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오월의 느티나무
오월의 느티나무 아이비/이기호 나는 초록 옷을 갈아입은 길 가의 무던한 느티나무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참 많다. 한나절이 지나고 다시 저녁이 오고 밤이 와도 그냥 무작정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 누구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누구를 배웅하는 것도 아니다. 나의 임무는 그냥 무작정 서 있는 것. 아무리 소리쳐도 바람에 지나는 잎 새의 가녀린 흔들림만 있을 뿐 더 이상의 소리를 낼 수도 없다. 내 유일한 즐거움은 종일 하늘을 잡는 것이다. 오늘도 하늘만 잡았다. 무겁게 눌러진 콘크리트 바닥에서 발을 빼고 싶다. 숨이 막힐 듯한 극한의 임무로부터 떠나있고 싶다. 초록 옷을 갈아입었지만 떠날 친구가 없다. 모두 제 일상에 묶여 급급한 하루를 보내고, 무심히 지나는 사람들만 눈에 들어온다. 아는 사람을 붙들지도 불러 세우지도 못하는 나는 길 가의 느티나무 무던함을 키운 오늘 애써 차려입은 초록 옷이 참으로 무색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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