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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람들/멋진 늙은 남자’ 예찬

향기男 피스톨金 2008. 3. 17. 15:15

 

             멋진 늙은 남자’ 예찬


                                   인생은 의외로 멋지다 2008/03/17 08:55 |

 

‘품평에 오를 만한 멋진 늙은(?) 남자들’이 꽤 늘어난다는 최근 현상은 아주 기분좋다. 바야흐로 우리 사회가 익어가는 징조인가? 1970년대, 1980년 대, 자유와 정의를 갈구했던 변혁의 시대에 젊음을 제대로 불태웠던 남자들이 많아서일까? 불행히도 ‘너무도 일찍 늙어 버리는’ 우리 사회에서 괜찮게 익어 가는 남자가 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인데, 멋진 늙은 남자들이 는다는 현상은 세상 좋아지는 징조가 아닌가. 나는 그렇게 마음먹기로 했다.

새삼 늙은 남자가 눈에 띄는 것은 내가 늙어 가기 때문만은 아닌 듯싶다. 10대인 딸도

“아, 이 남자가 더 늙어서 죽어 버리면 어떡해!”

 할 정도로 늙은 남자를 근사한 남자로 거론하니 말이다. 물론 딸과 내가 대상으로 여기는 남자는 꽤 다르다. 경험한 남자 폭이 적은 딸은 배우나 감독이나 가수들을 꼽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나는 그보다야 풍부하지 않겠는가? 눈에 밟히고 귀에 들리고 발에 차이는 게 남자다.^^

우리 문화에서는 멋지게 익은 늙은 남자를 일컫는 어휘가 영 마땅치 않다.(나는 지금 ‘늙은 남자’라는 어휘를 쓰는 것에 영 신경 쓰이고 있는 중이다.^^) ‘신사’라는 말은 그리 맛이 없으며, ‘양반’이라는 말은 지루하게 들리고, ‘중년’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중늙은이로 느껴져서 별로다. 그렇다고 50대, 60대 하자니, 나이란 놈은 항상 흘러가는 것이라 그리 탐탁지 않다. ‘익은 남자’ 하자니, 익기야 어느 나이에도 익을 수 있으니 또 그렇다. 그러니 그냥 ‘늙은 남자’로 대충 넘어가자. 
                                              ***


그럼 어떤 ‘멋진 늙은 남자’들이 떠오르는가? 실례를 무릅쓰고 꼽아 보자면.

최근 단연코 ‘최고의 멋진 늙은 남자’는 통합민주당의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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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뉴시스



‘저승사자, 특검, 꼬장꼬장, 칼바람, 고집불통’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의 말들이 붙어서 오히려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있다니, 우리의 세태를 오히려 원망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얼마나 편법과 비상식이 판을 치면... 평생을 원칙대로만 살아온 법관이 정치개혁의 기수로 떠오르니 얼마나 멋진가. ‘정치인의 정치는 나의 정치보다 하수’라고 일갈하는 박재승 위원장이 가끔 한 번 웃어주면 그게 그렇게 신기해 보인다.

‘굽히지 않는 소신’, 연륜의 멋진 소산이다.   

‘신화’라는 코드로 우리 곁에 새삼 다가온 작가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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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에 본격 작가로 자신을 드러낸다며 끈기의 칼을 닦던 모습, 익히 읽던 그 움베르코 에코 책들의 번역 작가였다. 나중에 그 존재를 알게 되어 더욱 좋다. 그의 언어는 벽돌로 쌓는 건축적 언어다. 영화 <장미의 이름>에서 윌리엄 수도사 역할을 했던 배우 숀 코너리보다도 그 역할을 더 멋지게 할 듯한 풍모와 그 긴 팔과 그 긴 손가락. 그리고 그들을 휘저어 대는 직접 화법도 독특하기에 멋지다.   

가수 조영남이 그렇게 ‘삶의 맛, 사람 맛을 아는 남자’로 익어 가리라고 누가 상상했겠나. ‘너무 잘 불러서 노래가 맛이 없다’고 나는 그의 노래를 마땅찮아 했었는데, 노래도 새삼 다시 들리는 판이다. ‘망가지는 듯 하면서 망가지지 않는 늙은 남자’의 이미지를 만들기란 정말 쉽지 않다. 조영남에 대해서는 팬도 많고 안티도 많지만. 팬이건 안티건 가리지 않는 너그러움도 갖추게 되었으니 연륜이란 역시 좋은 것이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가장 멋지게 쓰는 남자가 음악인이자 시인, 정확히는 음유시인이라 불러야 할 한대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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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쫌’ 주소”, “행복‘으’ 나라로 갈 테야”에 반했었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도 세계화되고(?) 세련되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20대의 그 남자가 60대에 접어들어도 역시 그 남자라는 것이 얼마나 안심이 되는가. 바뀌지 않는 것은 역시 ‘혼’뿐이다.     

글을 칼처럼, ‘칼놀림’처럼 쓰는 작가 김훈은 『칼의 노래』라는 책을 쓸 만하다. 작가의 성정과 작업의 성정과 주인공의 성정은 닮는다. 기자 출신 작가라는 레테르가 아니라 ‘그 연세(?)’에 현장 일선 기자로 다시 뛰는 배짱이 주목할 만하다. 삐딱한 말투에 곧바른 어법도 아주 잘 어울리지 않나.

‘우아한 공적 남자’라는 귀한 존재로 떠오른 경제학자 정운영. 한 시대를 풍미했던 TV의 ‘정운영의 백분토론’을 봤던 여자들이 많기를 바랄 뿐이다. ‘까다로운 남자의 까다로운 유머’를 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 ‘예의 바른 남자의 송곳 질문과 칼 멘트’를 보는 것만큼 짜릿한 경험도 없다.(정운영이 작년 여름 별세했을 때 참 아까웠다. 아직 하실 일 너무 많은데 너무 일찍 돌아가셨다. 정말 멋진 늙은 남자의 전형이 되었을 터인데. 한 네티즌은 나의 '입방정 때문'(?)이라고 안타까워하였을 정도였다.)

***                      ***

이 멋진 늙은 남자들의 공통점, 본업이 뭐든 글을 쓴다. 또 잘 쓴다. 확실히 글이란 표현의 수단이자 훈련의 수단이다. 글쎄, 외관은? 짤막한 남자, 기다란 남자, 뚱한 남자, 무뚝뚝한 남자, 수다스러운 남자도 있다. 편하게 보이는 남자도 있고 겁나 보이는 남자도 있다.

가장 매력적인 공통점은 이 늙은 남자들의 ‘솔로性’ 아닐까? ‘자유족’, ‘독립족’, ‘홀로족’이라는 것,

혼자 있을 줄 아는 남자, 혼자 있을 때 자신을 찾을 것 같은 남자, 홀로 있을 때 가장 빛나는 남자, 여럿에 휘둘리지 않고 홀로 자태가 빛나는 남자.

 ‘솔로성’이 바로 ‘청년성’의 유지 비결인지도 모른다.
청년 같은 ‘멋진 늙은 남자’들... 

‘멋진 늙은 남자’의 리스트는 물론 더 있다.
음악인에서 연극 연출인으로 변신해도 한결같은 ‘아침이슬’의 김민기,
 고집불통 남자의 지혜와 소박한 생활 유머를 오갈 줄 아는 탤런트 이순재(그의 보수적 정치 성향은 좀 그렇지만^^),
홀로 <뿌리깊은 나무>(1980년대를 풍미했던 문화잡지의 이름)를 심었던 고 한창기 등.
온갖 장애물을 겪었기 때문에 닦이고 익어 가는 카리스마가 빛나는 남자들이다.


기업인이나 정치인 중에서 잘 익은 늙은 남자를 찾기 어려운 것은 우리의 불행이다. 반세기 전만 해도 정치인들은 우리 사회를 리드하는 멋쟁이였건만, 아쉽다.

생기기는 못생긴(죄송^^), 그러나 기막히게 감동적인 글을 쓸 줄 알던 백범 김 구 선생, 확실히 ‘명분’이 바로 섰던 사회 분위기가 멋진 늙은 남자를 만드는지도 모른다. 요새처럼 ‘실리’만 너무 밝히는 사회에서는 기업인이나 정치인이 멋지게 늙어 가기란 하늘의 별 따기일까? 더덕더덕 욕심 살 붙은 남자, 뺀질뺀질 매끈하게 살 빠진 헬스클럽 남자와 골프 남자, 뼈와 살이 분명치 않고 혼 없는 말을 뿌려 대는 남자들을 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늙을수록 ‘솔로’적 혼의 가치가 더 귀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

내가 꼽는 근사한 늙은 남자들의 사생활이 어떻다는 것이 나의 품평에 작용할까, 안 할까?
독자들에게는 어떤지? 글쎄다. 이것만은 확실하다. ‘멀리 있는 남자’의 경우는 그들의 사생활, 이성과 가족과 집에 대한 태도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생활이나 정서생활에서 문제없는 남자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편견 중 하나다. 용서하시라! 

 

         
                            Ave Maria /임형주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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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속에 남을 즐거운 이시간을 위하여
                            따뜻한 가족 들과  마음과 마음에
                               기쁨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서로 이쁜 사랑들 나누시며
                           오손도손 행복한 시간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향기男피스톨金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