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Travel)이야기들/재밋는 유럽여행

지구촌 최북단 스발바르,인류 공동의 땅

향기男 피스톨金 2006. 8. 14. 11:57

 

           지구촌 최북단 스발바르를 가다

 

              인류 공동의 땅’ 스발바르

 



북극점까지는 1,338㎞가 남았다. 여기는 롱이어비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의 주도다. 북위 78도13분.

 

아이슬란드보다, 시베리아보다, 알래스카보다 위도가 높다. 세상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도시인 롱이어비엔에선 북극점이 수도 오슬로(2,313㎞)보다 가깝다.

 

스발바르는 그린란드 동북쪽, 5개의 섬으로 이뤄진 제도다. 1개의 도시와 2개의 탄광촌, 2개의 과학기지가 있다. 우리나라 북극 과학기지인 다산기지가 있는 곳이 바로 이 과학기지, 니알슨 지역이다.

 

신문을 열심히 본 사람이라면 북극 영구동토층에 씨앗 저장창고를 짓는 ‘노아의 방주’ 프로젝트를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노아의 방주’는 롱이어비엔의 폐광에 세워진다.

 

60%가 빙하로 뒤덮여 북극 다큐멘터리의 단골 촬영지인 스발바르는 관광객이 갈 수 있는 최북단이다. |관련기사 K14

 

#24시간 해가 지지 않는 마을

 

비행기가 롱이어비엔 공항에 착륙한 시각은 오전 1시20분. 태양은 여전히 바다 위에 떠 있었다. 북극 지방인 이곳에선 4월19일부터 8월21일까지 24시간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계속된다. 겨울의 4개월은 해가 뜨지 않고, 짧은 봄과 가을에만 해와 달이 공존한다.

 

오후 5시 같은 몽롱한 빛 속에서 공항버스는 제 키의 절반만한 배낭을 짊어진 관광객들을 시내로 날랐다. 비행기 시간에만 맞춰 운행하는 공항버스는 롱이어비엔의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이다.

 

지하철은 물론 기차도 버스도 없다. 어차피 도로라고 해 봐야 시내와 공항 주변의 45㎞가 전부다. 그나마도 겨울엔 눈에 덮인다. 그래서 집집마다 자동차와 모터스키, 스키가 나란히 ‘주차’돼 있다. 그럼 관광객들은? 당연히 걸어다닌다.

 

롱이어비엔은 U자형으로 팬 어드벤트 피요르

드의 골짜기를 따라 형성된 도시다. 피요르드가 바다와 만나는 해변 다운타운에는 고급 호텔이, 골짜기로 들어갈수록 값싼 숙소가 나온다.

 

최저가 숙소는 옛 광부 기숙사를 개조한 것. 컨테이너 박스 같은 건물에 ‘5호동’ ‘4호동’이란 간판이 붙어 있다. 창문을 열었더니 ‘뒷산’ 대신 ‘뒷빙하’가 나왔다. 여기가 도시의 끝이다.

 

광부 기숙사에서 시내까지는 3㎞. 밥 한끼 먹으려면 40분을 걸어가야 한다. 한여름이기 때문에 기온은 영상 6도. 겨울에는 영하 46.3도까지 떨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외투에 목도리까지 둘렀지만, 현지인 중에는 티셔츠만 입고 다니는 이들도 있다.

 

눈 돌리는 곳마다 스핑크스의 발톱같이 생긴 산들이 마루와 골짜기에 눈을 짊어지고 서 있다. 들판은 ‘북극 사막’이란 명성대로 황량하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마른 땅에 푸릇푸릇한 이끼만 돋았다. 북극 영구동토층은 여름이 돼야 겨우 표면만 녹아 이끼를 틔워낸다.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파이프는 상하수도. 땅 속에 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산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집들은 노랑, 빨강, 초록으로 울긋불긋하게 페인트칠이 돼 있었다. 하나같이 땅에서 1m 정도 띄운 ‘원두막’ 형태다. 겨울철 눈이 쌓이더라도 문을 여닫을 수 있게 한 것. 현관에는 순록 뿔을 걸었다.

 

이곳엔 순록이 서울의 비둘기나 고양이만큼 흔하다. 관광객들만 탄성을 지르며 카메라를 들이댈 뿐, 현지인도 순록도 심드렁하다. 여름 한철만 겨우 풀이 돋는데, 순록은 무엇을 먹고 살까.

 

다행히 순록도 북극의 기후에 맞춰 진화했다. 스발바르 순록은 일반 순록과 달리 최대 10㎏의 지방을 몸 속에 축적할 수 있다. 여름내 열심히 먹어 겨울을 버티는 것이다.

 

시내의 호텔, 여행사, 기념품가게, 식당은 대부분 ‘북극(Arctic)’ ‘북극곰(polar bear)’ ‘최북단의(Northernmost)’ 같은 접두어를 달고 있다. 심지어 비닐봉지와 빵봉투에도 북극곰이 그려져 있다.

 

스발바르의 유일한 슈퍼마켓이자 ‘가장 북쪽에 있는 슈퍼마켓’에서는 항공권을 제시하는 외국인에게 면세 가격으로 술을 판다. 항공권 좌석표를 내밀었더니 ‘보드카 2병, 와인 1병, 맥주 24캔’이라고 1인 제한용량을 적어줬다.

한국으로 편지를 보내기 위해 우체국에 들렀다

 

“한국에 다녀왔다”는 사람을 만났다. 우체국 직원은 “1997년 어린이 캠프 자원봉사차 한국에 한달 정도 머물렀다”며 “서울은 아름다운 도시”라고 말했다. (엽서는 3주반 뒤 무사히 한국에 도착했다.)

 

저녁이 되면서 식당들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광부들은 ‘북극 맥주(Arctic beer)’를 들이켜며 하루의 땀을 식히고, 학술회의에 참가한 북극 연구자들은 ‘가장 북쪽에 있는 와인창고’에서 꺼낸 와인으로 건배하고, 관광객들은 ‘북극의 진미’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순록(슈퍼마켓에선 순록햄도 판다),

 

바다표범, 북극어류를 맛본다. 고소하지 않겠다고 서약만 하면 포획이 금지돼 있는 북극곰 고기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북극의 밤은 깊어가지만 해는 지지 않는다.

〈롱이어비엔(스발바르제도)|글·사진 최명애기자 glaukus@kyunghyang.com

 

 

 

                  스발바르 길잡이

 

경향신문 2006-08-09 15:24]    


스발바르는 북극 지방 중 가장 접근이 쉬운 곳이다. 롱이어비엔까지 비행기만 타고 가면 된다. 대부분 북극 도시는 수차례 비행기를 갈아타고, 헬기를 빌려 타고, 스노모빌로 달려가야 한다.

 

물론 한국 출발 직항편은 없다. 일단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까지 가야 한다. 스칸디나비아 항공 자회사인 사스브라덴(www.sasbraathens.no)이 오슬로~트롬쇠(노르웨이 북부도시)~롱이어비엔 항공편을 운항한다. 여름철엔 하루 2~3편도 운항하지만 겨울철엔 편수가 줄어든다.

 

오슬로~롱이어비엔 3시간, 트롬쇠~롱이어비엔 1시간30분이다. 출발일, 비행편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싸게는 왕복 25만원에도 구할 수 있지만, 80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으로 예약, 결제가 가능하다.

 

관광객이 몰리는 시기는 6~8월 여름 성수기다. 바다가 녹아야 배를 타고 빙하 관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에도 관광이 가능하지만 24시간 밤만 계속되는 데다 영하 20~30도로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에 찾는 사람이 적다.

 

그러나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여름 성수기에는 비행기표와 숙소를 미리 예약해야 한다.

 

롱이어비엔에는 호텔, 게스트하우스, 호스텔을 합쳐 10여개의 숙소가 있다. 광부 기숙사를 개조한 호스텔이 가장 싼데, 1박에 12만5천원 정도다. 호텔은 1박 25만원 이상. 대부분 숙소를 대형 여행사가 운영하기 때문에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다.

 

비행기표, 숙소 다음은 투어 예약. 북극곰의 위협과 교통편 때문에 사실상 ‘독립 여행’은 불가능하다. 여행사 1일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스피츠베르겐 트래블(www.spitsbergentravel.com)과 와일드라이프(www.wildlife.no)가 양대 대표 여행사다.

 

에스마크 빙하+바렌츠버그 보트트립(18만7천원), 빙하 트레킹+화석줍기(10만2천원), 3호광산 투어(9만3천원)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 관광객들은 대개 5~7일 머무르며 3~4개의 투어를 이용한다.

 

통화는 노르웨이 코로나(NOK)를 사용한다. 1코로나는 150원 정도. 스발바르 내에 환전할 곳은 없지만 대부분 가게에서 신용카드를 받는다. 물가는 우리나라의 3배쯤 된다.

 

 슈퍼마켓에서 파는 샌드위치가 우리 돈으로 1만원 정도. 카페에서 샌드위치나 파스타로 한끼를 때우려면 3만원, 식당에서 먹으면 7만~8만원 정도다.

 

스발바르 여행정보는 영문판 론리플래닛 ‘노르웨이’편에 소개돼 있다. 그러나 여행사 홈페이지의 정보가 더 자세하다.

 

스발바르 관광안내소 홈페이지(www.svalbard.net),

스발바르 포럼(http://forum.svalbard.com)도 유용하다.

롱이어비엔 관광안내소에서는 스발바르 안내책자 3~4종을 무료로 나눠준다. 어지간한 가이드북보다 낫다.

〈최명애기자〉

 

 

         인류 공동의 땅’ 스발바르를 가다

 

[경향신문 2006-08-09 15:24]    


#북극점도 일주일이면 다녀온다

 

스발바르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북극곰의 위협에 항상 노출돼 있다. 스발바르에는 북극곰이 사람보다 많다. 도시, 마을, 과학기지를 모두 합쳐 상주인구 2,500여명. 북극곰은 최소 2,500마리, 최대 5,500마리로 집계된다.

 

롱이어비엔 시외로 나갈 때는 반드시 총기를 휴대해야 한다. 여행용품점에서 총을 빌려준다. 2차대전 때 사용하던 독일제 총이어서 나치의 스와스티카(卍) 문양이 찍혀 있는 것도 있다.

 

제대로 발사나 될까 싶지만, 곰을 쏘기 위한 용도는 아니다. 단지 허공에 쏘아 곰을 위협하기 위해서다. 극한의 순간에 곰을 쏠 수는 있지만, 이 경우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

 

실제 롱이어비엔 주변에서 곰을 마주치기는 쉽지 않다. 도시에 곰이 나타나면 그건 지역신문 ‘스발바르포스텐’의 1면 톱으로 실릴 만한 뉴스다. 관광가이드 크리스틴은 “8년전 관광을 온 스웨덴 여교사가 마을 뒤 빙하에서 곰의 공격을 받아 숨졌다”며 “더 이상 롱이어비엔도 북극곰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굶주린 곰들이 먹이를 찾아 사람이 사는 곳까지 내려온다는 것이다. 공항 쪽 도로에는 ‘북극곰 출몰주의’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관광안내소에서는 ‘북극곰 안전수칙’ 포스터도 판다.

 

북극곰의 위협이 아니더라도 스발바르에서의 개별 관광은 거의 불가능하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도로가 없기 때문에 이동하려면 비행기나 배를 빌려야 한다. 마을이 아닌 ‘야생지대’를 들어가려면 롱이어비엔 주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관광객에게 구조 비용을 지불할 은행 계좌번호를 요구하거나 미리 보험에 들라고 요구할 수 있다.

 

관광객들은 롱이어비엔을 거점으로 여행사의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필수 코스’는 배를 타고 이스피요르드의 에스마크 빙하를 구경한 뒤 스발바르에서 두번째로 큰 마을인 바렌츠버그를 다녀오는 당일 코스다. 바다가 녹는 5월 중순부터 9월까지만 운영된다.

 

배는 빙하에 가까이 접근한다. 물론 상륙할 수는 없다. 운이 좋으면 빙하가 떨어져 빙산이 생기는 장면이나, 얼음조각 위에 바다표범이 누워 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빙하투어 가이드는 “2주 전 북극곰이 바로 저 얼음 위에 있었다” “어제 이 얼음 위에서 바다표범 두 마리가 햇볕을 쬐고 있었다”고 가리켰지만, 운이 없었다.

 

대신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사람을 공격하려 드는 북극 제비갈매기는 수없이 목격할 수 있었다. 북극의 동물들은 짧은 여름 동안 새끼를 낳고 키워 겨울을 난다. 산란기를 맞은 북극 제비갈매기는 알을 노리고 접근하는 여우나 갈매기는 물론, 사람에게도 날카로운 부리를 들이댄다.

 

빙하 트레킹도 인기 코스다. 롱이어비엔 빙하나 폭스파나 빙하를 다녀오는 당일 코스. 빙하 사이의 틈인 크레바스에 빠질 것에 대비해 서로의 몸을 끈으로 묶고 조심스럽게 빙하지대를 걷는다.

 

눈이 무릎 높이로 쌓여 있어 눈밭을 걷는 것과 비슷하다. 산꼭대기에 스키 자국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데, 롱이어비엔 젊은이들이 스노모빌을 타고와 질주한 흔적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스노모빌이 인라인스케이트나 스케이트보드쯤 되는 모양이다.

 

빙하 트레킹 코스의 마지막은 ‘화석 줍기’다. 롱이어비엔 빙하 입구에는 넓은 나뭇잎과 조개 화석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수백만년 전 온대 지역이었다는 증거다.

 

꽃 한송이도 꺾으면 안되는 이 북극보호지구에서 “화석만큼은 원하는 대로 주워 갈 수 있다”고 가이드는 설명했다.

 

흔적이 선명한 화석은 롱이어비엔 유일의 박물관인 ‘스발바르 뮤지엄’에 팔 수도 있다. 열심히 주우면 하루 밥값은 벌 수 있다.

 

가격은 비록 ‘협상 가능’이지만, 북극점 투어도 있다. 북위 89도에서 출발, 1주일간 스키를 타고 북극점에 다녀오는 투어가 있고, 비행기로 북극점 근처까지 간 뒤 북극점에서 하룻밤 숙박하는 투어도 있다.

 

안내문에는 ‘어렸을 때부터 아문센과 난센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당신이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고 적혀 있었다. 100여년 전 북극점을 최초로 ‘정복’한 피어리나 프레데릭 쿡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허망할까.

 

#인류의 미래를 위한 실험대

 

스발바르는 지도에 기록된 지 400년밖에 되지 않는 ‘신대륙’이다. 스발바르 앞바다(바렌츠해)에 이름을 남긴 네덜란드 항해가 바렌츠가 1596년 발견했다.

 

고래, 바다코끼리 사냥터로만 쓰이다가 사람이 터를 잡고 살기 시작한 것은 올해로 100년째. 가혹한 북극의 땅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인 것은 바로 석탄이었다.

 


1906년 미국인 광산업자 롱이어가 현재 롱이어비엔 자리에서 석탄 채굴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그해 처음으로 한해 겨울을 온전히 스발바르에서 보냈다. 석탄은 사람을 불러들였고, 롱이어는 10년 뒤 광산을 노르웨이에 팔았다. 롱이어의 이름을 딴 롱이어비엔 시내에는 정주 100주년을 맞아 제작한 플래카드와 포스터가 곳곳에 펄럭였다.

 

100년이 지난 지금 롱이어비엔엔 1,800여명이 산다. 3분의 1은 광부, 3분의 1은 여행업 종사자, 3분의 1은 과학자다. 1960년대 이후 석탄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롱이어비엔의 광산은 잇달아 문을 닫았다.

 

현재 가동중인 곳은 7호광산 하나뿐이다. 한해 7만t을 채굴해 롱이어비엔에서 사용하고, 일부는 독일로 수출한다. 96년 폐광된 3호광산은 ‘광산 체험장’으로 운영된다.

 

지금도 산자락 곳곳에는 나무로 얼기설기 입구를 막아 놓은 폐광의 흔적이 보인다. 도시를 키운 것이 석탄이어선지, 건물과 습관에도 ‘광산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다.

 

명소로 꼽히는 식당 ‘후제트’는 원래 광부 전용 식당이었다. 가정집은 물론 박물관, 관광안내소, 교회에 들어갈 때에도 현관에서 신발을 벗어야 한다. 신발에 묻은 석탄을 집안으로 들이지 않기 위해서다.

 

74년 북극 도시로서는 이례적으로 오슬로 정기 항공편이 생긴 것도 광산 때문이었다. 광산 노동자에게 식량과 생필품을 공급하고, 가족들이 자유롭게 왕래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광부와 가족을 실어나르던 비행기는 이제 연구자와 관광객을 싣고 온다.

 

93년 설립된 롱이어비엔 대학은 비록 관광안내소와 건물을 나눠 쓸 만큼 작은 규모지만, 북극 연구소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북극 지질학, 북극 동물학, 빙하학 등을 연구한다. 빙하학은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에서 그린란드 출신 주인공 스밀라가 전공한 분야다.

 

스발바르를 찾는 관광객은 한해 3만명. 롱이어비엔은 북극 관광의 거점이자 북극 탐험의 베이스캠프다. 탐험가들은 롱이어비엔에서 장비를 마련하고 식량을 채워 북극점으로 떠난다.

 

관광이 본격화된 것은 겨우 10여년 안팎. 지금도 숙소와 식당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짧은 여름 한철 동안 공사를 끝내야 한다.

 

공사중인 것은 상업시설만이 아니다. 3호광산 내부에서는 올 여름과 내년 여름을 이용해 ‘노아의 방주’를 짓고 있다. 전세계 종자은행으로부터 2백만종의 곡물 씨앗을 제공받아 보존할 계획이다. 이 씨앗은 ‘지구 최후의 날’ 이후, 미래 세대의 식량으로 쓰이게 된다.

 

왜 스발바르에 ‘노아의 방주’를 짓는 것일까. 위치 때문만은 아니다. 북극에 매료돼 94년부터 롱이어비엔에서 살고 있는 이탈리아인 스테파노 폴리는 “스발바르는 노르웨이지만 노르웨이가 아니다”라며 “노르웨이 시민권이 없더라도 똑같은 권리를 누리며, 사업도 할 수 있고,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1920년 스발바르 조약에 따라 노르웨이가 관리하고 있지만, 노르웨이의 소유는 아니다. 인류 공동의 땅인 것이다.

 

폴리는 “정치적인 이유로 노르웨이에 망명을 신청했다 거절당한 보스니아 사람과 폴란드 사람도 많다”고 덧붙였다. 최근엔 노르웨이 내에서 신부감을 찾지 못한 광산 노동자들이 태국 여성과 원정 결혼하면서 태국인도 크게 늘었다. 청소 등 허드렛일은 대부분 태국 여성들의 차지다.

 

스발바르에서 사람들은 ‘자연의 법’이 ‘인간의 법’보다 우위에 있음을 경험으로 배웠다. 한쪽에선 지구 온난화와 북극곰의 개체수 감소를 우려하고, 한쪽에선 미래 세대를 위해 식량창고를 짓고 있다.

 

여기서는 ‘인류’가 ‘옆집 김씨’만큼 가깝게 느껴진다. ‘북극을 정복하겠다’고 찾아온 관광객에게 스발바르는 ‘인류의 미래’를 가르쳤다. 이곳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인류 공동의 실험대라고.

〈롱이어비엔(스발바르제도)|글·사진 최명애기자 glaukus@kyunghyang.com〉

 

 

 

        피아노곡 모음 드뷔시 :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