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사람들은 모세를 따라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그가 이스라엘 사람들을 설득하고 확신을 주었다는 사실과, 그의 교훈이 열매를 맺었다는 사실이 광야에서 드러난다. 아말렉과 싸울 때, 모세는 강력한 기적을 일으킬 만한 일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산 위에 올라가, 모두에게 잘 보이도록 손을 들고 있을 뿐이다. 주도권과 투쟁의 용기를 상징하는 그의 행위는 공동체의 문화를 형성했고, 그런 점에서 모세가 상징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이제 정신적 지도자가 없어도 될 만큼 이스라엘 민족 모두의 가슴에 내면화되었다.
모세는 계획이 복잡해지는 단계에서도 현명하게 처신했다. 그는 자신이 모든 곳에 다 있을 수
없으며 혼자서 다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이스라엘 민족의 사명을 상기시키는
일도 성궤나 성막 같은 상징으로 해결했다.
더는 초기 단계처럼 몸소 보여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추종자들의 동기가 사라져 의기소침해
있을 때도 모세의 리더십은 큰 힘을 발휘했다. 광야에 도착하자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첫 번째
어려운 시험이 닥친다. 온갖 야심 찬 계획을 세운 적이 광야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을 맞이한다.
그 적은 바로 시간이다. 곧 닥칠 것처럼 보였던 성공. 성공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의심은
더욱 커지고, 이집트로 다시 돌아가자는 마음은 점점 불어난다. 광야에서 위기는 크고 빠르게
닥친다. 광야에서는 식량 조달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자유롭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먹을 것은
해결되었던 이집트에 남는 것이 차라리 나았을 거라는 불평이 맨 처음 터져 나왔다.
탈출을 감행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뜻이다. 이것은 앞으로 40년 동안 광야 생활을 하면서 겪게
될 수많은 믿음의 위기에 대한 예고에 지나지 않았다. 성공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일탈 욕구가 확산할 위험이 더욱 커진다.
시간이 감에 따라 가속되는 의혹 덩어리에 대적하기에는 힘과 의지의 몸짓도 역부족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조류에 대항해서 더 강력한 벽을 세운 것이 바로 십계명이다. 공동체 해체를
막기 위한 상징적 방어벽이 십계명으로 말미암아 세워진다. 모세는 이러한 유목문화의 정신적
세계를 규정하는 과제가 일상에 존재하도록 조치한다.
그는 자유를 향한 첫 번째 움직임이었던 이집트 탈출 초기를 상기시키고, 아무도 다치지 않고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일반적 기본 규칙을 확인하며, 마지막으로 일상생활의 과제를 정한
많은 양의 의무 목록을 제시했다.여러 항목이 사람들에게 단결의 중심과 주변을 보여주는 것에
비해, 마지막 하나는 그 사이의 공간을 채워 주는 세부 사항들과 관련한 규정을 다루고 있다.
그러한 세부 사항들은, 큰 계획을 구상할 때는 무시하고 싶지만 큰 계획을 망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광야를 걸어서 통과하는 일이나,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항해 혹은 달에 가는 우주여행은 모두
용기가 필요한 위험한 계획이다. 그러므로 누가 설거지를 하고 누가 등불을 끌 것인지를 정해
놓지 않으면 아무 일도 되지 않는다. 축복의 땅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뱃길을 발견하지도 못하며,
달에 발을 디딜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위대한 사명을 수행할 때는 아무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귀찮은 것들까지 세부적으로
규정하는 실용적 과제가 필요하다. 이게 없으면, 처리되지 않은 사소한 문제들이 혼란을 가져와,
아무리 과감한 아이디어라도 실행 초기 단계에서 좌초되고 만다. 따라서 이러한 무력감이 생기지
않도록 처음부터 조치해야 한다.
실질적인 부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 다 정해 놓아야만 한다. 사람들의 주의를 근본
원칙에 관한 논쟁에서 설거지나 등불 등의 일상적 문제에 관한 규정으로 돌리는 것은 문자 그대로
실용적이기도 하지만, 변화에 대한 새로운 소통 기준을 확립하는 것이기도 하다.
성경은 제사 드릴 때 동물을 잡는 방법이나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처리하는 온갖 규칙을
다루고 있다. 이집트 탈출이라는 과감한 계획에 뒤이어 사물을 대하는 시각이 실용적으로 바뀐
것이다. 원칙적인 것에서 일상적인 것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것은 원칙 논쟁에서 확정된 계획을
실천으로 옮기는 시기의 특징이다. 이제 활동은 계획이 아니라 법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