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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은 '신이 만든 언덕'

향기男 피스톨金 2006. 3. 15. 21:15

 

          제주 오름은 '신이 만든 언덕'

 

 제주의 오름을 오르다보면 지각의 변동에 의해 이루어지는 화산활동이 마치 신의 섭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한라산을 둘러싸고 펼쳐진 크고 작은 기생화산이 '신이 만든 언덕'이라는 착각이 든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에게 한라산은 그저 산(山)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엇이다. 그래서일까? 한라산에 뿌리내린 제주 오름들은 신이 만든 언덕처럼 아늑하다.

▲ 별도봉 산책로에서 본 사라봉
ⓒ2006 김강임
오름 언덕배기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와 말, 한라산을 향해 목을 쳐들고 있는 크고 작은 능선, 그리고 그 능선아래 살아 숨쉬는 각양각색의 자연생태계는 제주 오름만이 가지고 있는 서정시이다. 더욱이 제주시를 중심으로 수문장 역할을 해 왔던 원당봉과, 도두봉 등을 오르다 보니 오름은 또 하나의 의미를 낳는다. 옛날 제주 성을 지키기 위한 통신의 요새화가 갖춘 곳이 바로 오름 정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시 근교에 있는 원당봉과, 도두봉, 민오름 정상이 서면 여지없이 제주시 동쪽을 지키고 있는 또 하나의 오름을 볼 수 있었다. 그 오름이 바로 사라봉이다.

사라봉은 제주 사람들에게 체육공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제주사람들에게 7만3천여 평의 체육공원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렇기에 제주에서는 기생화산이 갖는 의미가 다른 지역보다 남다르다. 넓은 땅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좁고 척박한 변방의 섬인 것을 감안하면 제주의 오름은 섬 안에서 황금 알을 낳는 보물창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산책로 계단에는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습니다.
ⓒ2006 김강임
봄을 품고 있는 언덕으로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10분정도 가면 영주십경으로 유명한 사봉낙조의 사라봉이 있다. 해질녘의 낙조가 아름답다던데, 아침에 오르는 사라봉의 묘미는 또 다르다. 계단을 따라 발길을 옮기면 벌써 봄이 발끝에 와서 머문다. 계단까지 마중 나온 노란 개나리를 보는 순간 오르미의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 가던 길을 멈추고 개나리에게 봄소식을 물었다.

사라봉은 제주시 건입동 387-1번지에 소재하고 있으며, 사라라고 이름이 붙여진 것은 '지는 해가 비단을 펼쳐 놓은 것처럼 곱다'라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사라'라는 의미는 '동쪽을 신성시 하다'는데 그 의미 있다고 한다. 사라봉의 표고는 148m. 표고가 낮다하여 낮은 줄 알면 큰 오산이다. 조금은 가파른 계단이 사라봉 정상까지 놓여 있으니 쉬엄쉬엄 올라가면 숨이 차지 않는다.

▲ 노오란 민들레가 봄을 터트립니다.
ⓒ2006 김강임
더욱이 사라봉 해송 사이 노란 민들레가 3월의 마지막 꽃샘추위에 떨고 있는 풍경은 이곳에 묻혀 있는 선구자의 마음처럼 꿋꿋하다.

“아이구! 남보다 먼저 봄 마중을 나오더니 꽃샘추위에 한방 당했구나!”

엊그제부터 풀리기 시작하여 얇은 봄옷으로 갈아입은 내 변덕스러움처럼 민들레 역시 꽃샘추위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모든 식물들은 계절에 순응하기 위해 제 몸을 벗는데, 인간들의 마음은 추우면 '춥다'고 옷을 끼워 입고 더우면 '덥다' 옷을 벗어 제친다. 벌써 제주 오름 기슭에는 보라색 꽃과 노란 야생화가 지천을 이루고 있으니 오른 중턱은 벌써 꽃시장을 방불케 한다.

▲ 일제시대 만들어진 동굴이 당시 역사를 말해줍니다.
ⓒ2006 김강임
“ 마치 무덤 같다”

제주의 오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일제시대의 군사요새지인 동굴. 이러한 동굴은 이미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몸서리쳐진다. 언제였던가? 일본에 사는 친척분과 함께 사라봉에 간 적이 있었다. 그 분은 일제시대 소학교를 한국에서 다니셨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안타까워 하셨다. 그리고 그분은 사라봉의 봉우리가 마치 “무덤처럼 느껴진다”고 하셨다.

이처럼 제주의 기생화산 옆구리마다에는 아직도 악몽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화해하지 못한 흔적의 아픔이 있다. 사라봉에 오르는 동안 2개의 동굴을 확인했다. 동굴 주위는 철조망으로 묶여져 있어서 안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없다. 그리고 안타까운 것은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후세사람들은 상상조차 하기 싫어한다. 그저 변해가는 역사 앞에 순응하며 사라봉은 그저 오름 그 자체만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 오름에서 본 뱃고동 울리는 제주항 표정입니다.
ⓒ2006 김강임
잘 다듬어진 산책로와 거친오름의 차이

'뿌-웅-.'

사라봉 정상에 서 있노라니 어디선가 뱃고동이 울린다. 파란 바다가 펼쳐지고 육지와 바다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하는 부두의 모습이 오름 발아래 있다. 오름에서 보는 바다. 오름에서 보는 부두, 그리고 오름에서 듣는 뱃고동소리는 또 다른 세계처럼 느껴진다. 잘 다듬어 산책로를 걷는 기분과 길이 없는 거친 제주 오름을 오르는 기분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 수선화가 피어 있는 꽃길에는 그 향기가 그윽합니다.
ⓒ2006 김강임
아마 그것은 잘 다듬어진 오름길은 꼭 정상에 정자가 있고, 길을 내 주지 않은 오름의 정상에는 가시넝쿨이 있다. 그리고 그 정자에서는 한가로움과 여유를 즐기고, 가시넝쿨 우거진 정상에서는 나약해진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작업을 시도한다. 그리고 두 가지의 공통점은 인간이 살아 숨쉬는 어느 곳에도 자연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만약 이런 자연이 없었다면 인간은 어디에 가서 힘든 스트레스를 토해 낼까?

▲ 오름 정상에 서면 제주시와 도두봉, 원당봉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습니다.
ⓒ2006 김강임
'제주 성'을 지켰던 오름

통통하게 살이 쪄 가는 벚꽃 꽃망울을 따라 사라봉 정상을 오르니 역시 정자가 있었다. 망양정으로 올라가는 서너 개의 계단은 정상 중에서도 최고의 관망대를 꿈꾸는 사람들의 몫이다. 정상을 치달리는 사람들의 욕심 끝이라고나 할까. 얼마 전 올랐던 오름들이 오롯이 구름 속에 떠 있다.

▲ 오름 정상에 있는 봉수대는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2006 김강임
가로 8m, 세로 10m, 높이 4m의 봉수대를 한바퀴 돌아보면서 옛사람들이 제주 성을 지키기 위해 메시지를 날렸을 생각을 해 봤다. 그리고 당시 사라봉에서 교신을 했던 원당봉과 도두봉의 봉우리가 사라봉을 향해 바라본다. 제주 사람들에게 '제주 성'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오름에 올라 '성'을 생각하니. 봉수대 옆에 길게 패인 또 하나의 동굴의 의미에 마음이 두근거릴 뿐이다.

▲ 숲속에서 비둘기가 봄 마중을 나왔군요
ⓒ2006 김강임
휴일 사라봉 오름은 산책로를 통해 알오름에서 별도봉까지 이어졌다. 하얗게 핀 수선화가 짙은 향기를 뿜어내는 산책로는 비둘기와 까치가 종종걸음으로 마실을 나왔다. 훠이- 훠이- 비둘기를 쫓아 보지만 새도 숲이 좋아서 인지 숲 속에서 먹이를 찾는다.

사라봉 산책로에서 동북쪽 산책길 중간을 걸어 보았다. 그 산책로 아래 화산사, 분석편, 용암괴 등으로 형성한 분석구가 노출되었다 하나,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별도봉 산책로에서 카메라를 끌어당기는 작업에 만족했다.

▲ 사라봉 남쪽 모충사에는 제주시가 매설한 타임캡슐이 20세기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2006 김강임
억겁의 자연 속에 다시 태어나는 역사가 있다

돌아오는 길에 사라봉 남쪽 기슭 모충사로 발길을 향하면서 조봉호 순국지사 기념비와 의병항쟁 기념탑. 김만덕 묘비에서 고개를 숙였다. 제주 오름에 오르면서 묵념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찌보면 사라봉 남쪽 기슭에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가 한꺼번에 묻혀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산책로를 거닐며 현재를 말하지만, 제주의 오름에는 천년, 아니 억겁의 자연 속에 다시 묻혀있는 역사가 있다는 것을 왜 모를까?

특히 사라봉 남쪽 기슭 '2001 제주시 타임캡슐'이 바로 그것. 20세기 제주시의 문화와 역사 등 5개 분야 590개 품목이 매설되어 있는 방사탑 앞에서 잠시 여정을 풀었다. 모충사 잔디밭에는 키 작은 민들레가 마치 과거-현재- 미래로 향한 발돋움을 하듯 얼굴을 내밀었다. 아마 천년 후에도 민들레는 이 오름에서 다시 태어나리라.

사봉낙조로 유명한 사라봉

 
사라봉은 표고 148m, 비고 98m, 둘레 1934m, 면적 233471 m², 저경 647m로 제주항 동쪽으로 바닷가를 접해 위치한 오름으로 제주시를 대표하는 오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오름 봉우리에 오르면 북쪽으로 망망한 바닷가가 눈앞에 펼쳐지고, 남쪽으로 웅장한 한라산이 바라다 보이며, 발아래에는 제주시의 시가지와 주변의 크고 작은 마을들이 그림같이 아름답고, 특히 저녁 붉은노을이 온 바다를 물들이는 광경은 사봉낙조라하여 영주십경(瀛州十景)의 하나로 꼽힌다.

오름의 형태는 북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구로서 붉은 송이(scoria)로 구성된 기생화산체이며, 전체적으로 해송이 조림되어 숲을 이루고 있다. 오름 전체가 제주시민을 위한 체육공원으로 조성되어 체력단련을 위한 각종 야외시설이 설치되어 있으며, 시민들이 산림욕 코스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정상에는 망양정(望洋亭)이라는 팔각정이 서있고, 북쪽에는 제주도기념물 제23호로 지정된 봉수대가 원형에 가깝게 보호되고 있으며, 봉수대 북쪽 산허리의 순환도로변에는 사라사(紗羅寺 - 태고종)라는 절이 바다쪽으로 자리잡고 있고, 사라사 북쪽 바닷가 벼랑위에는 제주도 최초의 유인등대(1917년 신축)인 산지등대가 있다.

남쪽기슭 모충사에는 순국지사 조봉호(趙鳳鎬)기념비, 의병항쟁기념탑, 金萬德義人 (김만덕의 인) 묘비가 서 있으며, 남서쪽 기슭에는 충혼각이 있다. 현재의 금산저수지 일대의 언덕은 조선시대부터 말림갓으로 보호되던 곳이다. - 제주도청 -


[오마이뉴스 2006-03-14 18:07]    
[오마이뉴스 김강임 기자]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길 : 제주시 - 우당도서관- 사라봉으로 20분 정도 거리며, 사라봉 오름 전체를 오르는 데는 1시간 정도가 걸린다. 특히 사라봉과 별도봉 알오름을 능선을 타고 올라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에 대한 소요시간은 2시간30분 정도면 충분하다.

3월 12일 다녀온 사라봉오름 기록문입니다.

 

 

 

 

 

 

***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아다지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