻고는 길을 잘못들었음을 알게 되었다.

 

날이 밝는대로 길을 재촉하기로 하고 이번엔 염치불구하고 잠시 안에서 눈을 붙여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주인은 “침대가 하나밖에 없는데 괜찮겠냐”며 일행을 맞아들였다. 주인집 식구 3명이 누워 있는 2m 남짓한 나무 침상에 일행 4명이 나란히 몸을 뉘었다.

 

판잣집 벽 틈으로 새어오는 차가운 밤바람에 발끝이 시렸다. 몽골의 넉넉한 인심에 마음은 훈훈해졌다.

잡초가 듬성듬성한 사막 가운데 자리잡은 햐르가스 호수. 소금기를 머금은 염호(鹽湖)다.

 

호수라고는 하지만 길이 76㎞, 최대폭 36㎞에 평균 수심이 80m에 이른다. 북서쪽으로 펼쳐진 수평선, 햇빛에 반짝거리는 파란 물빛과 바람에 밀려 가볍게 요동치는 파도까지, 몽골이 내륙 국가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바다’를 보고 왔노라고 우겨댔을 지도 모르겠다.


 

호숫가 리조트에 짐을 풀었다. 리조트라고 해봐야 두 줄로 서 있는 게르(몽골의 텐트식 원통형 전통가옥) 열 채와 나무로 지어진 식당건물, 세면장이 전부다. 한국 음식에 조예가 깊은 주방장 덕분에 매콤한 한국식 염소고기와 매운탕을 먹을 수 있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낚싯대를 메고 호수로 내려갔다.


 

7m쯤 되는 바위언덕에 올라 고기들 움직임을 살폈다. 강렬한 햇살에 눈이 적응될 때쯤 바위 아래를 맴도는 검은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저만치 루어(lure) 낚싯줄을 던지고 물고기가 있는 쪽으로 줄을 살살 감아들여 미끼를 물고기쪽으로 끌어왔다. 고기가 미끼 주위를 서성이는가 싶더니 이내 낚싯대를 타고 묵직한 느낌이 전달됐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손맛’. 하지만 고기는 이리저리 움직이는가 싶더니 이내 바늘에서 빠져나가 버렸다.


 


고기가 입질을 멈춘 동안 잠시 낙타 등에 올라 주변의 풍경을 감상해보는 것 또한 즐거움이다. 이곳에 사는 낙타는 혹이 두개인 쌍봉(雙峯) 낙타. 별도의 안장 없이도 혹 사이로 깊게 팬 골에 하반신이 자연스럽게 고정된다. 눈을 반쯤 감은 낙타는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지만 맘먹고 달렸다 하면 말보다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저녁을 먹고 8시쯤 물가로 나가자 고기가 다시 입질을 시작했다. 햇빛이 잦아들면서 고기의 움직임을 보기가 한결 쉬워졌다. 물가로 나간 지 10여분만에 50㎝ 정도 되는 놈을 낚았다. 이곳에서 잡을 수 있는 물고기는 국내에는 없는 어종인 ‘소가스’. 아직 좀처럼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어서인지 초보자도 몇시간만에 열마리 이상을 낚을 수 있을 정도다.

 

저녁 9시쯤 해가 수평선 쪽으로 뉘엇뉘엇해지자 숙소로 돌아와 소금기 머금은 민물고기회를 안주 삼아 몽골산 보드카를 들이켰다.


 

◆ 전설의 물고기, 타이멘을 찾아

‘타이멘’(한국명 ‘자치’)은 최고 2m까지 자라는 육식어종이다. 몽골에서는 호숫가에서 목을 축이는 사슴을 잡아먹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남한은 멸종. 북한에는 두만강 기슭에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멘을 낚기 위해 햐르가스 호수와 울란바토르 중간 지점, 촐로트 강으로 700여㎞ 여행길에 올랐다. 차창 밖 회색빛 사막이 점차 녹음을 띠더니 어느덧 푸른색 초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촐로트 강은 길이 약150㎞로 러시아까지 이어진다. 타이멘을 낚기 위해 자리잡은 곳은 소밍 강과 촐로트 강이 합쳐지는 해발 1600m 고원이었다. 현지 가이드가 포인트라고 알려준 곳에 동행했던 플라이낚시 전문가 김철오(35)씨가 자리잡았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장면처럼 김씨의 플라이 낚싯줄이 허공에서 ‘U’자를 그리다가 물 위로 늘어졌다.

 

그러기를 두어시간. 마침내 놈이 나타났다. 검정색 쥐 모양의 미끼를 솟구치며 낚아챈 것이다. 미끼를 문 타이멘은 수차례 물 위로 튀어오르다가 하류에 있는 소(沼·물이 깊게 괸 곳) 쪽으로 내달렸다. 김씨도 같이 뛰기 시작했다. 줄을 감았다 풀어줬다를 반복하기를 20여분. 결국 제풀에 꺾인 타이멘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길이가 약90㎝. 다른 물고기는 취식이 허용되지만 타이멘은 죽일 경우 미화 1000달러 이상 벌금을 물어야 한다. 계곡에서 나와 초원으로 올라서자 주변에서 양과 염소떼 수백마리가 풀을 뜯고 있었다. 낯선 사람의 출현에 아랑곳않고 묵묵히 풀을 뜯는 녀석들. 이곳의 주인은 놈들이었다.

여행수첩

●가는길:몽골의 미야트항공이 9월에 주5회(월·수·목·금·일), 10월에 주4회(월·수·금·일) 인천-울란바토르 직항편을 운행. 대한항공은 9월·10월 모두 주3회(월·목·토). 3시간30분.


 

●묵을곳:울란바토르에는 칭기스칸·바얀골·콘티넨탈 호텔 등 4성급 호텔이 있다. 낚시를 위해 올란바타르를 벗어날 경우 전통가옥인 ‘게르’를 체험할 수 있는 현지 리조트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날씨:9~10월 몽골날씨는 쾌적한 편. 낮과 밤의 기온차는 무척 심하다. 밤에는 두툼한 점퍼와 스웨터를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9월 평균온도는 13~18도, 10월은 5~10도로 떨어진다. 9~10월은 비와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 편이다. 특히 이 시기에는 이동을 하거나 월동 준비를 하는 유목민을 만날 수 있어 몽골여행의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9월 초순~10월 말까지는 얼음이 얼기 전으로 역시 물고기들의 입질이 좋다.


 


여행상품:몽골전문 타임여행사(02-2263-0095~6·www.timetravel.co.kr)의 햐르가스 호수 상품(6박7일). 낚시와 낙타 투어 및 게르를 체험하는 일정이다. 가격은 미정.

(울란바토르[몽골]=글·주간조선 김재곤 기자 truman@chosun.com )

(사진·장창락·여행가 doubledice@hanmail.net )




 

 

 

 

 

***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아다지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