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마시는 이야기들/세계술 이모저모

폭탄주, 반드시 나쁜 酒法 아니다 사례분석

향기男 피스톨金 2005. 11. 28. 14:11
 

ꡒ폭탄주, 반드시 나쁜 酒法 아니다ꡓ


장사장의 경우에도 초면일 경우 ꡐ토하고 다시 돌아와서라도ꡑ 끝까지 술자리를 지킨다. 구면일 경우에는 서로 술실력에 따라 ꡐ핸디ꡑ 조정을 해주기도 한다. 일본사람에게는 잔을 조금만 비워도 술을 따르는 첨주(添酒)문화가 있다. 첨주도 간단하지 않다. 술을 한모금 마시자마자 다시 가득 따르는 바람에 적지 않게 마시게 된다. 장사장은 ꡒ폭탄주는 어떤 면에서 접대측이나 접대받는 측이 공평하게 한잔씩 마시고 빨리 취해 분위기를 돋우는 점에서 술 마시기로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ꡓ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주한 외국인 비즈니스맨들 역시 폭탄주를 멀리할 수 없는 분위기이다. 다카스기 노부야 한국후지제록스㈜ 회장은 자신의 술 실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ꡒ폭탄주는 한잔 정도ꡓ라고 말했다. 옛날에는 소주 반병 또는 한병 정도로 자신의 주량을 표시했지만 이제는 외국인들도 스스럼없이 ꡐ폭탄주 몇잔ꡑ을 술실력의 척도로 인용하는 것이다.


외국계 기업인들은 한국인 종업원을 상대하면서 조직 장악이나 친화를 위해 폭탄주를 마시게 된다. 로만손의 김기문 사장은 ꡒ음식은 가리는 것 없이 잘 먹고 특히 술을 아주 좋아한다.ꡓ 폭탄주 5~6잔은 거뜬히 마신다. 크라이슬러코리아 웨인 첨리 사장은 외국인이지만 맥주에 양주를 섞은 뒤흔들어 거품을 내는 ꡐ회오리 폭탄주ꡑ제조법까지 터득했을 정도다.


연예계에도 적지 않게 폭탄주가 유행이다. 인기 여배우인 K씨는 술이 세기로 소문나 있다. 특히 그는 양주 대신 멕시코 술인 데킬라를 사용해 폭탄주를 제조해 즐겨 마신다. 초반에 K씨와 동석하면 새벽 2~3시까지 술자리에서 풀어주지 않을 정도로 끈질기다. 그의 술자리에는 이름을 대면 알 만한 탤런트나 개그맨들이 즐겨 동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주연급 여배우 K씨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ꡒ회식자리에서는 폭탄주로 좌중을 압도한다ꡓ며 술실력을 과시했다. 목소리의 마술사로 불리는 성우 배한성씨도 폭탄주 몇잔쯤은 하는 술실력이지만 새벽방송과 운전 때문에 자제하는 편이다. 탤런트 이창훈은 색다른 이유에서 폭탄주를 마신다. 그는 친한 형들과의 술자리를 즐긴다고 밝히고 ꡒ체중관리를 위해 안주를 덜 먹으려고 껌을 안주삼아 씹으며 폭탄주를 마신다ꡓ고 폭탄주 음주의 색다른 이유를 공개했다.


문화계에서는 문화부 차관까지 지낸 김동호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이 폭탄주 애호가로 통한다. 그는 관리시절 배운 술 실력으로 국내영화 진흥에 공을 세웠다. ꡒ폭탄주 10발쯤은 시원하게 마신다ꡓ는 그의 실력은 해외에까지 알려졌다.


체육계는 우수한(?) 체력으로 폭탄주를 애호하는 분야이다. 야구해설가 천보성은 야구 감독들의 술 실력을 이렇게 소개했다.


ꡒ감독 중 맏형격인 해태의 김응룡 감독은 게임 내용에 만족하지 못하면 샤워도 하지 않고 소주 2~3병을 마셔 끓는 속을 푸는 스타일이다. 8개 구단 감독자회의에서도 폭탄주를 직접 만들어 후배들에게 권하기도 했다. 1997년 5월5일 어린이날. 두산은 잠실 LG전에서 이경필의 호투로 3-0 완봉승을 눈앞에 뒀으나 7회에 조인성에게 동점 3점 홈런을 맞으며 결국 역전패당했다. 치통에 시달리던 두산 김인식 감독은 결국 가슴을 치며 새벽 4시까지 폭탄주를 마셨다.


친구 사이로 삼성의 사령탑을 인수인계한 서정환과 김용희는 폭탄주 30잔을 들이켰다. 쌍방울의 김성근 전 감독도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술을 자주했다. 김명성․이희수․김재박․이광은 감독도 말술이다. 왜? 비정한 승부세계에 살기 때문이다.ꡓ

2000년 11월7일 2000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패권을 놓고 7차전에서 ꡐ마지막 승부ꡑ를 벌인 현대와 두산의 빅쇼를 구경하기 위해 1만4,000명의 관중이 수원구장으로 몰렸다. 두산의 김인식 감독은 ꡒ3연패후 2승을 올린 다음 폭탄주 2잔을 했다. 3연승을 한 후에는 4잔을 마셨다. 고스톱으로 치면 네번째 고를 외치는 것이나 다름없다ꡓ고 말했다. 경기에 대한 계속적인 결의 표시로 이 감독은 폭탄주를 들어 설명한 것이다.


ꡒ저희들끼리는 으레 폭탄주 마신다ꡓ


정치판의 술자리는 여전히 세다. 폭탄주를 자제하자는 결의가 여러번 나왔지만 별로 변화가 없는 곳이 정치판이다. 지난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묘역을 참배한 국회의원들이 여자를 끼고 룸살롱에서 술을 마셨다고 해서 문제가 됐다. 술자리에 동석했던 임수경씨가 폭로한 것이다. 그러나 정치부 기자들은 국회의원들이 지방 출장가서 폭탄주를 마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고 전했다.


사실 정치판 풍토 자체에 술이 배어 있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만 해도 처음에는 술 못마시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ꡐ한잔 돌리지ꡑ하며 폭탄주로 술자리를 주도할 정도가 됐다. 정치판에 와서 보니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아랫사람이 ꡒ보스가 술 한잔도 못한다ꡓ며 씹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술을 익히지 않을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란다.


정치가에서는 술을 마시지 못하면 리더의 목소리가 서지 않는다. 또 정치판 술자리에서 폭탄주 하지 말자고 제안하면 ꡒ뭐 저런 놈이 다 있냐ꡓ며 왕따당하는 분위기다. 요즘 정치권 분위기는 겉으로는 폭탄주를 자제하지만 ꡒ그들끼리 만나면 으레 폭탄주를 마신다ꡓ고 정치부 기자들은 말한다.


2000년 10월24일 국정감사 도중 국회 건교위 소속 한나라당 권기술 의원과 민주당 송영진 의원은 낯뜨거운 욕설을 주고받았다. 1주일 뒤인 30일 대구시청 국감이 끝난 뒤 만찬석상에서 김영일 위원장이 두 의원에게 ꡒ이제 화합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ꡓ고 권하자 권의원이 ꡒ앞으로 의형제처럼 잘 지내겠다ꡓ고 했고 송의원도 ꡒ앞으로 형님처럼 깍듯이 모시겠다ꡓ고 화답했다. 두 의원은 즉석에서 화합 기념 폭탄주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합뿐만이 아니다. 현직 국회의원인 C모 의원은 대놓고 ꡒ지역구 관리할 때는 폭탄주가 가장 좋다ꡓ고 말한다. 맥주만 돌리는 것보다 폭탄주는 몸을 보호하고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ꡒ정동성 장관은 대단한 술꾼ꡓ 북한 기자들 감탄


남한의 햇볕정책은 북한에도 폭탄주를 전파했다. 동독 프라이베르크대학 유학중 1989년 귀순한 장영철씨는 ꡒ남한에서 대학을 다시 다니고 회사생활을 하면서 남한은 ꡐ술과의 전쟁ꡑ을 치르는 사회라는 느낌이 들었다ꡓ고 토로한 적이 있다. 그는 ꡒ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12월 한달 동안 마신 술만 해도 북한에서 20여년간 마셨던 양보다 훨씬 많다. 주변을 봐도 12월이 되면 약까지 먹어가며 아예 술에 젖어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ꡓ고 전했다.


이어 ꡒ민주화가 진전돼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 것이 술자리 분위기다. 군의 상명하복 체계가 그대로 통용된다. 상사나 선배가 돌리는 폭탄주․회오리주를 ꡐ쫄따구ꡑ가 어찌 감히 거절할 것인가. 싫은 기색을 내비칠 양이면 내무생활의 고달픔을 감수해야 한다. 신세대의 등장으로 술자리 군사문화가 도전받고 있다지만 아직은 여전히 간 큰 선배, 간 큰 상사, 간 큰 남편들이 분위기를 지배하는 듯하다ꡓ고 말했다.


남한의 인사들이 북한사람들을 대하면서 점차 폭탄주를 가르치고 있다. 북한에 폭탄주를 공식 전파한 것으로는 1990년 10월12일 밤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동성 체육부 장관과 박종환 감독은 통일축구대회 참석차 선수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중이었다. 통일축구대회는 분단 이후 45년만에 남북을 한 핏줄의 감동으로 흥분시킨 최초의 남북 체육교류였다. 평양에서의 마지막 밤인 이날 늦은 시각에 정의원의 방을 두드리는 북측 사절이 있었다. 그는 김정일(현 국방위원장)이 정장관과 박감독을 만나기를 원한다는 얘기를 전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늘 코냑만 마시는 코냑 애호가. 예외없이 이날도 코냑이 나왔다. 그러던 중 정장관이 ꡐ남한식 음주법ꡑ이라며 폭탄주 시범을 보였다. 정장관은 ꡐ빨리 취하는 법ꡑ이라는 설명과 함께 ꡒ한국의 군인사회에서 이런 음주법이 유행한다ꡓ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위원장이 폭탄주를 마셨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후 정장관은 세상을 떴다.


남북회담 과정에서 한 북한 기자는 당시 ꡒ정동성 장관은 대단한 술꾼ꡓ이라고 기억하더라는 말을 남측 기자에게 전했다.


지난 2000년 9월24일 남북 국방장관회담 전야에도 술자리가 벌어졌다. 제주 롯데호텔에서 2시간여동안 진행된 남북 대표단 만찬에서 조성태 국방장관과 김일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은 축배 제안에 따라 포도주로 건배했다. 우근민 제주지사가 알콜도수 35도의 제주 특산 ꡐ허벅주ꡑ 자랑을 늘어놓았다. 독한 허벅주 잔이 한, 두순배 돌면서 만찬은 차츰 ꡐ기(氣)대결ꡑ 분위기로 치달았다.


우리측 대표들이 한명씩 일어나 13명의 북한 대표단에 계급순으로 일일이 건배하고 마지막으로 김일철 부장에게 잔을 맞추자 북측 대표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응수했다. 결국 양측 대표단 대부분이 이 독한 술을 최소한 30잔 가까이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잔이 소주잔보다 약간 작은 것임을 감안하면 2홉들이 소주 3병 이상의 분량. 양측은 그러나 누구 하나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측에서 ꡐ폭탄주ꡑ까지 제의했으나 북측이 ꡒ내일 회담을 생각하자ꡓ고 만류, 남북 군수뇌들 간의 술대결은 더이상 확전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남북정상회담의 밀사 역할을 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남북간 정상회담 성사를 폭탄주로 기념했다. 중국 상하이(上海)와 베이징(北京)을 오가며 벌인 여섯차례의 극비접촉을 통해 ꡐ역사적인ꡑ 남북정상회담 합의가 이뤄졌다. 박지원 문화부 장관과 송호경 북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은 23일간 여섯차례의 비밀 접촉 끝에 ꡐ남북합의서ꡑ에 서명했다.


4월8일 오후 7시25분 두 사람은 합의서에 서명하고 실무진 배석하에 베이징 ꡐ장안구락부ꡑ에서 성사를 자축했다. 남북한 대표의 만찬에는 폭탄주가 등장했다. 박 전 장관은 ꡒ북한의 송부위원장이 술을 잘 마시더라. 한민족은 폭탄주 체질인 것 같다ꡓ고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요즘에는 대학생들 사이에도 폭탄주가 퍼져 있다. 대학가에서는 졸업생들이 후배들에게 한 수 가르쳐 준다며 폭탄주를 권한다. 이제는 젊은 대학생들끼리 폭탄주를 마신다.


여대생인 노은영(서울 서초구 방배동)씨는 한 신문 독자투고란에 ꡐ부끄러운 대학생 음주문화ꡑ를 고발했다. ꡒ언제부터인가 모르게 대학생들 사이에 폭탄주가 유행이다. 학교 주변 학사주점 같은 데나 좀 비싼 단란주점에까지 대학생들이 바글바글하고, 그곳에서는 꼭 폭탄주가 돈다. 고액과외를 해서 아마도 이들의 돈벌이가 예전보다 몇곱절 나아져 씀씀이가 헤퍼지면서 대학생 양주문화가 생긴 것 같다. 양주 한병에 5만~6만원은 기본이다. 술집에서 먹으면 술값이 10만~20만원은 쉽게 나온다. 학생들의 용돈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지만 이제는 세태가 달라졌다. 돈 좀 번다고 양주에 폭탄주까지 마시며 퇴폐적으로 흐르는 대학문화가 일반화돼가고 있다ꡓ고 말했다.


삼성 이학수 본부장의 폭탄주 체험


국내에서는 대학가까지, 밖으로는 북한과 외국까지 폭탄주가 ꡐ한국식 칵테일ꡑ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국내에서는 폭탄주 비판론도 적지 않다. 모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는 ꡒ폭탄주를 마시는 우리 풍토로는 외국사람들과의 협상을 당해내지 못한다ꡓ고 비판했다. 그는 대우자동차 포드사 매각 실패와 한보철강 해외매각 실패의 한 원인도 따지고 보면 ꡒ폭탄주문화 때문ꡓ이라고 주장했다. 폭탄주문화는 즉흥적, 감정적인 일처리를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ꡒ장․차관이나 기업체 사장도 만나서 폭탄주를 마시고 그 다음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협상에 나온다. 미국사람들은 전날 쉬고 연구하다 나와 이성적인데 어떻게 당해내겠나?ꡓ


이 변호사는 ꡒ사람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싶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에 나가면 예외없이 폭탄주를 돌려 가기 싫을 지경ꡓ이라고 말했다. 어찌보면 그 정도로 폭탄주가 널리 퍼져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술에 약한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도 그만큼 크다. 삼성그룹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은 체질적으로 술을 한잔도 못한다. 오너 아닌 샐러리맨으로는 대그룹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그는 협력업체들을 대접할 때는 오래 전부터 단골술집에 간다. 그 술집은 보리차를 진짜 양주처럼 감쪽같이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곳에 도착하면 이 본부장은 잔을 돌리지 말고 각각 한병씩 놓고 마시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그가 삼성생명 사장일 당시 황학수 회장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엄청 고생을 했다. 황회장은 엄청 술이 세다. 미리 양해를 구했는데도 황회장이 취한 나머지 ꡒ당신도 한잔ꡓ하며 이사장에게 진짜 폭탄주 한잔을 건넸다. 이사장이 그 잔을 일곱번에 나눠 홀짝홀짝 마셨다. 그리고는 의식을 잃었다.


K고등검사장 역시 술을 입에도 대지 못하는 체질이다.그러나 그는 ꡒ술 못마시는 나도 검사장 됐으니 술 못먹는 것으로 슬퍼하지 말라ꡓ고 술에 약한 후배들을 격려한다고 한다.


한 중견기자는 최근 ꡒ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생일파티에서 콜라와 사이다를 섞어 폭탄을 만들어 마시자고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ꡓ고 말했다. 필자의 큰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6학년 반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선생님이 ꡒ어제 술 한잔했다ꡓ고 하자 아이들이 말을 받아 모두 ꡒ폭탄주 말이지요ꡓ라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는 것이다. 그만큼 폭탄주는 꼬마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것이다. 아직 양주를 마실 만한 여유가 없는 계층에는 폭탄주문화는 ꡐ일부 잘 사는 층의 문화ꡑ로 받아들여져 괴리감을 부추길 것이다. 또 실제로 폭탄주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도 폭탄주는 이제 해외로 또 북한으로까지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나 정치인이 아무리 없애려고 나서도 폭탄주는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폭탄주는 어느 일본신문이 소개한 대로 한국을 대표하는 칵테일의 하나로 자리잡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술자리에서 폭탄주를 강요하는 문화 때문에 술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생은 계속될 것이며 별로 개선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폭탄주를 마시고 주책부리다 망신당하는 사태가 없기만 바랄 뿐이다.



인터뷰 이민호 TG랜드 사장 


한해 평균 1,000잔 마시는 폭탄주 전문가의 폭탄주論


삼보컴퓨터와 전자랜드21이 합작한 전자제품과 컴퓨터 전문 인터넷 쇼핑몰인 TG랜드의 이민호(40) 사장은 벤처기업인이지만 폭탄주라는 아날로그식 주법에 흠뻑 심취해 있는 최고경영자다. 그는 2000년초 가만히 되돌아보니 20세기 마지막 해인 1999년에 1,000잔의 폭탄주를 마셨다고 추산했다. 평균 1주일에 3~4번 술자리에 가서 매번 다섯잔을 마셨으니 그런 답이 나온다. 그는 폭탄주를 어쩔 수 없이 많이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 아주 즐긴다. 그의 폭탄주와 보드카 애호론을 들어보자.


ꡒ보드카는 45도로 독하다. 보드카는 원래 얼려 먹는 술이다. 단골 술집에 갈 때는 미리 보드카를 냉장고에 넣어달라고 부탁한다. 병을 따면 반쯤은 얼어서 꿀럭꿀럭한다. 아주 찬데 목구멍에 들어갈 때는 불꽃처럼 타들어간다. 처절한 이율배반의 술이다. 어떻게 차가운 것이 들어가는데 내 몸은 뜨거우냐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보드카를 매우 좋아한다. 마찬가지로 차가운 맥주에 탄 폭탄주도 보드카와 비슷해 아주 좋아한다.ꡓ


그는 술자리에서 폭탄주를 즐겨 만들어 돌릴 뿐 아니라 새로운 폭탄주를 개발하려고 노력(?)한다. ꡒ즐겁고 재미있게 마시는 것이 좋아서다.ꡓ 그래서 생각도 하고 새로운 종류의 폭탄주를 직접 개발한다. 그가 스스로 개발한 폭탄주는 30여가지. 그 가운데 절반은 방법이 ꡐ좀스러워ꡑ 별로 사용하지 않고 나머지 15가지는 자주 쓴다. 이사장은 ꡒ4명이 폭탄주를 4잔씩 마실 경우 각각 잔마다 방식을 달리한다ꡓ고 말했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것은 맥주잔에 맥주를 따른 뒤 젓가락 두개를 올려놓고 그 위에 양주잔을 얹은 충성주의 변형 모델들. 충성주는 원래 박치기로 충격을 줘 양주를 떨어뜨리지만 그는 팔뒤꿈치로 젓가락 한개만 슬쩍 떨어뜨리거나 위에서 젓가락을 치는 식의 변형을 개발했다.


그는 ꡒ폭탄주의 도수는 정확히 19도이다. 40도짜리 양주와 4.5도짜리 맥주를 맥주잔에 섞으면 그렇다. 19도라면 약한 소주에 해당한다ꡓ고 설명한다. ꡒ원래 독주는 작은 잔에, 약한 술은 큰 잔에 마신다. 그런데 폭탄주는 소주를 맥주잔으로 마시는 것과 같다. 따라서 빨리 취한다ꡓ는 것이 그의 폭탄주론 1장1절이다.


회오리주를 잘 만드는 비법도 있다. ꡒ회오리를 만들 때 한쪽으로 돌리다 반대편으로 돌려야 한다. 공기 압축이 중요하다. 종이를 딱 눌러야 한다. 종이를 적시고 지그시 눌러 주었다가 거품을 빼고 눌러 주면 압착이 잘 된다.ꡓ


이사장은 자신이 사정주(射精酒)를 만들면 술이 천장까지 2m는 올라간다고 밝혔다. 술이 잘 솟구치게 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ꡒ사정주는 반드시 잔 주위의 물기를 잘 닦아야 한다. 맥주는 방금 딴 병에서 넣어야 한다. 거품을 많이 넣으면 안되고 잔에 가득 채워야 한다. 양주를 맥주 위에 넣고 다시 그 위에 맥주를 넣는다. 맥주잔 위에 씌우는 랩은 두겹으로 한다. 한겹이면 찢어지기 때문이다. 두겹의 랩 사이는 뜨면 안된다. 칠 때 잘 쳐야 한다. 구멍을 적당히 뚫어 잔을 돌리지 말고 살짝 돌려 친다. 깨질 경우에 대비해 충격이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ꡓ


그는 정밀한 벤처산업 기술자처럼 폭탄주의 모든 것에 치밀하고, 정확하게 개발한 노하우를 갖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폭탄주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