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Travel)이야기들/재밋는 유럽여행

그리스① 아틀란티스의 귀환

향기男 피스톨金 2006. 11. 9. 21:55

 

         그리스① 아틀란티스의 귀환
 

 

철학자 플라톤은 지진으로 가라앉은 전설의 유토피아인 아틀란티스가 해수면 아래 어딘가에서 잠자고 있을 것이라 기록했다. 금은보화로 가득한 보물섬이 실존한다는 전설은 대항해시대 모험가들이 길을 나선 원동력이었다.

 

무역과 전쟁으로 크게 번영했었다는 이 섬에 대한 환상은 심지어 오늘날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 산토리니에 입성했을 때 만약 아틀란티스가 현존한다면, 이곳일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스인 조르바

 

아름다운 산토리니 섬에서는 '그리스인 조르바'가 가이드를 맡아주기를 바랐다. 영혼이 순수한 그라면, 일상생활에서 모든 감정을 억누르고 규율에 맞춰 살아야 하는 고달픈 인생에게 섬을 만끽하는 법을 알려주었을 것이다.

 

평상시에는 정신을 육체보다 상위에 두어야 하는 수많은 관광객에게 그는 아무 생각 없이 말을 건넨다. "당신 가방 안에 있는 가이드북에다 불이나 싸질러 버리시죠."

적어도 이곳에서는 그처럼 자유롭게 살아가야 한다. 확대경으로 보면 물속에 벌레가 우글거려도, 갈증이 나서 물을 마시고 싶다면 벌컥 들이켜야 한다. 현미경을 부숴버리면 다음부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산토리니에서는 조르바처럼 충실하게 욕망을 따라서 행동하면 그만이다. 이후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

 

환상적인 경치, 그리고 그 속에서 흐느적대는 사람들과 함께 즐기려면 조르바가 돼야 한다. 본능을 채우고 있는 족쇄를 풀어버려야 한다. 머리로 여행하고픈 자는 피레우스(Piraeus)에서 산토리니로 오는 배에 승선하지 말고 다시 아테네로 돌아가야 한다.

 

청량, 순수, 깨끗함의 삼위일체

산토리니로 가는 여객선의 갑판 위는 가히 난장판이라 할 만했다. 출항할 때의 설렘도 잠시, 간이의자에 기대 널브러져 있는 길손이 태반이었다. 오전 7시 25분에 떠나는 페리에 타기 위해 채비를 서둘렀을 테니 다들 피곤할 터였다.

 

나머지는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거나 카드 게임에 몰두해 있었다. 선상의 정경은 이따금 눈에 스쳤다 사라지는 에게 해의 섬들과 조화를 이뤄 무척이나 평화로웠다.

 

군청 빛 바다 위로 하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섬 파로스(Paros)와 낙소스(Naxos)에 잠시 정박했던 배가 마지막 목적지인 산토리니로 출발했다. 한순간 선잠에서 깨어난 인파가 갑판의 그늘에 숨어 있다 순식간에 뛰쳐나와 탄성을 내질렀다. 산토리니였다.

 

이곳을 기다려온 사람들에게 더 이상의 감동을 주는 것은 없었다. 콘서트홀에 가수가 들어서기라도 한 듯 모두 섬이 보이는 쪽 난간에 찰싹 붙어서 카메라를 들이댔다.


다른 그리스의 섬들이 완만한 능선을 그리는 데 비해 산토리니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알록달록하게 칠해진 건물들이 장난감 모형처럼 붙어 있었다. 배에서 바라본 산토리니는 4단 케이크에 가까웠다. 코발트 빛 바다, 갈색 화산암, 하얀 집,새파란 하늘을 층층이 쌓고, 마지막으로 그 위에 크림 같은 구름을 얹어놓았다.

 

아티니오스 항구에 도착하니 호객행위를 하러 나온 상인들로 북적거렸다. 그들은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면 객실을 직접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룸(Room)?"이라는 한마디를 건넸다.

항구에서 받은 산토리니의 첫 느낌은 '예쁘다'가 아니라 햇볕이 '따갑다'는 것이었다. 따뜻하지 않고 뜨거웠다. 팔에서 흐르는 땀을 말려버릴 만큼 태양이 내뿜는 광선은 강렬했다.

 

처음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빛은 산토리니에 머무르는 동안 가장 강력한 적이었다. 햇빛을 잔뜩 머금은 하얀 집은 눈을 피곤하게 했고, 일을 힘들게 했다. 색의 찰나를 그려낸 인상파 화가들이 산토리니에 살았다면 아마도 산토리니의 화려한 빛깔에 눌려 그림 그리는 작업을 포기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마주하기 어려울 정도로 '눈이 부시다'는 말은 이곳에 가장 적합했다. 경치가 아름다워서 그러했고, 실제로 눈을 뜨지 못해서 그러했다. 하얗다는 뜻의 한자 '백(白)'이 해(日)와 이웃사촌 지간인 데는 모두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사실 산토리니는 제주도나 울릉도처럼 화산섬이다. 항구에서부터 뒹굴고 있는 구멍이 송송 뚫린 현무암이 증거다. 첫 행선지를 산토리니의 마을 가운데 가장 아기자기하고 석양이 멋있다는 '이아(Ia)'로 정했다. 도로 아래로 펼쳐지는 광경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이아는 사람이 살고 있는 촌락이라기보다 '테마파크' 같다. 사진에서 너무나 많이 봐왔던 지붕만 파란색이고 나머지는 하얀색으로 칠해진 교회가 마을의 중심부다. 주위 벽도 모두 흰색이고, 바닥은 대리석이어서 너무나 깨끗하게 느껴졌다.

 

좁은 골목에는 산토리니의 가옥을 축소한 깜찍한 기념품, 티셔츠, 하얀 자수 제품, 지중해를 연상시키는 미술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다. 예술을 향유할 줄 아는 이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 같은 느낌이었다.

 

이아의 백미는 해넘이다. 마을에서 한번 놀란 관광객은 서쪽 끝에서 숨이 막힐 듯한 비경을 경험하게 된다. 해질녘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더니 빨간 불덩어리가 바다 아래로 침잠하는 절정의 순간에는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태양과 바다가 벌이는 쇼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사람들은 주연 배우 한 명이 퇴장했을 때 환호성과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일몰이야 어디에서 보든 장관이지만, 이아에서는 특별하다. 단지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해도 흥분이 된다. 광화문에서 길거리 응원을 하던 도중에 한국이 득점했을 때의 에너지와 비슷하다고 할까.

 

산봉우리에 눈이 내린 듯한 모습은 피라(Fira)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아보다 더 복잡하고 사치스러운 피라는 산토리니에서 가장 큰 동네다. 아테네보다 더 번화한 이곳은 철저히 상업적인 지구지만, 억지로 물건을 사도록 잡아끌지는 않는다.

 

날이 어둑어둑해지면 피라는 더욱 요염하게 변한다. 상점은 자정까지 문을 열고 그리스의 대중식당인 타베르나와 바는 광란의 밤을 보내려는 젊은이들로 가득 찬다. 환상적인 경치와 분위기는 인간의 본성을 내던지게 만든다.

 

그래도 산토리니는 청량하고 순수한 섬이다. 가옥들이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있음에도 상쾌하다는 느낌을 준다. 조르바의 말처럼 어차피 산토리니에서는 두뇌가 필요하지 않다.

 

일탈을 원하는 사람이든, 휴식을 원하는 사람이든 산토리니가 해답이다. 이곳에서는 누구도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혼자만의 세계에 탐닉한다. 그래서 잊었던 자아를 다시 발견할 수 있다.

 

         그리스② 과거를 품은 신화의 도시
[연합르페르 2006-11-09 11:33]

(연합르페르)

우아하고 우람한 '파르테논' 신전과 번잡하고 시끄러운 아테네의 거리 풍경. 수천 년의 간격을 두긴 했지만 같은 민족이 그려낸, 믿을 수 없을 만큼 모순적인 모습이다.

 

예나 지금이나 멋지고 자극적인 볼거리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관심은 신의 영역인 아크로폴리스로 쏠려 있다. 그러나 파르테논 신전과 도시 아테네는 모두 전쟁과 지성의 여신인 아테나에게 바쳐진 산물이다. 그래서 파르테논과 아테네는 동체(同體)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둘의 주인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아테네 사람들이다.

 

그리스 신화의 첫머리를 들춰보면 '크로노스'라는 신이 나온다. 그가 다스리는 동안 인류는 전쟁과 죄악이 전무한 풍요로운 황금기를 구가했다고 한다. 그는 신들의 제왕으로 알려진 제우스뿐만 아니라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의 아버지이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후손에게 권위를 빼앗긴다는 신탁을 듣고는 자식을 잡아먹는 요상한 습성을 갖게 된다. 이를 보다 못한 제우스의 어머니가 아기처럼 보자기로 싼 돌을 크로노스가 삼키게 해서 자녀들을 모두 구해낸다. 결국 크로노스는 권좌에서 물러나 이후에는 신화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를 창조한 그리스 사람들이 훗날 크로노스의 기구한 운명을 따를 줄은 몰랐을 것이다. 수업시간에 배운 대로 서양 문학의 효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이고, 서양 철학의 출발점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이다.

 

아테네 공항에서 우연히 발견한 그리스 맥주의 광고 현수막에는 그리스가 수출한 단어가 5만1천807개라고 자랑스럽게 쓰여 있었고, 짐을 나르는 카트에는 '신화가 당신의 가슴 속에 살아 있다'고 인쇄돼 있을 정도였다. 한 마디로 '그리스가 없다면 현재의 서구 문명도 없다'고 주창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그리스가 그렇지 못하다는 데 있다. 그리스 문화를 존중한 로마에게 지중해의 패권을 넘겨준 후로는 크로노스처럼 유럽의 변방으로 전락한 것이다.

 

로마 역시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당시에 깔았던 길들이 여전히 튼튼하게 기능하는 것처럼 오늘도 서양 문화의 단단한 '뿌리' 역할을 하고 있다. 로마 제국 시기에도 문화적으로 수도 로마보다 우위에 있었다고 자부했던 고대 그리스인들이 들으면 무척이나 억울해 할 듯하다.

유럽 같지 않은 유럽의 본향

 

그리스 신화를 읽고 상상력이 풍부해진 이방인이라면 기대감을 안고 아테네에 들어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내 실망해서는 얼굴을 찡그리게 된다. 지독한 교통체증과 대기를 뒤덮은 희뿌연 스모그, 유럽 같지 않게 지저분한 길거리가 혼합돼 그저그런 대도시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이곳에 머물렀던 역사가 토인비는 '위대한 문명을 일군 그리스인들은 어디로 가고 초라하고 무게에 찌든 농부만 남았는가'라고 한탄했다는데, 10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사람들의 생활이 그다지 넉넉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잠시 유보해두길 권한다. 겉모습만 흘깃거리고 나서 아테네를 한물 간 왕년의 스타로 업신여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얼굴이 변했다고 해서 연기력이나 가창력까지 쇠퇴하는 것은 아니다.

 

유럽과 북아프리카, 소아시아에서 로마의 유적은 항상 관광객의 이목을 끌고 칭송을 받지만 아테네에서는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것이 대다수다. 일례로 제우스 신전 바로 옆에 있는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문은 찾는 이가 없어 처량하기만 하다. 비슷하게 생긴 아치가 터키의 안탈리아에서는 인기 만점이지만 말이다.

 

아테네는 휴양지가 아니지만, 여행할 때 조금은 느긋하게 마음을 먹을 필요가 있다. 파르테논 신전을 제외하면 딱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곳도 없고,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도 무척이나 여유롭기 때문이다.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셔도 평온하고 부담이 없다.

 

사실 아테네 시내에서는 지도만 보고 목적지를 찾아갈 수 없다. 도로들이 반듯하지 않고 구절양장의 산길처럼 구불구불하다. 택시기사도 혼란스러워 하는 미로 같은 도시에서 황색의 국회의사당이 버티고 있는 신타그마 광장(Syntagma Square)마저 없었다면 이곳이 초행인 사람들은 더욱 난처했을 것이다. '헌법'을 뜻하는 신타그마 광장은 아테네의 동서남북으로 뻗어나가는 중앙부다.

 

아크로폴리스와 아고라 사이에 위치한 플라카(Plaka)는 상점, 레스토랑, 술집이 밀집해 있는 서울의 인사동 같은 곳이다. 플라카에는 토요일 오후를 맞이해 길거리로 나들이를 나온 사람이 더욱 많아진 듯했다. 행인 입장에서는 좁은 길을 점령해버린 탁자들이 거추장스러웠지만, 천막 아래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안락한 장소일 뿐이었다.

 

플라카를 빠져나와 골동품을 파는 가게가 즐비한 모나스티라키(Monastiraki)로 향했다. 예전에는 어느 가정집에서 귀중품 취급을 받았을 축음기와 출처를 알 수 없는 도자기, 공장에서 다량으로 찍어낸 것 같은 싸구려 놋쇠용품이 어지러이 널려져 있었다.

 

파리 벼룩시장에 가져가면 훨씬 비싼 가격에 팔 수 있을 것 같은 물건도 부지기수였다. 인근 시장에서는 그리스의 특산물이라 할 수 있는 가죽 샌들과 수세미가 지천이었는데, 정작 그리스 사람 중에는 가죽 샌들을 신고 있는 이가 거의 없었다.

 

다시 아리아드네의 실을 받고 미궁으로 떠난 테세우스처럼 복잡한 소로를 통과해 대망의 아크로폴리스로 발길을 옮겼다. 다른 유럽의 도시들은 건축물의 높이를 교회의 첨탑 아래로 제한하는데 반해 아테네에서는 아크로폴리스가 기준이다. '높은 도시'라는 뜻의 아크로폴리스는 실제로 150m 내외의 언덕에 불과하다.

 

미끌미끌한 대리석 바닥을 밟고 웅장한 문을 지났다. 주인공인 파르테논 신전은 아직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하늘로 치솟은 그리스 기둥의 위엄이 전해져왔다. 어린 시절부터 사진으로만 숱하게 봐왔던 파르테논 앞에 선 순간, 꿈인가 했다.

 

다만 형체가 온전하지 않아 아쉬울 뿐이었다. 17세기에 터키 군이 쏜 포탄의 파편에 맞아 신전이 손괴됐고, 지붕의 일부는 영국에게 넘어가 대영박물관에 있다고 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전쟁의 여신인 아테나의 보금자리를 파괴한 원인은 싸움과 욕심이었다. 문득 인간들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면 먼 훗날에는 상처 입은 파르테논 신전마저도 사라지게 될까 두려워졌다.

사진/김주형 기자(kjhpress@yna.co.kr)ㆍ글/박상현 기자(psh59@yna.co.kr)

 

          그리스③ 하늘 위로 올라간 수도원
 

(연합르페르)

수도인 아테네를 벗어나면 이내 알 수 있는 사실이 있다. 고래부터 국토에 산이 많아서 농사지을 땅이 태부족했다던 한반도보다 더 척박한 땅이 그리스라는 것을 말이다. 대부분이 산악지대인데다 강수량이 많지 않아서 씨앗을 뿌려도 만족할 만큼의 수확물을 거둘 수 있는 토지는 10% 내외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전원 풍경을 떠올릴 때면 무의식적으로 초록색을 연상한다. 어려서부터 시골에 내려가면 빽빽한 수풀로 뒤덮인 산과 튼실하게 영글어가는 농작물을 봐왔던 탓이다.

하지만 그리스에서는 도시에서 멀어져도 황색이 경관을 지배한다. 드문드문 낮은 관목이 눈에 띄긴 하지만 아름드리나무나 밭은 구경할 수 없다. 땅은 황무지 같고, 산은 민둥산이어서 황량하기 이를 데 없다.

 

메테오라는 아테네에서 보자면 서북쪽에 위치한다. 바다에서 한참 떨어져 있고, 높은 산맥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자동차로 5시간이 넘게 걸리는 여정은 단조롭고 지루했다.

 

차창으로 보이는 그리스의 산들은 다윗 앞에 우뚝 선 골리앗처럼 불쑥불쑥 솟아 있었다. 마치 평지에 거대한 바위 덩어리를 통째로 심어놓은 듯했다. 어머니의 품처럼 온화하고 부드러운 산세에 익숙해서인지, 엄하고 무뚝뚝한 아버지 같은 느낌이 들었다.

 

메테오라는 '공중에 떠 있는'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이곳의 수도원들은 이 말처럼 하늘과 땅 사이에 걸쳐져 있다. 메테오라 아래에 자리한 소촌인 칼람바카(Kalambaka)에서 보려면 고개를 완전히 젖혀야 할 만큼 높다란 곳에 수도사들이 기거하고 있다.

 

속세와 단절하고 수도원으로 들어가다

전성기에 24개에 이르렀던 메테오라의 수도원은 현재 6개만이 남아 있다. 다들 외딴 곳에 있어서 도보로는 여행하기가 쉽지 않다. 먼저 수녀원인 스테파노스 수도원을 방문했다.

 

그리스 국기와 노란색 비잔틴 제국의 깃발이 나란히 펄럭이고 있었다. 전쟁을 통해 1830년 독립을 쟁취한 현대 국가 그리스보다 작은 수도원이 훨씬 긴 역사를 지니고 있음을 암시하는 듯했다.

입구에는 '성스러운 공간이므로 경외하는 마음을 가져달라'는 주문이 내걸려 있었다. 여성들은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치마를 입어야 입장이 허용됐다. 가톨릭처럼 검은 옷을 입은 수녀들이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정원을 지나 본당으로 향했다.

 

내부에는 바닥을 제외한 모든 면이 비잔틴 성화로 장식돼 있었고, 예수를 비롯한 성인들의 얼굴은 황금빛 원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양초를 구입해 희망을 기원한 사람들은 교회에 들어와서 성호를 3번 그은 뒤 액자 형태의 성화에 입을 맞추었다.

 

스테파노스 수도원의 뒤쪽으로 가면 칼람바카 시내가 한눈에 펼쳐지는 장소가 있다. 과거 이곳에 거주했던 수도사들은 마을을 바라보며 어떤 상념에 빠졌을지 궁금했다. 고지에 있다는 우월감도 느꼈을 테고, 가끔은 희미한 불빛을 보며 외로움을 달랬을 듯도 싶다.

 

메테오라에서 가장 크고, 인간 세상에서 가장 동떨어져 있는 대 메테오른 수도원에 닿으려면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두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은 동굴을 통과하고 계단을 오르는 일을 몇 차례나 반복해야 했다.


이곳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해골과 뼈를 보관하고 있는 방이다. 자세히 들여다보기가 겁나는 물건들은 흐린 날씨 속에서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식당을 개조한 화랑에는 수도승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그림과 식기들이 진열돼 있었다.

 

대 메테오른 수도원과 가까운 발람 수도원, 그림엽서에 단골로 실리는 루사노 수도원과 니콜라스 수도원, 영화 '007 유어 아이즈 온리'의 마지막 장면이 촬영됐던 성 트리니티 수도원은 메테오라에 남은 나머지 수도원들이다. 외관만 조망하고 훌쩍 떠나야 했지만, 시간이 주어진다면 다시 돌아보고 싶다.

 

전쟁을 피해 산으로 간 수도원

메테오라의 모든 수도원은 독야청청하듯 산꼭대기에 홀로 자리해 있었다. 어디에서나 이목을 끌 수 있는 산정에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듯했다. 불교의 사찰도 역시 산 속에 있기는 하나, 보통은 자연에 파묻혀 있어서 드러나는 법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도원의 위치가 성직자의 필수덕목인 겸손과는 거리가 멀었다.

 

구불구불거리는 길을 따라 수도원으로 올라가다 보면 놀라움보다 호기심이 먼저 생긴다. 어떤 이유 때문에 저 높은 곳에 수도원을 지었는지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소설가 공지영 씨는 '수도원 기행'에서 서유럽의 수도원을 돌아본 뒤 "물질의 극치, 문명의 극치를 몇 백 년 동안 누린 이 유럽 땅에서 스스로 창살 안으로 들어가 가난을 자초하는 저 이들은 단지 세상이 싫어서가 아니라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각오하고 스스로 갇힌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메테오라에 본격적으로 수도원이 건립됐을 당시인 15세기는 그리스 역사에서 암흑기나 마찬가지였다. 이탈리아가 르네상스를 꽃피우고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이 신대륙 개척을 위해 온 신경을 쏟고 있을 때 그리스는 오스만 제국의 일개 영토였을 따름이다.

 

비잔틴 제국의 멸망 이후 물질과 문명은 사라졌고 생활은 피폐해졌다. 터키 해적의 침입을 피해 안전한 곳에서 은둔하며 마음을 다스려야 했던 수도자들은 고육지책으로 메테오라의 기묘한 봉우리 위에 건물을 세웠다. '스스로' 결정했지만, 원해서 갇힌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터키인들이 범접할 수 없는 곳에 수도원을 지은 덕분에 그리스 정교회의 문화는 보존될 수 있었다.

 

수도원에 거주했던 승려들은 오로지 밧줄에만 의지해 물자를 공급받았고, 일하고 기도하고 공부하며 하루를 보냈다. 지금도 그들은 새벽 3시 30분에 일과를 시작하며 '결백, 청빈, 순종'의 세 가지 규칙을 엄격히 지키고 있다.

 

그래도 그리스의 많은 젊은이들은 종교에 일생을 걸기 위해 이곳을 찾아온다. 세계사에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고대 시기 이후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던 그리스인들에게 종교는 생(生)의 의지를 지탱해주는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도원에 완전히 입문하려면 3년의 시험기간을 거친 후에 수도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할 만큼 아직도 문은 좁다.

 

▲ 수도원 개방시간 =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장하며, 점심 시간이 있는 곳도 있다. 수도원마다 쉬는 날이 다르며, 입장료는 2유로다.

 

     그리스④ 햇살과 바람을 닮은 건강 요리
[연합르페르 2006-11-09 11:34]

(연합르페르)

농경지를 확보하지 못했던 그리스인들에게 바다는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자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였다. 그리스 사람의 삶에 깊숙이 침투한 바다는 음식문화에도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올리브와 풍부하고 신선한 해산물이 바로 그 증거다. 새로운 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는 그리스 음식은 지나친 양념을 배제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충실히 살려낸다.

 

그리스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올리브다. 그리스 사람들은 올리브를 짭조름하게 절여서 반찬으로 곁들이거나, 페이스트로 만들어 빵에 발라 먹는다. 요구르트, 오이, 마늘, 소금과 올리브유를 섞은 치자키 소스는 그리스의 모든 요리에 어울린다.

 

또한 '그리스식 샐러드'에는 토마토, 오이, 치즈에 별도의 소스를 첨가하지 않고 올리브유를 넣는다. 이처럼 다용도로 활용되는 올리브는 크레타 섬에서 재배된 것이 품질이 뛰어나다고 한다.

음식도 환경의 영향을 받는지라, 산이 많은 그리스의 북부는 육식을 주로 하고 섬에서는 해산물을 즐긴다. 북부 메테오라에서는 별도의 조리 없이 고기를 불에 구워 소금과 후추만으로 간을 한 뒤 먹는다.

 

그리스 사람들은 축하할 만한 일이 있을 때 통구이로 먹을 만큼 양고기를 좋아하는데, 잘 처리된 것은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섬에서는 그날 잡은 싱싱한 오징어, 문어, 생선을 이용해 요리한다.


그리스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음식은 '수블라키'다. 고기를 꼬챙이에 끼워 구운 것으로 쫄깃하게 씹히는 육질이 입맛에 맞는다. 수블라키 피타는 밀가루빵 안에 고기와 요구르트, 토마토, 야채를 넣고 돌돌 만 패스트푸드다. 여행자나 서민들이 즐겨 찾는 맛있고 저렴한 음식이다.

 

그리스 사람들도 다른 유럽인들처럼 식사할 때 와인을 많이 마시는 편이다. 그리스인은 와인을 생활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인 최초의 민족이므로, 각지에서 와인을 제조하고 판매한다. 와인 외에도 물에 타서 마시는 독주인 '우조'도 맛볼 수 있다.

 

사진/김주형 기자(kjhpress@yna.co.kr)ㆍ글/박상현 기자(psh59@yna.co.kr)

 

                  그리스⑤ 여행 정보

(연합르페르)

'서양 문명의 뿌리'라 불리는 그리스는 유럽의 남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 고대에 찬란한 문화를 이룩한 후 로마 제국에 편입되었고, 이후에는 동로마제국의 중심지로 기능했다. 하지만 근대로 넘어오면서 터키의 지배를 받았고, 19세기 초반에 독립했다. 그리스의 1주일 여행코스는 일반적으로 수도 아테네와 산토리니, 미코노스, 크레타 등 에게 해의 섬으로 구성된다.

 

▲ 기본정보 = 그리스의 면적은 남한의 1.3배이지만 인구는 1천만 명에 불과하다. 산지가 많고 섬이 국토의 20%를 차지한다. 그리스의 북쪽에는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불가리아가 있으며 동쪽으로는 터키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지중해 서편에는 이탈리아가 자리하며, 아래쪽에는 아프리카 대륙이 있다.

 

아테네에서 차를 타고 서쪽으로 달리면 스파르타, 올림피아, 코린토스 등 고대 도시국가들이 흩어져 있는 펠로폰네소스 반도가 위치한다. 언어는 그리스어를 쓰며, 문자도 알파벳과는 다른 그리스문자를 사용한다. 영어는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잘 통하지 않는 편이다. 인구의 95%가 그리스 정교를 믿는다.

 

▲ 가는 방법 = 서울에서 아테네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유럽으로 향하는 루프트한자 독일항공, 에어프랑스, KLM네덜란드 항공 등을 이용한 뒤 한 차례 환승하거나 타이항공, 에미레이트항공 등을 타고 경유해서 가야 한다.

 

보통 할인항공권은 타이항공이 가장 저렴하며, 가격은 85만 원 전후다. 터키에서 넘어올 때는 이스탄불에서 출발해 테살로니키를 거쳐 아테네로 오는 버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21시간이 소요되며, 편도 가격이 대략 80유로 정도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사이에는 다양한 항로가 있는데, 유레일패스를 소지하고 있으면 10유로 정도의 항구세만 내고 이탈리아 반도 서부의 바리나 브린디시에서 그리스로 떠나는 배에 승선할 수 있다.

 

▲ 현지교통 = 그리스는 볼거리가 본토보다 섬에 많기 때문에 한두 번은 배나 비행기를 이용해야 한다. 아테네에서 에게 해의 섬까지는 40분∼1시간 10분이 걸리며, 편도 요금이 80유로 내외다.

배는 비행기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오랜 시간 여행해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아테네 근처의 피레우스 항구에서 산토리니까지 쾌속선이 4시간, 일반 여객선이 7∼9시간 걸리며 가격은 시기와 좌석등급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본토를 여행할 때는 기차나 버스를 이용하는데 시설은 버스가 뛰어나고, 가격은 기차가 싸다.

 

▲ 비자, 전압, 시차 = 체제기간이 3개월 미만이고, 목적이 관광이라면 무비자입국이 가능하다. 물가는 한국보다 저렴했지만 2004년 올림픽 개최와 유로화 도입 이후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됐다. 하지만 서유럽 국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편이어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수블라키 비타는 1.5유로다.

 

전압은 220볼트이며, 시차는 서울보다 7시간 느리다. 다만 3월 마지막 일요일부터 10월 마지막 일요일까지는 서머타임을 실시해 6시간의 차이가 난다.

 

▲ 기후 = 그리스의 날씨는 말 그대로 '지중해성 기후'를 보인다. 따라서 여름에는 뜨겁고 건조하며, 겨울에는 비가 많이 내리는 편이다. 겨울에도 아주 춥지는 않아서 1월 평균기온이 10℃를 유지한다.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봄과 가을이며, 섬에 가려는 사람은 여름도 나쁘지 않다.

 


▲ 블루스타 페리 = 오래 전부터 해운업이 발달했던 그리스에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회사. 국내선에는 코스와 로도스 등으로 가는 블루스타2, 시로스와 미코노스 등으로 향하는 이타키, 피레우스에서 파로스와 이오스, 산토리니를 왕복하는 파로스 앤 낙소스, 안드로스와 미코노스에 정박하는 슈퍼페리Ⅱ(SuperferryⅡ) 등이 있다.

 

국제선에는 이탈리아의 바리와 파트라스를 오가는 블루스타1이 있다. 블루스타의 모든 배에는 차를 선적할 수 있으며, 배가 크기 때문에 흔들림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내부에는 간단한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바와 레스토랑, 선물 용품점이 있으며 좌석은 흡연석과 금연석으로 구분된다.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구비돼 있어서 배에 있는 동안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www.bluestarferries.gr

 

▲ 에리다누스 호텔 = 아크로폴리스와 파르테논 신전이 한눈에 보이는 아테네의 시내에 자리한 오성 호텔이다. 세계적인 체인 호텔의 천편일률적인 디자인과는 달리 예술적인 면모가 엿보이는 세련된 내부시설이 특징이다. 객실은 모두 38개이며,

 

대부분 시내와 호텔 내부의 정원을 조망할 수 있다. 그리스 전통의 생선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바롤코(Varoulko)'와 프랑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제롬 세레스(Jerome Serres)' 등 레스토랑 두 곳이 있다. www.eridanus.gr, 210-5205-360

 

▲ 디바니 메테오라 호텔 = 웅장한 기암괴벽을 배경으로 서 있는 디바니 메테오라 호텔은 현대적이고 깔끔한 외관이 먼저 눈길을 끈다. 객실은 165개를 보유하고 있다. 객실 모두는 나무 바닥과 참나무 가구로 꾸며져 있고, 최근에 보수한 대규모 회의실은 7개의 구역으로 나뉜다. 지하에는 깨끗한 실내수영장과 사우나, 스파, 자쿠지 등 피로를 풀기 위한 시설이 완비돼 있다. www.divanis.gr, 24320-23330

 

▲ 알타나 호텔 = 산토리니에서는 숙소도 평범하지 않다. 100년이 넘은 전통적인 산토리니의 가옥을 개조한 알타나 호텔은 에게 해의 푸른 바다와 따사로운 햇살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곳이다.

 

높은 빌딩에 사각형 방들이 들어찬 일반적인 호텔에 익숙한 사람에게 충격을 줄 만큼 멋지다. 객실은 신혼부부를 위한 스위트룸과 침실이 2개인 아파트 룸, 아름다운 발코니가 있는 로맨틱 룸 등 다양하다. 오전에는 12시까지 빵과 치즈, 커피 등 간단한 식사를 제공한다. www.altana.gr, 21080-10879

 

▲ 제이도론 = 양이 적은 음식을 여러 개 주문해서 다양한 맛을 경험해볼 수 있는 곳이다. '제이도론'은 비옥하고 풍성하다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다. 아테네의 숨겨진 명소인 프시리에 위치한다. 그리스식 샐러드, 튀긴 치즈, 스테이크 등이 인기 있는 메뉴이고, 퓨전 스타일의 음식을 내놓는다. www.psirri.gr/zeidoron, 210-321-5368

 

▲ 지오가스 = 고기 요리를 파는 레스토랑 가운데 메테오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곳이다. 수도원에 올라가기 전 들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점심 때 인파로 북적인다. 양고기와 고기와 야채를 다져 넣은 그리스식 소시지가 자랑이다. 2432-022-286

 

▲ 선셋 = 산토리니 이아 마을에서 바다 쪽으로 내려가면 아무디 해변이 있다. 이곳에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데, 선셋은 그중에서도 생선, 바다가재, 새우, 홍합 등 해산물 요리가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곳이다. 넉살 좋은 주인장은 과거에 직접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 즉석에서 요리를 해줬다고 한다. 22860-71614

 

▲ 1800 = 이아 마을에서도 가장 전망이 좋고,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다. 산토리니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 좋은 곳이다. 저녁에만 문을 열며 예약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손님으로 붐빈다. 100년이 넘은 가구와 탁자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리스 음식과 프랑스 음식을 판매한다. www.1800.gr, 22860-71485

 

▲ 그리스관광청(www.gnto.gr)

사진/김주형 기자(kjhpress@yna.co.kr)ㆍ글/박상현 기자(psh59@yna.co.kr)


 



                                Giovanni Marradi - Exodus

 

 

                                                            우리님들

 

                                                     

 

                                         

 

 

                                                                  

                                                     깊어가는 가을입니다.

                                             추억속에 남을 즐거운 이시간을 위하여
                                                 따뜻한 가족 들과  마음과 마음에
                                                     기쁨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서로 이쁜 사랑들 나누시며
                                               오손도손 행복한 시간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향기남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