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들/재밋는 명절 세시

여기 어때! 대보름 달맞이 명소 5選

향기男 피스톨金 2006. 2. 9. 18:34

 

    여기 어때! 대보름 달맞이 명소 5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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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을 기점으로 겨울잔치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섭섭한 일이다. 큰 명절 정월대보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정월대보름은 오는 12일. 묵은 것을 보내고 새 것을 맞는 마지막 의식이 벌어진다.

 

휘영청 달빛에 취할 수 있는 달맞이 명소를 찾아가 본다.

 

- 강물에 비친 그윽한 월색에 취해 -

▲여주 강월헌=

 

여주 신륵사 바로 옆 남한강변 절벽바위 위에 세워진 누각이 바로 강월헌(江月軒)이다.

 

목은 이색이 수학했다는 서실이 있던 곳으로, 옛날 이곳에서 나옹화상과 목은 선생이 강물에 비치는 달빛을 보며 사담을 나누었다는 기록이 전해온다.

 

발 아래 절벽엔 세월과 풍파에 반들반들 다듬어진 바위 곁으로 강물이 쉴 새 없이 흐르고 가을을 맞아 푸름을 더해 가는 강심을 따라 물새들이 날아다닌다.

 

신륵사는 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한 고찰. 경내에는 이태조가 심었다는 향나무, 나옹선사의 지팡이가 싹이 터 자랐다는 거대한 은행나무, 무학대사가 심었다는 종향나무 등이 있다.

 

강변 절벽에 있는 신륵사 다층석탑(보물 226호)과 삼존석불상이 모셔져 있는 극락보전도 볼만하다. 귀로에는 이천이나 돈산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 호수에도, 술잔에도, 그녀의 눈속에도… -

 

 

▲강릉 경포대=

 

하늘의 달, 호수에 비친 달, 파도에 어른거리는 달, 술잔 속의 달, 벗의 눈동자에 든 달.

 

경포대에는 모두 5개의 달이 뜬다. 관동팔경의 하나로 꼽혀온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달밤의 풍광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경포대에서만 볼 수 있는 해돋이와 낙조, 달맞이, 고기잡이 배의 야경, 초당마을에서 피어올리는 저녁연기 등은 경포팔경이라 하여 수많은 시인 묵객들의 칭송대상이 돼 왔다.

 

추석은 물론 평소에도 달맞이 인파로 붐빈다.

 

경포해수욕장을 아는 이들은 많지만 경포대를 정확하게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해수욕장 진입로로 들어가다가 호수와 만나는 지점의 왼쪽 언덕에 있다.

 

지방유형문화재 제6호로 앞으로는 바다와 호수, 뒤로는 대관령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다. 율곡 이이가 열살 때 지었다는 ‘경포대부’(鏡浦臺賦), 조선조 숙종의 시 등이 걸려 있다.

 

 

- 달빛의 애무에 취한 해송의 고혹적 자태 -

 

 

▲부산 달맞이고개=

 

바다 위에 둥실 떠오른 보름달을 바라보는 달맞이 여행은 어떨까. 바다와 달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장소로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를 꼽을 만하다.

 

해운대 해수욕장을 지나 미포육거리에서 송정검문소에 이르는 고갯길 5㎞ 정도 거리는 예부터 달맞이 명소로 이름난 곳.

 

송정을 향해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오른편으로 해운대 앞바다가 펼쳐지고 왼편은 고급 주택가와 카페·식당 등이 들어서 있다. 언덕 제일 높은 곳에 자연석으로 된 2m 높이의 달맞이 동산비가 세워져 있다.

 

가장 전망이 좋은 것은 역시 바닷가에 가장 근접한 돌출 부위에 세워진 2층 누각 해월정 위에서다.

 

해월정에 올라서면 오른쪽으로 부산시내와 해운대 백사장의 뽀얀 불빛이, 그리고 정면으로는 잘생긴 해송들의 미끈한 각선미가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준다.

 

 

- 이름부터 ‘달뜨는 산’…기기묘묘 제일경 -

 

 

▲영암 월출산=

 

월출산은 이름 그대로 달맞이 산이다. 일찍이 김시습이 ‘달은 청천에서 뜨지 않고 이 산간에서 뜬다’고 했던 호남의 5대 명산 중 하나. 휘영청 밝은 달빛에 미끈한 몸을 드러내는 바위 봉우리의 절경은 예부터 이름이 높다. 월출산은 지형부터 독특하다.

 

아득한 평야지대에 불끈 솟은 바위산. 금강과 설악의 암봉을 떠올릴 만큼 산세가 기기묘묘하다. 최고봉인 천황봉(809m)은 1,000m도 안되지만 그 독특한 풍광 때문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가장 빠른 산행코스는 월남사 옛 절터에서 시작된다. 월출산의 얼굴에 해당하는 부분. 시누대 숲을 지나 1시간쯤 오르면 암봉지대가 나타나고 다시 1시간쯤 오르면 정상에 이를 수 있다.

 

정상에서는 바다와 남도의 산군이 한눈에 들어온다. 달은 동쪽 바위봉우리 너머 아득한 산자락에서 떠오른다. 호남고속도로~나주~13번 국도~영암 코스.

 

 

- 장엄한 일몰과 월출…도솔천 어드메뇨! -

 

▲서산 간월암=

 

 

서산 방조제 옆 봉분처럼 아담한 바위섬. 물이 빠지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간월도에 간월암이 있다. ‘밤이면 바다에 달이 뜨고 달빛이 흐른다’ 해서, 달 보는 절, 간월암이다.

 

일몰도 장관이다. 일찍이 무학대사가 달을 바라보던 중 일순간에 홀연히 오도(悟道)했다고 한다.

 

1914년 근세의 걸출한 선사인 만공스님이 중창했다. 간월암은 법당, 산신각, 요사, 그리고 미완의 종각이 전부다. 법당에 걸린 간월암 편액은 만공스님 작품이다. 암자 건물은 옹색하고 허술하다.

 

전면으로 아득히 펼쳐지는 바다가 암자의 뜨락이며 도량이다. 바닷물살을 따라 암자가 통째 돛단배처럼 스르륵 미끄러져 나갈 것만 같다.

 

겨울 철새들의 무리로 천수만 하늘엔 군무와도 같은 일대 장관이 펼쳐진다. 간척공사 통에 육지로 바뀐 간월도리는 어리굴젓과 대하·꽃게 등으로 유명하다.

 

서해안고속도로 홍성나들목으로 빠져나와 614번 지방도와 40번 국도를 따라 서해안A지구 방조제로 들어선다. 방조제를 통과하면 왼편에 곧바로 간월암이 나타난다.

 

〈강석봉기자 ksb@kyunghyang.com

 

스포츠칸 2006-02-08 2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