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마시는 이야기들/세계술 이모저모

폭탄주 심리도 마음도 쿵쾅쿵쾅

향기男 피스톨金 2005. 11. 28. 13:59

폭탄주 먹고 권하는 심리 몸도 마음도 '쾅쾅쾅…'



[일간스포츠 맹준호 기자]

 

폭탄주는 한국에만 있는 문화다. 술자리에서 폭탄주를 여러 잔씩 돌리고, 모두 같은 양의 술을 마셔야 하며, 게다가 단숨에 들이키는 음주방식은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문화다. 외국에서도 맥주와 양주를 섞어 마시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칵테일이지 폭탄주가 아니다.

 

지난 5 서울 무교동의 술집에서 열린 기업체 영업부의 송년회. 술자리 흥이 오르자 어김없이 폭탄주가 돌기 시작했다. 부장의 주도로

시작된 폭탄주 퍼레이드는 무려 다섯 순배가 지나고서야 막을 내렸다.

 

애호가도 많지만 반대론자도 많은 폭탄주. 이런 음주방식을 즐기게

한국인 특유의 사회적 심리는 어떤 것일까. 폭탄주를 마시고 권하는

사회적 심리는 단순한 같으면서도 복잡하다.

 

첫째로 영웅심이다. "내가 171 폭탄주 대결을 벌여서 쓰러뜨린

사람이야" 운운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마시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며 남에게도 강권하는 타입. 다른 사람이 먼저 '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몹시 즐거워한다.

 

취한 상태서 여성에게 '느끼한 접근' 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망신당하는 경우도 이런 타입에서 많이 발견된다.

둘째로는 '집단' '조직'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심리를 있다.

 

똑같은 양의 폭탄주를 나누어 마시고 함께 취해야 조직의 결속을 다질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남자다움' '뭉쳐야 산다' 말을 생명같이 여기는 마초들이 많다. '강권' '애정'으로 착각하며, 검찰 언론 상하

 

관계가 엄격한 직종에서 특히 폭탄주 문화가 발달한 것도 유사한

심리를 바탕으로 한다.

 

셋째로는 조급함이다. 당장 취해서 취흥을 느끼고자 하는 조바심 때문에

 폭탄주를 마셔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의 경우다. 술자리에 앉자마자

 ", 일단 돌리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넷째로는 일종의 '기싸움'이다. 특히 지도층의 술자리와 비즈니스 상의

자리에서 이런 기류가 자주 흐른다. 주최즉과 손님 모두 '술에서 지면

망신이다' '몸을 사리거나 도망가면 남자도 아니다'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겉으로는 웃지만 비겁자로 낙인찍히기 않기 위해 결사적인

자세로 술자리를 버텨내는 경우다.

 

밖에 순전히 '재미' 폭탄주를 돌리는 사람들이 있다. 술자리의 단조로움을 피하고 재미있는 술자리를 만들어 보자는 의도. 폭탄주를 즐기는 사람 가장 '건전한' 사람들이라고 있으나 술자리 '게임' 열중하다 심신상실 상태가 되기 십상이다.

 

마음누리 신경정신과 정찬호 원장은 한국에 폭탄주가 급속도로 퍼진 이유에 대해 "한국 사람이 가진 '화끈함'이라는 정서가 빨리 취하는 폭탄주와 맞는데다 주법 자체가 가진 재미와 스릴, 긴장감도 주당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맹준호 기자 next@daily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