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마시는 이야기들/세계술 이모저모

폭탄주 헌법1조 1항

향기男 피스톨金 2005. 11. 28. 14:08
 

ꡒ폭탄주헌법 제1조 제1항을 아십니까ꡓ

최근 선보인 新型 폭탄주 제조법


■데킬라 폭탄주=맥주잔에 맥주를 따른 뒤 양주를 넣어 마시는 정통 폭탄주에 양주 대신 멕시코 데킬라를 넣은 것이다. 맛이 부드럽다. 유명 탤런트나 가수 등 연예가에서 유행하는 변형 폭탄주다.

■월드컵주=모 국회의원이 신문사 간부 시절 사용하던 폭탄주. 충성주의 변형이다. 맥주를 따른 잔 위에 젓가락 두 개를 올려놓고 그 위에 양주잔을 올려놓는다. 충성주가 술잔 위에 머리를 박아 그 충격으로 양주잔을 맥주잔 속으로 떨어뜨리는 것이라면 월드컵주는 젓가락을 앉은 채 발로 쳐서 떨어뜨리는 것이다.

■샤워주=역시 충성주의 변형. 맥주잔에 젓가락을 놓고 양주잔을 올려놓은 채 맥주를 타면 거품이 좍 올라간다. 그때 젓가락을 하나만 쳐 양주잔을 넘어뜨리면 잔이 넘어지면서 양주가 쏟아져 3분의1은 없어진다. 대부분 사람들이 잘 모른다. 눈썰미가 있어야 보인다. 순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양주가 줄어들어 술이 약한 사람을 봐주기 위해 사용한다.

■설중매 폭탄주=설중매주를 맥주잔에 넣고 여기에 양주 알잔을 넣어 마신다. 이때 매실알을 하나 넣는다. 이 술은 1인당 석잔을 넘기면 안된다. 독하고 굉장히 맛이 안 좋다.

이스탄불주=막걸리에 양주를 넣는다. 동서양 만남의 폭탄주다. 그러나 한잔 이상 먹으면 안된다. 막걸리 냄새에다 양주가 섞여 술을 왜 먹나 하는 회의가 들 정도다.

■야쿠르트주=양주를 따르고 여기에 야쿠르트 3개 정도와 숙취해소음료인 컨디션 2개를 넣는다. 그리고 공기로 술을 퍼먹는다. 양주맛이 안나고 마시기에는 부드럽다. 그러나 마시고 나면 술기운이 확 오른다.


같은 법조계에서도 전통적으로 검사들은 판사나 변호사보다 술이 강하며 폭탄주도 많이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 그런가. 무엇보다 검사들은 집단으로 모여 술을 먹고 기자들과 자주 어울리기 때문이다. 판사들은 혼자 일하고 개인성향이 강하다. 검사처럼 몰려다니며 술을 마시는 분위기가 아니다. 반면 검사들은 예컨대 특별한 일이 아니면 혼자 술을 마시러 가지 않는다. 반드시 동료나 후배에게 ꡒ같이 가자ꡓ고 부른다.


한 검사 출신 인사는 ꡒ폭탄주를 마시고 잔을 흔들어 맥주잔과 그 안의 양주잔이 부딪쳐 딸랑딸랑 하고 소리가 나도록 ꡐ규격화ꡑ된 것도 아마 검찰에서 만들어졌을 것ꡓ이라고 추정했다.

 

즉, 폭탄주헌법 제1조 제1항인 ꡐ무조건 만든 사람이 먼저 먹어야 한다. 그리고 먼저 마시고 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적ꡑ이라는 폭탄주 술자리 규정이 검찰에서 제정되고 손질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래서 ꡒ초임검사가 폭탄주 제조권을 갖는 일은 없다. 그럴 경우 무한한 영광으로 알고 마셔야 한다ꡓ고 전했다.


검찰 내에서 폭탄주의 전설적 인물이 적지 않은 것도 이런 풍토에서 비롯한다. B모 검사는 폭탄주를 마셨다 하면 10잔 이하로는 끝내지 않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검사가 강원도 지역에서 근무할 때 그 지역 청년회의소가 자리를 주최해 폭탄주 마시기 시합이 붙어 그가 이겼다는 ꡐ전설ꡑ도 내려온다.

 

 1990년대 초반 경남지역 어느 지검에는 당시의 주당들이 많이 모여 일단 회식을 시작하면 5~6명이 폭탄주 100잔을 마시지 않고서는 회식을 끝내지 않는다는 소문도 파다하게 퍼졌다. 폭탄주를 마시고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으로 파장을 빚은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은 오래 전부터 부하들과 회식하러 가면 앉자마자 폭탄주 두잔을 만들어 좌우 양쪽으로 돌린 것으로 유명하다. 밥이 나오기 전에 ꡐ기를 죽여놓는다ꡑ는 것이다.


검찰은 수년 전만 해도 아주 단결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검사간에는 상사와 부하간 관계가 아니라 그냥 선후배로 통했다. 고등학교 동문회와 비슷한 점이 있었을 정도. 후배 검사이지 부하 검사라면 뭔가 잘못됐다는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선후배의 끈끈한 분위기가 남아 있지만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검사들의 개인행동이 늘고 있다는 것이 검사 출신들의 이야기이다. 옛날만 해도 선배들이 일이 있다 싶으면 후배들이 대신 당직도 서주었다. 후배가 수사에 어려움이 있으면 당연히 선배한테 가서 물어보고 ꡒ수사 잘못하고 애로가 있으면 선배가 도장찍는 위치까지 다 가르쳐 주었다ꡓ고 한 변호사는 말했다.


ꡒ일 잘못하면 선배한테 불려가서 혼났다. 그런 식으로 일을 배웠으며 그래서 실수도 내지 않았다. 평검사라도 기수별로 서열이 엄격했다. 선배가 아무리 어려도 기수가 빠르면 깍듯이 ꡐ선배님, 선배님ꡑ했다.ꡓ


한 검사 출신은 ꡒ자신들의 술자리에서 ▷폭탄주를 만들 때 양주잔을 미리 넣고 양주를 따른 다음 맥주를 넣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맥주를 넣고 양주잔을 퐁당 빠뜨리는 것이 바람직한가로 논란이 빚어졌다ꡓ고 말했다. 정통 폭탄주 제조법은 알잔을 넣고 양주를 따른 다음 맥주를 붓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왜 그런가. 그는 선배검사로부터 ꡒ그렇게 배웠다ꡓ고 했다. 맥주를 따르고 그 안에 양주잔을 퐁당 떨어뜨리는 것은 술이 튀어 체신머리없는 짓이라고 하는 선배들도 있었다. 양주잔을 넣은채 양주를 먼저 따른 뒤 그 위에 맥주를 따르면 거품이 넘치지 않는다. 그래서 지저분해지지 않아 정통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폭탄주를 받아 들고 마시는 과정을 의식화한 절차, 예컨대 잔을 받고 음주후 역배(잔을 머리 위로 들어 한 방울도 남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의식), 타종(잔을 흔들어 딸랑딸랑하게 소리내는 것)도 유행했다.

 

ꡐ노털카찡떼ꡑ(폭탄주를 받으면 놓지도 털지도 말고 카하지도 찡그리지도 말고 떼지도 말고)라는 식의 허무맹랑한 술집의 규칙도 많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폭탄주는 회오리주․무지개주 등으로 각종 변형이 다수 등장했다. 한 변호사는 ꡒ폭탄주가 사회 민주화와 연관이 있나 보다ꡓ며 웃었다.


당시만 해도 판사 역시 거의 같은 학교 출신에 연수원 선후배나 동기여서 검사들이 선배 판사를 ꡐ선배님ꡑ으로 불렀다. 판사들도 검사들보다야 덜하지만 가끔 여럿이 모여 술을 마시는 경우가 있었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은 수년전 대법관을 보조하는 재판연구관들에게 술을 한잔 샀다.

 

몇명의 간부들이 있는데 인원이 많다 보니 네 군데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재판연구관들은 계속 마셨다. 참석자 중 한 연구관은 술자리가 고깃집이었는데 고기는 못 먹고 폭탄주만 마시고 쓰러진 기억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교적 끈끈한 판사, 검사와 변호사의 관계는 수년전 법정비리사건이 터지면서 거의 남남처럼 됐다. 과거처럼 법원쪽에서도 검사들의 의견을 존중하려 하고 판사들의 애로사항을 검사가 해결해 주는 풍토도 거의 없어졌다. 판․검사가 술도 같이 어울려 먹고 운동도 같이 했는데 이제는 그런 경우는 거의 사라졌다.


ꡒ현직에 있던 사람이 변호사로 나가면 현직을 후원한다는 생각으로 안에서(검찰이나 법원) 고생하는 사람들을 뒷바라지하는 것이 뭐가 잘못됐느냐, 술도 사주고 사기도 올려주고­밖에서 보면 로비라고는 하겠지만­이런 생각이었다. 술도 마음껏 얻어먹고 오늘 저녁을 같이 술 먹고 잘 논다.

 

그리고 나서 그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에서 영장을 발부한다든지 그런 사건이 간혹 있었다. 또 술 먹으러 갔다. 판․검사가 대개 학교 동문이고 연수원 선후배고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이고 그래서 서로 그럴 수 있지 하고 이해했다.ꡓ


ꡒ옛날에는 검사들은 한달 내내 죽도록 일을 하고 월말에 마무리짓고 나면 검찰청 부근에 몰려가서 때려먹는다. 일도 부장검사에게 밀어버리고 술에 취해 자는 사람도 있고 또 열심히 일했다. 초임검사 중에는 요즘 선배들에게 하소연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여론에 두들겨맞고 권한은 줄어든 것 같고 술 마시는 재미도 없다. ꡐ도대체 무슨 재미로 사느냐ꡑ는 것이다. 지금도 검찰청에 가면 한달의 보름은 밤에 불이 다 켜 있을 것이다. 옛날이나 요즘이나 장단점이 있지만 요즘은 확실히 너무 메말랐다는 느낌이다.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