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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정경화씨 줄리아드 음대 교수 됐다

향기男 피스톨金 2007. 7. 31. 10:22

 

        정경화씨 줄리아드 음대 교수 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59)씨가 미국 줄리아드 음대 교수로 후학 양성을 시작한다. 줄리아드의 교무.행정을 담당하는 로버트 로스는 30일 기자와 만나 "정씨가 내년 9월부터 학생들을 맡아 가르치기로 하는 모든 계약이 끝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씨는 1965년 졸업한 모교에서 한 학기에 2~3명의 학생을 가르칠 예정이다.

정씨는 세계 무대의 정상에 오른 한국의 1세대 바이올리니스트다. 2005년 9월 갑작스러운 손가락 부상으로 서울 공연을 취소한 이후 연주.녹음 활동을 중단해 왔다.


당시 정씨는 "손가락에 통증을 느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며 무대에서 사과한 뒤 표를 환불해줬다. 예순을 앞둔 정씨가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연주활동보다 다음 세대를 기르는 데 전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씨는 12세에 줄리아드에 유학, 세계적인 연주자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간 외국 언론들에 '아시아의 마녀'로 불리며 한국의 독주자로서의 새로운 장을 열어 왔다. 70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데카 레이블로 녹음한 '시벨리우스.차이콥스키 협주곡 음반'은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급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 메이저 음반사의 앨범으로 기록됐다.

68년
'정 트리오'를 구성, 정상급 남매 연주자로 함께 활동해 온 정명훈(54.서울시향 상임지휘자)씨는 "누나는 평생 바이올린밖에 몰랐던 사람이다. 부상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학생을 가르치는 데 또 열정을 쏟을 것이다. 자신을 단련했던 것처럼 학생도 열성적으로 가르친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줄리아드에 정식 임용되기 전 개인 레슨을 했던 정경화씨는 보통 한두 시간인 레슨을 5~6시간씩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솔리스트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은 정씨 남매는 모두 젊은 연주자 양성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셋 중 맏이인 정명화(63)씨는 2001년 활동무대를 미국에서 한국으로 바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휘자 정명훈씨도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음악인으로서의 최종 목표는 통일운동에 기여하는 것과 다음 세대를 길러내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실제로 정명훈씨는 자신이 음악감독으로 있는 라디오프랑스필의 단원을 이끌고 한국의 젊은 학생을 지도하는 아카데미를 매년 열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음악을 공부하는 보육원 아이들에게도 음악을 가르치고 무대에 세운다. 정명화씨는 "재능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것은 어머니(이원숙.89)가 우리 남매에게 늘 강조했던 것"이라며 "경화가 학교에서 자리 잡으려는 결심을 한 것도 그런 노력의 하나로 볼 수 있어 적극 지지했다"고 말했다.

줄리아드가 세 남매의 모교라는 점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경화씨는 한 인터뷰에서 "대가족이 모여 살던 서울에서 언니와 단둘이 살아야 하는 뉴욕으로 옮기면서 유년 생활은 끝났고 음악만을 붙잡고 살았다"고 회상했다. 그와 함께 이반 갈라미언 교수를 사사한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58)씨는 "2년 전 부상 소식을 들은 후 수십 년 동안 연주자로서 고생했을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다"며 "경화 언니가 자신을 키운 둥지로 다시 돌아간다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줄리아드 음대=세계 최고 수준의 연주자를 배출하고 있는 음악대학이다. 1905년 음악예술연구원(Institute of Musical Art)으로 문을 열었다. 유럽에 비해 뒤졌던 미국의 예술교육을 위해 뉴욕의 목화상 어거스터스 줄리아드가 재단을 세워 500여 명의 학생을 교육하며 시작했다. 현재 뉴욕의
링컨센터 안에 자리 잡고 있으며, 학사.석사 과정의 학생이 800여 명 있다. 78년 강효(62.바이올린)씨가 한국인 최초로 교수에 임용됐다. ▶김호정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hjk2k/

 

 

                                                 Le streghe in D Major
                                             마녀들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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