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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밀림속의 앙코르왕조 400년만에 깨어나다

향기男 피스톨金 2006. 2. 27. 14:59

 

         캄보디아,밀림속의 앙코르왕조

 

               400년만에 깨어나다

캄보디아의 고대 유적지 ‘앙코르와트’에 한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다.
 

현지 관리들과 교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22만7000명이 다녀가 외국 관광객 중 1위를 차지했다. 일본과 중국, 유럽 관광객이 뒤를 잇고 있다.

 

오는 11월에는 경주와 앙코르와트에서 동시에 경주세계엑스포가 열릴 예정이어서

한국 관광객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앙코르와트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3월 이후 관광이 제한될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가 한국인 관광을 부추겼다.

 

캄보디아에서 확인했더니 오보였다. 그러나 유적지 일부가 보수·복원으로 출입이 제한돼 있는 것은 사실이었고, 앞으로도 부분적인 관광 제한은 불가피해보였다.

 

서울에서 인도차이나반도 서남쪽에 위치한 캄보디아 시엠립까지는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 비행기로 타이베이, 방콕, 호찌민 등 한 곳을 거쳐 가면 8시간은 족히 걸린다. 주 4회 운항하는 아시아나항공의 인천∼시엠립 직항편으로는 약 6시간10분 소요된다.

 

지난 16일 대만 원동항공을 타고 타이베이를 거쳐 앙코르와트 유적이 있는 캄보디아 시엠립을 찾았다. 프놈바켕의 일몰과 앙코르와트 사원, 앙코르톰, 동양 최대 호수 톤레삽 등을 둘러보는 여정이었다. 돌아보는 순간 유럽 석조문화 못지않은 어머어마한 석조건축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조각하기 좋은 사암을 쌓아 건축했다고 하지만 광대하고도 정교한 조각술이며, 이 많은 양의 돌을 어디서 운반해 왔을까 하는 경외감이 끊이지 않았다. 세계7대 불가사의중 하나라는 말로 경탄을 수습할 수밖에 없었다.

◇이앵나무가 치감고 있는 타프롬사원

시엠립은 캄보디아 3대 도시 중 하나로 한국의 경주 같은 고대 도읍지다. 밀림 곳곳에 고대 앙코르 왕조의 유적이 널려 있다. 9∼15세기 왕조가 융성하던 시절에 만들졌다가 왕조가 망하면서 400년 동안 밀림 속에 묻혀 있었다.

 

이를테면 뱅골보리수 계통의 이앵나무 뿌리가 석조물을 덮거나 파괴하고 있었던 것이다. 19세기 초 유럽의 곤충학자 앙리 무오(1826∼1861)가 발견해 세상에 알렸다고 전해진다.

 

앙코르 유적은 지금까지 50곳가량이 프랑스 기술진에 의해서 복원됐다. 이 중 힌두교 사원이 80%, 불교 사원이 20%를 차지한다. 흔히 방문하는 곳이 앙코르 와트와 앙코르톰, 프놈바켕, 타프롬 정도다.

 

시엠립 시내에서 4㎞쯤 달리면 유적지 매표소가 나오고, 이곳에서 다시 밀림을 뚫고 1.5㎞쯤 들어가면 폭 200m의 해자에 둘러싸인 웅장한 석조건축이 나온다.

 

앙코르 유적 중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앙코르와트다. 여기서 자동차로 5분 정도 가면 왼편으로 프놈바켕이 있고, 다시 5분 정도 달리면 앙코르톰 남문이 나온다.

 

앙코르톰 동쪽에 타프롬 사원이 있다. 앙코르톰을 먼저 보고, 앙코르와트에서는 회랑의 부조를 찬찬히 감상한 뒤 해질녘 프놈바켕에서 일몰을 즐기는 것이 기본 코스다. 타프롬 사원에서는 복원되기 전 거대한 이앵나무 뿌리가 사원을 덮고 있는 엽기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앙코르톰 남문

‘거대한 도성’을 뜻하는 앙코르톰은 한 변이 3㎞인 정사각형의 드넓은 부지 중앙에 수미산을 상징하는 바이욘(금탑) 사원이 있고, 남·북·서쪽에 각각 한개의 문이, 동쪽에 2개의 문이 있는 형국이다. 사원 안에는 몇 개의 테라스도 있다.

 

대체로 남문을 통해 사원에 들어선다. 앙코르톰도 여느 사원처럼 해자를 통과하는 다리 난간이 ‘유해교반(乳海攪拌·우유바다 휘젖기)’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한쪽에는 54명의 신이, 다른 한쪽에는 54명의 악마가 각각 ‘나가’라고 하고 머리 7개 가진 거대한 뱀의 몸통을 붙잡고 있는 형국이다. 유해교반이란 남녀 교합상을 우주 창조의 모습으로 표현한 힌두교의 창조신화.

 

다리를 건너 4개면에 관세음보살의 얼굴이 새겨진 문을 통과하면 신들의 세계다. 아름다운 숲길을 지나 중앙의 바이욘 사원 회랑에 서면 당시 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벽화가 새겨져 있다.

 

예나 지금이나 캄보디아에는 중국인들이 살고 있는데, 부조에는 중국인들의 투계 장면도 등장한다. 바이욘 사원을 지나면 코끼리 테라스다. 중앙의 국왕 전용 테라스에는 반은 새(독수리)고 반은 인간인 가루다 조각상이 있다.

 

그 앞으로 동쪽 승리의 문을 향해 행군용 도로가 곧게 뻗어 있다. 광장에서 코끼리에 올라탄 크메르 병사들의 위용이 느껴진다.

 

◇톤레삽호수로 가는 뱃길과 수상마을

‘앙코르와트’는 본래는 ‘제도(帝都)의 탑’이라는 뜻이었으나, 앙코르제국 멸망 이후 16세기 상좌부(上座部) 불교사원으로 사용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초에는 수르야바르만 2세의 묘로 지어졌다는 주장이 유력하다. 3만명의 숙련된 석공들이 30년에 걸쳐 완성했다고 한다. 동서 1.3㎞, 남북 1.5㎞의 직사각형 모양이다. 서문 다리 난간을 이루는 십자형 테라스가 인상적이다.

 

앙코르와트에는 3개의 회랑이 중첩돼 있다. 바깥 회랑의 동서남북 4개 벽면에는 인도 힌두교의 서사시를 주제로 한 이야기들이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두 번째 회랑 안에는 곳곳에 여신상이 있는데, 1560점이 제각각 다른 모습이라니 놀랍다.

 

중앙사당으로 향하는 마지막 40계단이 75도의 가파른 경사에 좁은 폭으로 나 있어 암벽 등반을 하는 느낌이다. 힘겹게 오르고 나니 내려갈 일이 더 까맣게 느껴진다. 그러나 다른 한쪽 계단에 쇠난간이 만들어 져 있어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중앙부에는 사방으로 불상이 모셔져 있다.

 

‘프놈바켕’은 언덕 위에 지어져 있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 돌계단을 타고 중앙 사당에 도착하니 각국에서 온 많은 관광객들이 낙조를 보려고 앉아 있다. 석양 무렵 장엄한 앙코르와트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고 하는데, 구름에 가리어 그 광경을 놓치고 말았다.

 

◇톤레삽호수에서 커다란 대야를 타고 다니며 달러를 구걸하는 소녀

 

‘타프롬’은 자야바르만 7세가 앙코르톰을 만들기 전에 모후의 극락왕생을 기리기 위해 세운 불교사원이다.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툼레이더’의 촬영무대이기도 하다. 거대한 이앵나무 뿌리가 사원 곳곳을 치감고 있다.

 

밀림 속에 파묻혀 있던 앙코르 유적의 복원 전 본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대로 놔뒀다고 한다. 처음에는 조류가 이동하며 떨어트린 씨가 이끼 낀 사원 위에서 싹을 틔웠을 것이다. 그 싹이 거대한 기세로 자라 유적 전체를 뒤덮어 버렸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문화란 것이 한낱 덧없음을 뜻하는 자연의 비웃임일까. 대자연의 위력에 그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따름이다.

 

시엠립에서 놓칠 수 없는 것은 원시의 삶이 숨쉬는 톤레삽 호수다. 시엠립 남쪽에 있는 남북으로 길게 나 있다. 건기(11∼4월)는 서울의 5배 정도 크기이고, 우기(5∼10월)은 이보다 3배는 더 늘어난다고 한다. 호수라기보다는 거대한 바다와 같다.

 

캄보디아인들은 이 호수를 ‘캄보디아의 어머니’라고 부른다. 국민의 주식인 생선의 63%를 이 호수에서 잡는다. 톤레삽 호수를 가려면 시엠립 강변으로 나 있는 수상마을을 지나야 한다. 수상에 2m 이상 기둥을 박고 서 있는 가옥 구조가 인상적이다.

 

시엠립강이 범람하면 언제든지 거주지를 벗어났다가 물이 빠지면 다시 돌아온다. 우리 같으면 오줌조차 누기 싫은 흙탕물에서 남녀노소가 미소를 지으며 목욕을 즐긴다. 이들의 삶은 종교인처럼 순수해보인다.

 

어쩌다 외지인들이 구호품을 던져줘도 먼저 받으려고 다투지도 않는다. 그저 자연에 순응하면 만사가 편안한 뿐이다. 캄보디아인들은 연꽃을 즐긴다. 빈민촌 파리가 꼬이는 곳에서도 연꽃은 핀다. 이들은 연꽃 살 돈만 있어도 길가에서 연꽃을 사들고 사원을 찾아가 절을 한다.

 

캄보디아 여인들은 앙코르 유적에서 보이는 압사라(천상의 무희)처럼 절제된 춤을 출 줄 안다. 끝없이 펼쳐진 밀림, 청아한 연꽃, 캄보디안들의 맑은 미소를 보노라면 가슴 가득 평화가 담겨온다.

 

◇꽃잎을 예쁘게 접어내린 연꽃

 

시엠립(캄보디아)=정성수 기자 hulk@segye.com

 

[세계일보 2006-02-23 16:18]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아다지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