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들/건 강 이야기

건강,건망증과 치매

향기男 피스톨金 2006. 4. 24. 21:23

 

 

약속장소 잊으면 건망증…

 

 

                약속한 사실 모르면 치매

 

《평균수명이 늘면서 증가하는 대표적인 질환이 치매다. 80세 이상에서 4명 중 1명꼴로 발병한다. 치매는 지능이나 학력수준과는 무관하게 발병하기 때문에 더욱 공포스러운 질병이다.

 

한국치매가족협회 이성희 회장은 “치매는 단순한 기억장애가 아니라 다른 여러 인지기능 장애가 동반돼 사회생활이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고 말했다.

 

최근 치매가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면서 건망증을 치매로 여겨 병원을 찾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면 치매는 건망증과 어떻게 다를까? 치매 증세의 특징과 현재 사용되고 있는 치료제에 대해 알아봤다.》

 

 

■기억력 감퇴 ‘치매 경고’…최근의 기억부터 지워지면 치매 의심

 

건망증은 잊어버렸다가도 나중에 생각이 나지만 치매는 기억을 되살리지 못한다.

또 건망증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일을 주로 잊어버리지만 치매는 최근의 기억부터 잊어버린다. 따라서 치매 환자는 며칠 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잊어버려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건망증은 안경을 둔 장소라든지 약속시간이라든지 단편적인 일을 잊어버리지만 치매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 전체를 잊어버린다. 가령 “약속이 있었는데 어디서 몇 시에 모이기로 했더라”고 말하면 건망증이고 “뭐? 나는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하면 치매일 가능성이 높다.

 

또 건망증은 우울증이나 불안, 불면증, 폐경 후 증후군 등의 질환을 가진 중년 주부나 기억할 일이 많고 걱정거리가 많은 중년 남자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한림대 의대 강동성심병원 치매예방센터 연병길 교수는 “건망증은 한번에 여러 가지 일을 기억해야 하는데 기억 용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특히 우울증이 심한 노인은 기억력 감퇴가 치매와 비슷한 가성치매가 된다”고 말했다.

 

■증상의 단계별 진단…같은 말 반복하고 길 못 찾으면 병원 가야

 

초기 중기 말기 등 총 3단계가 있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도 최근 부각되고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 초기와 증세가 비슷하지만 그 정도가 덜한 것이다.

 

초기엔 기억력 감퇴가 먼저 생긴다. 방금 전 있었던 일을 잊어버리고 같은 말을 반복한다. 또 단어나 물체의 이름을 찾는 데 어려움을 느끼며 자주 물건을 잃어버리는 등 사소한 건망증이 자주 나타난다.

 

책이나 TV 등 앞서 본 것이 기억나지 않고 잘 알지 못하는 장소를 찾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처음에는 본인만 기억력 감퇴를 느끼지만 점차 주변의 동료나 가족도 알게 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증세가 자주 생기면 ‘신경심리검사’를 통해 치매 여부를 알아보는 것이 좋다.

 

중기에 접어들면 최근에 있었던 중요한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고 자주 만나지 못한 친척이나 친구도 알아보지 못한다. 또 시간이나 장소에 대한 개념이 떨어져 혼자서 조금 먼 곳에 외출하기 힘들어진다. 그러나 잘 아는 장소는 찾아갈 수 있다.

 

말기가 되면 최근에 일어났던 사건은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과거에 대해서도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다. 가족, 심지어 배우자의 이름도 잊는다. 올해가 몇 년인지와 현재 있는 장소도 알지 못한다. 또 집에 있으면서도 예전에 살던 집으로 가자고 요구한다.

 

이 시기엔 환각과 망상이 자주 나타나 헛것이 보인다고 해서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아주 말기가 되면 언어소통이 불가능해지고 식사하는 방법도 잊어버리고 걷지도 못하게 되는 유아적인 상태가 된다.

 

■치료-예방 어떻게…손 많이 놀리는 취미 갖고 일기도 써야

 

아리셉트, 엑셀론, 레미닐 등이 초기 중기에 사용되는 치료제. 최근엔 중기와 말기 치매 환자에게 사용되는 에빅사라는 치료제도 나와서 증세 호전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들은 근본적인 치료제라기보다는 증세를 늦춰 주는 보조요법에 해당된다.

 

미국에선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면역치료 요법이 시도됐지만 뇌수막염이라는 부작용이 생겨 현재 임상시험이 중단된 상태다.

연 교수는 “유전적 치료나 알츠하이머병의 주원인인 아밀로이드 단백질 효소를 막아 주는 약물 등이 동물 또는 임상시험 중이지만 아직 효과적인 치료제는 나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연, 적절한 운동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취미생활의 경우 세밀한 손동작을 필요로 하는 서예, 자수, 그림그리기 등이 좋다. 매일 TV나 신문, 잡지를 읽으면서 두뇌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좋다. 글을 쓰거나 일기를 매일 쓰는 것도 기억력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치매가족協, 지역사회의 치매대책 콘퍼런스▼

 

한국치매가족협회는 27∼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제9회 아시아 태평양지역 치매 콘퍼런스를 연다.

 

고령화사회에서 점차 늘고 있는 치매 환자를 포용할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역사회 가족 보호라는 주제로 열린다. 이번 치매 콘퍼런스에서는 한국 일본 인도 대만 홍콩 호주 등 각국의 치매 상황과 해결법 등도 논의한다. 02-431-9963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

 

 

 

 

                “당신은 20년 뒤에 치매에 걸립니다”

 

[한겨레21 2006-04-11 10:15]    

 


[한겨레] 예고 없이 찾아와 정신을 갉아먹는 알츠하이머병, 퇴치할 길은 정말 없는가… 일반인의 뇌를 스캔해서 이후에 발병한 징후를 사전에 발견하는 연구 진행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현재 미국 필라델피아 의과대학에서 전시하는 표현주의 화가 윌리엄 어터몰렌(73)의 자화상은 어딘가 이상하다. 뇌를 갉아먹는 알츠하이머(치매)의 흔적이 화폭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일그러진 얼굴이다.

 

발병 초기의 자화상에서는 공포와 고립감이 묻어난다. 다시 그것이 저항과 부끄러움 등으로 이어졌다가 붓 자국만 남은 자아 상실로 마무리된다. 알츠하이머로 인해 창작능력이 훼손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발병에서 마지막 작품까지의 기간은 5년이었다. 그 뒤 어터몰렌은 일체의 창작활동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의사소통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현재까진 치매가 주요 원인으로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와 서서히 정신을 갉아먹는 알츠하이머. 노화가 진행될 즈음에 가장 두려운 질병으로 알츠하이머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잃어버린 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질병에 갇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알츠하이머 발병은 가족에게 심각한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에 대한 국가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뾰족한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문제는 누구든 알츠하이머로부터 자유롭다는 진단을 받을 수 없다는 데 있다. 그저 알츠하이머가 찾아오지 않기를 ‘요행수’로 바라거나 더디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알츠하이머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주요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국내에서 실험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서유헌 교수팀(치매정복연구단)은 “장기적 스트레스가 치매 모델 형질전환 마우스의 기억과 인지기능을 훨씬 일찍, 심각하게 떨어뜨리며 특히 후각 기억을 심하게 저하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로 인해 ‘아밀로이드반’(Amyloid plaque)과 과인산화된 ‘타우 단백질’이 기억중추인 피질과 해마 부위에서 축적되고, 독성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와 ‘C단백질’의 함량이 뇌에서 증가하면서 세포가 계속 죽어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만일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다면 치매 발병을 막거나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오로지 스트레스 상황을 피하는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가 없어도 알츠하이머가 발병할 수 있다.

 

유전적 요인에 따라 스트레스 상황과 무관하게 알츠하이머에 걸리기도 한다. 치매정복연구단 서유헌 교수는 세포 사멸에 아연이 영향을 끼치는 등 다른 요인도 있다고 말한다.

 

 “‘알파(α)-시누클레인’ 단백질은 뇌세포를 보호할 수도 파괴할 수도 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뇌세포를 보호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 단백질이 늘어나 뇌세포를 파괴한다.”

 

이렇듯 발병 원인조차 명쾌하지 않은 알츠하이머는 조기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기억 장애를 경험한다. 기억 장애가 심해지면서 판단이 흐려지고 감정적인 불안 상태에 이르게 된다.

 

기억에 관련된 뇌 부위를 스캐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컨대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PET)로 임상 대상자의 뇌를 조사해 환자를 진단하는 것이다. PET 스캔으로 뇌의 각 영역에서 대사되는 양을 측정하면 뇌의 활동성을 파악할 수 있다. 만일 특정 영역에서 대사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 뇌의 활동이 떨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조기 진단해도 뚜렷한 대책은 없어

 


사실 PET 스캔으로 알츠하이머를 조기에 진단하더라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 아무리 150여만원을 들여 PET 스캔을 해도 치료를 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시판 중인 알츠하이머 치료 약물들이 뇌에 있는 신경전달 물질을 파괴하는 효소의 활동을 저지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환자가 건강한 상태에서 병에 적응하는 시간적 여유를 준다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PET 스캔으로 알츠하이머의 증상을 확인할 정도가 되면 이미 뇌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설령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2~3년 전에 PET 스캔을 해도 뇌의 손상을 막을 방법이 없다.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 ‘머릿속의 지우개’인 셈이다.

 

그렇다면 알츠하이머로 인한 뇌세포의 사멸을 미리 알 순 없을까. 만일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20~30년 전에 뇌 손상 여부를 판단한다면 알츠하이머의 고통에서 벗어날 길을 마련할 수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데이비드 의료센터의 신경과학자 윌리엄 재거스트 교수는 ‘알츠하이머 경계령’을 내릴 방안을 찾고 있다.

 

이미 ‘정상인의 뇌를 스캔해서 이후에 발병할 징후를 사전에 알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인지 기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보통 사람의 뇌를 스캔하면, 그 사람이 미래에 알츠하이머에 걸릴 것인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알츠하이머의 공포에서 벗어날 길이 열리는 셈이다.

 

“우리는 보통 사람들이 뇌 손상을 겪는 유형을 찾아냈다. 아직까지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뇌 손상의 징후가 있는 것은 틀림없다.” 재거스트 교수가 이렇게 밝히는 데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연구팀은 정상적인 인지능력을 지닌 참가자 60명의 뇌를 PET와 자기공명영상(MRI)으로 평균 3.8년에 걸쳐 스캔했다. 그 결과 포도당 대사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들의 인지능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억이나 언어, 판단능력 등을 확인하는 간이인지능력검사(3MSE)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뇌 스캔에서 포도당 대사능력이 낮게 나온다면 스트레스에 각별히 유의해야 하겠다.

 

이런 유형의 실험 결과는 미국 뉴욕대학 메디컬센터 헨리 러시넥 박사팀에서도 나왔다. 헨리 박사팀은 어떤 사람이 알츠하이머에 노출되기 쉬운가를 파악하려고 뇌의 특정 부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중뇌측두엽(medial-temporal lobe)으로 불리는 작은 뇌 부위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실험에서 일부 대상자의 중뇌측두엽 크기가 해마다 0.7%씩 위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뇌측두엽이 기억력에 관련된 부위인 만큼 뇌의 위축이 나타난 사람들은 인지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연구팀은 뇌 스캔을 검진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양성 반응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팔길이를 재 보라?

 

그래도 자신이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을 거칠게나마 알고 싶다면 팔 길이를 재보는 것도 괜찮다. 전북대병원 신경과 정슬기 교수팀은 ‘팔 길이가 기억력과 인지력을 나타내는 척도가 될 수 있는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정 교수팀은 전북 남원시에 거주하는 노인 235명을 대상으로 팔 길이와 인지력·기능력 등의 상관관계를 따졌다.

 

이 조사에서 팔이 짧으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게 나왔다. 팔 길이가 1cm 짧다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1.5배 높아진다는 것이다. 만일 팔 길이와 알츠하이머가 상관관계가 있다면 성장기의 발육 상태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다. 알츠하이머 예방은 시기가 따로 없는 셈이다.

 

언젠가는 간단한 혈액검사로 알츠하이머 같은 뇌 질환을 진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이 빨리 다가오는 것도 그다지 달갑지 않은 현실이다. 죽어가는 세포를 눈으로 확인하더라도 회생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알츠하이머 치료를 위해 항아밀로이드 제제나 백신, 신경 이식술 등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것도 치료제로서 효능을 확실하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새로운 치료법이 잇따라 나오기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최근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이신두 교수팀은 세포막의 구조를 변형시켜 세포 내부로 원하는 신호를 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해 세포 내부 신호 전달을 원활히 할 수도 있다. 이것도 아직까지는 이론적인 가능성일 뿐이다.

 

 

 

 

JennyFlute(젤이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