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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의 지중해는 여유로웠고, 모나코는 우아하고 화려했다

향기男 피스톨金 2006. 8. 26. 23:07

 

          니스의 지중해는 여유로웠고,

 

          모나코는 우아하고 화려했다


니스와 모나코. 모두 지중해를 끼고 있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니스 해변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지만 일광욕을 즐기는 이들로 붐빈다.
 
왕궁과 카지노, 대형 유람선 등 부유함이 물씬 풍기는 모나코는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다. 니스에서 모나코로 가는 기차에서 간간이 드러나는 지중해와 조그만 마을 풍경도 여행객을 끌어들인다. 여름뿐 아니라 사계절 내내….
 

# 니스는 나이스(nice)한 곳이다?

 

프랑스 남부 코트다쥐르 지방의 중심인 니스는 지중해성 기후와 아름다운 자갈 해변으로 유명하다. 해변을 따라 3.5㎞나 펼쳐진 ‘프롬나드 데 앙글레즈(영국인의 산책로)’를 걸었다.

 

지중해의 바람과 뜨거운 태양, 자갈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며 책을 읽는 사람들, 산책로를 따라 걷고 뛰는 사람들….

 

친구와 함께 벤치에서 시간을 흘려 보내던 한 프랑스인에게 담뱃불을 빌리며 넌지시 말을 걸었더니 “저렇게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며 책을 읽는 사람들은 진짜 니스를 사랑하는 토박이이거나, 타지에서 온 여행객일 것”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무슨 이유냐는 질문에 “따갑다 못해 뜨거운 지중해의 태양을 보라”며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킨다. 그나마 볕을 피할 수 있는 차양막이나 파라솔이 있는 해변은 인근 호텔에서 운영해 유료란다.

 

해변을 등지고 ‘영국인의 산책로’를 지나면 시청 건물 인근부터 수많은 노천 카페들이 해변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노천 카페는 홍합 등 해산물 요리와 와인을 파는 곳이 대부분이고, 인근에는 갖가지 수공예품점도 즐비하다.

 

해가 뉘엿뉘엿해지자 해변에는 삼삼오오 모여 술판을 벌이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노천 카페 역시 활기를 띤다. 흥건하게 취한 이도 드물지만 맨송맨송한 이도 보기 힘들다.

 

◇노트르담 성당(왼쪽). 니스의 밤 풍경

 

해가 지고 달이 뜨면 니스는 옷을 갈아입는다. 불을 밝힌 산책로의 가로등과 호텔에서 운영하는 카지노 불빛이 낮과는 전혀 다른 니스를 드러낸다. 한낮의 뜨거운 기운이 가시지 않은 해변에 누워 눈을 감으니, 파도가 “짜르륵∼짜르륵∼” 소리를 내며 자갈을 쓸고 간다. 그렇게 니스의 밤은 저물어갔다.

 

다음날에는 근현대 미술관, 마티스와 샤갈 미술관, 노트르담 성당 등을 둘러보기 위해 시내로 향했다. 모양부터 독특한 근현대 미술관은 팝아트 등 신예 미술가들의 작품들이 주로 전시되고 있다.

 

조그만 정원을 갖춘 샤갈 미술관과 공원이 맞닿아 있는 마티스 미술관은 니스에 오기 전부터 익히 들었던 곳. 하지만 생각보다 그다지 규모가 크지 않아 약간 실망했다.

 

오히려 마티스 미술관 바로 옆에 있는 로마 시대 원형경기장과 목욕탕 유적에 관심이 간다. 공원 인근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도 유독 눈에 많이 띈다. 두 미술관 모두 화요일에는 휴관하고, 하루 중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여니 날짜와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 카지노와 F1의 도시 모나코

 

프랑스 니스에서 20분 정도 기차를 타고 가면 국기가 바뀐다. 1950년대 최고 인기 여배우였던 그레이스 켈리가 왕비로 살았던 곳, 모나코공국이다. 국기에 쓰이는 붉은 색과 흰 색은 10세기쯤 이곳에 들어온 그리말디 왕가의 전통적인 색.

 

지금의 국기는 1881년 만들어진 것으로, 국기 형태가 비슷한 인도네시아에서 모나코에 문양 변경을 요청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모나코가 여행객들을 처음 맞이하는 곳은 몬테카를로역. 천장 전구 불빛의 화려함만으로도 감탄사가 나오지만, 지상으로 나가면 감흥은 배가 된다. 니스에서 본 지중해가 평면적이라면, 절벽과 굴곡에 쌓인 모나코의 지중해는 입체적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매년 5월 F1 그랑프리가 열린다. 경주용 서킷이 아니라 시내 도로를 막고 자동차경주를 벌인다. 18개국에서 개최되는 F1 중 가장 인기가 높다. 여행자안내소에서 받아든 지도에 F1 그랑프리 코스가 그려져 있을 정도.

 

◇지중해를 굽어보고 있는 모나코의 해양박물관.

 

모나코의 화려함은 푸른 지중해에 떠 있는 수많은 개인 요트, 부호들이 타고 있을 법한 호화 유람선에서도 느낄 수 있다. 전 세계 군주 및 독재자 800여명 가운데 지난해 7월 즉위한 모나코의 알베르 2세 국왕은 올해 세계 6번째 부자로 꼽혔다.

 

인구래야 3만여명이지만, 1인당 GDP(국내총생산)은 우리나라의 세 배다. 관광과 도박으로 부유한 나라이다 보니 세금도 없다. 그래서인지 노후를 즐기려는 전 세계 부유한 노인들이 니스에서 눈을 돌려 모나코로 모인다고 한다.

 

오르막길을 올라 흰색 벽의 모나코 궁에 닿았다. 원래 요새였던 이곳은 1480년 모나코가 독립되면서 궁전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왕궁 인근에는 포와 포탄이 짙푸른 지중해를 향하고 있고, 매일 정오쯤 근위병 교대식이 진행된다.

 

모나코에서 제일 경치가 좋은 곳은 어딜까 궁금해졌다. 지나가는 이들에게 물었더니 한참을 따져 보더니 “해양박물관”을 외친다. 왕궁을 지나 해양박물관 쪽으로 길을 잡으니 얼마 걷지 않아 그레이스 켈리와 레이니 대공이 결혼식을 올렸던 대성당이 나온다.

 

그레이스 켈리는 물론 모나코 왕족들의 무덤도 이곳에 모여 있다. 얼마 가지 않아 지중해를 굽어보는 정원들을 만났다. 이곳에는 생 마르탱 정원, 열대 정원 등 여러 개의 정원이 모여 있다. 오전 9시부터 해가 질 때까지 개방한다.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절벽 위에 해양박물관이 우뚝 서 있다. 1910년 지어진 해양박물관은 수면 위 100m 절벽에 10만 t에 이르는 돌로 만들어져 경이롭기 그지 없다.

 

모나코에서 카지노를 빼놓을 수 있을까. 화려한 카지노들 중에 몬테카를로 카지노는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설계한 샤를 가르니에가 1878년에 지었다. 내부에서는 사진을 못 찍게 한다. 남성들은 카지노 안에 들어가려면 재킷과 넥타이를 착용해야 한다.

 

아무래도 너무 위압적이다. 정문지기도 험상궂게 생겼지만 의외로 친절하게 “오전 10시부터 문을 열지만 카지노를 제대로 즐기는 도박꾼들의 모습은 오후 7시 이후에야 눈에 띈다”고 알려준다. 무료 관람할 수 있는 오페라 홀은 붉은 커튼, 금빛 프레스코화, 조각들로 치장돼 있다.

 

스페인, 프랑스 등의 지배로 재정이 악화하자 그 해결책으로 1863년 그리말디 왕가가 내세운 것이 카지노다. 지금 모나코 경제를 지탱하는 것은 카지노에서 나오는 수익이다.

 

하지만 여행객을 또다시 불러들이는 최대의 자산은 모나코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지중해 풍광일 것이다.

니스·모나코=글·사진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세계일보 2006-08-2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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