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Travel)이야기들/재밋는 오세아니아

서호주 피너클스 & 샌드보딩/ 기묘한 사막 풍경

향기男 피스톨金 2006. 2. 17. 17:52

                기묘한 사막풍경‥

 

 

        '서호주 피너클스&샌드보딩'

 

 

호텔 앞에 서 있는 차량의 모습이 꽤나 부자연스럽다.

5t급 트럭 적재함 부분에 덮개를 해 달았다.
사무적인 표정으로 놓여 있는 16인승 좌석도 불편해 보인다.

고생깨나 하겠다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다.
오후 늦게까지 왕복 1200리 길을 달려야 하지 않는가.

웨스턴 익스포저의 운전기사 겸 안내원인 팀이 눈치를 챘는지 조심스레 입을 연다.

"이래 봬도 4륜 구동이에요.
전세계 어느 나라도 4륜 구동 트럭을 만들지 않지요.

모래사막용으로 특수 개조했어요."
퍼스 시내를 빠져나가는 트럭은 그 덩치에 걸맞지 않게 부드러운 편이다.

꽤 오래됐으면서도 단정한 느낌을 주는 도심의 아침을 깨우지 않으려는 듯 엔진소음도 적당하다.
목적지는 피너클스 사막.북쪽으로 245km 떨어진 남붕국립공원 내의 '기이한 사막'이다.
서호주 아웃백(오지)의 대표격인 곳이다.



차는 60번 도로를 따라 50km 밖의 얀쳅국립공원에서 한 차례 숨을 고른다.

피너클스 사막 당일 패키지에 포함된 중간 기착점이다.
호주의 명물 코알라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서호주에는 원래 코알라가 살지 않았는데 관광객을 위해 동부에서 데려와 번식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공원 내의 퍼블릭 골프코스가 눈에 번쩍 띈다.
캥거루 때문이라고 해야 하나? 야생과 어울려 사는 호주의 모습을 그대로 보는 듯하다.
이른 아침인데도 혼자 나와 샷을 가다듬는 골퍼 뒤를 따르는 예닐곱 마리의 캥거루 모습이 그렇게 신선할 수 없다.

"준비됐나요? 이제부터 200km 정도 신호등 하나 없는 길을 달릴 겁니다." 얀쳅국립공원을 빠져나오면서 팀이 입을 뗀다.

자연 발화된 불로 검게 그을린 줄기 끝마다 2∼3m 높이의 꽃대를 세우고 있는 이름 모를 나무들의 기이한 풍경을 뒤로 하고 브랜드 하이웨이를 올라탄다.

해안가를 따라 호주 대륙을 한 바퀴 도는 1번 고속도로의 한 구간이다.
길 옆은 무성한 관목숲이었다가 광활한 밀밭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호주 전체 밀 생산량의 40%가 서호주에서 난다고 하니 그 밀밭의 규모를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누렇게 익어 낮게 깔린 밀밭 너머의 지평선이 수평선처럼 둥글게 보인다.

휴게소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붉디붉은 흙길에 접어들자마자 한차례 정차.아지랑이 때문인지 조금씩 흔들리는 것 같은 흙길 왼편 관목숲 너머에 길게 누운 사막 모습이 아스라하다.

직선으로 달리면 1시간 거리지만 좀 둘러가야 한다.
해안마을 세르반테스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한다.
요즘이 한창인 이 마을 특산 록 랍스터 요리는 다음 여행길로 미루고 곧장 피너클스 사막으로 향한다.

그리고 마침내 피너클스 사막.관목숲 길을 한두 차례 꺾어 돌자 정말 기이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붉은 빛 감도는 누런 색 사막에 뾰족 바위(피너클)가 가득하다.
뾰족 바위는 4m가 넘는 것에서 무릎까지 오는 것까지 크기도 제각각,형상도 제각각이다.

외계 별 표면의 모습이 이럴까.
그 뾰족 바위 사이 관람로를 느릿하게 걷는 관광객마저 외계인으로 보일 지경이다.
지겨울 정도로 달라붙는 사막 파리떼의 존재도 잊어버릴 정도다.

네덜란드 뱃사람들은 바다에서 이 광경을 보고 폐허가 된 고대도시라고 여겼다니 그들의 그때 그 시선을 이해할 만도 하다.

정말 SF영화 속 한 장면의 주인공이 되어 서 있는 듯한 느낌이다.
움켜 쥐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사막 위의 뾰족바위는 어떻게 생겼을까.
모래 속에 섞여 있던 석회석 성분이 빗물에 녹아내리면서 기층부에 단단한 석회암 덩어리가 형성됐고 나무가 뿌리를 내려 이 석회암층에 균열이 생겼다.

나무가 죽은 다음 바스러진 석회암 가루가 바람에 날려,침식되지 않은 석회암 부분이 땅 위로 드러나면서 기둥 형태로 남게 된 것이라고 한다.
피너클스 사막의 신비로움은 인근 란셀린 해안가의 샌드 듄(모래언덕)에서도 이어진다.

샌드 듄 들머리에서 하는 30여분가량의 '부시트랙' 질주가 피를 들끓게 만든다.

캐타비 휴게소에서 네 바퀴의 바람을 뺀 차는 하도 좁아 길인가 싶은 부시트랙을 바람처럼 질주한다.

길바닥의 미처 드러나지 않은 피너클로 인해 차는 겅중겅중 뛰기까지 한다.

팀도 온통 뒤집어진 차 안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급격한 커브에서 되레 액셀러레이터를 확 밟는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으로 더 유명해진 바그너의 음악 '발키레의 비행'이 깔렸다면 딱 어울릴 법한 돌진이 계속된다.

관목숲에서 목을 빼고 쳐다보는 캥거루의 눈빛이 "쟤들,왜 저러지?"하는 투다.

샌드 듄은 정말 새하얗다.

머리 위에서 내리 쬐는 햇빛은 높은 곳과 낮은 곳의 구분을 없애버린다.

이곳 사람들이 자랑하는 '블루 스카이'와의 경계만이 뚜렷할 뿐이다.

차는 그 한가운데를 질주한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경사면으로 곤두박질치고는 한다.

관성 때문인지 그때마다 잠시 하늘을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굉음을 내며 오토바이나 ATV를 즐기는 이들도 바람을 타고 날아 다니는 듯한다.
경사면이 제일 가파른 곳에서 샌드보딩을 즐긴다.

그 빠르기가 놀이공원의 후름라이드 절정부에 못잖다.
발이 푹푹 빠져 다시 올라서는 게 힘들지만 다칠 염려 없이 보딩 기술도 걸어볼 수 있어 수 즐겁다.
다시 캐타비 휴게소.온몸에 덮인 모래를 털어내는 에어브러시 소리도 피너클스 사막과 란셀린 샌드 듄의 바람소리를 닮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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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주는 호주에서 제일 큰 주다.
서유럽 전체 면적과 맞먹는다.
인구는 아주 적다.
200만명밖에 안 된다.

일조량이 많고 햇살도 아주 따갑다.
철강석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며 큰 부자들도 호주에서 제일 많다.
노후 연금생활자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이라고 한다.
아이들 교육환경도 좋아 우리나라 유학생도 늘어나고 있다.

주도는 150만명이 사는 퍼스.한국보다 1시간 늦다.
1호주달러에 746원 안팎.계절은 한국과 정반대다.
한식당으로는 퍼스 최고 요지에 자리한 신라(+618-9221-7171) 등이 있다.

서울에서 퍼스까지 직항편은 없다.
캐세이패시픽항공(02-311-2731)을 타고 홍콩을 경유해 퍼스로 들어간다.
매주 월·수·금·토요일 출발.서울∼홍콩 4시간,홍콩∼퍼스 7시간30분.
피너클스 사막은 퍼스에서 북쪽으로 245km 떨어진 남붕국립공원 내에 있다.

웨스턴 엑스포저(+618-9371-3695,www.westernxposure.com.au)가 피너클스 사막 4WD 당일 여행을 안내한다.
퍼스 호텔에서 픽업해 얀쳅국립공원을 거쳐 피너클스 사막으로 향한다.
란셀린 해안 모래둔덕에서 샌드보딩도 즐긴다.

어른 129호주달러,어린이 95호주달러.
내일여행(02-777-3900),워너투어(02-3477-7555),타임투어(02-720-0898) 등의 여행사가 항공과 호텔만 잡아주는 서호주 에어텔 6일 상품을 판매 중이다.

특급호텔 기준 13∼28일 114만원,3월13∼31일 106만원.서호주관광청 한국대표사무소 (02)6351-5156

세르반테스(서호주)=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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