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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 가면 닭갈비? 닭발도 있어요!

향기男 피스톨金 2006. 3. 13. 23:33

               

                  춘천에 가면

 

        닭갈비? 막국수,닭발도 있어요!

 
▲ 매콤한 양념이 쏘옥 배어 있는 닭발 볶음. 특히 부드럽게 뜯기는 맛이 일품이다.
ⓒ2006 나영준
호수, 안개, MT, 완행열차, 이외수, 그리고 드라마 <겨울연가>. 모두 춘천하면 떠오르는 단어와 영상들이다. 춘천은 사람들 기억 어느 곳에 머무르고 있을까. 첫사랑의 아픔을 떨쳐내고자 서둘러 집어탄 기차가 머무는 종착역, 상처 난 가슴에 독주를 들이부어 서투른 응급처치를 취하던 푸른 날의 기억들….

그렇게 춘천이라는 도시는 단순히 강원도의 도청소재지라는 지정학적 위치보단, 마음속 한 구석 텅 빈 그리움이 만들어낸 이상향에 자리하고 있을지 모른다. 고향을 떠난 이들이 한잔 술에 낮은 시골집 담장을 그리워하듯, 불현듯 턱없는 지난날의 추억이 떠오를 때면 누구라도 기억의 골목을 빠져나와 남실대는 소양강 물빛을 엿보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춘천의 대명사 중 한 가지 빼 놓은 것이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울 것 없을 정도로 유명해진 전 국민의 먹을거리 '춘천 닭갈비'가 있지 않을까. 지난 3일(금) 취재 차 춘천으로 향하는 길, 기꺼이 마중약속을 해준 그 지역의 박병순 시민기자를 떠올리며 저녁은 100% 춘천 닭갈비가 될 것이라 확신하고 가는 길 내내 '냠냠' 입맛을 다셨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소양강이 내려다보이는 호젓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마치니 시간은 어둑히 저녁으로 향했고 어느덧 뱃속은 "배고파!"와 "닭갈비!"를 동시에 부르짖고 있었지만 그는 별 말 없이 <겨울연가>, 아니 닭갈비의 거리 춘천 명동을 휘적휘적 지나치고 있었다.

"배고파 죽겠는데 웬 닭발?", "일단 드셔보시죠"


 
▲ '서비스'로 내주는 맛 난 주먹밥,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양념에 찍어 먹어야 '제대로'다.
ⓒ2006 나영준
"닭갈비 안 먹나요?(배고파 죽겠는데, 막국수도 먹고 싶단 말야)"
"어, 닭갈비도 맛있지만 그건 너무 빤하잖아. 닭발 어떨까? 좋은 집이 있는데."
"예, 그러죠, 뭐.(젠장, 그거 별로 뜯을 것도 없잖아…)"

툴툴대며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중심가 명동을 지나 강원도청과 시청방향으로 접어들었다. 곧이어 지척 거리의 도심인데도 변방처럼 느껴지는 허름한 건물들이 숨은 그림처럼 하나둘 생겨난다. 어느 골목에선가 80년대의 노동가요가 태연히 흘러나올 것 같은 분위기에 슬며시 낯설음이 가시고 있었다.

 
▲ 가장 중요한 건 정성이라던 주인 아주머니.
ⓒ2006 나영준
도착한 곳에선 '륭림숯불닭발'이라는 다소 낯선 상호가 기다리고 있다. 식당 안은 마당을 없애고 그 자리를 테이블이 차지한 듯하다. 입구 쪽, 방 한구석을 차지하고 앉았지만 잠시 부풀었던 기대가 아무도 없는 썰렁한 가게분위기에 다시 가라앉는다.

그래도 박 기자는 가끔 소주 생각이 날 때면 언제나 이곳을 찾는다는 귀띔을 하며 "여긴 원래 밤 장사다. 음식이 제법 괜찮으니 기대했던 닭갈비가 아니라고 서운해 하지 말라"며 마음을 들여다(?)본 듯 위로를 한다. 조만간 '자리'를 깔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은 닭발과 갈매기살 그리고 잔치국수 세 가지를 한꺼번에 주문했다. 먼저 식탁에 올려진 것은 닭발이다. 그런데 무언가 다르다. 보통의 닭발 요리를 보면 양념 바른 닭발을 숯불에 구워 먹지 않는가. 그런데 이곳에서는 다르다. 두툼한 무쇠 냄비에 담겨 나온다. 게다가 넉넉하고 벌건 고추장 양념도 흥건한 것이, 볶았는지 끊여 냈는지 구분조차 모호하다.

모든 음식이 그렇겠지만 닭발 요리만큼 양념이 맛을 좌우하는 것이 또 있을까. 두 끼를 건너뛴 시장기도 있었지만 새빨간 양념을 보고 있자니 입에 넣기도 전에 눈으로 보는 맛이 강렬한 유혹으로 느껴진다.

달궈진 냄비에 지글 지글 끊어 오르는 닭발을 작은 집게를 이용해 입에 넣는 순간, 그야말로 오묘한 맛에 사로잡힌다. 숯불에 양념이 타면서 익은 불 맛 하고는 분명 다르다. 맵지만 동시에 부드럽고 편안하게 입 안에 녹아든다.

코흘리개 시절, 놀이 후 먹던 떡볶이의 그 맛


 
▲ 일일히 손으로 다진 마늘로 간을 한 갈매기살 역시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맛이다.
ⓒ2006 나영준
문득 어린 시절, 논에 물을 채워 넣은 스케이트장에서 혀가 빠지게 하루해를 보내고 먹던 떡볶이가 떠올랐다. 빈속에도 불구하고 연거푸 소주를 들이키게 만드는 맛이 과연 '중독' 급이다. 이어 등장한 접시를 보고서야 넉넉한 양념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주먹밥이다. 찰조를 섞어 참기름을 두른 주먹밥을 흥건하고 매콤한 닭발양념에 찍어 먹는다. 맛도 일품이지만 주인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이 밀려온다. 술만 들이키지 말고 쓰린 빈속을 달래라는 따스한 마음씨가 입안을 풍성하게 만든다.

술과 요리로 정신없이 주린 배를 채우니 그제야 세상이 '정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요리 비법을 아주머니께 물으니, 처음 닭발을 식단으로 추가 하고 일품요리를 선보이겠다는 일념으로, 유명하다는 곳은 서울이며 지방 곳곳을 수소문했다고 한다.

ⓒ2006 나영준
▲ 찌그러진 냄비에 내 주는 미역국을 포함 해 떡 벌어진 한 상. 왕후의 찬이 부럽지 않다.
ⓒ2006 나영준
1년 동안 그렇게 쏟아낸 돈이, 놀라지 마시라. 무려 일천이백만 원이란다.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엉뚱함과 오기가 발동, 독자적인 양념개발로 지금의 맛을 낼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 비결은 '탑 시크리트'란다. 그러나 닭발 하나하나에 칼집을 넣어 양념이 쏙쏙 배어들게 하는 정성만큼은 필요하다고 강조를 한다.

이어 숯불과 함께 갈매기살이 식탁에 오른다. 별 생각 없이 구워내니 자꾸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입맛이 그리 까탈진 편은 아니지만 평소 고기를 즐기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전혀 지루하지 않게 젓가락질이 이어진다.

그 맛의 비결이 무엇일까. 그랬다. 고기를, 기계에 간 것이 아닌 일일이 손으로 빻은 마늘에 버무린 것이다. 마늘의 향이 강해 자칫 고기 본래의 맛을 못 낼 수 있을까 싶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달큰하며 본래의 맛은 살린 반면 느끼함과는 '안녕'이었다. 어느덧 닭갈비 대신 이곳으로 데리고 온 이유에 대해 고개가 끄덕여졌다.

▲ 깊은 육수 맛의 국수로 마무리를 해 준다면 금상첨화.
ⓒ2006 나영준
마지막은 '즐거운 고문'이었다. 푸근한 멸치 육수에 말아 낸, 예쁜 빛깔의 잔치국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국물 색이 뽀얀 것이 마치 사골 육수에 담아 내온 듯하다. '이러면 안 돼!'라고 외치면서도 그릇째 들고 쉼 없이 들이마신다. 2차(?)를 생각하면 속을 조금 비워놓아야 되는데 싶으면서도 기어이 '꿀떡꿀떡' 마지막 국물까지 깔끔이 비워낸다.

춘천, 기차로 향하던 그 곳...

너무나 즐거운 식사와 기분 좋은 한잔의 부딪힘이었다. 이어 나긋한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를 천천히 거닐었고, 큰돈을 벌지 못해도 작은 작업실과 술 한잔의 행복에 기뻐한다는 초로의 화가를 만나 집념이 담긴 그의 작품을 감상하기도 했다.

다음 날 아침, 서울로 향하는 차 안. 등을 기댄 채 소양강과 맛난 만찬의 기억을 떠올리며 무심히 흐뭇해 하다, 순간 '아차'싶어 무릎을 쳤다. 일정의 모든 것이 좋았지만 단 하나를 빼놓았다는 것이 떠오른 것이다.

▲ '소양강 처녀' 동상이 서 있는 소양 2교의 모습.
ⓒ2006 박병순
그것은 오가는 시간이 짧다는 이유로 기차가 아닌 고속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언젠가 춘천에 다시 가게 되면 열차를 통해 쓸쓸한 군불 냄새 나는 추억을 맛보리라는 다짐을 잊고, '조금 편하고 빠르다'는 이유로 버스 좌석에 몸을 기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한참을 입을 쩍쩍거리다, 다음엔 기필코 기차를 통해 춘천의 기억에 닿고 싶다는 생각을 품기 시작했다. 맛나던 전날 만찬의 포만감을 고마워하다 까무룩 창가에 고개를 기대고 다시 춘천을 그리기 시작했다.

 

 


 

춘천 대표음식 막국수·닭갈비 살릴 비책없나

 

 

[쿠키뉴스 2006-03-13 04:14]

 


[쿠키 사회] 춘천의 대표 향토음식인 막국수와 닭갈비를 전승·발전시키기 위한 대안 모색이 시급하다.

 

 막국수의 경우 최근 국산 메밀 재배가 점차 줄어들고 메밀 수급 체계가 불안정해지면서 각 업체들의 가격 상승이 줄을 잇는 등 시장 상황이 불안한 상황이다.

 닭갈비 역시 전국적 기준에 맞는 체인망이나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원조 춘천'의 명성에 맞는 생산및 판로 확보가 요원하다.

 

 ■메밀값만 쳐다보는 막국수업계

 

 춘천 지역의 일부 막국수 업체들은 4,000원씩 받던 막국수 값을 최근 5,000원으로 올렸다. 이는 메밀 가격 급등에 따른 것이다. 소매기준으로 ㎏당 800∼850원 하던 메밀가격은 1,800∼2,000원까지 최고 2배이상 올랐다.

 

 막국수 업체들은 “국산메밀 공급이 한정된 상태에서 수입메밀 가격이 오를 경우 현 수급 체계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메밀 수입상 역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 메밀 수입의 40%를 담당하고 있는 대명산업 박병섭대표는 “최근 수입메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산 메밀값이 하루가 다르게 폭증하고 있어 캐나다 등으로 수입 루트를 바꾸고 있는 형편”이라고 했다.

 

 춘천시는 자매결연도시인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시로부터 메밀을 직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메밀에 무지한 현지 사정상 빠른 시일안에 결실을 맺기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영세한 닭갈비 업계

 

 닭갈비 업계는 더욱 심각하다. `춘천 닭갈비'라는 고유 브랜드를 서울 지역의 주요 자본에 넘겨주고 TV홈쇼핑 등 통신판매 루트 조차 대기업에 잇따라 뺏기고 있는 형편이다.

 

 춘천시를 중심으로 8개 기업에서 출자해 설립한 (주)포테이토의 경우 지난해부터 통신판매용 닭갈비 세트를 판매하려 했지만 아직까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홈쇼핑 등에서 제시하는 위생기준및 공장규모에 부합하지 못할 정도로 지역 닭갈비 제조업체가 영세하기 때문이다.

 

 포테이토 관계자는 “닭갈비는 전국을 대상으로 일년 내내 판매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으로 대형 홈쇼핑업체마다 닭갈비를 취급하겠다는 요청이 이어지지만 정작 춘천지역에는 기준은 커녕 물량을 댈 수 있는 공장조차 찾기 어렵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통신판매용 닭갈비의 경우 춘천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부 대형 유통 업체가 독점해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닭갈비업체 관계자는 “음식맛을 본 관광객들이 개인적으로 택배를 통해 배달을 요청하는 일이 많다”며 “각 업체마다 연합해 판매 대행사를 만드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다”고 했다.

 

 

 ■대안은 무엇인가

 

 막국수와 닭갈비 모두 춘천의 대표적인 먹거리이자 관광상품인 만큼 메밀의 수입국 다변화와 닭갈비 마케팅 강화, 메밀 파종농가 지원 등 정부와 강원도, 시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지역내 막국수협회나 닭갈비 발전협의회 차원에서 가격과 품질 서비스 등에 대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고 시도 이를 명품화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보다 많은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닭갈비협의회 관계자는 “지역내 300여 업소에서 하루 10여톤의 닭갈비 요리를 조리 해 판매하고 있다”며 “법인 설립 등을 통해 위생적이면서도 안정적으로 닭고기를 공급할 수 있는 체계가 하루빨리 확립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강원일보 지 환 기자 haji@kwnews.co.kr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아다지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