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Travel)이야기들/재밋는 오세아니아

호주 멜버른① 19세기에 발을 딛고 미래를 열어가다

향기男 피스톨金 2006. 11. 20. 12:23

 

                                            호주 멜버른①

 

                             19세기에 발을 딛고 미래를 열어가다

 

 

인구 350만 명의 대도시에서 사흘을 머물면서 셔츠를 갈아입지 않았다면 셋 중 하나다. 추저분하거나, 여벌의 옷이 없거나, 옷깃이 때를 타지 않았거나…. 멜버른에서는 3번째 이유가 들어맞는다. 도심 면적의 절반이 녹지대여서 한 셔츠를 며칠간 입어도 깨끗하다.

 

멜버른 여행은 사계절 푸른 공원을 거닐며 여유롭게 시작하는 게 좋다. '정원의 도시'라는 별호답게 도심 곳곳에 광활한 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아름드리 느릅나무가 즐비한 피츠로이 공원(Fitzroy Gardens)과 트레저리 가든(Treasury Gardens)은 도심 동편에 서로 맞닿아 있는데, 축구장 10개가 들어서도 공간이 남을 정도다.

 

산책로를 따라 싱그럽고 화려한 빛깔의 이국적인 꽃이 피고 연못에는 수련과 물고기가 노닌다. 잔디밭에서 풋볼을 즐기며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호주 대륙을 발견한 제임스 쿡 선장의 오두막

(Cook's Cottage), 80여 년에 걸쳐 지어진 패트릭 성당(St. Patrick’s Cathedral)도 품고 있다.

피톤치드 가득한 공원에서 워밍업을 마쳤다면 이제 본격적인 시티투어에 나설 차례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플린더스 역(Flinders Station)을 멜버른 여행의 기점으로 삼는다. 1910년 지어진 빅토리아풍의 황금색 건물로 고풍스러운 운치가 흐른다. 도심을 운행하는 전차와 시 외곽으로 나가는 기차가 모두 이곳에서 출발하거나 경유한다. 야라 강(Yarra River)과 페더레이션 광장(Federation Square)이 맞닿아 있어 늘 인파로 북적거리고 활기가 넘친다.

 

플린더스 역에서 시티 서클 전차(City Circle Tram)에 올랐다. 시티 서클은 외관이 붉은색으로 장식된 무료 전차로 10분 간격으로 운행되었다. 직사각형 모양의 도심 테두리를 덜컹거리며 약 30분에 걸쳐 일주했다.

 

시티 서클 이외의 다른 전차는 모두 유료였다. 노선에 따라 제각기 숫자가 적혀 있었다. 요금은 전차에 올라 티켓 발매기에 동전을 넣는 방식이었다. 간혹 검표원이 승객의 표를 확인하는 경우가 있어 무임승차를 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전차는 호주의 다른 지역에선 교통흐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철거된 지 오래다. 그런 애물단지가 멜버른에선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가 궁금했다. 가이드 왈(曰), 멜버른 시민들은 복잡한 도로체계와 교통체증을 감수하는 대신에 호주 유일의 문화유산이자 관광명물을 보유하게 되었다고 한다. 더구나 전기로 운행하기에 매연도 없다. 잃는 게 있으면 반드시 무언가를 얻는 게 세상이치다.

 

전차처럼 멜버른의 오래된 유물들도 앤티크 대접을 받았다. 옛 건축물도 마찬가지였다. 플린더스 역처럼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시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19세기에 빅토리아풍으로 지어진 후 무역회사나 클럽 등으로 사용되던 많은 건물들이 지금은 관공서와 호텔 등으로 변모해 있었다. 그리스신전을 옮겨놓은 듯 육중한 기둥과 조각상이 돋보이는 관청과 객실 천장 높이가 5m에 달하는 부티크 호텔이 시내 곳곳에 자리했다. 건축물은 보존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온기가 계속 흘러야 한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전차는 쇼핑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대형 백화점과 아케이드가 위치한 버크 스트리트(Bourke St.), 명품 브랜드숍이 모여 있는 콜린스 스트리트(Collins St.) 등 쇼핑 명소마다 정차했다. 특히 도심 북쪽에 위치한, 멜버른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인 퀸 빅토리아 마켓(Queen Victoria Market)은 한번쯤 방문할 만했다. 19세기 중반 건축양식을 감상하고 기념품이나 선물을 사기에 좋았다.

 

서울의 남대문시장처럼 탱크와 비행기만 빼놓고 다 있을 정도로 상품이 다양했다. 물론 캥거루 가죽으로 만든 카우보이 모자, 양털을 깎을 때 나오는 라놀린 성분의 화장품 등 농축산 관련 제품을 제외하면 대개 수입품이었다. 산림보호를 위해 이쑤시개도 수입하는 나라이다 보니 공산품은 중국산이 대부분이었다.

 

전차를 이용해 도심을 둘러봤다면 이제 야라 강 크루즈에 오를 차례다. 야라강은 서울의 한강처럼 멜버른을 남북으로 가르며 흘렀다. 플린더스 역 뒤편에 크루즈선박이 줄지어 서 있었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상류 투어와 아래로 내려가는 하류투어로 나뉘었다.

 


크루즈 이후 코스는 야라 강변으로 해질 무렵 산책하기에 좋았다. 카페와 레스토랑, 바와 펍이 밤늦게까지 노천과 테라스에 테이블을 설치해 야경을 감상하며 차와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남반구 최대 규모로 알려진 크라운카지노(Crown Casino) 앞에선 매일 밤 불의 향연이 펼쳐졌다.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정시에 10여 개의 대형 기둥이 밤하늘로 수십m 높이의 불꽃을 쏘아 올렸다.

 

남다른 자긍심이 숨 쉬는 도시

 

멜버른은 상류계층의 유럽 이민자 중심으로 조성된 계획도시다. 전통의 가치와 질서가 중시된다. 시드니가 유형자와 하층민의 애환이 서린 곳이라면, 멜버른은 처음부터 경제적 기반을 갖춘 계층이 모여 살았다. 더구나 19세기 중반 금광이 발견되면서 그야말로 배부르고 등 따스한 도시가 되었다.

 

그 같은 내력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시드니가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기회의 땅으로 불법체류자가 넘쳐나는 반면, 멜버른은 수대 째 살아온 토박이들이 대부분이다. 대개 검소하고 보수적이며 애향심이 강하다.

 

19세기 초 도시가 처음 만들어질 당시의 건축물도 현재까지 대부분 보존되고 있다. 전차와 쌍두마차가 시내 중심가를 달리며 빅토리아시대의 공기를 불어넣는다. 그렇다고 해서 옛것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멜버른 사람들은 전통을 고수하지만,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온고지신 없이 과거에만 집착했다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되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멜버른은 호주의 패션, 스포츠, 예술을 이끌고 가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섬유산업을 기반으로 발전해온 도시답게 사우스 야라(South Yarra) 지역에는 유명 디자이너들의 부티크 숍이 즐비하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패션감각 또한 뉴욕이나 밀라노 못지 않다.

 

애버리진 아티스트들과 호주발레단 등 호주를 대표하는 수많은 예술가와 단체 역시 멜버른을 활동의 본거지로 삼고 있다. 호주에서 극장과 콘서트홀이 가장 많은 도시가 바로 멜버른이다. 멜버른 아트 페스티벌(MIAF), 멜버른 프린지 페스티벌이 열리는 기간에는 도시 전체가 미술관과 공연장으로 바뀐다.

 

스포츠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멜버른컵 경마대회, 호주 풋볼, F1 자동차경주가 열릴 때마다 도시 전체가 열광의 함성으로 가득해진다. 스포츠는 멜버른에 '이벤트의 도시'라는 별칭을 붙여 주었다. 신대륙에 제2의 유럽을 건설하고자 했던 이민자들의 꿈은 결국 멜버른을 통해 구현된 셈이다.

 

글ㆍ사진/장성배 기자(up@yna.co.kr), 협찬/호주 빅토리아주관광청, 대한항공

 


                                       호주 멜버른②

 

                       남반구 최고의 풍광, 그레이트 오션 로드

 

(연합르페르)

오래전 각인된 기억이 특정한 상황에서 또렷하게 되살아오는 경우가 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로 떠나는 날의 아침이 그랬다. 새벽에 일어나 차를 몰고 미용실로 향하던 8년 전 결혼식 날과 비슷했다.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막상 대면하려니 신부를 맞이하던 날처럼 설레었다. 두근거리는 가슴 속에 희열 비슷한 기대감이 차올랐다.

 

아침 일찍 멜버른을 떠난 버스는 1시간 30분을 달려 바닷가 소도시 토키(Torquay)에 닿았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길은 이곳에서부터 왼편에 아득한 바다를, 오른편에 공활한 평원을 거느리며 서쪽으로 뻗어나갔다. 수평선과 지평선이 만나는 지점을 한 획으로 가르며 나아갔다.

 

버스는 토키에서 론(Lorne)을 지나 아폴로베이(Apollo Bay)에 이르는 100km 남짓한 구간을 달렸다. 너른 백사장과 작은 항구마을이 곳곳에 흩뿌려져 있었다. 그 가운데 토키와 론 사이의 해변은 서핑명소로 정평이 나 있었다. 파도가 높고 힘이 센 서프 코스트(Surf Coast)로 영화 '폭풍 속으로'의 촬영지 벨스 비치(Bells Beach)가 위치했다. 폭양이 내리쬐는 여름 휴가시즌에는 그야말로 이 일대가 물 반, 사람 반이라고 했다.

 

론 인근의 한적한 해변에 버스가 멈췄다. 서편 저 멀리 보이는 해안절벽이 사람의 옆모습처럼 보였다. 해풍에 쓸리어 육지를 향해 누워 자라는 잡목들이 마치 뒤로 빗어넘긴 머리카락 같았다. 해안 가까이에서 보드를 들고 파도와 씨름하는 아이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모두 제 키보다 큰 보드를 껴안고 하얀 포말에 몸을 던졌다.

 

서핑 해변에선 그리 오래 머물지 못했다. 갈 길이 멀어서인지 버스는 서둘러 떠났다. 토키에서 포트 페어리(Port Fairy)에 이르는 절경의 해안도로는 214km의 대장정이었다. 길을 재촉하지 않으면 해지기 전 멜버른으로 돌아가기가 요원했다. 도로주변으로 펼쳐진 풍경들을 한나절 만에 다 챙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많은 여행객들이 중간 지점인 아폴로 베이에서 하룻밤 묵어가는 일정을 택하는 게 이해가 되었다.

 

하루 코스로 직접 차를 몰고 굽이치는 해안선을 드라이브하는 것은 극기훈련에 가까웠다.

 

아폴로 베이가 가까워져 오자 길은 변화무쌍해졌다. 창밖으로 한참 바다만 보이다가 갑자기 울창한 숲이 나타났다. 해안도로가 어느 순간 산길로 바뀌곤 했다. 이 지역은 오트웨이 국립공원(Otway Ranges National Park)의 권역이었다.

 

울창한 수림에 수백 년 수령의 고목과 희귀 동식물, 거대한 폭포가 널려 있다고 가이드북에 써 있었다. 하지만 그것의 일부라도 제대로 보려면 며칠이 걸릴 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오트웨이 국립공원은 경기도보다 면적이 넓었다.

 

버스는 숲에서 발원해 바다로 흐르는 강을 잇달아 건넜다. 케넷(Kennet) 강 부근에서는 샛길로 접어들어 계곡을 거슬러 올라갔다. 야생 코알라를 보러 간다고 했다. 유칼립투스 나무로 뒤덮인 산 중턱에 내려 코알라 탐사에 나섰다. 겨울이 물러간 직후여서인지 꼭대기 줄기에만 나뭇잎이 무성했다.

 

코알라는 하루 2~3시간만 깨어 있는지라 쉽게 움직임을 볼 수 없었다.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보물찾기하듯 더듬어나가다 나뭇가지에 솜뭉치처럼 매달린 몇 녀석을 발견했다. 신기한지 여기저기서 수런거리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코알라들은 나무 아래 소란에 아랑곳없이 웅크린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풍경의 경이로움에 닿다

 


교향곡에 클라이맥스가 있듯 길에도 절정이 있는 법이다. 12사도상(The Twelve Apostles), 로크 아드 협곡(Loch Ard Gorge), 런던 브리지 등은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압권으로 꼽혔다. 모두 포트 캠벨(Port Campbell) 국립공원에 위치했다.

 

세 풍경은 거대하고 무정한 자연이 빚어낸 걸작품이었다. 깎아지른 듯 솟

구친 해안절벽이 해풍과 파도에 침식되고 풍화하면서 오묘한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인간의 역사가 언어로 전해지듯, 자연의 역사는 바람과 파도에 의해 기록되었다.

 

바위섬 무리인 12사도상은 이제 막 성지에 도달한 순례자들처럼 장엄하면서도 고단해 보였다. 50~70m 높이의 암봉이 해안선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었다. 처음 이름이 붙여졌을 당시엔 12개가 서 있었지만 현재는 8개만 남았다. 거친 파도와 강한 해풍에 쉼 없이 침식당해 언젠가는 모두 바다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었다.

 

12사도상 감상법은 단애(斷崖)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것과 헬기를 타고 둘러보는 것으로 나뉘었다. 헬기투어는 10분에 약 7만 원의 비용도 부담이었지만,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은 이미 익숙한 풍경의 재현에 그쳤다. 12사도상을 담은 엽서사진을 여러 장 반복해 보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도 풍경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게 문제였다.

 

관람대의 인파를 배려해서인지 헬기는 지면에서 한참 올라간 상공을 선회했다. 사람이든 풍경이든 그 진면목을 알기 위해선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 유지가 필요했다.

 

12사도상을 뒤로 하고 10분 정도 달리니 로크 아드 협곡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이 일대 해안은 암초가 많아 예전부터 난파선 해안(Shipwreck Coast)으로 일컬어졌다. 1878년 6월의 겨울에 영국의 로크 아드 호(號)가 좌초해 50여 명이 숨지면서 현재의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난파 당시 젊은 남녀만 기적적으로 생존했는데, 각자 결혼해서 선장과 가정주부로 여생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로크 아드 협곡에선 나무계단을 통해 해안절벽 아래로 내려갈 수 있었다. 바닷물이 발치에 닿는 곳에 이르러 남태평양 건너 남극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실감했다. 바람 속에 빙하 부스러기가 섞여 있는 듯 차고 거칠었다.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은 짐승의 포효처럼 크고 날카로웠다. 바람이 크게 일어날 때마다 파도가 요동치며 절벽에 부딪혀 시간의 나이테를 새겨나갔다.

 

Tip.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1918년 착공되었다. 1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이들은 총 대신 삽과 곡괭이를 들었다. 모래와 덤불밖에 없는 해안에 천막을 치고, 다이너마이트로 바위를 깨트리며 길을 닦아 나갔다.

 

악천후와 험준한 지형을 극복하고 해안선을 따라 건설된 도로 위에는 나무말뚝을 박아 가드레일을 세웠다. 그리고 첫 측량작업이 시작된 지 10여 년만에 절롱(Geelong), 토키, 론, 아폴로 베이에 이르는 구간이 완공되었다. 남반구 최고의 풍광을 품은 해안도로는 이후 계속된 공사를 거쳐 포트 캠벨, 와남불(Warrnambool), 포트 페어리(Port Fairy)까지 이어졌다.

 

글ㆍ사진/장성배 기자(up@yna.co.kr), 협찬/호주 빅토리아주관광청, 대한항공

 

 


changho@yna.co.kr

 

 

                           호주 멜버른③

 

             골드러시 시대로의 시간여행, 소버린 힐

 

(연합르페르)

금을 찾아낸 기쁨은 생각보다 컸다. 겨자씨보다 작은 사금이었지만 횡재라도 한듯 기분이 들떴다. 대야에 모래자갈을 한삽 퍼담아 돌과 흙을 한참 골라내는 수고의 대가였다. 술과 초밥에 금가루를 뿌려 먹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래도 금은 금이었다. 햇빛의 파편처럼 반짝거리는 사금은 아무리 봐도 싫증 나지 않았다.

 

소버린 힐(Sovereign Hill)은 호주의 민속촌으로 불린다. 1850년대 호주 최초의 금광 채굴지인 발라랏(Ballarat)에 골드러시 시대의 생활상을 재현해 놓았다.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몰려들었던 유럽, 중국 이민자들이 금을 제련하고 사금을 채취하던 금광마을이 수만 평 계곡 위에 복원돼 있다.

 

입장권을 구입하고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시간여행을 떠나온 듯 19세기 풍경이 펼쳐진다. 흙길이지만 폭이 넓은 메인 스트리트 양옆으로 목재 건물들이 도열해 있다. 대장간, 식료품가게, 포목점, 우체국, 사진관, 양초공장 등이 골드러시 당시의 양식에 따라 세워져 있다.

 

소버린 힐이 여느 민속촌과 다른 점은 단순히 간판만 내건 전시용 시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각 점포와 공장은 골드러시 당시처럼 실제로 운영된다. 대장간에서는 말굽에 박을 편자와 징을 담금질하고, 양초공장에선 기념품용 양초를 대량으로 찍어내 말린다.

 

사진관에선 19세기 중반 유행하던 의상과 소품을 빌려 입고 기념촬영을 할 수 있고, 우체국에선 엽서와 우표를 사서 한국으로 직접 보내는 일도 가능하다. 특히, 제련소에서는 5만 호주달러 상당의 금덩이를 녹여 다시 금괴로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물에 식힌 금괴를 한번씩 돌아가며 만져보는 기회도 제공된다.

 

19세기는 건물 밖에서도 재현된다. 흙먼지를 날리며 달리는 4륜 마차가 대표적이다. 서부영화에서 자주 보던 마차가 관광객을 태우고 마을을 5분마다 한바퀴씩 일주한다. 붉은 제복에 구식 소총을 둘러맨 군인들의 행렬도 볼 수 있다. 매일 오후 1시 30분부터 군악대를 앞세우고 메인 스트리트를 행진한다. 오전 11시 30분과 오후 3시에는 마을 전체가 울릴 정도의 요란한 총성과 함께 소총발사 시범이 펼쳐진다.

 

아이가 있는 가족여행객이라면 사금 채취장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채광지에서 흘러나오는 개울물에 금 알갱이가 섞여 있는데, 이를 골라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관광객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일부러 사금을 뿌려놓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게 금을 찾게 된다.

 


사금 채취는 조그만 대야에 개울의 모래자갈을 퍼담아 이리저리 흔들면서 돌멩이와 굵은 모래를 골라내는 방식이다. 금이 모래보다 비중이 크기 때문에 가장 밑바닥에 남는다. 그렇게 찾아낸 사금은 작은 유리병에 담아갈 수 있다.

 

소버린 힐이 겉과 속을 모두 옛것 그대로 채울 수 있었던 까닭은 독특한 운영방식 덕분이다. 설립 당시부터 비영리 지역단체가 마을을 운영해오고 있다. 안내원을 비롯해 소버린 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인근 마을 출신의 자원봉사자다. 은퇴한 노인은 술주정뱅이 광부 흉내를 내고, 방학을 맞아 고향에 돌아온 대학생은 몽둥이를 들고 경찰 역을 맡았다. 도끼로 장작을 패 수레에 실어 빵집으로 나르던 이들도 모두 매한가지였다.

 

Tip.

소버린 힐은 멜버른에서 북서쪽으로 약 110km 떨어져 있다. 차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여는데, 방학기간에는 운영시간이 연장된다. 안내데스크에 한국어 자료가 비치돼 있어 편리하다. www.sovereignhill.com.au

 

글ㆍ사진/장성배 기자(up@yna.co.kr), 협찬/호주 빅토리아주관광청, 대한항공

 

 


                 호주 멜버른④

 

             원시림을 가르는 증기기관차, 단데농

 

(연합르페르)

단데농(Dandenong)은 멜버른 동쪽에 위치한 해발 633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이를 중심으로 울창한 수해(樹海)가 고요하고 드넓게 펼쳐진다. 멜버른에서 차로 1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어 주말 나들이 장소로 사랑받는다.

 

퍼핑 빌리(Puffing Billy)는 단데농 산림지대를 관통하는 증기기관차다. 1900년 첫 구간이 개통된 이래로 단데농의 수려한 풍경과 교감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꼽혀왔다.

 

기차는 오후 12시 20분 벨그레이브(Belgrave) 역에서 출발했다. 어린 시절 TV 명작만화 시리즈에서 보았던 나이 지긋한 기관사들이 운전을 맡았다. 때 묻은 멜빵 바지에 챙이 좁고 가운데가 납작하게 눌린 모자를 쓰고 있었다. 기차 맨 뒤칸 조수석에 앉은 백발의 자원봉사자 승무원은 제복을 입었는데, 반짝거리는 금색 단추가 인상적이었다.

 

장작과 석탄을 집어삼킨 기관차는 하얀 수증기를 트림처럼 뿜어내며 달렸다. 셔브루크(Sherbrook)에 이르자 유칼립투스가 빽빽하게 들어찬 숲이 나타났다. 철로 주변은 고사리 비슷한 양치식물로 뒤덮여 있었다. 코알라와 독수리 등 야생동물이 많다고 했는데, 모두 다 어디로 숨어들었는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원시림을 헤치고 나오자 콰이강의 다리를 연상시키는 목재 교각이 보였다. 빅토리아 주정부가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트레슬 브리지(Trestle Bridge)로 높이는 12.8m,길이는 91.4m이다.

 

기차는 트레슬 브리지를 건넌 이후 시속 20km 안팎의 느린 속도로 나아갔다. 호주의 전형적인 풍경이 이어졌다. 농장의 광활한 초지가 유려한 곡선을 펼쳐 보이며 스쳐지나갔다. 만(灣) 안쪽 깊숙이 멜버른을 품고 있는 포트 필립 베이(Port Philip Bay)의 수평선이 남쪽 멀리 어른거렸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와이너리의 포도밭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승객들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창가 난간에 걸터앉아 기차 밖으로 다리를 내놓고 맑은 풍경에 눈과 마음을 씻어내렸다.

Tip.

 


퍼핑 빌리는 벨그레이브에서 출발해 멘치스 크리크(Menzies Creek), 클레마티스(Clematis), 레이크사이드(Lakeside)를 지나 종착역인 젬부르크(Gembrook)까지 운행된다. 승객의 대부분은 에메랄드 호수가 위치한 레이크사이드에 내려 피크닉을 즐긴다. 벨그레이브에서 레이크사이드까지는 약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 운행편수와 출발시간은 계절과 요일에 따라 다르다. 퍼핑 빌리 사이트

 

(www.puffingbilly.com.au)에서 확인할 수 있다. 퍼핑 빌리가 포함된 하루 코스의 여행상품을 선택하면 힐스빌 야생동물 보호구역, 야라 밸리의 와이너리도 둘러보게 된다. 다양한 와이너리 중 마음에 드는 곳을 방문해 와인 테이스팅과 함께 오찬을 즐길 수 있다.

 

 

 


 

 

                 호주 멜버른⑤ 이것 만은 알고 떠나자
               [연합르페르 2006-11-17 12:20]

(연합르페르)

>>항공편

대한항공이 12월 18일부터 내년 1월 19일까지 인천-멜버른 전세기 노선을 주 2회(월, 금요일 총 10회) 운항할 예정이다. 소요시간은 약 11시간이다. 11월 현재 인천공항에서의 직항편은 없다. 시드니, 도쿄, 홍콩 등을 경유해야 한다. 시드니에서 멜버른까지는 약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

 

>>현지교통편

교통카드인 멧카드(Metcard)로 전차, 기차, 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멧카드는 기차역이나 트램 안에 설치된 교통카드 발매기에 동전을 넣고 구입하면 된다. 요금은 구역(Zone 1, 2, 3)과 이용시간(2시간, 1일)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중심상업지구(CBT) 등 도심에 해당되는 1구역에서 하루 동안 이용할 수 있는 멧카드 요금은 6.10호주달러이다.

 

>>물가

편의점 생수, 인터넷카페(PC방), 택시 등을 기준으로 보면 서울보다 높다. 농장이 지천이어서인지 과일이나 고기 값은 상대적으로 낮다. 환율은 11월 중순 기준으로 1호주달러는 약 730원이다.

>>관광정보센터(Melbourne Visitors Centre)

 

플린더스 역 맞은편 페더레이션 광장에 위치한다. 가이드북과 각종 투어상품 자료를 챙길 수 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소버린 힐, 단데농 등을 둘러보려면 미리 여행사에 예약하는 게 좋다. 멜버른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여행사도 20여 곳에 달한다.

 

>>가볼만한 곳

 


▲멜버른 전망대 - 플린더스 레인(Flinders Lane)에 위치한 55층 건물인 리알토타워(Rialto Tower)에 있는 253m 높이의 전망대이다. 멜버른 시내 전체를 동서남북으로 조망할 수 있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전망대까지 38초 만에 올라간다. 리알토극장에서는 빅토리아 주의 자연과 이벤트를 주제로 한 영상자료인 20분 분량의 '살아 움직이는 도시 멜버른'을 상영한다. 연중무휴로 오전 10시부터 밤 늦게까지 문을 연다. www.melbournedeck.co.au

 

▲멜버른 센트럴(Melbourne Central) - 200여 개의 숍, 극장, 레스토랑이 모여있는 복합쇼핑몰이다. 멜버른 젊은이들 사이에서 '만남의 광장' 역할을 한다. 내부 중앙에 버티고 선 50여m 높이의 벽돌건물이 눈길을 끈다. 19세기 산탄총 탄환 공장의 일부인데 허물지 않고 원추형의 유리지붕을 씌우는 방식으로 보존하고 있다.

 

▲쿡 선장 오두막(Cook's Cottage) - 피츠로이 가든에 위치한 오두막집이다. 1770년 유럽인으론 최초로 호주 대륙에 발을 디딘 제임스 쿡 선장의 생가이다. 1934년 빅토리아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영국 그레이트 에이튼에 있던 것을 해체해 옮겨왔다. 18세기 영국 중산층의 생활양식을 확인할 수 있다.

 

▲필립 아일랜드(Phillip Island) - 멜버른 동남쪽 약 13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바다표범, 물개, 코알라 등 야생동물의 낙원으로 알려져 있다. 펭귄 중에서 가장 키가 작은 페어리 펭귄(Fairy Penguin)을 만나볼 수 있다. 키 30cm 안팎의 페어리 펭귄 수백 마리가 해가 저물면 바다에서 나와 서머랜드 해안 모래언덕 수풀 속의 보금자리로 돌아간다. 펭귄 퍼레이드 관찰은 꼬마신사들의 이동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관람대 등 지정된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캠코더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촬영이 금지된다. www.penguins.org.au

 

▲와룩 농장(Warrook Cattle Farm) - 멜버른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호주의 전형적인 농장이다. 농장에서 직접 만든 차와 음식을 맛보고 양털깎기, 우유짜기, 양떼 몰이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다. www.warrook.com.au

 

>>관련사이트

호주 빅토리아주관광청 한국사무소 www.visitmelbourne.com/kr

그레이트 오션 로드 www.greatoceanrd.org.au

글ㆍ사진/장성배 기자(up@yna.co.kr), 협찬/호주 빅토리아주관광청, 대한항공

(대한민국 여행정보의 중심 연합르페르, Yonhap Repere)


 

 

Giovanni Marradi 피아노연주                                                                                          
                

 

 

 

                               머무는 동안 편안한 자리 되세요.. *^^*

 

 

                                                             우리님들

 

                                                     

 

                                         

 

                                                                  

                                                          깊어가는 늦가을입니다.

                                             추억속에 남을 즐거운 이시간을 위하여
                                                 따뜻한 가족 들과  마음과 마음에
                                                     기쁨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서로 이쁜 사랑들 나누시며
                                               오손도손 행복한 시간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향기남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