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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현실 무시, 명분 없는 문서의 장래/남북정상회담

향기男 피스톨金 2007. 10. 9. 16:20

 

[시론] 현실 무시, 명분 없는 문서의 장래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07-10-08 23:22 기사원문보기
▲ 송종환 명지대 북한학과 초빙교수

핵, 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와 강력한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북한은 우리에게는 한반도 전체를 공산화하고자 하는 적대세력인 동시에 상생 공영을 위하여 끝까지 대화를 해야 하는 동족들이 사는 곳이다.

그러나 10월 4일자 ‘2007 남북정상 선언’과 평양에서의 2박3일간 우리 대표단의 동선은 한반도 현실을 무시하였고 우리가 지향하는 명분과도 거리가 멀다.

‘현실 무시’의 첫째북한이 주한미군 철수와 ‘공산주의로의 높은 단계 연방제 통일’을 우리와 합의했다고 끈질기게 주장하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적극 구현하고 이를 기념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한 것이다.

둘째는 앞으로 북한이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할 근거가 될 “남북관계를 통일 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하여 각기 법률적·제도적 장치들을 정비해나기로 하였다”라는 조항 합의이다.

결국 북한은 이 문서의 제1~2항에서 대남 공산화 전략과 통일정책인 자주(미군철수), 민주(공산당 활동 자유화를 위한 국가보안법 철폐), 통일(연방제) 방향을 확인하는 개가를 올렸다.

셋째는 10월 3일자 베이징 합의가 북측의 기존 핵무기, 핵 물질과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이 연내 불능화와 신고 대상에서 제외되었음에도 김정일의 핵 폐기 의사의 진정성을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넷째는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 보장문제를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하면서도 남북한 국방장관들이 11월 중 평양에서 서해 평화협력지대와 각종 협력 사업에 대한 군사적 보장 장치라는 부분만을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다섯째는 공동어로수역 설정 등 서해평화협력지대 합의는 북방한계선을 사실상 남쪽으로 끌어내림으로써 영해 포기, 서해 5도 어민의 생존터전 축소는 물론, 수도권에 미치는 안보 위협을 무시한 것이다.

여섯째는 개성공단 확대와 해주경제특구 건설 합의로 개성공단 진출 기업의 81%가 적자 상태인 현실과 쉽게 개선될 수 없는 북한 제도를 외면한 것이다.

이번 문서는 이행을 위해 실질적인 부담을 짊어지게 될 우리 국민을 설득할 최소한의 명분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첫째, 북한의 개혁·개방을 고려하지 않고 교류·협력과 지원을 한다면 그것은 북한 체제의 질적 변화는커녕 체제강화만을 초래하게 되는 ‘퍼주기’가 될 것이다.

둘째, 북한에 생존하여 있는 국군포로와 납북 어민의 안위에 대하여 한마디도 못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문제도 제기하지 않은 것 역시 국민의 바람을 저버린 것이다.

셋째, 실질 임기가 두 달여밖에 남지 않은 대통령이 각종 남북경협사업의 소요 예산이 얼마 들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정상들이 수시로 만나 현안을 협의하기로 한 것은 희극적 수준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인민주권’과 ‘인민이 위대하다’는 글을 연일 남겨 노동자 계급에 의한 공산당 독재를 찬양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일 대통령의 진심이 이러하다면 만경대 혁명정신을 이어받자는 모 대학 교수의 발언을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한 민족 모두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풍요롭게 잘살면서 세계평화와 인권을 고양하는 ‘올바른 통일’로 나아가기 위한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시급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위해 먼저 현실 무시, 명분 상실, 이행 불능과 같은 총체적 문제를 안고 있는 금번 문서에 대한 국민들의 정확한 이해를 촉구한다.


[송종환 명지대 북한학과 초빙교수]

 

 

[사설] ‘종전 협상 개시 선언’은 또 무슨 쇼인가
[조선일보 2007-10-08 23:21]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의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한다’는 조항과 관련된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정상회담 공동선언답지 않은 ‘3자 또는 4자’라는 비정상적 표현이 결국 중국의 반발을 불러왔다. 청와대 대변인이 “중국은 빠질 수도, 포함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중국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중국은 엄연히 미·북과 함께 정전협정의 당사자로 이의 변경에 관한 선언이 중국을 배제하고 이뤄진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주한 중국대사관에 청와대 대변인 발언의 진의 파악을 지시했다고 한다. 중국의 반발은 북핵 6자회담의 앞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다.

또 엊그제 청와대 대변인은 ‘종전선언을 위한 정상회담이 노무현 대통령 임기 중에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추진하되, 임기를 염두에 두지는 않겠다”고 말해 또 한번 소동이 일었다. ‘임기 중 추진’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들리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북핵 6자회담의 일정은 12월 31일까지 북핵 시설 불능화와 핵물질 신고를 마치도록 돼 있다. 북한이 이에 성실하게 응한다면 내년부터는 북한이 신고한 핵물질과 이미 만든 핵폭탄을 폐기하는 최후의 줄다리기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 임기 중에 종전 선언을 위한 3자나 4자 정상회담을 추진한다고 하니, 그렇다면 북핵 포기 前전에 정상회담 쇼부터 먼저 해보겠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대통령 임기 중 종전 선언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는지 이번에는 송민순 외교부장관이 “(4개국 정상이) 종전 협상 개시 선언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강대국 미·중의 정상과 남북한 지도자가 한자리에 모여 종전 선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협상의 시작을 선언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결국 하루 만에 천영우 6자회담 수석대표가 “협상 개시 선언은 장관급에서 하고 서명은 정상들이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6·25 전쟁의 당사자인 남북한과 미국·중국의 정상들이 한반도에 모여 완전한 종전을 선언하는 것은 역사적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급하게 서둘러 북핵을 건너뛴 채 ‘가짜 평화’ 쇼를 벌일 생각은 그만둬야 한다. 되지도 않을 일에 주변국 반발이나 사는 것도 문제이고, 또 그런 무리를 해서 나라에 무슨 出血출혈을 불러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