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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 저 소나무 휘어진 까닭 세월의 무게인가 눈의 무게인가

향기男 피스톨金 2006. 2. 11. 11:38

                     안면도.

 

  저 소나무 휘어진 까닭 세월의 무게인가

 

                눈의 무게인가

 

안면도 소나무 숲에 하얀 눈이 소리 없이 쌓인다. 눈 덮인 오솔길을 다정하게 걸어온 네 개의 발자국이 고드름 열린 통나무집으로 사라지면 인적 드문 소나무 숲은 은세계로 변한다.

 

눈에 새겨진 발자국이 희미해질 무렵 소나무 가지 사이로 푸른 하늘이 드러나면 학이 내려앉은 듯 눈꽃을 활짝 피운 노송 한 그루가 스스로 송학도의 주인공이 된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소나무는 연분홍 진달래와 울긋불긋한 단풍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초록색 도화지 역할에 만족하고 겨울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채 비명을 지를 때도 초야의 선비처럼 홀로 독야청청하는 덕목을 지녔다.

 

그래서 결코 저 잘났다고 나서지 않고 침묵하는 소나무에게 나무 중의 으뜸이라는 ‘솔’이라는 칭호가 붙었을 게다.

 

혹독한 추위에 더 당당하고 계절이 바뀌어도 푸른색을 잃지 않으며 척박한 땅에서도 꿋꿋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소나무는 한민족의 표상이다. 그래서 소나무는 예로부터 시나 그림의 소재로 사랑을 받아 왔고 암울했던 시절엔 희망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안면도에 자생하는 안면송은 솔 중에서도 으뜸으로 손꼽히는 소나무다.

매서운 눈보라가 며칠째 서해안을 휩쓸고 지나더니 안면도는 온통 은세계로 변했다.

 

우산처럼 생긴 솔가지에 눈을 흠뻑 뒤집어 쓴 안면송은 혹은 크리스마스트리 같기도 하고 혹은 푸른 솔가지에 내려앉은 학의 무리처럼 송학도를 연출한다.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77번 국도변에 자리 잡은 아담한 펜션들은 알프스의 겨울을 무색하게 하는 소품.

 

해송이나 흑송으로 불리는 곰솔과 달리 안면송은 바닷가에서 자라면서도 줄기가 곧고 곁가지가 드문 적송이라 일찍이 궁궐이나 배를 만드는 재목으로 이용되었다.

 

대동지지는 “일찍이 고려시대부터 안면곶의 나무를 궁궐이나 선박을 짓는데 사용해왔다”고 기록하고 세종실록은 남벌을 막기 위해 안면도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소개했다고 전한다.

 

어디 그 뿐이랴. 해동지지에는 한반도 수종의 42%가 소나무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안면도에만 소나무 숲을 그려 넣어 안면송의 존재를 강조했다.

 

수령 100여년 안팎의 안면송이 자생하는 430㏊ 규모의 안면자연휴양림은 눈 내리는 날엔 한 폭의 수묵화로 둔갑한다.

 

붉은 빛깔의 소나무 줄기들이 미녀의 다리처럼 쭉쭉 뻗은 사이로 거미줄처럼 연결된 약 10㎞의 소나무 산책로는 맑은 날에도 햇빛 한 점 스며들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다. 우산을 닮은 가지가 눈보라를 막아줘 숲속은 의외로 아늑하다.

 

이따금 가지에 쌓인 눈이 장난이라도 치듯 겨울나그네들을 향해 주먹 만한 눈송이를 뿌릴 뿐 숲속은 고즈넉하기 그지없다.

 

삼림휴양관을 끼고 소나무 산책로를 걸어 배수지고개를 넘으면 통나무로 만든 숲속의 집들이 나타난다. 흰 눈을 흠뻑 뒤집어 쓴 채 안면송 숲에 띄엄띄엄 들어선 삼각형 형태의 통나무집들은 동화속의 마을처럼 낭만적이고 집 앞의 빈 벤치는 솜이불을 깔아 놓은 듯 눈이 발목 깊이로 쌓여 있다.

 

안면자연휴양림의 소나무가 대부분 숲을 이룬 채 빽빽하게 들어선 데 반해 한옥 형태로 지어진 숲속의 집 앞 공터에서 자라는 안면송 한 그루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처럼 여백의 미가 일품이다.

 

모든 안면송이 곧게 자란데 비해 유독 이 나무만 피사의 탑처럼 30도 쯤 기운 채 하늘을 우러른다.

 

눈 그친 소나무 숲은 산책하는 재미가 듬뿍 묻어난다. 눈꽃을 활짝 피운 소나무 가지에서 무시로 눈꽃이 툭툭 떨어지면서 산산이 부서져 은빛가루를 흩날린다.

 

삼색수련으로 유명한 승언1저수지는 안면자연휴양림과 이웃한 유서 깊은 저수지다. 조선시대에 안면송으로 배를 만들어 군량미를 실어 나르던 곳이라 하여 조운막터로 불리던 저수지는 해방 전만 해도 바닷물이 들어와 배가 왕래했다. 한겨울 꽁꽁 얼어붙은 저수지와 휴양림의 안면송이 그리는 설경은 바로 한 폭의 작품이다.

 

자연휴양림과 지하보도로 연결된 조개산 자락의 수목원은 안면송을 비롯해 다양한 수종의 수목이 식재된 산책공간으로 수목원 중심에 자리 잡은 아산원은 고 정주영씨의 기부금으로 만들어진 한국의 전통정원이다. 키 낮은 돌담에 둘러싸인 정원에 들어선 아담한 연못과 정자가 소박한 멋을 풍긴다.

 

■여행메모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에서 서산A?B지구 방조제 길을 달려 태안 원청삼거리에서 좌회전해 77번 국도를 탄다. 태안반도와 안면도를 연결하는 안면대교에서 안면자연휴양림까지 15㎞.

 

안면자연휴양림(041-674-5019) 입장료는 어른 1000원,청소년 800원,어린이 400원. 주차료는 승용차 기준 중형 3000원,경차 1500원. ‘숲속의 집’은 인터넷(www.anmyonhuyang.go.kr)을 통해 예약 받는다.

 

산림전시관에는 목재 생산 과정과 목재의 용도,산림의 효용가치 등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해 놓았다.

산자락을 따라 일렬로 배치한 숲속의 집은 모두 18동. 가스레인지,취사용품,샤워시설 등이 설치되어 있으나 세면도구는 준비해야 한다. 7평형 3만원,12평형 5만원. 한옥은 15평형과 18평형이 각각 7만원이다.

 

꽃지해수욕장에 위치한 호텔형 콘도인 오션캐슬(041-671-7060)은 송년을 맞아 12월 한달 동안 매주 토요일 신선한 해산물 요리 등 30종 이상의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실내외 온천인 아쿠아월드에서는 24∼25일 ‘크리스마스 추억담기’라는 제목으로 즉석 사진 찍기 이벤트를 갖는다.

 

태안반도에는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전통 어로방식인 ‘독살(石防簾)’이 95개나 존재하고 있다. 태안군은 생태체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청포대해수욕장으로 유명한 남면 원청리의 별주부마을을 비롯해 연말까지 모두 6개의 독살을 복원한다.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은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특히 겨울철 슬픈 사랑의 전설을 간직한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사이로 지는 낙조가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름답다.

 

태안반도청년연합회는 31일 오후 3시부터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에서 ‘안면도 저녁노을 축제’를 개최한다. 풍물놀이,연날리기 등의 식전행사에 이어 2005년의 마지막 해가 가라앉으면 소망풍선 띄우기,모닥불 피우기,불꽃놀이 등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진다.

 

 

안면도=글·사진 박강섭 기자 kspark@kmib.co.kr

 

국민일보 2005-12-15

 

 

 

[島·視·樂] ‘여인같은 섬’ 안면도
[스포츠칸 2006-01-04 21:03]

맛과 멋이 뛰어난 겨울바다, 철새 감상은 덤.’

안면도만큼 겨울 분위기가 좋은 섬도 없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에 온갖 먹거리, 그리고 천수만의 철새들이 반겨주는 곳. 그래서 외로움이 느껴지는 겨울 어느날 ‘훌쩍 떠나고 싶은 섬’이다.

안면도는 안면대교로 연결된 섬 아닌 섬이다. 국내에서 여섯번째로 큰 섬인데, 태안반도 중간에서 남쪽으로 뻗은 남면반도의 남쪽 끝에 자리잡고 있다.

북쪽에 솟은 높이 107m의 국사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구릉지와 평지로 이뤄져 있으며 해안의 드나듦이 복잡하고 조수간만의 차가 커 넓은 간석지가 형성된다. 그만큼 경관이 아름답고 수산자원이 풍부해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하는 셈이다.

안면도는 해안선과 짙은 송림에 둘러싸여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특히 승언리 송림숲은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다. 여기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몸체가 황금빛깔인 조선소나무다.

붉은 황토에서 해풍을 맞고 자라 줄기가 곧고 나뭇결과 색상이 뛰어나 예부터 제일의 목재로 여겨졌다.

안면도에는 또 백사장, 삼봉, 두여, 방포, 꽃지 등 20여개의 해수욕장이 있어 여름 피서지로 인기가 높다. ‘젖개’라 불리는 마을의 방포 근처에는 천연기념물 138호인 모감주나무 군락이 있으며 해변에 해당화와 매화가 많은 꽃지는 할미·할아비바위로 떨어지는 낙조가 유명하다.

또한 돛대바위와 수정바위, 독립문바위 등은 홍도나 거문도를 옮겨놓은 것처럼 경관이 아름답다.

안면도의 먹거리는 매우 다양하다. 곳곳에 파시가 열려 우럭, 복어, 전복, 해삼, 멍게 등 싱싱한 해산물을 싸게 살 수 있다. 가을에는 ‘안면도 새우’라 불리는 대하가 유명하며 안면도의 6쪽마늘은 알이 굵고 향이 좋아 전국 제일로 친다.

한편 충남도는 안면도 영목항과 보령시 신흑동 대천항을 잇는 총 14㎞, 왕복 2차선 규모의 연륙교를 올해 말 착공한다.

총공사비 5천억원이 투입될 연륙교는 오는 2012년께 완공될 예정인데 서해안 관광산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류원근기자 one777@kyunghyang.com〉

 

 

 

               즐거운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