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 한인 경제인 2세들의 일일 병영체험 행사가 26일 경기도 포천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세계한인무역협회(OKTA)가 2세들을 모국으로 초청해 여는 '무역학교' 프로그램의 하나로 미국.캐나다 등 25개국에서 87명이 참가해 안보교육, 사격 및 유격훈련 등을 받았다. 캐나다 토론토대를 졸업한 이희영양이 공수훈련을 받고 있다.
26일 경기도 포천시 육군 5군단에서 열린 병영체험 행사에 참여한 한 재외동포가 낙하훈련을 받는라 11m 높이에서 뛰어내리고 있다.
포천= 중앙일보 김형수 기자
[기사] 재외동포 청년무역인 88명, 1일 병영체험
"한국이 선진국인 건 알지만 방위산업이 이렇게 발전했을지는 몰랐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이민간 지 10년 만에 고국을 방문한 홍진희 씨(20). 그의 눈에 비친 한국 군대의 모습은 머릿속 상상과 판이하게 달랐다.
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 `차세대 무역스쿨`에 참가한 한 재외동포가 경기도 포천 모 부대에서 열린 병영체험에서 낙하산 기본교육 과정인 공수훈련을 받고 있다. 이번 차세대 무역스쿨에는 재외동포 1.5~3세 88명이 참가했다. <포천/박상선기자>
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World-OKTA) 초청으로 방한한 1.5~3세 재외동포 88명이 26일 한국 체험 행사의 일환으로 일일 병영 체험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성별 구별 없이 군복을 입고 탄띠를 차고 경기도 포천 제5군단 사령부로 입소했다. 한국인으로서 전 세계 시장을 누빌 차세대를 키우는 `차세대 무역스쿨` 행사의 일환으로 방한 중인 이들은 한국의 군대를 몸소 체험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온 정철현 씨(35)에게는 이날 병영 체험이 더욱 각별하다. 15년 전 군대생활을 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민 10년째라는 정씨는 "과거 군생활을 할 때와 비교해 장비가 너무 현대화된 점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호주 퍼스에 사는 왕성호 씨(35)는 "다연장로켓, K1A1 전차 등 육군의 최첨단 장비에 놀랐다"며 "한국군이 멈춰 있는 군이 아니라 움직이는 군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할아버지가 한국인인 권태명 씨(31ㆍ중국 베이징)는 "한국이 주요 장비를 수입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최첨단 군장비를 독자 개발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25개국에서 온 이들은 한국말이 서툰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을 난생 처음 찾은 교포도 있었다.
그러나 피는 물보다 진했다. 생전 처음 보는 6ㆍ25전쟁 관련 비디오를 시청하는 시간에는 모두가 가슴이 울컥해졌다.
일본 오사카에서 온 재일교포 3세 김성희 씨(24)는 "한국 남자들이 2년간 군복무를 하는 것을 일본에서는 시간 낭비라는 생각으로 바라봤지만, 이번 체험을 통해 얼마나 군대가 소중한 곳인지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들의 가슴을 더욱 적신 것은 군대에서까지 느낄 수 있는 한국의 발전상이었다. 특히 K-9 자주포가 터키에 대량 수출되는 등 우리 군장비가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는 점에 더욱 뿌듯해했다.
이들은 국적은 제각각이었지만 유격훈련은 물론 특공 연대가 받는 낙하훈련, K-2 소총 실탄 사격까지 체험하며 진정한 한국인으로 거듭났다. 천용수 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장은 "과거 모국을 찾은 젊은 재외동포들이 군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것에 놀라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며 "왜 군대가 필요한지, 한국의 현실을 제대로 체험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참가한 한 학생은 뼈 있는 말을 던져 주목을 받았다. 이 학생은 "캐나다는 6ㆍ25전쟁 3년간 당시 전체 3만명의 병력 중 2만5000여 명을 파병했는데 이제 겨우 교민들이 돈을 모아 밴쿠버에 기념 동상을 만들었다"며 "국방부, 한국 정부가 나서서 은혜를 갚는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