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들/재밋는 명절 세시

정월대보름 상차리기, 한해 가족건강 식탁위 두∼둥실

향기男 피스톨金 2006. 2. 9. 15:52

 

             정월대보름 상차리기

 

       한해 가족건강 식탁위 두∼둥실

 

오는 12일은 음력으로 1월 15일,정월대보름이다.

 

달을 기준으로 삼은 음력을 사용했던 과거에는 한해의 세시풍속 중 ¼이 대보름에 몰려있다고 할 만큼 새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이날을 각별하게 축하했다.

 

이웃 일본에서는 지금도 정월대보름을 ‘소정월(小正月)’이라 부르며 공휴일로 삼고 있을 정도다.

 

전통예술문화원 ‘하누리’의 김한담 대표는 “설날이 가족끼리의 명절이라면 대보름은 이웃의 평안과 번영을 기원하는 마을 공동의 명절”이라고 소개한다.

 

부럼깨물기 같은 개인적인 기복 풍습이 있기는 하지만 줄다리기와 고싸움,쥐불놀이 등의 대보름 민속놀이는 마을 전체가 즐기고 복을 비는 행사였다는 설명이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정월대보름의 대표적인 절식은 신라 왕실에서 먹기 시작했다는 약밥이지만 평민들에게 약식에 들어가는 잣과 대추,밤은 언감생심.

 

민가에서는 대신 쌀,보리,조,콩,기장의 다섯가지 곡식을 넣고 오곡밥을 지었고,세 집 이상씩 이웃과 돌려가며 나눠 먹었다고 한다.

 

반찬으로는 9가지 마른 나물 무침이 상을 장식한다. 대보름의 옛 이름인 ‘상원(上元)’에서 따 ‘상원채’라 불리는 이 나물들은 그 전 가을에 거둬 겨우내 말려두었던 것들로,대보름날 삶아서 기름에 볶아먹는다.

 

특히 취나물로는 김과 함께 밥을 싸 먹기도 했는데,이것을 ‘복쌈’이라고 부른다. 조선 순조 때 김려가 쓴 ‘담정유고’에 ‘쌈 한 입에 열 섬이니 세 쌈이면 서른 섬/올 가을엔 뙈기밭에 풍년들겠네’라는 대목이 있는 것처럼 복쌈은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었다고 한다.

 

홀리데이 인 서울의 한식당 ‘이원’의 김창수 조리장은 “오곡밥과 묵은 나물에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며 “오곡밥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겨울을 견뎌낼 체력을 길러주고,나물 역시 영양소를 고르게 보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한다.

 

 김 조리장의 도움말로 오곡밥과 아홉가지 나물로 대보름 상을 차려보자.

 

 

◇오곡 영양밥(3인분)=

 

<재료>팥·검정콩·수수·차조½컵씩,찹쌀1컵,은행·밤 약간씩,소금1큰술

<만드는 법>

 

①팥은 씻어서 충분히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불에 올린다. 끓어 오르면 물을 버리고 다시 3컵 정도의 물을 부어 팥알이 터지지 않을 정도로 삶은 후 건지고 팥물은 따로 받아둔다

 

②콩은 물에 불리고 수수는 여러 번 문질러 씻어 붉은 물을 우려낸다. 차조는 씻어 건진다

 

③찹쌀은 밥짓기 30분 전에 씻어서 물에 불렸다가 건진다

 

④찹쌀과 팥,불린 콩,수수를 합하여 냄비나 솥에 안쳐 고루 섞는다. 받아놓은 팥물과 물을 합해 4컵 정도로 계량한 다음 소금을 넣고 저어서 밥물로 붓고 불에 올려 끓인다

 

⑤밥이 끓어 오르면 위에 차조를 얹고 중불로 줄인다

 

⑥찹쌀이 익어서 퍼지면 불을 아주 약하게 해 뜸을 들인 후 위아래를 섞어 마무리한다.

 

◇9가지 나물=

 

<재료>고사리35g·양념(국간장1큰술,다진마늘1작은술,다진파·소금 ½작은술씩,참기름 ¼큰술),

 

취나물35g·양념(고사리와 동일),

시금치½단·양념(국간장·참기름 ½큰술씩,

다진파·깨소금½작은술씩,

다진마늘1작은술,소금·실고추 적당량),

 

숙주300g·양념(국간장½큰술,

다진마늘·파1작은술씩,

깨소금½작은술,소금약간),

 

말린애호박50g·양념(깨소금½작은술,다진마늘1작은술,

참기름·국간장½큰술씩,설탕약간),무½개·

양념(소금½작은술,참기름·다진마늘½큰술씩,

다진파·깨소금½작은술씩,설탕약간),

 

시래기250g·양념(국간장·대파½큰술씩,참기름·깨소금·다진마늘1작은술씩,소금약간),피마자잎150g·양념(다진마늘·파½큰술씩,깨소금½작은술,참기름1큰술,설탕약간),

 

도라지150g·양념(다진마늘1작은술,소금·

다진파·참기름½큰술씩,깨소금·설탕½작은술씩)

 

<만드는 법>

①고사리와 취나물은 찬물에 불린 후 삶은 다음 찬물에 다시 담갔다가 물기를 꽉 짜서 5㎝로 자르고,양념을 넣고 무친 다음 볶아낸다

 

②시금치와 숙주는 끓는 물에 데친 다음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짜고 무친다

③호박오가리는 찬물에 10분간 담궈 물기를 짜내고 양념을 한 후 볶는다

④무는 채쳐서 먼저 소금을 넣고 볶다가 양념을 같이 넣고 어느 정도 익으면 뚜껑을 덮고 익힌다

 

⑤시래기와 피마자는 삶은 후 물기를 짜주고 적당하게 자른 다음 무쳐서 볶는다. 시래기는 어느 정도 볶다가 물 ½컵을 붓고 뚜껑을 덮어 잘 익게 한다

 

⑥도라지는 잘게 찢어 소금물에 씻은 다음 끓는 물에 데친 뒤 팬에서 볶으면서 양념을 넣고 익힌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

국민일보 2006-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