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마시는 이야기들/세계술 이모저모

폭탄주 유래는?

향기男 피스톨金 2005. 11. 28. 13:51

폭탄주 유래.



지금도 폭탄주 술자리에 가면 가끔 부닥치는 것이 폭탄주 유래에 대한 일부 주당들의 반론이다. 폭탄주의 발상지로 필자는 1983년 가을 춘천의 기관장회의였다고 지적했다. 당시 춘천지검장이었던 박희태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주당들은 1983년 이전에도 폭탄주는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희태 의원의 말은 이렇다. 당시 춘천 기관장회의 참석자는 강원도 지사, 안기부(현재 국가정보원 전신) 강원도 춘천 분실장, 2군단 보안부대장, 강원도 경찰국장, 강원일보 사장, 강원 MBC사장 등이었다.

 

한마디로 당시 춘천지역을 움직이는 실세 기관장들로 이들은 이틀이 멀다하고 자주 회동해 술을 마셨다고 박의원은 회고했다. 권복경 당시 강원도 경찰국장이 "10,20년전 옛날에 마셔본 적이 있는 술이 있는데 참 맛이 좋더라."고 제의해 폭탄주를 마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즉 맥주잔에 양주잔을 떨어뜨린 칵테일이다.

 

그러나 권씨는 필자와의 통화에서 그 기관장 모임에서 폭탄주를 마신 것은 사실이지만 폭탄주를 자신이 제의했다는 박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당시 기관장회의에서는 '화합주'라고 했다가 강원도에 오는 손님들에게는 '강원도 특산주'로 권했다고 말했다.

 

이들 기관장들은 각각 강원도에 출장오는 인사들에게 폭탄주를 가르쳤다. 그리고 나중에 부산 등 다른 지방으로 전근가면서 폭탄주를 전국에 전파했다. 박의원은 당시 권익현 민정당 대표, 법조계 선배인 이한동 전 국무총리에게 폭탄주를 권했다. 박의원은 대전 지검장으로 가서 역시 대전 법조계 등에 폭탄주를 퍼뜨렸다.

 

폭탄주 발상지가 춘천 지검장회의라는 주장을 반박하는 주당들은 그 이전에도 폭탄주를 마셨다는 주장을 편다. 필자 역시 박의원의 주장을 뒤집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1980년대초 이전에 폭탄주가 있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기억과 전언에 불과할 뿐 이를 뒷받침할 만한 또다른 인물이나 사료는 유감스럽게도 없다.

 

한화그룹의 임원들은 1950년대 중반에도 이른바 '다이너마이트주'를 마신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룹의 공식 기록 어디에도 이를 증명할 자료는 없다. 군대에서 1960년대나 1970년대에도 폭탄주를 마셨다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김진선 전 수방사령관은 1988년 이전에 폭탄주를 마셔본 적이 없다고 회고했다. 그는 대단한 주당이며 노태우 전 대통령이 9공수여단장이던 1970년대부터 '술상무'였는데도 폭탄주 첫 시음은 훨씬 뒤라고 말했다.

 

역시 주당으로 결국 1979년 술자리에서 운명한 박정희 전 대통령도 양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마시지는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주전자에 얼음을 넣고 양주를 콸콸 부어 주전자에서 잔으로 따라 마시는 한국적인 칵테일을 즐겼다.

 

또 막걸리에 맥주를 섞은 이른바 '삐따꾸주'를 즐겼지만 폭탄주를 제조해 마시지는 않았다. 따라서 지금까지 박희태 의원 등 당시 춘천 기관장들이 폭탄주의 원조라는 것을 부인할 증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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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서울신문 논설위원
'폭탄주,그거 왜 마시는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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