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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좋은 과일이 몸에도 좋다

향기男 피스톨金 2006. 2. 18. 00:24

 

          향기 좋은 과일이 몸에도 좋다

 

 


사이언스誌'식물의 향기' 특집

잘익은 토마토 특유의 향기는 지방산·아미노산 등 인체에 꼭 필요한 17개 화합물 냄새

와인서 나는 꽃향기는 포도가 간직한 장미향
 

[조선일보 이영완 기자]

봄 처녀의 아름다움은 아무래도 은은히 풍기는 향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최근 과학자들은 봄의 향기를 만들어내는 식물의 비밀을 찾느라 분주하다.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지(誌)는 10일자 특집섹션으로 식물의 향기를 다뤘다.

 

게재된 논문들에 따르면 향기가 좋은 과일이 몸에도 좋으며, 꽃향기로 유명한 와인의 힘은 실제로 장미향을 간직한 포도 덕분이다.

 

◆ 토마토의 향기


 

미국 신젠타 바이오테크놀로지의 스티븐 고프 박사와 플로리다대 해리 클리 박사는 사이언스 특집섹션에 기고한 논문에서 “잘 익은 토마토 특유의 풋풋한 향기는 인체에 필수적인 지방산으로부터 만들어지기 때문에 결국 필수 영양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토마토의 향기에 담긴 17종의 화합물은 모두 인체에 꼭 필요한 지방산, 아미노산 등에서 유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향기 성분은 재배종보다는 야생종에서 더 많이 검출됐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야생종은 색을 내는 물질 외에 당·유기산·휘발성분 등 토마토의 풍미를 내는 모든 성분에서 재배종을 압도했다.

 

특히 토마토 특유의 향기를 내는 물질들은 야생종이 재배종보다 3배나 많이 함유하고 있었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된 딸기의 향기가 제철에 나오는 밭딸기에 못 미치는 것과 같다.

식물유전자를 연구하고 있는 서울대 강석기 연구원은 “결국 인간은 과일의 색을 좋게 하거나 크기를 키우기 위해 몸에 좋은 성분을 희생해버린 것”이라며 “이 점에서 최근 딸기나 바나나맛 우유에 실제 과즙을 넣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게 맛살에 게 향기만 있고 게 살이 없듯, 과거 바나나맛 우유에는 바나나 향만 들어갔다. 인간은 향기만 맡아도 맛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과즙을 넣으면 맛과 영양성분까지 함께 제공하게 된다. 연구팀은 “식물의 향기엔 세균을 막고 부패를 막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향신료나 양념에 쓰이는 식물이 특히 그렇다.

 

과학자들은 카레의 성분인 ‘쿠르쿠민’의 향은 염증을 방지하며, 생강은 산화 방지, 양파와 마늘, 겨자, 고춧가루엔 항균(抗菌)효과가 있음을 밝혀낸 바 있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이들 향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약간 상한 음식을 먹어도 탈이 없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와인의 향기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와인연구센터 스티븐 룬트 박사 팀은 와인마다 독특한 향이 포도에서 유래했음을 밝혀낸 논문을 사이언스 특집섹션에 발표했다.


 

룬트 박사에 따르면 같은 포도 향이 와인마다 다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화이트와인인 ‘소비뇽 블랑’의 풀 향기를 내는 성분은 레드와인인 ‘메를로’에선 결점으로 작용한다.

 

이 향기는 아직 포도가 덜 익었을 때 만들어지는 향기라서 그 자체론 매력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소비뇽 블랑의 발효과정에서 분자가 1조분의 1 수준의 농도로만 정제되면 특유의 매력적인 향이 된다.

 

또 특유의 진한 꽃향기로 유명한 화이트와인 ‘케부르츠트라미네’엔 실제로 꽃이 곤충을 부를 때 내는 향기성분이 들어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포도는 씨가 덜 여물었을 때엔 동물을 멀리하기 위해 시큼한 향을 낸다. 그러다가 껍질과 과육이 완전히 분리되고 씨앗이 성숙하면 먹음직스러운 달콤한 향기가 난다. 이 향기는 와인으로 발전하면서 더욱 풍성해진다.


 

원예연구소 포도연구센터의 송기철 박사는 “포도의 향은 ‘아로마’로 부르는데 인간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많다”며 “와인의 향이 꽃다발을 뜻하는 불어인 ‘부케’로 불리게 된 것도 발효과정에서 향이 더 풍성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최근 게놈이 모두 해독된 애기장대(식물의 이름)를 분석한 결과, 유전자의 25%가 향기 등의 휘발성 화합물을 만드는 데 동원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식물에게 향기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룬트 박사는 “최근 DNA칩 등 첨단 생명과학기법을 이용해 포도의 향을 만드는 유전자와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연구는 경험에만 의존해왔던 와인용 포도 재배 과정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 이영완기자 [ ywlee.chosun.com])

 

[조선일보 2006-02-1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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