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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그랜드캐니언 앞에서 묻는다

향기男 피스톨金 2007. 5. 15. 17:54

 

   나는 누구인가, 그랜드캐니언 앞에서 묻는다
▲ 차는 달리고 바람개비는 돌고
ⓒ2007 제정길
아침을 깨우는 것은 언제나 태양이다. 사막 한가운데서 솟아오르는 태양은 붉고 화난 얼굴로 늦잠 자는 방랑객을 추적하여 그를 다시 방랑의 길에 들어서게 몰아붙인다. 식당에서 빵 한점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때우고 다시 길에 오르니 오전10시30분. 애마는 숨가쁜 표정도 없이 다시 천리길을 내닫는다.

그랜드캐니언 사우스 림(Grand Canyon South Rim)까지 남은 여정은 200km. 황량한 벌판에 길은 외줄기. 편도 1차선이거나 2차선. 매끄럽지 못한 도로 위를 차는 미끄러지듯 달린다.

낮 12시30분에 목적지인 그랜드캐니언 사우스 림 매스윅 로지(Maswik Lodge)에 도착하였다. 새크라멘토를 떠난 지 하루하고 반나절, 도로 위에서 보낸 시간만도 13시간에 가까웠다. 차로 움직이기에는 다소 긴 거리였다.

다시 찾은 그랜드캐니언

▲ 3일 동안 유하게 될 캐빈
ⓒ2007 제정길
체크인하고 숙소를 배정받았다. 숲 속에 있는 작은 오두막(Cabin)이었다. 겉보기에는 허름하였으나 내부 시설은 괜찮아 있을 것은 다 있었다. 짐을 풀어놓고 점심을 먹고 그랜드캐니언 탐방 길에 나섰다.

몇 년 전에 왔다가 단 20분만 대면을 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던 곳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다섯 시간을 차를 타고 와 '마더 포인트' 전망대에 올라서는 순간 비는 억수로 내리고 예약했던 관광 비행기는 뜨지를 않아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그랜드캐니언 관련 영화나 보면서 허망함을 달래야했던 단체 관광의 씁쓸한 생각이 났다. 이제 그 20분의 200배의 시간을 갖고 그 앞에 다시 섰으니 얼마나 더 볼 수 있을는지.

▲ 한낮의 볕바라기를 하고 있는 그랜드캐니언
ⓒ2007 제정길
협곡은 숙소에서 10분 거리에 있었다. 어슬렁어슬렁 걸어서 협곡의 난간에 다가서는 순간 숨이 탁 막혔다. 그는 거기 있었다. 4월의 마지막 햇살을 온몸에 받으며 와불처럼 누워 아니 앉아, 엎드려 그는 눈을 반쯤 감은 채 볕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2억년을 태운 살갗이 아직도 선탠이 더 필요한지 구름따라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며 그는 그곳에서 졸고 있었다.

▲ 이것은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환상일 것이다
ⓒ2007 제정길
그는 생각하리라. '둘러서서 감탄하며 쳐다보는 저 미물들이 무엇을 안다고 놀란듯한 표정을 지을꼬? 80년밖에 살지 못하는 것들이 어찌하여 억년의 세월을 헤아리며, 작은 바람에도 날라가 버리는 저 것들이 어찌 경천동지 인고의 아픔을 티끌만치라도 이해할 수 있을꼬?'

▲ 나무와 바위와 구름 그리고 그랜드캐니언
ⓒ2007 제정길
안내 책자는 또 이렇게 말한다. '그랜드캐니언은 단지 콜로라도 고원의 바위가 수억년 동안 절삭된 거대한 협곡만이 아니다. 그랜드캐니언은 단지 인간의 눈을 놀라게 하는 비경을 보여주는 게 아니다. 그랜드캐니언은 단지 사람들에게 협곡가를 걷고, 협곡 내부를 하이킹하고, 콜로라도 강을 뗏목 배를 타고 즐기게 하는 게 아니다. 그랜드캐니언은 그 이상이다.'

나는 누군가

▲ 생각보다 노폭이 넓은 트레일 코스
ⓒ2007 제정길
림(Rim: 협곡의 가장자리)을 따라 이리저리 걷다 보니 협곡 아래로 내려가는 트레일 코스가 나타났다. 브라이트 에인절(Bright Angel) 트레일 코스였다. 콜로라도 강이 있는 기저까지 왕복거리가 14.8km, 표고차가 933m, 트레킹에 걸리는 시간이 8시간 가량 소요된다는 만만찮은 코스였다.

▲ 콜로라도 강까지 이어지는 브라이트 에인절 트레일 코스
ⓒ2007 제정길
내일 할 트레킹에 대비하여 맛보기 삼아 슬슬 내려가 봤다. 생각보다 험하지는 않았다. 협곡의 경사는 70~80도로 가파르나 길은 지그재그로 나있어 특별히 위험해 보이지도 않았다. 곳곳에 노새의 똥이 있는 걸 보니 노새도 이 길을 지나다니는 모양이다. 20분쯤 내려가다 되돌아 왔다. 예약해둔 선셋 투어(Sunset Tour) 시간이 다 되어서였다.

선셋 투어는 차를 타고 서쪽 허밋(Hermits) 지역의 전망명소를 찾아가 협곡을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피마 포인트(Pima Point)에서 일몰을 감상하게 하는 단기 관광상품이었다. 버스기사는 중년의 흑인 아저씨였는데 엄청 친절하고 엄청 웃겼다. 그는 안내 설명을 하면서 계속 웃겼는데 아마도 유머에 관한 특별 교육을 받지 않았나 싶을 정도였다. 다만 나의 짧은 영어 탓에 그들의 웃음에 자주 동참 못함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 해 서녘으로 비껴들고 강(콜로라도) 땅 속으로 잦아드는데 산 아직 잠들지 않네
ⓒ2007 제정길
어스름녘의 그랜드캐니언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해가 서서히 그림자를 드리워 가는데 멀리 천만 길 낭떠러지 아래 콜로라도 강은 아기 손가락처럼 흐르고, 봉우리들은 봉우리대로 돌아앉아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수억 년을 반복해온 이 일상에 그들은 익숙해하지도 않았고 지루해하지는 더욱 않았다.

고작 60여년을 살아온 나의 시간은 그들의 그것 앞에 한점 먼지에 불과했다. 아니 먼지조차도 아니었다. 애초에 없는 것이었다. 애초에 있지도 않은 것을 가지고 온갖 번뇌를 다 짊어지고 여기까지 떠내려 와 본 것이다.

▲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서산 일락하나 지는 것은 단지 나일뿐.
ⓒ2007 제정길
30년 동안 보디빌딩을 한답시고 다져온 나의 부피는 어디에도 위치하지 않은 것이었다. 위치하지 않은 것을, 위치를 찾아 흘러다니는 것은, 낳지도 않은 아들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의 고아원을 뒤지며 다니는 꼴이었다. 나는 누군가. 나는 있는 것인가. 해 그랜드캐니언 너머로 장엄하게 떨어지나, 나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오마이뉴스 2007-05-10 13:35]    

 

 

            Moonlight Serenade / T.S Nam




 
Moonlight Serenade / T.S 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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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속에 남을 즐거운 이시간을 위하여
                                                 따뜻한 가족 들과  마음과 마음에
                                                     기쁨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서로 이쁜 사랑들 나누시며
                                               오손도손 행복한 시간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