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람도 글로벌 바람 ◆
이슬람 경제 부흥의 키워드는 '투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경우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3년 전과 비교해 다섯 배 이상 늘었다.
경제개혁으로 투자여건이 나아진 데다 고유가 호황이 이어진 결과다. 이집트와 모로코 같은 나라들은 석유를 수출하지 않는 데도 UAE를 비롯한 산유국들의 투자로 경제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홍성국 카사블랑카 무역관장은 "최근 3~4년 동안 모로코가 경제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던 동력은 중동 산유국에서 유입된 투자"라며 "올해 처음으로 국민소득 2000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다른 지역에 비해 폐쇄적이었던 중동 국가들은 투자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빗장을 열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2004년 외국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기 위해 외국인투자법을 개정했다. 외국기업이 100%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법인세는 45%에서 20%로 대폭 낮췄다. 2005년 말에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비관세 장벽과 관세율을 낮췄다.
쿠웨이트는 2003년부터 외국인직접투자법을 시행해 외국기업의 100% 단독투자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외환규제도 없애 자유로운 과실송금을 보장했다. '외국기업의 천국'으로 불리는 UAE는 법인세와 개인소득세 등에 있어 사실상 'Tax Zero' 정책을 내세운다.
이라크도도 전쟁의 상흔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개방정책을 택했다. 전쟁 이전 최대 교역국이었던 요르단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 중이며 인도 터키 우크라이나 등 인접지역 국가들과도 경협 회의를 열고 있다.
이란도 6개 자유산업지대와 15개 특별경제구역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다.
개방정책과 맞물려 관광산업도 핵심 테마로 부상했다.
스페인과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모로코는 2010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 아래 호텔 리조트 13만실을 짓고 있다. 이슬람 국가로는 파격적으로 카지노도 짓는다.
관광 인프라스트럭처를 갖추기 위해 고속도로망도 정비하고 있다. 하미드 벤 엘라후딜 카사블랑카 투자청장은 "고대도시 마라케시와 카사블랑카를 잇는 고속도로를 상반기에 개통한 데 이어 곧 행정수도 라바트와 항구도시 아가딜로도 노선이 연장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도 관광산업을 키우기 위해 지난해부터 외국인 단체관광객에게 비자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사업목적 방문자와 성지순례자 등에 한해 비자를 내줬던 것과 비교하면 혁명에 가까운 변화다.
빗장을 연 이슬람권은 돈다발을 들고 해외로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석유 수출로 하루 12억달러를 벌어들이는 걸프 연안국은 '큰손' 대접을 받는다. 지난달 카타르투자청은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 지분 20%를 사들였고, 두바이 국영투자회사 Borse Dubai는 스웨덴 거래소 지분을 넘기는 대가로 미국 나스닥 지분 19.99%를 확보했다.
아부다비의 국경기업 Mubadala는 며칠 전 칼라일 지분 7.5%를 13억5000만달러에 사들였고, 카타르투자청은 영국 2위 슈퍼마켓체인 Sainsbury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개혁ㆍ개방에다 고유가 호황까지 더해져 이슬람 시장이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이슬람의 변화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에서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안팎에 불과하다. 김기완 LG전자 중동ㆍ아프리카 대표(부사장)는 "이슬람시장이 급부상하고 있지만 국내에 쓸 만한 전문가와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모로코 = 박만원 기자 / 두바이 오만 = 성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