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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톨릭 농아 사제 첫 탄생
220여 년 한국 가톨릭교회 역사상 최초 농아 사제가 탄생한다. 다음달 6일 오후 2시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서울대교구 사제 서품식에서 성품성사(聖品聖事)를 받고 새 사제로 탄생하는 박민서(베네딕토) 부제(39ㆍ사진)가 그 주인공. 한국 가톨릭교회를 포함한 아시아 가톨릭교회에서 농아 사제가 배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부제는 만 두 살 때인 1970년 홍역을 앓았고, 치료 과정에서 약물 부작용으로 청력을 잃었다. 항생제 과다 투여로 인한 쇼크가 원인이었다. 이후 그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지방 이곳저곳을 옮겨다녔던 그는 늘 손가락질과 따돌림의 대상이었고, 고교 입학 시험에 통과하고도 농아라는 이유로 합격이 취소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박 부제의 인생에 변화가 생긴 것은 1984년 국립 서울 농학교 고교과정에 진학하면서부터다. 이때서야 비로소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고, 신앙도 가지게 됐다. 이듬해에는 세례도 받았다. 그가 사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 "장애 때문에 사제가 될 수 없다"는 말에 상처를 받고 좌절하면서도 그는 사제의 꿈을 한순간도 놓지 않았다.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에서 봉사중이던 1994년, 마침내 길이 열렸다. 미국 뉴욕 대교구 토머스 콜린 신부를 통해 미국 유학을 떠날 수 있게 된 것. 영어는 물론 영어 수화조차 전혀 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한국을 떠난 그는 10년 만에 어학코스와 학부ㆍ석사과정을 마치고 2004년 귀국해 2년 반 동안 가톨릭대학에서 다시 수학한 후 이제 사제 수품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박 부제의 사제 수품을 가장 반길 사람은 당연히 그의 부모다. 하지만 그의 부친은 지금 세상에 없다. 아들의 부제 서품식을 하루 앞둔 지난해 7월 5일 폐암으로 선종(善終)한 것. 아들이 신부가 된 모습을 누구보다 보고 싶어했던 아버지였다.
박 부제는 "부제가 된 다음날 참석한 첫 전례가 아버지의 장례미사였다"면서 "아버지는 하느님 옆 가장 좋은 자리에서 부제 서품식을 지켜보셨을 것이고 이번 사제 서품식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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