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들/세 상 사람들

어린이날 울린 ‘젊은아빠’ 파일럿

향기男 피스톨金 2006. 5. 6. 10:39

 

        어린이날 울린 ‘젊은아빠’ 파일럿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에어쇼 공군기 추락… 조종사 김도현 대위 숨져
관람석 피하려 비상탈출 않고 조종간 사수한듯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 허윤희기자]

파일럿은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았다.


 

추락하는 전투기는 활주로 옆의 관중석을 피해갔다. 내리꽂히는 전투기에서 파일럿은 비상탈출을 시도하지 않았다. 활주로와 보조 활주로 사이 무인(無人)의 공간을 들이받은 전투기는 새카만 연기를 하늘로 뿜었다. 어린이날인 5일, 33세의 파일럿 김도현(공사 44기) 대위는 아빠 엄마의 손을 잡고 ‘에어쇼’를 구경하던 어린이들과 이렇게 이별했다.


 

결혼 4주년 기념일에…

이날 두 살, 세 살짜리 두 아들은 강원도 원주의 관사에서 아빠의 죽음을 알지 못했고, 결혼 4주년 기념날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들은 아내는 실신했다.


 

어린이날 에어쇼가 열린 5일 오전 11시. 경기도 수원시 세류동 공군10전투비행단 수원비행장에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 소속 A-37전투기 6대가 발진했다. 활주로 옆 간이 관중석의 어린이와 동반 가족 1300여명은 눈빛을 반짝이며 연무(煙霧)로 꼬리를 남기는 곡예비행에 즐거워했다.


11시50분쯤 두 대의 솔로 전투기는 곡예의 끝으로 ‘X자 교차비행’을 시도했다. 각각 관람석 좌우에서 연무를 내뿜으며 300m 간격을 유지하며 날아온 두 비행기가 교차하는 순간,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지나가던 전투기가 360도 회전을 하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지상 330m의 상공에서 요동치는 비행기의 모습에 관람석에서는 “어~어~어…” 하는 당황한 소리가 터져나왔다.


 

비행기는 화염에 휩싸였다. 추락과 동시에 먼저 공군관계자 2명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고 10명 정도의 군인들이 뒤따라갔다. 추락한 곳에서는 시커먼 연기가 피어 올랐다. 관람석과는 불과 1.8㎞ 떨어진 곳이다.

 

 희생자는 김 대위 한 명. 공군관계자는 “비상탈출을 했을 경우 비행기가 관람석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조종사가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빈소가 차려진 원주 제8전투비행단, 불과 몇 시간 전 시속 600㎞의 전투기 조종석에서 마주 봤던 블랙이글의 동료들은 목이 메었다. 눈이 빨갛게 부어 오른 손동수 소령은 “사고 당시 위에서 불꽃이 튀는 순간을 바라보는 심정을…그걸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이 김 대위 4주년 결혼기념일이었는데…행사만 잘 마치면 모두들 가서 가족들하고 편안히 연휴를 보낼 생각이었는데…”라며 고개를 떨궜다. 김진호 중령은 “위험한 순간에 즉시 ‘풀업(Pull up·급상승)’지시를 내렸는데, 바로 회복하지 못한 것은 관람객에서 최대한 떨어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아들 아빠죽음 몰라

사망한 김 대위는 최정예 공군조종사만 자격이 있는 블랙이글의 멤버가 누구보다 되고 싶어했다. 블랙이글은 각종 행사에서 에어쇼만을 전문으로 하는 상설 특수비행팀이다.

 

2년전쯤 블랙이글팀에 합류하라는 제안을 받았을 당시, 김 대위는 축구 시합 도중 다리가 부러졌다. 그는 “절망이었죠. 5~6개월 동안 비행 자체를 할 수 없었지만, 블랙이글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죠”라고 말했다.

“비행은 겸손하게” 신념

그는 작년 2월 꿈에 그리던 블랙이글의 멤버가 됐다. 950시간의 비행경력, 마라톤을 5번이나 완주한 체력의 소유자인 그는 공사 졸업시 4등의 성적으로 합참의장상을 받았다. 일반 대학의 총학생회장에 해당되는 전대장 생도를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비행은 항상 겸손하게”라는 신념을 가졌지만, 3년 만기의 블랙이글 멤버인 것을 무엇보다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는 누가 “블랙이글팀이 좋냐”고 물으면 “있으라면 평생이라도 있고 싶다”고 대답하곤 했다. 그는 영원한 블랙이글팀 멤버로 하늘 나라로 갔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 bemil.chosun.com])

 

 

 

        故 공군소령 김도현 분향소

[연합뉴스 2006-05-06 05:59]

 


6일 강원도 공군 제8전투비행단 실내체육관에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에어쇼에서 산화한 故 김도현(33) 공군소령의 분향소가 마련된 가운데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이상학/사회/ 2006.5.6 (원주=연합뉴스) hak@yna.co.kr (이상학)
 

 

 

            故 공군소령 김도현 분향소

[연합뉴스 2006-05-06 05:58]

 


6일 강원도 공군 제8전투비행단 실내체육관에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에어쇼에서 산화한 故 김도현(33) 공군소령의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이상학/사회/ 2006.5.6 (원주=연합뉴스) hak@yna.co.kr (이상학)
 

6일 강원도 공군 제8전투비행단 실내체육관에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에어쇼에서 산화한 故 김도현(33) 공군소령의 분향소가 마련된 가운데 동료 부대원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이상학/사회/ 2006.5.6 (원주=연합뉴스) hak@yna.co.kr (이상학)

 

6일 강원도 공군 제8전투비행단 실내체육관에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에어쇼에서 산화한 故 김도현(33) 공군소령의 분향소가 마련된 가운데 블랙이글스 동료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분향소로 향하고 있다./이상학/사회/ 2006.5.6 (원주=연합뉴스) hak@yna.co.kr (이상학)

      <블랙이글스 김도현 대위 빈소 표정>

[연합뉴스 2006-05-06 08:51]

 

故 공군소령 김도현 분향소

(횡성=연합뉴스) 김영인 기자 =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믿기지 않습니다. 비행기술은 공군 최고 였는데..."
 

5일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에어쇼에서 산화한 고 김도현(33) 대위의 분향소가 차려진 공군 제8 전투비행단 실내체육관 일대에는 오후 8시를 넘어서면서 조문객들이 속속 도착했다.

전국 각 비행단 선.후배들과 친인척, 지인들은 사고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부대로 달려와 아직 영정도 준비되지 않은 분향소에서 눈물을 애써 감춘채 안타까운 한숨만 내쉬었다.

이들은 울산에 사는 김 대위의 부모님이 도착하는 밤 12시께 영정을 갖추고 본격적인 조문이 가능하자 분향소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불의의 사고로 숨진 고인을 추모했다.

이날 밤 11시 현재 체육관 연단에 차려진 분향소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성일 공군참모총장 등의 조화 20여개만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다.

이날 함께 에어쇼에 참가한 블랙이글스 팀원들도 모두 귀대해 분향소를 찾아 도저히 믿기지 않은 김 대위의 사고 순간을 되풀이 상기하면서 가슴을 치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손동수 소령(36)은 "비행중 김 대위의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이 믿기지 않았다" 며 "항상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훌륭한 군인이었다" 며 말을 잇지 못했다.

후배 파일럿들도 "김 선배는 후배들을 잘 챙기는 데다 멋진 외모로 인기기 높았으며 비행기술도 뛰어나 공군 최고의 전투조종사로 인정받았다"고 아쉬워 했다.

사고소식을 들은 부인은 실신해 의무대에서 안정제를 맞고 관사인 14동 309호에서 잠이 들었으나 깨어나면 또 오열끝에 쓰러지기를 반복, 이를 지켜보던 친인척들이 울음바다를 이루었다.

어린이날 아빠를 잃은 건우(4)와 태현(3)이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이웃집에서 친구와 천진난만하게 놀다 지쳐 잠이 들었다.

고 김 대위의 영결식은 8일 오전 10시에 치러지며 오후에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kimyi@yna.co.kr

(끝)

        아빠께 올린 마지막 거수경례

[KBS TV 2006-05-09 09:21]

 

<앵커 멘트>



지난 어린이 날, 에어쇼 도중 순직한 고 김도현 소령의 영결식이 어제 있었습니다.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환하게 웃어야 할 어버이날, 그를 떠나 보낸 유가족과 동료들의 슬픔은 그래서 더욱 컸습니다

공군조사 결과 김 소령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추락 당시까지 조종간을 붙잡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홍성철 기자.. 희생정신에 다시 한번 숙연해지는데요

김 소령의 어린 아들들의 모습이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구요?

<리포트>



고 김도현 소령은 어린이날,그것도 결혼 4주년 되는 날 많은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는데요, 세살, 네살된 두 아들은 홀로 된 엄마 옆에서 떠나는 아빠를 향해 필승을 외치며 마지막 거수경례를 올렸습니다.

지난 5일 에어쇼 도중 숨진 고 김도현 소령의 마지막 가는 길.

세살배기 태현이는 아빠를 향해 마지막 거수 경례를 합니다.

눈물 속에서, 부대에서 치러진 고 김도현 소령의 영결식.

세살, 네살배기 두 아들은 어버이날 카네이션 대신 향을 꽂습니다.

아들이 만든 색종이 카네이션은 아빠의 가슴이 아닌 영정 옆에 놓였습니다.

<"아빠 감사합니다" 연꽃반, 김건우.>

아는 지 모르는 지 해맑은 두 눈의 아들은 아빠의 영정 사진을 가리키며 연신 '아빠'를 불러봅니다.

30살, 결혼 4주년 되는 날에 남편을 잃은 미망인은 목이 메어 흐느끼고, 아들은 이런 엄마가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눈물을 뚝뚝 흘리는 동료들.

찢긴 가슴을 부여잡고 동료를 창공으로 돌려 보냅니다.

<녹취>고준기 (공사 44기 동기 대표) "삶과 죽음의 길에서 당신의 눈앞에 스쳐간 모든 이들이 여기에 있습니다. 홀연히 떠나버린 당신을 못 잊은 이들이 여기 자리에 있습니다. 애기(愛機)와 함께 산화한 당신을 그리는 이들이 여기..."

고 김도헌 소령은 950시간의 비행경력에 마라톤을 5번이난 완주한 체력의 소유자였습니다.

공사 시절 대학 총학생회장에 해당하는 전대장 생도를 역임했고, 졸업할 때는 4등의 성적으로 합참의장상을 받았습니다.

고 김 소령은 지난해 2월 꿈에 그리던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에 합류합니다.

가장 움직임이 많은 막내 6번기를 몰면서 위험한 비행을 도맡았고, 그만큼 동료들의 칭찬도 한몸에 받았습니다.

<인터뷰>고 김도현 소령(지난달 15일) "오늘 비행을 안전하게 잘 했습니다. 행사 때 멋진 쇼를 보여줄 것 같습니다."

어린이날인 지난 5일.

곡예비행 도중 갑자기 비행기 한대가 활주로와 활주로 사이로 추락합니다.

관람석과의 거리는 불과 1,800미터.

고도 330미터로 저공비행을 하고 있던 당시 비행기의 속도대로라면 사고 현장에서 관람석까지는 8.7초 밖에 걸리지 않는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공군은 조사결과 고 김도현 소령 시신의 양손 모두 조종장치를 잡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공군 관계자는 김 소령이 비상탈출을 했을 경우 비행기가 천3백여 명의 관람객이 있는 곳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최영훈 (공군 공보과장): "사고 당시 상황으로 미뤄봐 조종사는 의식을 잃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조종사는 조종관을 끝까지 놓지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정부는 김 소령의 희생정신을 기려 전시가 아닌 평시에 줄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인 보국훈장 삼일장을 추서했습니다.

김 소령의 유해는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됐습니다.

최고의 파일럿을 꿈꾸던 33살 젊은 열정은 이제 두 아이와 젊은 미망인을 뒤로 한 채 드높은 창공 속으로 날아갔습니다.
 

 

                     티끌같은 이마음 (대금연주곡) 】



티끌같은 이마음 (대금연주곡)

장한 大韓의 아들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향기나는 중년의 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