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들/재밋는 명절 세시

중국 춘절(春節: 설날)

향기男 피스톨金 2006. 1. 28. 11:16

               

     [춘절(春節: 설날)]

 

 

 

천지에 봄이 가득하니  집안엔 복이 가득하고

하늘이 세월을 더하니  사람은 나이를 더한다

 

음력 1월 1일, 즉 우리의 설날이다.

이 날은 중국인들이 가장 중시하는 전통 명절로, 공식적인 휴일은 3일이지만 농촌에서는 며칠간 계속 쉰다.

중국은 3천여년 전부터 줄곧 음력을 사용해 왔는데, 그 때에는 음력 정월 초하루를 "신년(新年)"이라 하였다.

20세기 초에 중국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양력을 채용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양력 1월 1일을 "신년(新年)"이라 하고, 음력 정월 초하루를 개칭하여 "춘절(春節)"이라 하였다.

 

"춘절"은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춘(新春)이 다시 돌아오면 만물이 모두 새로워지고 새로운 파종과 수확의 계절이 다시 시작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천지신명과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며 오곡이 풍성하고 만사가 뜻대로 되기를 기원한다.

 

춘절의 다른 이름으로 "과년(過年)"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이 "과년"에 대해서는 흥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옛날 중국에 "년(年: 니앤)"이라는 괴상한 짐승이 살고 있었는데, 길쭉한 머리에 뾰족한 뿔을 한 이 짐승은 성질이 매우 흉악하였다. 이 짐승은 평소에는 깊은 바닷속에 살다가 섣달 그믐날만 되면 육지로 올라와 가축을 잡아먹고 사람을 헤치곤 하였다.

따라서 섣달 그믐날만 되면 "년"이라는 놈을 피해서 온 마을 사람들은 깊은 산속으로 도망가야만 했다. 어느해 그믐날 사람들이 다시 짐을 꾸려서 산으로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동쪽에서 한 백발노인이 찾아와 한 노파에게 자기를 하룻밤만 묵게 해주면 그 "년"이라는 놈을 쫓아 버리겠다고 하였다.

 

마을사람들은 그 노인의 말을 믿지 않았으며, 노파도 그 노인에게 빨리 산으로 숨기를 권했다. 그러나 노인은 고집을 꺾지 않고 끝까지 마을에 그대로 남아있겠다고 하였다. 마을사람들은 하는 수없이 노인을 그대로 남겨둔 채 급히 산속으로 숨었다.

 

드디어 "년"이라는 놈이 나타나서 사납게 마을을 덮치려고 할 때, 백발노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년"을 향해 폭죽을 터뜨렸다. 갑자기 터진 폭죽소리에 깜짝 놀란 "년"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더 이상 앞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알고보니 "년"이라는 놈이 가장 두려워한 것이 바로 붉은색과 불빛, 폭죽소리였던 것이다. 이때 대문이 활짝 열리더니 붉은 도포를 입은 노인이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

 

그것을 본 "년"은 혼비백산하여 줄행랑을 쳤다.

그 다음날 사람들이 마을로 돌아왔을 때 마을은 아무일이 없었다는 듯이 조용했으며, 그 노인도 보이지 않았다.

그제서야 마을사람들은 그 백발노인이 자기들을 위해 "년"을 쫓아주러 온 신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때 사람들은 그 백발노인이 "년"이라는 놈을 쫓을 때 사용했던 세 가지 보물을 발견하였다. 이로부터 매년 섣달 그믐날이면 집집마다 붉은 대련(對聯: 댓구로 된 글귀)을 붙이고, 폭죽을 터뜨리며, 밤새 등불을 환히 밝혀놓게 되었다는 것이다.

 

매년 음력 12월이 되면 춘절의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기 시작한다. 전통적인 관습에 따르면 음력 섣달 초파일에는 "라빠저우(臘八粥)"를 먹는다. 라빠저우(臘八粥)란 쌀 좁쌀 찹쌀 수수 팥 대추 호두 땅콩 등을 삶아서 만드는데 "오곡이 풍성하다(五穀豊盛)"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음력 섣달 스무 사흗날은 조왕신( 王神)에게 제사지내는 날로 부엌 벽의 신상 앞에 맥아당(麥芽糖)을 바친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조왕신이 이것을 먹은 후에 하늘이 계시를 내릴 때에 이 집의 주인을 위하여 좋은 말을 해주고 행운을 내려준다고 한다. 이것은 중국인들이 과거에 항상 말하던 "하늘이 좋은 일을 말하면, 집에 돌아와서 상서러운 일을 내려준다(上天言好事, 回宮降吉祥)"는 것이다. 지금은 이러한 미신적인 방법이 이미 사라졌다.

춘절에 농촌에서는 실내에 연화(年畵)라고 하는 그림을 붙이고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꾸민다. 연화(年畵)의 종류는 많고 다양한데 옛날에는 "잉어를 안고 있는 아기(娃娃抱鯉魚)"나 "용주경기(賽龍舟)" 등의 그림이 많았으나, 지금은 인기 영화배우와 풍경화 등이 많아졌다.

 

그리고 대문에는 댓구의 글귀(위의 양쪽 세로로 붉게 쓴 글과 같은 것임. 제일 위에 가로로 붉게 쓴 글이 이 대련에 대한 해석임)나 문신상(門神像)과 "복(福)"자를 붙인다.

 

댓구의 글귀는 붉은 종이에 붓으로 쓰는데, 첫째는 분위기를 장식하는 것이고 둘째는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희망을 표현한 것이다.

 

문신(門神)은 악마를 쫓는 작용을 한다.

"복"자는 오른쪽 아래에 있는 그림과 같이 반드시 거꾸로 붙여야 한다. 그 이유는 "거꾸로"라는 뜻의 중국어 "도(倒)"와 "오다, 도착하다"는 뜻의 중국어 "도(到)"의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자를 거꾸로 붙이면, 그것은 중국어 발음상에서 바로 "복이 들어온다(福到了)"라는 것과 동일한 의미가 된다.

 

 

 

<각종 연화(年畵) 감상>

 

 춘절 전날 밤, 즉 음력 섣달 그믐날은 "제야의 밤"이라는 뜻으로 "제석(除夕)"이라 하는데, 이날에는 온가족이 함께 모여 풍성한 만찬인 제야의 음식, 즉 "니앤예판(年夜飯)"을 먹는다.

 

 "니앤예판(年夜飯)"을 다 먹으면 온가족이 둘러앉아 담소를 즐기거나 놀이를 하며, 때로는 밤새 한잠도 자지 않는데 이를 "수세(守歲: 까치설)"라 한다.

 

TV가 보급된 이후로 "제석(除夕)" 저녁에는 항상 중앙 TV 방송국과 각 성시(省市) TV 방송국에서는 모두 춘절 이브닝쇼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실혈을 기울여 준비한 춘절 이브닝쇼 프로는 형식과 내용면에서 매우 다채롭고 인기스타들이 모두 출연하며 심야까지 계속 방영한다.

 

전국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프로를 시청하면서 매우 즐거워하기 때문에 그것은 이미 과거의 "수세(守歲)"를 대신하게 되었다.

밤 12시가 되면 집집마다 마치 폭풍취우(暴風驟雨)처럼 일제히 폭죽을 터뜨리는데 그것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며 춘절의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고대의 사람들은 전염병은 산귀신이 퍼뜨린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대나무를 불에 태워서 산귀신을 쫓아내었다. 대나무는 열을 받으면 터지면서 소리를 내기 때문에 "폭죽(爆竹)"이라고 하였다. 후에는 폭죽을 터뜨리는 것으로써 주로 즐거운 마음을 표시하였다.

 

화약이 발명된 이후부터 폭죽은 화약으로 만들게 되었다. 지금은 폭죽의 종류가 매우 많아 그것은 폭발음을 발출할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불꽃도 분출하여 광채가 눈부시다. 매년 연말이 되면 거리에는 곳곳에서 폭죽을 판다. 최근에 북경 등의 도시에서는 화재와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불꽃을 터뜨리는 폭죽을 금지하고 있다.

초하룻날 아침에 북방 사람들은 집집마다 "쟈오즈(餃子: 만두)"를 먹는데 이를 "껑쒜이쟈오즈(更歲交子)"라고 한다.

 

남방 사람들은 니앤까오(年 : 중국식 설 떡)와 탕위앤(湯圓)을 먹는데 이는 "해마다 나아지고(年年升高)"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것(全家團圓)"을 의미한다. 그렇게 한 다음에 친척과 친구를 방문하면서 며칠 동안 계속 "새해인사(拜年)"를 한다.

<껑쒜이 쟈오즈(설날 아침에 먹는 만두)>

* 쟈오즈를 만들 때 제일 먼저 밀가루를 잘 섞어야 하는데 이것을 중국어로 "화면(和面: 허 미앤)"이라 한다. 여기에서 "화(和)"자는 모을 "합(合)"자와 중국어 발음이 "허(he)"로 같다.

 

"쟈오즈(餃子)"의 "교(餃)"자는 서로 "교(交)"자와 중국어 발음이 "쟈오(jiao)"로 같다. 즉 "합(合)"과 "교(交)"는 서로 함께 만나다는 뜻이기 때문에 "쟈오즈"에도 온가족이 함께 만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니앤 까오(중국식 설 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