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마시는 이야기들/세계와인 이모저모

오래될수록 좋은 와인?

향기男 피스톨金 2006. 6. 4. 16:22

 

 

             오래될수록 좋은 와인?


[한겨레] 와인 애호가의 수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했다. 지난 4년간 와인 수입액은 매년 약 35%씩 증가했다. 작년에만 7200만달러어치가 수입된 와인은 이제 국내 술 시장의 약 7%를 차지하는 어엿한 ‘주류’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급격한 문화변동에는 항상 이해만큼이나 오해를 수반하기 마련. 와인에 대한 몇가지 진실을 알아보자. (도움말: 손진호 중앙대 와인전문과정 주임교수, 김준철 서울와인스쿨 원장, 박지연 ‘베스트 와인’ 팀장)

 

오래될수록 좋은 와인이다?

 

대부분 저렴한 가격의 와인은 병으로 출시된 지 1, 2년 안에 먹는 것이 좋다. 어지간한 고급 와인이 아니라면, 와인은 2개월에서 6개월 정도의 숙성 기간을 거친 다음 병으로 주입된다.

 

이때부터 와인은 약 2년 정도만 최상의 맛을 유지한다. 그 다음부터는 맛이 조금식 변질되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값싼 와인이라면 연도만 오래되었다고 좋아하는 건 의미가 없다.

 

90%가 넘는 대부분의 와인은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물론 소수 고급 와인의 경우 얘기가 약간 다르다. 보통 10만원이 넘는 이런 고급 와인은 비싼 오크통에서 2, 3년간 오랜 숙성 과정을 거친 다음, 병에 주입되어 10~20년, 길게는 30년에 이르러서야 맛의 절정에 도달한다.

 

이런 와인들은 알코올 함량이 높고, 산도도 적절하고, 타닌 함량이 높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와인 애호가들이라고 해도, 이렇게 묵힌 맛을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김준철 서울와인스쿨 원장은 “굳이 비유하자면 김치도 신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거랑 비슷한 이치”라고 설명했다.

 

 

마개를 열고 1시간 뒤에 먹어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쪽의 의견을 따르면, 마개를 열고 1시간 정도 공기 중에 내놓으면 와인의 맛이 좋아진다.

 

와인 특유의 떫은 맛이 공기와 접하면서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숙성이 잘 된 고급 와인은 마개를 열어두는 시간을 약 30분 정도로 짧게 하는 것이 좋다.

 

다른 의견을 따르면, 마개를 미리 열어두는 것이 맛의 차이를 그다지 만들지 않는다. 이런 미세한 맛의 변화를 알아챌 정도로 미각이 발달한 사람은 많지 않다.

 

참고로, 와인은 종류에 따라 가장 마시기에 좋은 최적 온도가 조금씩 다르다. 스파클링 와인이나 스위트 와인, 화이트 와인은 6~8도 정도로 차게 마시고, 반면 레드와인은 16~18도 정도의 온도에서 맛과 향이 가장 좋다.

 

이 최적 온도도 와인의 종류별로 제각각이다. 그러므로 냉장고에 와인을 넣어뒀다면 미리 꺼내서 적당한 온도로 맞춘 뒤 먹을 수는 있다. 물론 이 적정 온도의 기준이 절대적인 것도 아니다. 예컨대 따뜻한 밥이 가장 맛있는 적정 온도가 있겠지만, 입맛에 따라 다를 수도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고기는 레드 와인, 생선은 화이트 와인?

 

와인과 음식을 함께 먹을 때 교본처럼 듣는 말이다. 서양에서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의 입맛을 통해서 검증된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대체로 맞는 얘기지만 그렇다고 항상 맞는 얘기는 아니다.

 

예를 들면 양념을 한 쇠고기 육회는 화이트 와인 ‘샤도네이’가 더 잘 어울린다. 양념을 안 한 쇠고기 육회는 스파클링 와인과 궁합이 맞는다. 또 흰살 생선에는 ‘가메이’ 같은 부드러운 레드 와인도 조화를 이룬다.

 

물론 여기에도 무슨 규칙이 있는 것이 아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스테이크에 가벼운 화이트 와인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다면 그렇게 먹으면 그만이다. 음식은, 규칙에 맞게 먹는 것이 아니다.

 

와인잔은 흔들고 먹어라?


흔히 와인잔을 잡을 때는 가느다란 밑부분을 잡고, 마시기 전에는 잔을 가볍게 흔들면서 코끝에 대고 향을 맞는 것이 예절로 알려져 있다. 잔의 밑부분을 잡으면 와인에 손끝의 체온이 덜 전달되고,

 

잔을 흔들면 와인의 분자가 많이 퍼져서 코로 향을 맡기에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와인을 마시는 에티켓은 아니다.

 

잔을 제대로 쥐고 흔든다고 그 미세한 맛과 향의 차이를 이해할 정도로 후각과 미각이 발달한 사람도 많지 않다. 보통 와인을 감정하는 사람들은 맛 차이를 구별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와인잔을 편하게 쥐고 먹으면 된다.

 

오랜만에 비싼 와인 먹는데, 기분을 내기 위해서 와인잔을 태 나게 잡고 살랑살랑 흔드는 것도 좋다. 그렇지만 서양식으로 격식을 갖추는 자리라면 너무 자주 흔들어대는 것이 오히려 결례다.

 

그 밖에 달콤한 와인은 싸구려라는 오해도 있다. 그렇지만 ‘샤토 디켐’ 같은 보르도산 달콤한 와인은 50만원을 훌쩍 넘는다. 또 영화에서 와인 맛을 보고 브랜드와 생산 연도를 척척 맞히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세상에 생산되는 와인의 종류만 수십만 종에 이르는데, 그걸 연도별로 다시 나눠서 다 기억한다는 것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얘기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바롬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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