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수시장 진출 리스크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중국을 염두에 두는 기업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막상 현지에서 사업을 시작한 뒤 만만찮은 현실에 직면한다.
점점 더 복잡해지는 중국 인력관리도 한국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높아진 인건비다. 중국 저임금 노동자의 대부분은 농촌에서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온 농민공들이다. 최근 농민공 수가 급격히 줄면서 도시지역 기업들이 구인난에 시달리게 됐다.
중국 지방 취업관리국에 따르면, 부족한 농민공 숫자가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600만명에 달한다. 인력난에 시달린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임금인상이라는 당근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됐다.
80~90년대생 목소리 커져 임금인상 압박
'조화로운 사회’를 주창하는 중국 정부도 최저임금 인상정책을 강력하게 밀고 있다. 광동성은 광주시 최저임금을 월 860위안(약 14만9051원)에서 1030위안(약 18만4967원)으로 올리는 등 평균 20% 이상 올렸다.
개방의 시발점인 심천의 지난해 월평균 임금은 4263위안(약 76만5549원)으로 2001년 2162위안(약 38만8251원)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랐다. 이처럼 최근 10년 사이 각 도시 노동자의 임금은 2~3배 뛰었다.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노동자 파업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대만계 IT업체인 폭스콘이나 일본 자동차업체 혼다의 파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 회사는 각각 임금을 122%, 34%씩 인상한 뒤에야 정상적으로 공장을 돌릴 수 있었다. 베이징현대차도 납품업체인 베이징성우하이텍 파업으로 사흘 동안 공장이 멈춰선 적이 있다.
10년 전과 달리 중국 인력관리가 쉽지 않은 이유는 80년 이후 태어난 '바링허우(80後)'들 때문이다. 이들 세대는 중국 노동인구의 50%를 차지하는 이른바 'Y세대'다. 과거처럼 불합리한 처우에도 묵묵히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 제 목소리를 낸다.
한 한국 현지법인 관계자는 "중국법인은 한국인 총경리 아래 조선족 관리자와 한족 노동자로 구성되는 게 일반적인데 이 구조를 깨고 한족도 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높은 부동산 임차료 '남는 게 없다'
한국기업에 정통한 한 중국인 기업인은 '중국은 어떤 나라냐'는 질문을 받을 때 가장 난감하다고 한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세요. 한국에서도 수도권과 지방, 지방 중에서도 부산과 제주에서의 사업전략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의 소득수준과 성향 등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중국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기업은 중국을 뭉뚱그려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13억명이나 되는 시장을 하나의 그림으로 그려낸다는 생각부터 말이 안 됩니다. 지역별 소비자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들어가지 않으면 백전백패입니다."
과거 한국 기업인 사이에선 '중국은 양말 13억켤레 시장'이란 말이 유행했다. 중국인 13억명이 양말 하나씩만 사줘도 사업이 흥한다는 뜻에서 번진 말이다. 그러나 중국은 절대 13억명 시장이 아니다. 쉽게 말해 13억명이 똑같은 양말을 사지 않는다. 취펑화 세계경영연구원 연구원은 "중국은 복합적이고 다양성을 지닌 국가라 1억명 시장만 잡아도 성공"이라고 말했다.
김형열 한아화장품 대표는 중국을 33개 지역시장으로 보고 접근한다. 예를 들어 화둥지역 저장성과 장쑤성은 소비문화, 역사, 문화, 언어, 유통구조 등이 확연히 다르다. 화장품사업을 할 때도 어떤 곳은 방문판매, 어떤 곳은 전문점, 어떤 곳은 백화점 판매 등으로 세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선 보다 시장을 세분화해 작은 시장을 공략하고 점점 큰 시장으로 옮겨가는, 이른바 '점선면'전략을 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동방CJ가 중국에서 홈쇼핑사업에 성공할 수 있던 요인도 철저하게 시장을 분석한 데 있다. 배후도시가 있고 소비자 소득수준이 높은 상하이와 선전을 공략했기에 무리 없이 안착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 특성뿐 아니라 지역별로 인력고용 정책도 제각각이다. 최저임금도 다르고, 성별 고용기준, 보험 가입 여부도 다 다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선 부동산 임차료도 내수시장 진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업체는 지난 99년 중국시장에 진출한 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진출 12년 차지만 이제 겨우 10여개 매장을 여는 데 그쳤다. 가맹점은 물론 직영점도 이익을 쉽게 내지 못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치솟는 임차료였다.
현재 베이징이나 상하이 대도시 지역의 중심상권 임차료는 300㎡ 기준으로 월 20만위안(약 3600만원)에 달한다. 한국의 강남이나 명동 못지않게 비싸다. 6년 임대가 끝난 뒤 재계약할 때면 또 30~40%가 늘어난다. 이런 매장에서 이윤을 남기려면 적어도 월 80만위안(약 1억5000만원)의 매출이 나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다.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