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들/세 상 사람들

공대 나온 前 삼성 사장, 지금 뭐하나 봤더니… 사회학과 교수님?

향기男 피스톨金 2012. 12. 24. 10:37

공대 나온 前 삼성 사장, 지금 뭐하나 봤더니… 사회학과 교수님?

  • 원선우 기자  

  • 입력 : 2012.12.24 03:01 | 수정 : 2012.12.24 09:21

    [황창규 前 삼성 반도체 총괄사장, 내년부터 서울대 강단에]
    "미래 과학·기술은 '사람' 중심… 융합적 사고 틀 마련해주는 게 제가 강단 서는 이유입니다"

    '황의 법칙'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뉴스위크 선정 세계 10대 신사고 혁신 경영인'.

    국내외 IT업계에 발자취를 남긴 세계적 반도체 전문가 황창규(59)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장이 내년부터 서울대 사회학과 초빙교수로 2년간 강단에 선다. 사회과학 분야 석·박사 학위가 없는 공학계열 인사가 교수로 초빙돼 사회학을 강의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다.

    "미래 과학·기술은 '사람' 중심으로 변합니다. 미래를 고민하던 제가 사람을 분석하는 학문인 사회학·사회과학을 강의할 수 있게 된 이유 아닐까요?"

    내년부터 서울대 사회학과 강단에 서는 황창규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장은“공학과 사회과학의 접점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서울대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며 토론하고 싶다”고 말했다. /환경재단 제공
    황 단장은 사회학과에서 '기술·정보산업과 미래사회'를 주제로 강의할 예정이다. 삼성의 전설적 반도체 총괄 사장에서 한국 과학·기술 연구를 이끄는 R&D 전략기획단의 초대 단장까지 지낸 황 단장만큼 미래 과학·기술 분야 현실을 잘 아는 사람도 드물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황 단장은 "내가 아는 미래 과학·기술의 현실을 설명하고, 사회과학도들에겐 새로운 사고를, 공학도들에겐 폭넓은 사고를 하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했다. 과학·기술의 변화가 가져온 사회변화 모습을 학생들과 함께 관찰하고 토론하면서 '융합적 사고'의 틀을 마련해 주고 싶다고 했다.

    황 단장은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던 2002년 국제반도체회로학술회의(ISSCC) 기조연설에서 "반도체 메모리 집적도는 1년에 두 배씩 증가하며, 이 성장은 모바일 기기와 디지털 가전 등 '비(非) PC' 산업에 의해 주도된다"는 내용을 담은 '황의 법칙(Hwang's Law)'을 주창했다. '황의 법칙'은 당시 반도체업계 성장을 설명하는 이론이었던 '무어의 법칙'을 반박하는 혁명적 이론이었고, 업계 정설로 자리 잡았다. '무어의 법칙'은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가 제시한 이론으로, 반도체 집적도는 1년 6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그 변화는 PC 산업에 의해 주도된다는 내용이다.

    사회학과는 공학도 출신인 황 단장이 사회학·사회과학 전반에 새로운 시각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 단장은 2009년 서울대 자연대 물리천문학부 초빙교수로 임용돼 '미래사회의 융합기술' '반도체가 만드는 세상' '기술경영과 전략-창조적 리더십' 등을 주제로 강의해 학생들에게 호평받은 바 있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장은 "엔지니어 출신인 황 단장은 평소 사회과학도들과 자주 만났고, 사회변화와 정책 연구에 관심이 컸다"면서 "IT 관련 정책이 사회에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말해줄 수 있는 국내 최고 전문가"라고 말했다. 사회대 관계자는 "황 단장은 서울대 학생들에게 공학과 사회과학의 접점을 예리하게 포착할 수 있는 통찰력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