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Travel)이야기들/재밋는 중국여행

천지여, 백두산 천지여!

향기男 피스톨金 2006. 8. 11. 18:14

 

              천지여, 백두산 천지여!

 
▲ 백두산 천지 주변의 꽃들은 싱싱하게 피어서 몸을 흔들어 대고 있었습니다.
ⓒ2006 서종규
8월 4일, 백두산의 날씨는 너무 맑았습니다. 봉우리에는 약간의 구름이 걸려 있었지만, 하늘은 파랗게 빛났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1분 단위로 바뀌는 백두산의 구름인지라 언제 구름들이 몰려와 봉우리들을 감쌀 것인가 불안했습니다.

대리석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이 분주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앞에 오르고 있어서 더뎠습니다. 벅찬 가슴은 벌써 정상에 올라 있을 것인데, 봉우리 사이를 지나가는 구름에 자꾸 눈이 갔습니다.

아! 천지, 그 천지는 그렇게 다가왔습니다. 가슴 울렁이는 마음을 안고 5호 경계비가 있는 능선에 올랐습니다. 뾰족뾰족한 능선 가운데 백두산 천지는 그렇게 있었습니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그 물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많은 사진에서 그렇게 보았던 천지가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능선의 가냘픈 꽃들이 몸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 멀리 백두산 능선 위에서 내려다 본 천지는 햇살을 튀기며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2006 서종규
백두산 천지를 맑게 보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백두산 트레킹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거의 반년이 걸렸습니다. 무등산에 올라 좋은 산행이 되길 기원도 하였습니다. 아마 우리들의 지극한 정성이 통하여 트레킹을 하는 사흘 내내 천지는 그렇게 맑았나 봅니다.

'무등에서 백두까지 겨레 하나 잇기'를 주제로 한 통일 염원 백두산 트레킹이 이 달 1일부터 8일까지 7박 8일 일정으로 진행됐습니다. 전교조 광주지부가 주최하고 '풀꽃산행'팀 등에서 공동 주관한 이 행사에는 65명이 참가했습니다.

▲ 천지의 물결이 벅차게 가슴에 몰려 옵니다.
ⓒ2006 서종규
천지는 '용왕담'이라고도 하는 백두산 정상에 있는 자연호수입니다. 면적은 9.17㎢, 둘레는 14.4km, 최대너비가 3.6km, 평균 깊이가 213.3m, 최대 깊이가 384m, 수면 고도는 2257m인 칼데라 호수입니다.

호수의 수온은 보통 10도 내외이고, 영양분이 거의 없는 호수여서 어류나 파충류는 살고 있지 않답니다. 최근 북한에서 산천어를 방류하여 유일하게 살고 있는 어류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천지의 분화구벽이 모두 다섯 개의 봉우리를 형성하면서 병풍처럼 둘러서 있는 광경이 한 눈에 들어 왔습니다. 특히 북한 쪽의 장군봉의 모습이 아련하게 다가 왔습니다. 천문봉과 철벽봉의 모습은 붉은 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백두산은 1413년, 1597년, 1660년, 1702년, 1900년 등 다섯 차례나 화산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화산 활동 후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중 전형적인 것이 '온천군'이라고 볼 수 있는데, 백두산 내 온천은 해발 1756m 이상 되는 곳에 30 여 개가 있다고 합니다.

▲ 백두산 천지의 능선을 따라 트레킹을 하고 있는 순간, 순간에 구름이 날라 다녔습니다. 그래서 천지도 순간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다 숨곤 하였습니다.
ⓒ2006 서종규
5일, 서파주차장에서 북파 산문까지 백두산 외륜봉 종주를 하는 날입니다. 산 정상 능선에서 바라보는 천지의 모습은 더욱 새로웠습니다. 오전 8시 20분에 주차장을 출발하여 오전 9시에 마천우봉 옆 능선에 올랐을 때, 천지는 구름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백두산 천지의 능선을 따라 트레킹을 하고 있는 순간, 순간에 구름이 날라 다녔습니다. 그래서 천지도 순간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다 숨곤 하였습니다. 우리 모두는 순간에 드러낸 천지의 모습을 보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트레킹 오후에 날씨가 완전히 맑아졌습니다. 눈이 시리도록 천지의 모습이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천지 주위에 초록으로 어우러진 초원들과 푸른 천지물의 조화가 너무 고왔습니다. 멀리 산 위에서 내려다 본 천지는 햇살을 튀기며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 능선에서 바라보니 천지 주위에 초록으로 어우러진 초원들과 푸른 천지물의 조화가 너무 고왔습니다.
ⓒ2006 서종규
▲ 백운봉 위에 펼쳐진 초원과 천지가 닿은 것 같이 느껴집니다.
ⓒ2006 서종규
6일 오전 8시 30분에 다시 장백폭포를 지나 천지에 올랐습니다. 호수 북쪽 한 곳이 터져서 물이 흘러나가는 지역이 달 같다고 하여 달문이라고 부르고, 화구 협곡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달문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68m의 거대한 장백폭포에서 떨어져 흘러내려 송화강을 이룬답니다.

백두산 천지는 맑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천지의 능선들에는 구름이 걸려 있었지만, 수면은 빛을 받아 너무 밝게 햇살을 튀기고 있었습니다. 주변의 꽃들도 싱싱하게 피어서 몸을 흔들어 대고 있었습니다.

▲ 눈이 시리도록 푸른 천지의 모습이 가까이 다가옵니다.
ⓒ2006 서종규
우리들은 모두 신발을 벗고 물 속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물이 차가운 것이 아무 흠이 되지 않았습니다. 물 한 줌을 손에 훔쳐 입에 넣어 보기도 하였습니다. 사진을 찍느라고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천지 주변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물결이 밀려오기는 하였지만 거칠지는 않았습니다. 수면 아래 깔린 돌들은 붉은 빛을 띠는데, 한 손으로 만져 보고 싶었습니다. 수면을 타고 저 너머 능선과 능선에 걸려 있는 구름들이 우리들을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손을 뻗으면 저 북한 쪽도 능히 닿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하였습니다. 중국 쪽의 천지에서 느끼는 회한을 마음에 간직한 채, 천지의 맑은 물에 내 발을 담가 보았다는 생각이 벅찬 가슴으로 밀어 올라왔습니다.

▲ 전교조 광주지부 부지부장인 윤영조 선생이 광주 무등산에서 떠가지고 간 물과 천지의 물을 하나로 합치는 의식을 거행한 것입니다.
ⓒ2006 서종규
전교조 광주지부 부지부장인 윤영조 선생이 광주 무등산에서 떠가지고 간 물을 꺼냈습니다. 백두산 트레킹 주제인 '무등에서 백두까지 겨레 하나 잇기'를 위하여 무등의 물과 천지의 물을 하나로 합치는 의식을 거행한 것입니다.

의식은 간단했습니다. 물병을 높이 들어 백두산 천지에 쏟아 붇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우리들은 물병의 물을 다 쏟을 때까지 경건한 자세를 취했습니다. 마음속에 큰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분단된 조국, 분단된 천지에서 무등과 백두가, 남과 북이 하나되는 깊은 감동이 밀려왔던 것입니다.

물을 다 쏟자 우리들은 큰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벅찬 감격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때 중국의 군인 복장을 한 사람이 쫓아와 뭐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들은 물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 우리들은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무등에서 백두까지 겨레 하나 잇기’ 프랑카드를 펼쳐 들고 제5호 경계비 주위를 에워쌌습니다.
ⓒ2006 서종규
사실 서쪽 마천우봉 옆에 제5호 경계비가 있고, 북쪽 백암봉 옆에 제6호 경계비가 있습니다. 바로 북한과 중국의 국경 경계비입니다. 우리의 백두산이 중국에 55% 이상 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4일 제5호 경계비에 도착했을 때에는 그냥 비석만 하나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중국 공안원이 지켰다고 하는데, 요즈음은 없었습니다. 비석을 사이에 두고 북한 땅으로 넘어가서 천지를 관람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 땅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우리들은 쓰라린 마음을 다스리며 제5호 경계비를 관찰하였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무등에서 백두까지 겨레 하나 잇기' 현수막을 펼쳐 들고 제5호 경계비 주위를 에워쌌습니다.

▲ 천지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68m의 거대한 장백폭포에서 떨어져 흘러내려 만주 벌판을 가로지르는 송화강을 이룬답니다.
ⓒ2006 서종규
[오마이뉴스 2006-08-10 15:21]    
[오마이뉴스 서종규 기자]


덧붙이는 글
8월 1일부터 8일까지 백두산 트레킹에 다녀왔습니다. 다음과 같이 다섯 개의 기사로 쓸 예정입니다. 1. 백두산 트레킹 2. 백두산 천지 3.백두산 야생화 4.백두산 초원 5.백두산 협곡과 폭포

 

 

 

              피아노곡 모음 드뷔시 :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