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고 세상을 돌아다니면 ‘인간’을 만날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한국·몽골 대학생 유목 대축제’ 이틀째 일정이 한창 열리고 있는 몽골 울란바토르 날라이 특설 캠핑장. 인적이라곤 캠핑 축제를 열고 있는 300여명 젊은이들이 전부일 정도로 막막한 초원에 오후 6시 MTB(산악자전거)를 탄 할아버지가 나타났다.
할아버지는 자신을 “분당에 살고 있는 66세 배항구(裴亢久)”라고 소개했다. 헬멧과 몸에 딱 붙는 옷을 입은 할아버지는 “이 곳이 스텝 노마드 캠핑장이 아니냐”고 물었다. 할아버지가 원래 가고자 한 곳은 울란바토르에서 동쪽으로 80㎞ 동쪽으로 떨어진 캠핑장.
대축제가 열리고 있는 곳은 목적지에서 30㎞나 못 미친 지점이었다. 할아버지는 “길을 잘못 들었나 보네. 물이나 한잔 얻어먹고 갑시다”며 숙소인 게르(몽골 전통천막)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침 일찍부터 울란바토르에서 길 없는 초원을 자전거로 가로질러 와 기력이 다소 소진된 듯 팔이 떨렸다. 작은 배낭 속에 뭐가 들었냐고 물으니 “비상식량인 양갱 2개·돼지육포, 옷 한벌, 수리용 육각렌치, 피곤함을 쫓는 45도짜리 중국산 오가피주(酒)가 전부”라 했다. 하지만 얼굴엔 여유 있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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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가 초원 한복판에서 몽골 가족을 만났는데 내게 비프(소고기)와 소세지, 빵을 나눠줬어. 사먹을 데도 없이 필마단기(匹馬單騎)인 내가 불쌍해 보였던지 마치 한 핏줄처럼 대해주더라고.”
말이 통하지 않는 것도, 굶는 것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했다. 할아버지는 “여행하다 보면 굶을 수도 있는 거지”라고 덧붙였다.
할아버지가 MTB를 타기 시작한 것은 60세부터였다. 20년간 한국일보에서 신문기자로 일하기도 했던 할아버지는 은퇴 후 패키지 여행을 다니다가 지루함을 느낀 나머지 직접 여행을 나서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급 MTB를 300만원 중고로 구입해 200만원을 들여 업그레이드 시켰다. 이 자전거로 국내 30차례, 해외 8차례를 자전거로 다녔다. 재작년 여름엔 러시아 이르쿠츠크 외곽에서 불한당들을 만나 폭행강도를 당하고 강에 던져지는 불상사도 당했다.
하지만 그 사건도 할아버지의 자전거 여행을 가로막진 못했다. 올 초에도 일본 오키나와를 다녀왔다. 피하는 곳이 있다면 산. “늙은이가 뼈 부러지면 붙지도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아내도 걱정이 대단하지만 통장과 도장을 맡겨놓고 왔다고 했다.
30분도 채 앉아있지 못한 할아버지는 “해가 지면 안되니 얼른 길을 나서야겠다”며 흰 게르 사이를 지나 푸른 풀이 잔뜩 자라난 언덕으로 페달을 밟아 나갔다.
분위기 있는
뉴에이지
Richard Abel - Le Lac De
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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