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마시는 이야기들/세계음식 이모저모

해장국 열전 베스트 7

향기男 피스톨金 2006. 11. 12. 23:09

 

                 해장국 열전 베스트 7


 

◆괴산 올갱이국 ▶ 시원한 초록색 국물, 쫄깃쫄깃한 속살

 

올갱이는 충청도 사투리라네요. 경상도 사람들은 고디라고도 부른다고 하는데 표준말은 민물 다슬기랍니다. 어린 시절을 시골 냇가에서 발가벗고 지낸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천렵'이란 단어도 생소하지 않지요. 천렵의 메뉴에도 자주 등장하던 것이 올갱이랍니다.

 

맑은 물이 흐르는 냇물의 자갈이나 바위 밑에 숨어 살지요. 냇가의 바위를 하나 잘 골라 뒤집으면 찌그러진 냄비의 반을 채울 올갱이가 있기도 했답니다. 그 자리에서 푹 삶아 속살을 쏙쏙 뽑아먹기도 하고, 아욱 등 푸성귀를 넣고 토장국을 끓여먹기도 했지요. 충청도 괴산인 고향을 떠나 서울 사직동에서 올갱이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소병래(43)씨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집집마다 장맛이 다르듯 올갱이국 역시 음식점마다 다른 맛을 냅니다. 된장을 넣지 않고 끓이기도 하고, 들깨를 넣기도 한답니다. 그러나 대부분 올갱이를 물에 담아 잔모래를 빼고 삶아 건진 뒤 초록색 국물에 된장을 풀어 끓입니다. 삶아서 빼낸 올갱이 속살은 밀가루에 한번 굴려서 펄펄 끓을 때 아욱.부추와 함께 넣는다고 합니다.

 

그래야 올갱이의 쌉쌀한 맛이 가시고, 국물도 걸쭉해져 맛이 좋아진다고 하네요. 맛있게 먹으려면 한꺼번에 밥을 말지 말고 조금씩 말아먹는 게 최고라네요. 기호에 따라 산초나 청양고추로 가미를 해도 좋다고 해요. 괴산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에 있는 서울식당(043-832-2135)에선 올갱이 해장국 한 그릇에 5000원을 받습니다.

 

◆전주 콩나물국밥 ▶ 말아 드시든 끓여 드시든 식성대로

 

전주의 아침을 밝히는 건 이곳 대표음식인 콩나물국밥입니다. 새벽 일찍 눈 떠 전주 남부시장에 도착한 것이 오전 6시30분. 시장으로 향하는 동안 길가에 환히 불 밝히고 있는 음식점들엔 한결같이 '콩나물국밥'이란 간판이 걸려 있었습니다. 시장도 마찬가지지만 음식점 실내엔 술독을 푸는 속풀이 손님보다 가볍게 허기를 달래고 일터로 향하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같은 콩나물을 쓰면서도 전주 콩나물국밥은 묘하게 두 가지로 나뉘더군요. 삶은 콩나물을 넣고 국물로 말아내는 남부시장 스타일이 있고, 밥과 콩나물국을 넣어 팔팔 끓여내는 삼백집 스타일이 있습니다. 또 남부시장식은 찐 반숙 계란을 따로 내주고, 삼백집식은 프라이한 반숙 계란을 내줍니다.

 

남부시장식은 삼백집식에 비해 국물이 뜨겁지 않아 성격이 급한 사람에게 적당하다고 하네요. 전주 콩나물국밥은 일반 주부가 이른 아침 변변한 반찬이 없을 때 후다닥 끓여내던 것이 상품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특이한 점은 콩나물이 서울에서 보던 것과 다르다는 거였어요. 전반적으로 작고 잔뿌리가 없더군요. 그래도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더라고요. 이게 바로 콩나물국밥 하면 "전주! 전주!"하는 까닭이라고 왱이집 주인아주머니가 설명해주셨습니다. 값은 3500~4000원. 왱이집(063-287-6979), 삼백집(063-284-2227), 삼일관(063-284-8964).

 


◆속초 북엇(황태)국 ▶ 보슬보슬한 속살 … 깔끔한 국물 맛

 

명태가 많이 잡히는 동쪽으로 떠났습니다. 속풀이 해장국의 대명사로 꼽히는 북엇(황태)국의 원조집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강원도 속초에서 답을 얻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북어나 황태를 만들기는 하지만 그곳 바닷가 사람들은 제철 생선으로 그때마다 맑게 또는 얼큰하게 끓여 먹는다고 하네요. 그래도 명태의 고장인 속초에서 드문드문 북엇(황태)국의 흔적은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황태는 한국전쟁 때 함경도에서 넘어온 피란민들이 그곳 겨울 날씨와 흡사한 진부령 일대에서 명태를 말리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네요. 덕장에 걸린 명태가 밤에는 얼고, 낮에는 녹으면서 겨울이 끝날 쯤 되면 노란 황태로 변신했답니다.

 

"황태는 속살이 보슬보슬해 물의 흡수가 빠르고 영양성분이 국물에 잘 빠지기 때문에 맛있는 해장국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미시령의 황태연가 권혁선(46) 사장이 알려줬어요. 황태국에는 두부를 넣거나 계란을 풀어 끓여야 맛이 더 난다고 하네요.

 

고춧가루는 미리 넣고 끓이기보다 먹기 전에 넣어야 깔끔하고요. 기호에 맞춰 깨소금이나 후춧가루를 추가해도 좋다고 속초 사람들이 가르쳐 줬어요. 미시령 황태연가(033-635-8828)에선 6000원을 받더군요.

 

◆부산 돼지국밥 ▶ 내장이 없는 순 살코기의 구수한 맛

 

"오이소, 여가 맛있어예." "돼지국밥 한 그릇 드이소." 부산 돼지국밥의 발원지라 해서 찾은 부산 서면시장 돼지국밥 골목. 음식점 앞을 지날 때마다 국밥 마는 아주머니의 외침이 요란하네요. 코끝에 와 닿는 구수한 냄새의 유혹에 결국 한 집으로 발을 들여놓고 말았어요.

 

부산 돼지국밥엔 내장이 없고 순 살코기만 담겨 있어요. 돼지국밥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머리고기도 없어요. 앞다리 살.삼겹살이 대부분이네요. 내장을 좋아하면 주문할 때 미리 이야기를 해야 넣어 준답니다.

 

고기는 의외라고 생각할 정도로 무척 부드러웠어요. 고기는 따로 삶고 돼지 뼈를 곤 국물에 말아 낸다네요. 간은 새우젓으로 맞추는 게 기본. 그러나 국밥답게 먹으려면 반찬으로 나온 전구지(부추)무침을 넣거나 풋고추용 막장 혹은 고기 찍음장으로 나온 초간장을 넣어 간을 맞추기도 한대요.

 


일제시대를 거쳐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면서 먹을 것이 없을 때 싼 값으로 여러 사람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 먹던 게 돼지국밥의 시작입니다. 다른 경남 지역에서도 두루 먹는데 '부산'이란 지명이 붙은 건 피란 생활을 하면서 부산에서 맛본 사람들이 많아서란 설이 유력합니다. 값은 한 그릇에 3500~4500원. 송정돼지국밥(051-806-7181), 터줏집 돼지국밥(051-581-1578).

 

◆서울 선짓국 ▶ 푹 고아낸 소뼈 국물에 선지 … 술안주로 그만

 

해장국 골목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명성을 날리는 곳은 단연 서울 종로구 청진동입니다. 어릴 적부터 자주 들어 그런지 '청진동 해장국 골목'이란 단어가 무척 익숙했습니다. 나이가 들며 슬슬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결국 술을 마시기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청진동에 들어섰습니다.

 

첫 경험의 기억은 놀라움 자체였습니다. 우선 해장국집이 즐비할 거란 예상과는 달리 몇몇 가게만 불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청진옥'이란 상호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동네 터줏대감인 선지해장국집이랍니다. 손님 중에는 선지를 뚝뚝 잘라 술안주로 먹는 사람도 있었고, 국물을 후루룩 마시며 속을 달래는 사람도 보였습니다.

 

청진동이 한창 명성을 날리던 1970~80년대엔 선짓국집만 10곳이 넘었다네요. 늦은 밤보다 새벽 시간에 손님이 줄을 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통행금지가 없어지면서 청진동 해장국 분위기도 가라앉아 지금 같은 모습이라고 하네요. 청진옥 3대 주인 최준용(38)씨에게 들은 이야깁니다.

 

청진동 해장국의 뿌리는 조선 말기로 올라갑니다. 근처에 땔감 장터가 있어 자연스럽게 이들을 상대로 한 술과 밥을 파는 집들이 들어섰다고 합니다. 24시간 가마솥에서 푹 고아낸 소뼈 국물에 밥을 말고 선지.우거지.콩나물.파.내장 등을 듬뿍 올려 다시 국물을 여러 번 부었다 따랐다 하며 밥을 데워 냅니다. 뚝배기에서 바글바글 끓지 않아 후다닥 먹을 수 있었고, 선지 덩어리는 좋은 술안주가 됐습니다.

 

◆섬진강 재첩국 ▶ 손톱만 한 조개의 신비 … 어찌 그리 개운한지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콧노래가 즐거운 섬진강에는 손톱만 한 크기의 조개가 많이 난답니다.

이쪽 방언으로 갱조개(강조개란 의미)라고 하는 재첩입니다. 크기는 작아도 영양은 아주 높아 '조개 중에 보약'이란 말이 있을 정도랍니다.

 

예전에는 낙동강에서도 많이 잡혔는데 하구가 오염되면서 그 명성을 하동에 넘겨주었다고 하네요. 그렇지만 아직도 부산 사람들은 낙동강 재첩국 맛을 못 잊어 하동으로 해장 여행을 오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사실 재첩은 가난하던 시절 이 동네 사람들의 끼니를 해결해 주는 생계수단이었습니다.

 

남편이 강에서 조개를 캐오면 아내는 그것을 삶아 머리에 이고 나룻배를 건넜다고 합니다.

하동에는 요즘 수입산 재첩 논란이 심한 모양입니다. 외지에서 재첩국을 맛보러 오는 사람들이 늘면서 일부 업소에선 중국산을 쓰는 모양입니다.

 

 "재첩은 여름에 잡아 냉동시켜 두었다가 겨우내 사용합니다. 겨울에 나오는 재첩을 보면 섬진강 것인지 수입산인지 바로 알 수 있지요." 섬진강변 신방촌의 한 음식점 주인에게 들은 말입니다. 강변할매 재첩식당(055-882-1369), 하동할매 재첩식당(055-883-8520), 신방재첩식당(055-882-3745). 하동의 대부분 업소에서 밑반찬 7~8가지랑 내고 일인분에 7000원을 받습니다.

 

◆아바이 순댓국 ▶ 순대는 원래 수라상에 오르던 궁중음식

 

순대의 사전적 의미는 '돼지의 창자 속에 고기붙이.두부.숙주나물.파.선지.당면.표고버섯 따위를 이겨서 양념을 해 넣고 양쪽 끝을 동여 매 삶아 익힌 음식(네이버 국어사전)'이랍니다. 순댓국 한 그릇을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말끔하게 먹어 치운 빵빵한 배가 연상되는 표현이라 입가에 웃음이 돕니다.

 

순대 속에는 한마디로 지방.단백질.탄수화물에 온갖 무기질과 비타민까지 듬뿍 들어간다는 얘기고, 그렇다면 영양학적으로 완전식품이란 말이네요. 이런 음식을 뜨거운 국물에 말아서 먹으니 소화도 잘 되겠네요. 그런데!!! 술에 취해 순댓국으로 해장을 한다면? 살찔 걱정은 약간 남겠네요.

 

"원래 순대는 수라상에 올라가는 궁중음식이었어요. 요즘 고기가 흔하다 보니 장터에 걸터앉아 먹는 서민음식으로 전락한 거죠."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인근에서 신의주 찹쌀순대집을 운영하는 유민수(51) 사장이 이렇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순대는 모두 흑갈색이 아니라 선지를 적게 넣어 밝은 색깔도 있어요. 아바이 순대의 속 내용물이 차츰 당면으로 바뀌면서 길거리표 순대도 등장했지요. 나름대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맛이지요. 요즘은 배추와 양배추까지 들어간 충청도 병천순대라는 것도 유명하고, 암퇘지 내장만 쓴다는 전라도 암뽕순대도 업그레이드 순대 대열에 합류했답니다.

 


◆곰탕.설렁탕은 해장식? 보양식?

 

해장국은 일반적으로 찬밥을 뜨거운 국물에 말아낸 국밥 형태의 음식이다. 더불어 술독에 찌든 속을 풀어 주는 효과를 중시한다. 이 개념으로 보자면 곰탕.설렁탕.갈비탕.복국 등도 해장국 대열에 빠질 수 없다. 실제 이들 음식으로 속을 달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들은 해장국보다는 제대로 된 식단의 고기국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옛날 요리책에는 곰탕 등의 요리법은 등장하지만 서민음식인 해장국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일부 해장국은 '밥 따로 국 따로' 나오기도 하지만 해장국은 역시 말아낸 게 최고다.

사진=권혁재 기자 shotgun@joongang.co.kr

 

 



No1 콩나물국밥 … 숙취해소·영양가 단연 최고
[중앙일보 2006-11-10 06:44]    

[중앙일보] 해장국을 끓여 먹기 시작한 우리 조상님들은 최첨단 분석 장비를 갖추고 사는 우리들보다 머리가 뛰어났던 모양이다. 선짓국의 우거지는 장운동을 활발하게 하는 섬유소가 풍부하다는 점은 일단 제쳐두더라도 콩나물국밥에 들어간 콩나물은 참으로 놀랍다.
 
알코올 분해 능력을 가진 콩나물 뿌리의 아스파라긴산의 효험을 이미 알아채고 있었던 셈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이제야 그것을 알고 숙취해소제로 이용하기 시작했는데 말이다.
 

게다가 재첩국.돼지국밥.올갱이국에 들어간 부추는 채소 중에서 간 보호 기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재첩과 다슬기 역시 기본적으로 간 기능에 좋은 재료들이다.

 

북엇국에 들어가는 북어도 따져보자. 아미노산 성분인 메티오닌이 풍부해 주독에 지친 간을 달래주는 데 더없이 좋다. '명태'라는 노래를 한 곡 뽑으면서 술 한잔 했다면 다음날 북엇(황태)국으로 식사를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속풀이 방법이 아닐까.

 

북쪽 지방에서 많이 먹는 순대국밥에도 과학이 숨어 있다. 순댓국엔 철분.칼슘 같은 무기질이 풍부한 데다 탄수화물.지방.단백질도 넉넉하다. 추위를 견딜 수 있도록 해장국도 열량이 높은 것을 먹어온 것일 게다. 이 정도만 살펴봐도 알 수 있듯, 우리 조상들은 술로 생긴 문제를 음식으로 척척 풀어왔다.

정혜경(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해장국과 찰떡궁합 깍두기 맛의 비밀
[중앙일보 2006-11-10 06:44]    
[중앙일보 유지상] 잘 담근 깍두기 한 접시면 해장국 한 그릇이 뚝딱이다. 다른 땐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꼴깍 넘어가던 산해진미들도 달갑지 않다. 이런 찰떡궁합 음식도 흔치 않다. 이유가 도대체 뭘까.
 

삼성제일병원 가정의학과 오한진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선 알맞게 발효한 깍두기 속 유산균들이 장 활동을 열심히 돕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고춧가루의 매운 맛, 소금의 짠맛, 김치 자체의 신맛이 자꾸 먹고 싶게 한단다.

 

그럼 배추김치는 그런 역할을 못해 깍두기 뒷자리로 밀렸느냐고 묻자, 무에 풍부한 디아스타제란 효소의 역할을 덧붙여 말했다. 무의 아삭아삭한 식감도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턱관절 운동을 활발하게 하면 침샘을 자극해 자꾸 더 먹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를 가늘게 썬 생채도 큼지막하게 자른 깍두기의 자리를 넘보지 못하는 것이란다.

 

다음은 집에서 먹는 깍두기는 왜 음식점 것에 비해 맛이 떨어질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났다. 요리연구가로 활발히 활동 중인 박종숙씨와 박연경씨에게 물었다. 두 전문가 모두 음식점 깍두기 제조비법을 고스란히 공개할 수는 없단다. 그렇지만 근사치에 가까운 맛을 낼 수 있는 차선책을 들려줬다.

 

일단 무를 썰어 바로 담그지 말고, 소금과 매실청으로 하룻밤 절였다가 담그라는 것. 절이는 소금의 양은 깍두기에 들어갈 것의 반만 쓰고, 매실청이 없다면 투명한 청량음료로 대신해도 좋단다. 자칫 단맛을 낸다고 설탕을 넣었다간 무가 물러 깍두기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수가 생긴다고 한다.

 

고춧가루는 가는 것과 굵은 것을 섞어 쓰든지, 말리지 않은 홍고추와 거칠게 갈아 넣을 것을 권했다. 새우젓, 다진 마늘과 생강, 쪽파 썬 것을 넣고 버무려, 김치통에 담을 땐 청량음료로 그릇을 살짝 헹군 걸 부어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유지상 기자 yjsang@joongang.co.kr

 

 

    해장국 헌장 우리는 대한민국 속풀이를

 

         위해이 땅에 태어났다

[중앙일보 2006-11-10 06:44]    

[중앙일보 유지상.권혁재] 뚝배기에 담겨야 제 맛이 나는 음식. 이왕이면 귀가 살짝 떨어진 질그릇이 더 어울리는 음식.뜨거운 김이 올라와야 제멋인 음식. 그래서 새벽 공기를 마시고 먹어야 더 맛있는 음식.별 반찬 없이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잘 익은 깍두기가 있다면 바닥까지 보고 마는 음식.혼자 먹어도 눈치 주는 사람 없는 음식.
 
그래도 여럿이 함께 먹으면 더 맛난 음식.술 마실 때 안주로도 먹을 수 있는 음식. 그러곤 다음날 속풀이한다고 또 먹는 음식.

바로 대한민국 어딜 가도 만날 수 있는 해장국입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해 그런지 잘난 점이 더 돋보이네요. 그렇다고 못난 점이 있나요. 서양식 레스토랑처럼 깔끔하지 못한 식당 분위기? 그렇게 말할 수도 있지요.

 

그 정도는 인간미가 넘치는 공간으로 이해해 주면 안 될까요? 그것이 어렵다면 5000원짜리 한 장으로 빵빵한 배를 만들어 주는 걸 감안해 애교로 봐주자고요. 이것저것 잘난 점을 나열하다 보니 한때 짝 찾아 헤매는 젊은 남자들의 애창곡이었던 변진섭의 '희망사항'이란 노래가 떠오르네요.

 

만약 그 노래의 주제가 여성이 아닌 음식이었다면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랑 사랑을 나누며 먹고 싶은 해장국'이 됐을 겁니다.

 

이런 해장국을 우리가 흔히 '술 마신 다음날 먹는 속풀이 음식'으로만 받아들이는 건 슬픈 일입니다. "해장국은 한국 외식 문화의 첫걸음이 된 음식입니다."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정혜경 교수(아래 사진 맨 왼쪽)의 얘기입니다.

 

외식이란 개념이 따로 없던 고려.조선 시대에는 주로 술을 만들어 병에 담아 파는 병술집이 있었고, 그것이 식사 겸 안주가 되는 해장국을 끓여 파는 주막(주점)으로 변화하면서 우리나라 음식점의 효시가 된 것이라네요.

 

사실 해장국이란 한 가지 이름으로 불리지만 재료에 따라 종류가 참 많습니다. 청진동 해장국 골목엔 선지국, 양반 마을인 전주엔 콩나물국, 피난민이 많이 살던 부산엔 돼지국밥, 화개장터로 유명한 섬진강변엔 재첩국, 충청도 내륙지방엔 올갱이국, 추운 강원도 산간지방에선 북어 대가리를 두들겨 끓인 북엇국이 각각 왕초 노릇을 하고 있지요.

 

 지방마다 지역특산물을 이용해 독특한 해장국 문화를 만들어 온 것입니다. 이 가운데는 영양적으로 부족함이 없어 완전음식에 가까운 것도 있고, 체내 생리 활성을 돕는 기능성 음식도 있답니다. 요즘 젊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다이어트식도 있어요. 해장국 한 그릇에 담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돋보이지요.


술안주로 먹고 술독 푸는 데도 먹다 보니 이런 저런 애환으로 가득한 대한민국 해장국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가이드는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이은경.최상희.홍지남 학생(사진 오른쪽부터)들입니다. 정혜경 교수와 함께 가칭 '대한민국 해장국 열전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전국 각지의 해장국 현장을 두루 돌아봤습니다.

부산.전주.하동 글=유지상 기자 yjsang@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Giovanni Marradi - Exodus

 

 

                                                            우리님들

 

                                                     

 

                                         

 

                                                                  

                                                     깊어가는 가을입니다.

                                             추억속에 남을 즐거운 이시간을 위하여
                                                 따뜻한 가족 들과  마음과 마음에
                                                     기쁨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서로 이쁜 사랑들 나누시며
                                               오손도손 행복한 시간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향기남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