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섣달 그믐날만 되면 "년"이라는 놈을 피해서 온
마을 사람들은 깊은 산속으로 도망가야만 했다. 어느해 그믐날 사람들이 다시 짐을 꾸려서 산으로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동쪽에서 한
백발노인이 찾아와 한 노파에게 자기를 하룻밤만 묵게 해주면 그 "년"이라는 놈을 쫓아 버리겠다고 하였다.
마을사람들은 그 노인의 말을 믿지 않았으며, 노파도 그 노인에게 빨리
산으로 숨기를 권했다. 그러나 노인은 고집을 꺾지 않고 끝까지 마을에 그대로 남아있겠다고 하였다. 마을사람들은 하는 수없이 노인을 그대로 남겨둔
채 급히 산속으로 숨었다.
드디어 "년"이라는 놈이 나타나서 사납게 마을을 덮치려고 할 때,
백발노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년"을 향해 폭죽을 터뜨렸다. 갑자기 터진 폭죽소리에 깜짝 놀란 "년"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더 이상 앞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알고보니 "년"이라는 놈이 가장 두려워한 것이 바로 붉은색과 불빛, 폭죽소리였던 것이다. 이때 대문이 활짝 열리더니 붉은
도포를 입은 노인이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
그것을 본 "년"은 혼비백산하여 줄행랑을
쳤다.
그 다음날 사람들이 마을로 돌아왔을 때 마을은 아무일이 없었다는 듯이
조용했으며, 그 노인도 보이지 않았다.
그제서야 마을사람들은 그 백발노인이 자기들을 위해 "년"을 쫓아주러 온
신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때 사람들은 그 백발노인이 "년"이라는 놈을 쫓을 때 사용했던 세 가지 보물을 발견하였다. 이로부터 매년 섣달
그믐날이면 집집마다 붉은 대련(對聯: 댓구로 된 글귀)을 붙이고, 폭죽을 터뜨리며, 밤새 등불을 환히 밝혀놓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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