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타현
김 오르는 마을 니가타
발길 닿는곳 모두가 休 | |||||||||||||||||
온천여행
[조선일보 이자연기자] 어떤 이들에게 여행은 그저 휴식이다. 목욕하겠다고 비행기 타고 일본까지 가는 '온천족'에겐 더더욱 그렇다. 일정에 맞춰 관광다니는 것도 때론 스트레스.
그저 뜨끈한 온천욕에 정종 한 잔 곁들일 고즈넉한 공간이 간절할 뿐이다. 그래서 택한 곳이 니카타현의 츠키오카 온천. 3월 초입의 츠키오카 온천마을은 소박한 풍모 뒤로 따뜻한 치유력을 품고 있는 곳이었다. 니가타 공항에서 셔틀버스로 약 50분.
큼직한 전통여관(료칸)만 20여채가 밀접한 이름 있는 온천 마을로 유민이 출연한 영화 '신설국'의 촬영지지만, 논과 비닐하우스로 둘러싸인 주변 풍경은 우리네 고향 길처럼 촌스럽다.
가지 끝엔 새순이 돋기 시작했는데 논두렁엔 여전히 눈이 소복했다. 이 눈이야 말로 니가타의 쌀과 청주(사케)가 전국 최고로 꼽히는 비결.
>
■■ “니가타는 일본의 대표적인 곡창지입니다. 물이 맑고 눈이 많아서 쌀(고시히카리)이 맛있고, 이 쌀을 깎아 눈 녹은 지하수로 빚은 청주도 일품이지요. 보통 3월까지 눈이 오는데, 올해는 특히 많이 내렸어요.”
일본 내 전통여관 종합 랭킹 30위권에 든다는 세이후엔(淸風苑·0254-32-2000) 호텔에 들어서자 활력이 넘치는 히구치 키요시(?口淸) 사장이 성큼성큼 걸으며 안내한다. 빠른 걸음과 팽팽한 피부. “수십년간 매일 아침 한 온천욕이 건강비결”이란다.
츠키오카 온천은 일본 내에서 ‘미인탕’ ‘불로장수탕’으로 통한다. 온천수에 일본 최고 수준의 황화수소가 함유돼 있어 피부가 고와지고 아토피나 어깨 걸림, 당뇨, 천식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집 한 채 없던 늪지대가 군인
요양소로, 또 온천마을로 변모한 것도 타이쇼(大正) 5년 이 온천수의 ‘약효’가 소문나면서부터. 비교적 시골에 자리한 탓에 외국엔 덜 알려졌지만
덕분에 관광객이 북적이지 않아 고즈넉하다. ■■ 호텔 내 산재한 크고 작은 욕탕 10여개 가운데 ‘미인탕’이라는 간판이 붙은 에메랄드 그린 빛 유황탕에 몸을 담갔다. 삶은 달걀 냄새가 진동하는가 싶더니 차츰 물 먹은 화초처럼 온 몸이 반질반질해지는 기분.
정원으로 건너가 조그만 노천탕을 독차지하고 앉아 있자니 시간마저 더디게
흘러간다.
“그렇게 갓난아기를 탕에 데리고 들어가도 괜찮냐”고 했더니 “온천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한다. 아기 손님이 많은지 탈의실 양지바른 창가에는 아기 침대가 마련돼 있다.
칸막이마다 5각 거울이 달린 화장대에는 1인용 헤어드라이어에 1회용 빗,
개별포장된 면봉과 화장솜, 클렌저, 로션, 매니큐어와 리무버까지 비치돼 있어 ‘일본식 서비스’의 진가를 느끼게 한다. 붉은 유카타(浴衣)를 걸치고 방으로 돌아 왔다. 앉은뱅이 의자가 놓인 전통 다다미방. 탄산음료와 초콜릿이 든 냉장고(미니바) 대신, 작은 서랍장 안에 녹차 다기 두 세트가 들어앉았다.
티백이 아닌 것만도 고마운데, 꽉 찬 찻잎통은 카페인 함유량에 따라 ‘낮용’, ‘밤용’이라고 따로 쓰여 있다. 한 차원 높게 ‘웰빙’하는 기분.
■■ 일본 온천의 즐거움은 생선회, 샤브샤브, 튀김 등이 조금씩 함께 나오는 가이세키 요리 맛보기. 기모노 입은 직원들이 무릎을 꿇고 방 안 탁자 위에 그림 같은 저녁상을 차려 준다.
각기 다른 모양의 접시에 담긴 산채와 해물의 도드라진 색상이 입보다 눈을
먼저 간지럽인다. 특히 얼음 그릇에 담겨 나오는 단새우(아마에비)가 일품. 탱탱한 살이 입에서 톡 터지듯 녹아 내린다. 니가타산 청주
‘몽(夢)’. 첫 맛은 맑고 뒷맛은 그윽했다. 잠시 로비에 내려 갔다 오니 어느새 밥상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푹신한 요와 이불이 깔려 있었다. 사방은 조용하고, 창 밖으론 옹기종기 머리를 맞댄 여관 굴뚝에서 뭉실뭉실 수증기가 끓어오른다. 차 소리도, 고함 소리도 없는 시골 밤. 이렇게 ‘오로지 휴식을 위한 시간’을 보낸 게 얼마만이던가.
(니가타=글·사진 이자연기자 [ achim.chosun.com])
●가는 방법
제이트래블(02-2039-5100·www.jtravel.co.kr)은 전통
온천여관(호텔) 2박 및 조·석식(가이세키), 왕복항공료, 공항~호텔 교통편을 포함한 여행상품을 1인당 59만9000원에 판매한다.
오케이투어(02-3705-2200)에서도 신청 가능하다. 비즈니스 호텔에 묵으며 하루 온천욕 하는 상품은
39만9000원부터. ●즐길 거리
니가타에서 유명한 청주 ‘고시노간빠이(越の寒梅)’는 웬만한 주점이나 호텔에선 다 판다. 세이후엔에서 3분 거리인 ‘이치로 스시·0254-32-2526)’는 규모는 작지만 재료가 신선하다.
상어 껍질 입힌 도마에 갈아 주는 싱싱한 와사비가 별미. 니가타 특산 쌀 과자는 아이들 선물로도, 술 안주로도 괜찮다. 기타 문의 니가타현 서울사무소(02-773-3161·www.niigata.or.kr), 니가타현 관광청
>> 일본 유명 온천지
●구사츠·시라네(간토 군마현): 120년 전 독일인 의사에 의해 알려진 온천. 활화산인 시라네 산에 위치. 연기가 피어오르는 산에서 하이킹할 수 있다.
●하코네(간토 가와가나현): 도쿄에서 가까워 반나절이면 목욕하고 돌아올 수 있다. 호수 주변 케이블카, 유람선 등 관광시설이 발달.
●이부스키(규슈 가고시마현): 온천열로 뜨거워진 모래 속에 누워 있는 모래 찜질로 유명하다.
●운젠·시마바라(규슈 나가사키현): 해발 700~800m로 여름철 기후가 시원해 피서하기 좋다. 유황연기로 적색이나 황색으로 변색된 지면에서 열기가 분출하는 풍경이 장관.
●이와키(후쿠시마현 도호쿠): 과거 탄광촌이었으나 현재는 탄갱에서 온천수를 끌어올린다. 테마파크 스파리조트 ‘하와이언즈’가 있다.
●도고(시코쿠 에히메현): 일본에서 가장 오래 됐다. 3000년 역사를 자랑. 대중욕탕 중 최초로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대형 목조건물이 있다.
●벳부(규슈 오이타현): 온천의 원천 숫자와 종류가 일본 내에서 가장 많다. 일본 원숭이를 볼 수 있는 자연동물원 등 레저시설이 있다.
●게로(주부 기후현): 류머티즘 질환에 좋다고 알려진 온천. 자유롭게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순회티켓을 판매한다.
|
***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아다지오 ***
'여행(Travel)이야기들 > 재밋는 일본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홋가이도 삿포로, 오타루,구름이 내려앉은 도시 삿포로와 오타루의 ‘日夜’ (0) | 2006.03.18 |
---|---|
도쿄,도쿄에 가면 특별한 스타일이 있다 (0) | 2006.03.16 |
나가노현,오이타현, 身의 휴양지! 일본 온천마을 (0) | 2006.03.16 |
일본 후쿠오카,앞만 보고 달려온 삶 작은 쉼표를 찾아서 (0) | 2006.03.16 |
도쿄,한입에먹기, 눈으로 먹는다 (0) | 2006.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