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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SURE+]카약, 무르익은 물길에서 노닐다

향기男 피스톨金 2006. 7. 20. 10:43

 

                   [LEISURE+]카약,

 

             무르익은 물길에서 노닐다

 

(연합르페르)

팔을 앞으로 곧게 뻗어 패들을 사선으로 수면에 꽂아 넣는다. 물의 저항을 받아 힘이 차오른 패들을 몸쪽으로 끌어당기면 시선이 닿지 못하는 곳, 유리된 신생의 세계가 고요함 속에 다가온다.

 

북한강변에서 심호흡을 하고 카약에 올랐다. 시트에 허리를 걸치고 발을 전방으로 가볍게 벌리며 뻗었다. 발가락을 풋 브레이스(foot brace)에 대고, 무릎으로 사이드 브레이스(side brace)를 지긋하게 눌러 하체를 고정시켰다. 카약 깊숙이 몸을 넣고 유영하니 물의 흐름이 몸 마디마디로 전해졌다.

 

패들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팔의 연장선으로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했다. 하지만 노를 젓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팔이 아닌 몸 전체를 이용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패들을 통해 팔 근육으로 전해지는 물길의 방향과 속도를 가늠하기까지 또 오랜 시간이 흘렀다.

 

패들을 수면에 제대로 꽂지 못하면 팔의 근력이 힘을 받지 못하고 물 속에서 풀어져버렸다. 밀려오는 물의 힘에 편승하는 방법이 몸에 익자 차츰 배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초록이 녹아 흐르는 여름 강은 싱그러웠다. 패들을 저어 나아갈수록 옷이 푸른 강물에 물들었다. 급류를 타고 내려가는 다운 리버, 파도를 타는 서프 라이딩에서는 배가 뒤집혀 몸이 물속에서 거꾸로 서는 경우도 있으니, 옷 좀 적시는 일은 대수도 아니었다.

 

북극해 이누이트족의 유산

 

카약은 멀리서 보면 물새가 유영하는 듯하다. 반짝이는 물결 위에서 규칙적으로 날개를 퍼덕이는 모습이다. 100여 년 전 이누이트족이 작살을 챙겨 얼음을 헤치고 바다표범에게 다가갈 때도 그러했을 것이다.

 

바다표범을 포획한 이누이트는 그 가죽과 뼈로 앞뒤가 날렵한 유선형 카약을 만들어 사냥에 나섰다. 발을 앞으로 쭉 펴고 앉아 앞을 향해 양날 패들을 번갈아 저으며 전진했다.

 

가죽배는 가벼워 속도가 빠르고 중심이 낮아 물살에 휘둘리지 않았다. 이누이트는 여름 한철 카약 사냥에 전념해 겨울을 났다.

 

사냥꾼과 사냥감이 모두 멸절해가는 시대, 카약은 수렵용에서 레저용으로 변모했다. 동물 가죽과 뼈는 합성수지와 강화플라스틱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북극해와 알래스카의 얼음 강을 누비던 수렵부족의 자취는 고스란히 남았다.

 

지금도 카약은 강과 바다와 호수의 물길을 탐색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다. 카약으로 인해 전인미답의 강을 강하할 수도 있고, 암초 투성이의 무인도로 낚시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남해안 을숙도에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모래톱 생태계를 보고자 할 때도 카약보다 편리한 것은 없다. 강원도 내린천이 요동 치고 굽이치며 파행하는 과정을 판독하고자 할 때도 이보다 더 유용한 것은 없다.

 

▶카약에 대해 궁금한 몇 가지

 


①종류 - 분해 가능 여부에 따라 조립식과 일체형으로 나뉜다. 승선 인원에 따라 1인승, 2인승, 4인승 등이 있다. 1인승 싱글정이 보편적이다. 길이는 급류 계곡에서 즐기는 프리스타일용 카약이 2m, 바다에서 타는 시카약이 4-5m 정도다. 길이가 짧으면 회전성이 좋고, 길면 직진성이 뛰어나다.

 

②카약과 카누 -

 

해양문화권에서 수렵과 이동용으로 사용한 작은 배를 선체 구조와 패들 모양에 따라 카약과 카누로 나눈다. 카약은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배 윗부분이 물막이 판으로 덮여 있다.

 

패들도 양날(더블 블레이드)이다. 카누는 오픈 데크(open deck)이며 싱글 블레이드다. 앉는 자세와 노를 젓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두 종류를 분리하지 않고 카누로 통칭하는 경우가 많다.

 

③국내 유명코스 - 풍광이 뛰어난 강원도 동강이 국내 최고의 카약 코스로 꼽힌다. 청평호에서 남이섬까지, 44번 국도 신남선착장에서 양구대교까지의 구간도 카약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다.

강은 잠실-반포대교 구간에서 카약 투어가 가능하다.

 

④안전수칙 -

 

진행방향이 서로 다른 물결이 겹쳐서 생기는 삼각파도를 주의해야 한다. 카약이 삼각파도에 부딪히면 전복될 수 있다.

 

한강이나 북한강에서도 모터보트와 제트스키가 가깝게 지나가면서 불규칙한 물결을 만들어내는데, 이때 카약의 균형을 바로잡지 못하면 중심을 잃고 쓰러진다. 바다로 나갈 때는 바람의 속도와 방향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Interview_은송통상의 조구룡 대표

 

최근 일기 시작한 카약 바람은 전적으로 은송통상 조구룡 대표의 작품이다. 조립식(folding style) 카약의 대명사로 알려진 일본 후지타카약을 국내에 처음 들여온 이다. 반세기 전 개발돼 일본에서 최상의 아웃도어 장비로 인식되는 카약을 직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인연이 있었나 봅니다. 우연히 NHK TV에서 후지타카약을 타고 몽골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을 보았던 게 계기가 됐으니까요. 조립식 카약은 물살이 없는 곳이라면 열 살 배기도 노를 저을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안전합니다."

 

후지타카약은 20분이면 조립이 가능하다. 1인용 무게가 15kg에 불과하다. 미송나무 프레임과 강화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부품을 분해하면 배낭에 넣고 다닐 수 있다.

 

가격이 250만 원 안팎인 배 한 척을 등에 짊어지고 다니는 셈이다. 내구성이 강해 30대에 구입해 70을 바라보는 나이까지 탄다고 한다.

 

조 대표는 카약을 소유한 인구가 10만 명에 이르는 일본에 비해 한국은 아직 싹이 트는 단계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승합차에 조립식 카약과 구명조끼, 지도와 나침반을 싣고 전국 각지의 무르익은 물길을 찾아다닌다. 카약 대중화를 위해 개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거의 매주 카약 스쿨을 열고 있다. http://cafe.daum.net/fujitakayak

 

사진/김주형 기자(kjhpress@yna.co.kr), 글/장성배 기자(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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