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아기 볼 마냥 붉게 물던 단풍잎들이 하늘과 산, 땅을 붉게 태우고 있다.
주요 단풍명산에는 단풍의 절정을 맛보기 위한 등산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지난달 말 금강산에서 시작된 오색 단풍의 향연이 설악산을 거쳐 남하를 서두르고 있다.
중순을 지나면서 쌀쌀해진 날씨 때문에 남녘의 산은 하루가 다르게 붉은빛으로 변하고 있다.
남녘 산의 단풍은 이번주부터 11월 초 까지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지리산 피아골은 단풍이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곳이다.
특히 시원스러운 물줄기를 뿜어내는 폭포와 계곡이 좋아 다양한 모습의 단풍을 즐길 수 있다.
이른감은 있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단풍을 보고 싶은 욕심에 지난 주말 지리산 피아골을 찾았다.
지리산의 단풍은 핏빛으로 표현될 만큼 붉다.
특히 피아골계곡을 따라 붉게 타오르는 단풍은 황홀경에 빠질만큼 아름답다.
피아골은 조선시대 유학자 조식이 '지리산이 붉게 불타니 산홍(山紅), 단풍이 비친 맑은 소(沼)가 붉으니 수홍(水紅), 사람도 붉게 물드니 인홍(人紅)'이라 노래한 삼홍(三紅)의 명승지로 유명하다.
피아골 직전단풍은 빛깔이 고운 붉은 단풍이 장관을 이룬다해서 지리 10경으로도 꼽힌다.
원래 피아골은 오곡중 하나인 피를 많이 심었던 연고로 피밭골이라 부르게 됐는데 점차 발음이 피아골로 바뀐 것이라 전해진다.
피아골 단풍의 출발점인 연곡사로 접어들었다. 절 마당에 서서 올려다보는 지리산 풍경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장관을 이룬다.
절을 지나면 바로 직전마을이다.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인 단풍산행이 시작된다.
단풍산행은 연곡사부터 주릉으로 향하는 40여리 코스가 잘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서도 직전마을에서 연주담, 통일소, 삼홍소까지 이르는 1시간 구간이 으뜸인데 피아골단풍의 환상적인 절경들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일찍 찾은 사람들의 바램과는 달리 산아래는 단풍이 물들지 않아 시작부터 맥이 빠진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한 발 한 발 계곡을 따라 올라섰다.
잠룡소, 통일소, 연주담 등 피아골의 명소가 연이어 나타난다.
조금씩 단풍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빨간색, 노란색, 분홍색 등 막 빛을 띠기 시작한 오색단풍이 계곡을 따라 환상적인 자태를 펼쳐보인다.
울긋불긋한 단풍에 피아골을 찾은 등산객의 얼굴에도 환한 단풍이 곱게 내려앉았다.
연주담에서 만난 한 등산객은 "절정에 이른 피아골 단풍을 볼 수 없어 아쉬움은 있지만 계곡을 따라 정상에서 부터 내려오는 단풍은 환상적"이라고 자랑한다.
피아골 단풍 중 최고로 꼽는 삼홍소의 바위에 앉았다.
주위에는 붉은색, 노란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단풍의 모습이 소(沼)에 잠겨 장관을 이룬다.
단풍구경이 목적이라면 삼홍소까지만 가도 충분하다.
하지만 지리산의 깊은 속살에서 뿜어져 나오는 단풍을 보고 싶다면 경상남도, 전라남ㆍ북도로 갈라진다는 삼도봉으로 올라야 제격이다.
또 뱀사골 단풍도 피아골에 버금간다. 9㎞가량 되는 긴 계곡을 따라 붉은색과 노란색 잎사귀가 '색깔 잔치'를 벌인다.
지리산 피아골=조용준기자 jun21@newsva.co.kr
◇여행메모
△축제=피아골 단풍축제가 구례군 토지면 기촌솔밭 일원에서 11월 3∼6일에 열린다. 피아골매표소는 이달 30일정도면 연곡사까지 단풍에 물든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문의(061)782-1177
△가는길=경부선 회덕분기점을 지나 대진고속도로 갈아타 함양IC에서 88고속도로 이용, 남원IC를 나와 19번 국도, 구례읍에서 하동방면으로 20여분 달리면 피아골 표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