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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상식/'조선족'과 '신선족'

향기男 피스톨金 2007. 9. 1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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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과 '신선족'

 2007/09/11 흑룡강신문

조선족 200여호가운데 한족이 딱 한집이 끼여있었다. 현재는 물론 조선족이 10%로도 남아있지 않다. 고등학교까지 내가 나서 자란 고장에서 우리 말 교육을 받고 도회지에 있는 대학교에 가던 날 기차안에서 벌어진 대화이다.

 

 중국인이 나에게 문의: 니쓰 쌘쭈마?

 나의 대답: 뿌∼쓰, 워쓰 초쌘쭈!

 뜻인즉 《넌 선족이냐》 하고 묻고 나는 강하게 부인한다. 아니요 난 조선족이요!

 

 나의 아버지한테서 들은 말인데 《조선족을 선족이라 부르는것은 욕이다. 고려 떼거지라는 의미가 들어있으니 어디가나 조선족이라고 밝혀야지 선족이라 하지 말아라.

 

특히 리력서에다 민족을 밝힐 때에는 반드시 조선족이라 적어야 한다.》 그 말의 진위를 가리기 위하여 력사자료를 뒤적여 《조선족》을 왜 《선족》이라 부르지 말아야 하는지 정답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조선족》이란 명칭은 고조선이란 나라이름에서 유래되여 우리 민족의 명칭가운데 력사적으로 가장 오래동안 사용되여왔다고 자료는 밝히고있다.

 

 《선족》이란 말은 일제통치시기 일제가 우리 민족의식을 말살시키고 우리 민족을 동화시키기 위하여 조작해낸 소위 《내선일치》니 하는 잠꼬대에서 생겨난것으로 《선족》이란 말은 모멸과 적대의 감정이 포함된 조선민족에 대한 멸칭이라고 자료는 밝히고있었다.

 

 아버지의 해석이 조금 빗나간것 같지만 사실 일제하의 조선백성이 살길을 찾아 대거 이민을 왔거나 그전에 비옥한 북간도땅에 《월강죄》를 범하면서까지 모여들었으니 고려 떼거지라는 욕을 들어가면서 살아왔던 아비의 한 맺힌 마음을 읽을수 있을것 같다.

 

그 말씀을 들은 이후로 나는 《선족》이란 표현을 단 한번도 쓴적이 없다. 중국은 56개 민족이 어우러져 사는 다민족국가라 리력서나 모든 서류에 민족을 밝히는것은 필수사항이다.

 

  몇해전만 해도 중국에서 《조선족》이란 명칭은 자랑스럽기만 하였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우리 말 학교에서 우리 말을 공부하면서 살아온 조선족들은 여러 민족문화의 교차현상속에서도 민족주체성을 지켜왔다는 점에서 강한 자부심을 품고 똘똘 뭉쳐 살아온 사람들이다.

 

56개 민족가운데서도 교육열과 교육수준이 단연 1위를 차지한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소를 팔아서라도 자식 공부시킨다는 근성으로 난민으로 남의 땅에 발을 붙이고 살면서도 고스란히 지켜온 터에 뛰여난 민족주체성을 유지하는 우수한 민족으로 떳떳하게 조선족사회를 이루고있었다.

 

 조선민족이라는 우월성을 가지고 살아왔던터에 중한수교를 제일 기뻐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조선족이였다. 헌데 한국에 다녀간 모든 조선족들이 공동히 인식한 점이 한가지가 있다. 《한국에 갈 때는 조선민족이였는데 도리여 중국사람이 되여 돌아왔다》는것이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있었던 일이다. 《밥상머리에서 자리 옮겨가며 밥 먹으면 시집 두번 간다더라》고 동행한 친구에게 롱을 한적이 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를 보살펴주고 많은 관심과 혜택을 주셨던 분이 하시는 말씀,

 

《어? 그거 우리 나라 속담인데, 중국에서도 우리 나라 속담을 쓰나?》 그 한마디는 부모님을 뵌것처럼 반가웠던 그분과 우리의 사이가 중국과 한국이라는 이역만리의 사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였다.

 

같은 조선민족으로서 대의까지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끈끈한 정으로 이어져있다고 생각했던 고마움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이였다.

 

 충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어느(?) 신문에 실린 《신선족이 사는 길》을 읽고 많은 고민과 동시에 마음이 아팠다. 현재 사업차 혹은 기타 리유로 중국에 거주한지 퍼그나 오래된 한국인들을 가리켜 《신선족》이라 부른다는 글을 무난하게 넘길려고 애쓰셨지만 거기에는 조선족과 구분된 호칭에 대한 자부심까지 곁들어있는것 같았다.

 

그후 중국에서 발행하는 조선족신문에서도 아무 거리낌없이 오히려 신조어로 홍보까지 하는 식의 《신선족》에  대한  글을 읽고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였다.

 

 중국에서 조선족이라는 이름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것은 북측출신이냐 남측출신냐를 초월하여 통일된 우리 민족의 이름으로 알고있기 때문인데 《신선족》이라는 이름은 조선족으로 한세기를 꿋꿋이 살아온 이들을 혼란과 수치감에 빠뜨리는 격이였다.

 

개혁개방이래 물질적으로 앞서가는 한국인들이 다른 민족들앞에서 민족기개와 자부심을 지키며 살아온 조선족의 자존심을 동족의 손으로 무너뜨리는 현상이라 해야겠다.

 

 《신선족》이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세계인의 눈에 비친 우리 민족은 사분오렬이라는 느낌을 주고있다. 북조선사람이냐? 남조선사람이냐? 북한이냐? 남한이냐? 탈북자냐? 조선족이냐? 라는 여러가지 구분도 싫은데 내부에서 먼저 자꾸 구분하고있고, 거기에다 신선족이라니!

 

민족분렬이란 단순히 어떤 현상이 존재할지라도 그것을 이름지어 구체화하는것은 더 큰 감정의 곬을 파는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에 태여나 살면서 우리는 다른 민족이 우리를 조선족으로 불러주기를 원했었다. 우에서 언급했듯이 조선시대의 조선땅에서 건너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족을 비하하는 사람들은 조선인을 선족이라 멸칭하였는데 신선족이라 부르는것은 현재 한국인들이 중국에서 행하는 여러가지 좋지 않는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문서화하여 력사에 남기는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본토에 13억이 넘는 인구를 가졌음에도 세계 각국에 흩어져 살고있는 룡의 후예들을 절대로 나누지 않는다. 중국뿐이 아니고 일본은 더더구나 똘똘 뭉칠줄 아는 민족임을 잘 알고있다.

 

 현재 중국조선족사회는 모진 진통을 겪고있다. 여러가지 외부요소와 내부요소로 인해 《조선족공동체의 유지가 필요한가? 민족교육이 계속 필요한가? 민족문화의 계승은 필요한가?》 등등 의문들이 자꾸 쏟아지고있으며 민족언어 무용론까지 거론되고있다.

 

 우리 말 우리 글을 잃는 《조선족》은 상상하기도 싫다.

\김홍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