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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박진영/비 키우면서 딱 하나 후회되는 건…

향기男 피스톨金 2007. 7. 2. 09:51

 

    박진영/비 키우면서 딱 하나 후회되는 건…

 

뉴욕 맨해튼 31번가 ‘JYP USA’ 사옥. 6월 20일 문을 연 이 사옥에서 ‘새로운 한류’를 기획하고 있는 음반기획자 박진영(35)을 만났다. 그는 “우리 돈으로 쳐서 35억원 주고 산 건물인데 수리 좀 하고 제대로 감정 받아보니까 43억원이었다. 이걸로 우선 외화벌이 좀 했다”고 농담부터 시작했다.

―미국 법인이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나?

“간단하다. 미국에서 통하는 글로벌 스타를 길러낸다. 한국인 3명과 중국인 2명이 안무, 보컬, 영어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우리는 음악이 아니라 스타에 투자를 해서 부가가치를 올리는 회사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적합한 명품 스타를 만들겠다.”

―미국 시장 진출이 말처럼 쉬울까?

“미국 음악 시장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아나? 음반사, 매니지먼트사, 공연기획사가 따로 굴러간다는 것이다. 노래로만 부가가치를 올리려고 하니 잘 안 되고 적자가 난다. 우리는 스타 위주로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한다. 한국 스타일이다. 우리가 이를 통해 성공 케이스를 보여주면 미국 음악계도 따라올 것이다. 2년 내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스타를 만들어내는
결이 따로 있나?

“부가가치가 높은 스타는 일관성 있는 이미지에서 나온다. 외모, 헤어스타일, 의상, 춤, 음악, 마케팅, 뮤직비디오, 인터뷰 모든 게 하나로 연결돼 있어야 한다. 그런 일관적 이미지를 가진 가수를 이곳에서 만든다. 그리고 나는 처음에 가수 재목을 뽑으면 1년 안에 나아갈 방향을 정한다.





―당신이 키우고 있는 16세 가수 민(이민영)이 미국 메이저 음반사에서 정식으로 음반을 발매한다고 들었다. 대만 코코 리, 일본
우타다 히카루에 이어 아시아인으로는 세 번째, 한국인으로는 처음이다.

“8곡 녹음이 끝났다. 미국 흑인 음악계 톱 프로듀서인 릴 존(Lil Jon)과 내가 공동으로 작업하고 있다. 10월 메이저 음반사를 통해 배급될 것이다. 4년간 춤과 노래를 가르쳤고, 가요 느낌이 나는 흑인 음악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할 것이다.
임정희와 지소울은 7월부터 알 켈리, 넵튠스, 아웃캐스트 등 힙합계 거물들과 잇따라 만나 계약 여부를 결정 짓는다.”

―한국 가수가 아닌, 미국 가수를 양성할 생각은 없나?

“가능하다. 나는 ‘영어를 하는 중국인’ ‘중국어를 하는 미국인’ ‘중국어, 영어를 하는 한국인’ 이 세 종류의 사람이면 글로벌 스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중국과 미국 양대 문화권을 다 장악해야 글로벌 스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미국도
머라이어 캐리 이후 글로벌 스타의 맥이 끊긴 상태다.”

그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2006년 비의 뉴욕 매디슨스퀘어 가든 공연 당시의 안타까운 기억을 떠올렸다. “비를 키우면서 딱 한 가지 후회되는 일은 딱 1년만 영어 공부를 시켜서 데뷔시킬 걸 하는 점”이라며 “공연 앞두고
뉴욕타임스에 기사가 나간 뒤, 미국의 유명 방송사에서 물 밀듯이 출연 섭외가 쏟아졌는데 통역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모두 물러섰다. 그때 비가 영어만 됐으면 끝까지 달려갈 수 있었다”고 했다.

―비(정지훈)와 ‘쿨’하게 결별했다. 솔직히 비가 떠난다고 할 때 붙잡고 싶지 않았나?

“분명, 내가 붙잡았으면 지훈이는 안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훈이가 ‘형, 한번 혼자 해보고 싶어요’라는데 형으로서 말릴 수가 없더라. 지훈이 인생의 성공을 먼저 생각한다면, 혼자 앞길을 헤쳐나가는 기회를 주는 게 맞는 것이다. 비는 영어만 잘 하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다.”

―비가 떠난 뒤, JYP는 어떤 영향을 받았나?

“솔직히 지훈이가 너무 큰 연예인이 됐기 때문에 JYP로서는 새로운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지훈이가 나가고 미국 법인을 열면서 다른 가수를 길러내는 일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한류는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한류가 성공한 이유는 우선 한국의 미국 문화 흡수력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한 나라의 대표방송이 들어가는 채널 2번에 AFKN이 있던 나라가 한국이다. 두 번째는 인구 5000만 명의 비좁은 내수시장을 극복하려는 노력이다. 필사적으로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인처럼 ‘반도인’의 예술적 자질이 뛰어난 점도 지나칠 수 없다. 문제는 한국 교육의 획일성이다. 학교에서 판에 박힌 수업, 방과 후에도 학원수업, 과외를 똑같이 사는 우리 애들에게 뭘 기대하겠나? 지금 교육은 창의력을 말살하고 있다. 나보고 최소한 예술 부문에서 미래를 향해 투자하라고 한다면, 학교가 아니라 소년원을 선택하겠다.”

―당신의 전략은 무엇인가?

“여기서는 글로벌 스타를 양성하고, 각 지역 스타도 우리가 만들겠다. 1990년대 초 ‘
뉴 키즈 온 더 블록’이 한국에 왔을 때 사람이 깔려 목숨을 잃을 정도로 난리가 났었다. 그때 ‘뉴 키즈’ 프로듀서가 한국판 ‘뉴 키즈’를 만들겠다고 했으면, (‘뉴 키즈’의 콘셉트와 유사한) ‘HOT’가 성공할 수 있었을까? 같은 얘기다. 이제 동아시아에는 중국판 비, 태국판 동방신기 같은 가수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런 현지인 스타를, 우리가 키우는 거다. 그래야 한류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당신은, 대한민국 상표를 버려야 한류가 산다고 했었는데….

“탈민족, 탈국가와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였다. 꼭 한국적인 무엇을 섞어야 세계시장에서 통한다는 강박관념이 문제라고 지적했을 뿐이다. 사실 뉴욕에서 살면 살수록 더 한국 사람이 돼가는 것 같다. 미국 애들과 놀면 논 것 같지가 않다. 사실 ‘야, 이 XX야’라며 치고받고 놀아야 제대로 아닌가?”

―미국에서 일한 지 3년이 돼간다. 성공했다고 생각하나?

“프로골퍼로 치면 이제 겨우 PGA 출전권을 땄을 뿐이다. 쌓아놓은 것이 하루 아침에 ‘제로’가 될 수 있는 곳이 미국 시장이다. 물론 여기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꺾인 뒤 한국에서 편하게 가수 생활하고 싶은 생각도 굴뚝 같은 게 사실이다.”

박진영은 인터뷰를 마치며, “신나게 놀다가 죽은 ‘딴따라’ 정도로 사람들에게 기억되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그는 가수로 돌아가기를 꿈꾸고 있었다. 이미 자신의 앨범에 수록할 “30곡의 작업을 마친 상태”라고 했다. “30대 중반의 ‘가수 박진영’ 팬들이 흐뭇하게 공감할 수 있는 노래로 곧 찾아갈 겁니다.”

 

박진영은 누구인가


연세대 지질학과를 졸업한 박진영은 도발적이고 선정적인 가사와 춤을 앞세워 90년대를 풍미했던 인기 가수였다. 94년 ‘날 떠나지마’로 데뷔한 그는, 신인 시절 엉덩이를 쑥 내밀고 손으로 쓰다듬는 춤부터, 엘리베이터 안에 탄 남녀의 야릇한 상황을 암시한 노래 ‘엘리베이터’까지, 몸과 입으로 거침 없는 표현을 거듭했다. 하지만 2000년대 접어들면서 그는 작곡가, 프로듀서 일에 전념하기 시작, 박지윤, GOD, 비, 노을 등의 가수를 키웠다.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린 것은 2004년. LA 한 주택가의 방 한 칸에 세 들어 살면서 발로 뛰며 자신이 만든 음악을 들고 흑인 음악의 거물들을 무작정 쫓아다녔다. 그런 밑바닥 생활 11개월 만에 마침내 윌 스미스 음반에 자신의 곡을 수록시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지난달 20일 문을 연 JYP 미국 법인은 그의 꿈이 알차게 영근 공간. 각 층이 1000㎡인 이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 녹음실, 7개의 숙소, 안무연습실 등이 갖춰져 있으며, 미국 데뷔를 앞둔 민, 임정희, 지소울 등 한국 가수들과 중국인 형제인 정대룡·소룡이 숙소에서 생활하며 트레이닝에 여념이 없다.





박진영을 뉴욕 맨해튼 JYP USA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곳에서 그는 한국 가수 3명을 차례로 미국 시장에 데뷔시킬 예정이다. /뉴욕=최승현 기자



박진영이 뉴욕에서 흑인음악계 유명 프로듀서 릴존과 함께 음악 작업을 하는 모습. /JYP USA 제공= 최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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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최승현 기자 vaidal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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