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들/포 토 에세이

무지개를 따라가다

향기男 피스톨金 2006. 1. 27. 11:43

 

                무지개를 따라가다   

 원문출처 : 조인원의 사진읽기

 

어제 오후 서울 서남쪽 하늘엔 무지개가 걸려 있었습니다. 사스 취재를 마치고 고단한 심신을 이끌고 인천공항을 나오며 차를 기다리는 동안, 비그친 하늘엔 햇님이 구름사이로 비추자 무지개가 걸려있었습니다. 얼마만에 보는 무지개인지 피곤을 잊고 계속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어릴때 옆집 형이 뒷산에 올라가 무지개가 끝나는 쪽을 파보면 보물단지가 있다는 말을 듣고, 혼자 산에 올라가 금방이라도 잡힐듯 하던 그것이 멀리 가있는것을 보고 계속 따라가다가 골탕을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하늘도 어릴적 추억처럼 아파트 단지와 바다를 건너는 동안에도 보는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다르게 걸려있는 모양이었습니다. 햇님이 구름 사이로 보였다 안보였다 하면서 그 모습과 색이 계속 변하고 있었습니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주변을 몇번 다시 돌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한 여자가 제게 다가와 무지개 걸린 하늘을 뒤로 하고 한컷을 부탁하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파인더를 들여다보니 어느새 자기 혼자 찍는 것도 아니고 옆에 있던 남자를 억지로 끌고와 함께 포즈를 취하더군요. 복장을 보니 둘은 함께 일하는 동료 같아 보였습니다.

 

잠시후 멀리 비행기 한대가 모기만한 크기로 무지개를 통과하며 날아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비행기 안에 탄 사람들은 자신이 탄 비행기가 무지개를 관통하는 줄도 모를 것입니다. 비행기가 통과하는 무지개 사이로 내가 그들을 바라보는 것일뿐, 그들 눈엔 여기서 바라보는 무지개가 아닐 것입니다. 무지개는 내 눈에 보일때만 있었습니다.


'사람사는 이야기들 > 포 토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에르 가르뎅의 < Bubble Palace >  (0) 2006.01.27
땅위에 펼친 그림  (0) 2006.01.27
정동진 겨울바다  (0) 2006.01.27
대관령은 눈꽃세상  (0) 2006.01.26
유채꽃 봄 마중  (0) 2006.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