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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도나우강 따라 와인 향기 흐르고…

향기男 피스톨金 2006. 7. 18. 13:10

 

          도나우강 따라 와인 향기 흐르고…

 

                       오스트리아


와인은 누가 뭐래도 고급 주종. 고대 이집트 유적을 뒤져봐도 상류층이 살던 지역에선 와인의 흔적이, 서민 지역에선 맥주 찌꺼기가 나온다고 한다.
 
평소 맥주와 소주, 그리고 삼겹살 따위로 위장을 불린 처지라면 모처럼 사치를 부리는 올 여름 여행길에서만큼은 와인을 찾고 볼 일이다. 와인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가 바로 오스트리아.
 
옛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광이 깃든 음악의 도시 빈을 조금만 벗어나면 때 묻지 않은 연두빛 포도밭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 밭길 사이에서 와인 향이 안개처럼, 들꽃처럼, 옛사랑처럼 피어난다.
 

# 지상낙원 같은 목가적 포도밭

 

오스트리아는 알프스 산이 있는 서쪽이 산악지대라면, 동쪽은 넓은 평야 지역이다. 자연스럽게 동쪽 평야 지역이 풍요로운 와인 산지가 된다. 그 중에서도 ‘낮은 오스트리아’라는 의미의 니더외스터라이히 지역이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다.

 

바인비어텔, 캄프탈, 크렘스탈, 바하우 등 이 지역 주요 와인 재배지가 수도 빈을 에워싸고 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바람을 맞으며 줄지어 있는 포도밭은 한 폭의 그림이다.

 

특히 36㎞에 이르는 크렘스와 멜크 사이의 바하우는 유럽에서도 아름답기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강변 도시로, 지상낙원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잔잔하게 흐르는 도나우 강 옆으로 수세기에 걸쳐 형성된 가파른 계단식 포도밭과 작은 마을이 어우러져 있다.

 

이곳은 넓은 평야와 달리 기계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수작업으로 포도를 재배해야 한다. 오스트리아 와인이 품질이 뛰어난 대신 비싼 이유다.

 

강변과 와인 테라스가 조화를 이루는 바하우 계곡은 2000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한없이 평화롭고 목가적인 이곳의 풍경은 사람을 부드럽고 편안하게 매혹시킨다. 마치 와인처럼.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궁전인 쇤브룬 궁전의 정원

 

# 와인의 맛을 탐험해 보자

 

오스트리아는 레드 와인보다 화이트 와인으로 더 유명하다. 그뤼너 펠틀리너는 화이트 와인 중에서도 오스트리아의 대표 품종으로, 오스트리아 와인 재배 면적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옅은 노란색을 띤 이 와인은 고추와 같은 매운 향, 은은한 과일 향과 함께 다양한 맛을 낸다. 이 밖에 오스트리아의 리슬링도 상큼한 맛을 자랑하는 와인이다.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되는 이들 지역의 와인 제조업자들은 주저하지 않고 포도밭을 공개한다. 포도밭 가까이 살펴보면 아직 여물지 않은 손가락만한 연두빛 어린 포도송이들이 매달려 있다. 몇 개월이 지나면 탐스럽게 익어 저장고를 거쳐 사람들의 입 안을 향기롭게 적셔줄 ‘영물’들이다.

 

오스트리아 와인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캄프탈 지역의 랑겐로이스에 있는 로이지움에 가보자. 넓은 와인 밭을 등지고 우뚝 서 있는 로이지움 센터에서 다채로운 와인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알루미늄 벽면으로 이뤄진 현대식 건축물은 미국의 유명 건축가 스티븐 홀이 지은 것으로 건축학적으로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이곳에는 900년 된 서늘한 지하 와인 저장고, 현대식 와인 저장고 등을 통해 와인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와인의 이미지를 시각, 촉각, 미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현해 놓아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연두빛 포도밭 바하우 계곡 세계문화유산 지정…
고품격 와인 생산·마케팅 ‘전력’
 

최근 대중성을 앞세운 신대륙의 와인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자, 전통적 와인 생산지인 프랑스 등 유럽 각국도 이에 자극받아 활발한 와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오스트리아 역시 자국산 와인의 확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스트리아 와인 홍보 문양에는 ‘테이스트 오브 컬처(A taste of culture)’라는 문구와 함께 악보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는 예술적 자산과 와인의 향을 공감각적으로 결합하려는 오스트리아의 와인 마케팅 전략을 잘 보여준다. 올해는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국내에 모차르트 라벨이 붙은 와인이 출시되기도 했다.

◇(왼쪽) 건축가 스티븐 훌의 로이지움 방문자 센터, 로이지움의 지하 와인 저장고

오스트리아 와인은 1985년 치욕스런 스캔들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유럽 지역 기후 악화로 포도 작황이 좋지 않아 다른 지역에서는 맛 좋은 와인이 생산되지 않았지만, 유독 오스트리아산 와인은 맛이 좋았다.

결국 오스트리아 와인에 향긋한 냄새를 내는 디에틸렌 글리콜이 첨가됐다는 사실이 밝혀져 폐기 처분됐다. 이후 오스트리아는 절치부심하며 엄격한 품질 관리와 감독을 통해 양질의 와인 생산에 진력하고 있다.

현재 오스트리아 와인은 어떤 와인을 골라도 만족스럽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2002년 세계 와인 전문가와 기자 등이 참가한 화이트와인 시음회에서 그뤼너 펠틀리너가 프랑스의 부르고뉴와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제는 미국과 유럽의 유명 레스토랑 와인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릴 정도가 됐다.

>> 여행정보
 

오스트리아는 전체 인구 800만의 유럽의 중심부에 있는 작은 내륙 국가로 독일, 체코,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헝가리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패키지 여행 상품으로는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체코의 프라하를 함께 여행하거나 독일과 묶은 상품 등이 있다.

 국내에서 오스트리아로 가는 직항로가 없어 프랑크푸르트, 파리, 암스테르담 등을 경유해야 한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수도 빈은 유럽에서도 대표적인 예술의 도시이며, 시가지를 벗어나면 산과 평야, 호수 등 아름답고 독특한 자연 풍경이 매혹적이다.

바하우의 강변을 따라 펼쳐진 계단식 와인 테라스를 구경하려면 크렘스나 멜크로 가면 된다. 크렘스에서는 도나우 강변을 따라 크루즈나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크렘스와 바하우 지역은 빈에서 자동차나 기차로 1시간 정도 거리로, 빈에서 당일치기 여행도 가능하다. 로이지움이 있는 랑겐로이스는 빈에서 70km 떨어져 있으며 크렘스에서는 30분 거리에 있다.

올해는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으로 그 어느 때보다 모차르트 관련 행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그의 생가가 있는 잘츠부르크와 그가 왕성한 연주활동을 벌인 빈에서는 그의 생일인 1월27일부터 서거일인 12월5일까지 다양한 이벤트와 음악 행사가 펼쳐진다.

빈=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세계일보 2006-07-1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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