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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멜버른' 100년 넘은 증기 기관차 타고 호주 원시림 속으로…

향기男 피스톨金 2007. 10. 17. 18:45

 

      '멜버른' 100년 넘은 증기 기관차 타고

 

                 호주 원시림 속으로…

멜버른의 첫 인상은 기묘했다. 착륙하기 직전 비행기 창 밖으로 먹구름이 잔뜩 끼더니 한 두 방울 빗방울이 맺혔다. 그런데 반대편 차창 밖은 푸른 하늘이 아니던가. 물론 빗방울도 없었다. 파란 하늘과 빗방울이 공존하고, 하루에 사계절을 보여준다는 ‘남반구의 런던’ 멜버른의 날씨였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캐나다 밴쿠버 다음으로 가장 살기좋은 도시로 꼽은 멜버른은 호주의 자존심이다.

멜버른이 크게 성장한 건 19세기 중반, 주변에 금광이 발견된 덕분이다. 1830년 경쟁 도시인 시드니 인근에서 은광이 발견되자 인구가 그 쪽으로 몰렸다. 당시 멜버른 총독이 2,000 파운드의 현상금을 걸었다.

금광을 발견하면 현상금과 함께 채광 선점권을 주겠노라고. 이후 사람들은 샅샅이 주변을 뒤져 마침내 엄청난 금맥을 발견했다. 황금을 좇아 전세계에서 골드러시가 이뤄졌다.

당시 금광 주변에선 흐르는 물에 세수를 하면 얼굴에 남아 버석거리는 것이 죄다 사금이었고, 발길에 차이는 건 금 덩어리였다고 했다. 멜버른에서 1시간 30분 거리인 발라랏의 소버린힐은 당시 금광 마을을 재현한 호주판 민속촌이다.

자원봉사자들을 주축으로 운영되는 이곳에서는 금광의 갱 안에 들어가 보거나, 개울에서 사금채취를 체험할 수 있다. 사금 체험장에는 매일 일정량의 금가루를 뿌려놓기 때문에 조금만 공을 들이면 ‘내가 캔 금’을 챙겨갈 수 있다.

단데농의 퍼핑빌리 증기기관차도 호주의 과거를 관광자원화한 곳이다. 단데농은 멜버른 시민들에겐 ‘뒷동산’ 같은 곳. 단데농산의 유칼립투스 원시림을 뚫고 올라가는 100년 넘은 빨간 증기기관차가 퍼핑빌리다. 목재 수송의 역할이 사라져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할 뻔한 퍼핑빌리는 시민들의 보존 노력 덕택에 관광열차로 변신, 지금껏 석탄으로 땐 하얀 수증기를 내뿜으며 ‘칙칙폭폭’ 내달리고 있다.

운전, 정비 등 핵심인력을 제외하고는 6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퍼핑빌리의 운영을 맡는다. 벨그레이브역이 출발역. 종점인 젬부룩까지 24.5km이지만 대부분 짧은 일정의 관광객은 첫번째 정차역인 멘지스크릭까지 30분 정도만 타고 간다. 좁은 협궤 열차의 난간에 걸터앉아 발을 차창 밖으로 쭉 빼놓고는 느릿느릿 호주의 원시림을 지나는 맛이 일품이다.


멜버른 인근 필립아일랜드는 호주인들의 지독한 자연보호의식을 엿볼 수 있는, 사람보다 동물이 우선인 섬이다. 뭍과 연륙교로 연결돼 있다. 야생의 생태계 그대로를 보존하기 때문에 관광객은 그저 동물에 땅에 잠시 들린 객일 뿐이다. 필립아일랜드 서쪽 끝 노비스는 물개를 관찰하는 곳이다. 전시관 밖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해안 절벽을 가득 덮은 갈메기떼의 장관에 압도당한다.

코알라보호센터에선 온종일 잠만 자다 가끔 깨어나 유칼립투스 이파리를 따먹는 코알라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필립아일랜드의 하이라이트는 펭귄 퍼레이드다. 세계에서 가장 작다는 30cm 크기의 ‘리틀 펭귄’의 저녁 귀환을 맞이하는 행사다. 이 펭귄들은 섬에 둥지를 틀고 해 뜨기 전 바다로 나가 해가 진 직후 섬으로 돌아온다.

바다에서 나온 펭귄들은 군대의 소대 병력 단위로 움직이듯 10~20마리씩 그룹을 지어 차례대로 뒤뚱뒤뚱 걸음을 옮긴다. 자연의 펭귄보다 놀라운 것은 그들의 퍼레이드를 구경나온 관광객이다.

차가운 바닷바람과 이슬비를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들 숨죽이며 퍼레이드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플래쉬 불빛이 펭귄의 눈에 치명적이라 사진, 비디오 촬영은 엄격하게 금지된다.
한국일보 | 기사입력 2007-10-1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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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극에서 불어온 청정공기 마시며 214km

 

             해안도로 질주 "그레이트"

‘그레이트(Greatㆍ위대한, 거대한).’


어지간한 배짱이 아니고선 지명에 ‘그레이트’를 쓰기란 쉽지 않은 일일게다. 하지만 거대한 섬, 거대한 대륙을 온전히 제 한 나라로 삼은 호주는 겁도 없이 ‘그레이트’를 붙인 지명을 여럿 사용하고 있다.

달에서도 맨 눈으로 보인다는 거대한 산호군락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대보초)’, ‘그레이트 샌디 사막’, ‘그레이트 빅토리아 사막’(‘그레이트’란 단어의 뜻을 모르던 어린 시절 기자는 지도에서 본 이들 사막이 만화영화 주인공 그레이트마징가가 사는 곳이라 생각했다)과 호주의 동쪽 등뼈 ‘그레이트 디바이딩 산맥’.

그리고 빅토리아주 해안을 끼고 달리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 멜버른 아래 토키(Torquy)에서 와남불(Warrnambul)까지 바닷가 절벽을 깎아서 만든 214km 길이의 해안도로다.

길이 닦이기 전까지 이곳은 인간의 발이 닿지 않았던 땅이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쟁에 참전했던 호주 군인들이 대거 돌아왔을 때다. 갑작스런 노동인력의 증가로 경기는 불안해졌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일종의 뉴딜 정책인 해안도로 건설이다. 퇴역 군인들이 가슴에 훈장을 달고 13년간 삽과 곡괭이로 파내 닦은 길이다. 워낙 험한 코스라 공사중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한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처음 달려본 이들은 왕복 2차로의 좁은 길에 당혹해 하며 “무슨 ‘그레이트’가 이래?”하며 실망하게 된다. 구불구불한 길의 일부 구간에서는 30~40km의 속도에 만족해야만 한다. 이 길에 붙여진 ‘그레이트’는 길을 닦은 그들 선조의 희생에 대한 호주인들의 경외심의 표현이다.

토키에서 론(Lorne)을 거쳐 아폴로베이(Apollo Bay)까지는 하얀 백사장과 평화로운 어촌 마을이 차창과 함께 달린다. 우리 동해안의 옛 7번 국도와 비슷한 풍경이다. 마치 4B연필로 자를 대고 반듯하게 그어놓은 것 같은 너무나 선명한 수평선이 인상적이다. 하늘과 바다를 완전히 가른 그 선은 가까운 남극에서 불어 온 청정한 공기 탓에 뚜렷하게 보인다.

토키와 론 사이에 있는 벨스비치는 세계적인 서핑의 중심지다.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폭풍속으로>의 무대였고, 유명한 립컬 세계 서핑대회가 열리는 곳이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중간 기착지인 아폴로 베이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나면 길은 거대한 해안절벽으로 올라 내달린다.

포트캠벨(Port Campbell) 인근이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하이라이트다. 깎아지른 직벽의 해안과 그 절벽에서 떨어져 나온 많은 섬들이 이룬 장쾌한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시간과 파도가 이뤄낸 거대한 설치미술이다.

워낙 물살이 거센 곳이라 이 근방에서 난파된 배가 160여 척이 넘는다고 한다. 영국에서 출발한 배들이 아프리카 희망곶을 돌아 목적지인 멜버른에 닿기 직전, 이곳에서 항해의 마지막 밤을 보내다 닻도 뽑아버리는 거센 파도에 휩쓸렸다고 전한다.

바다 위에 비죽 솟은 바위가 12개라고 해서 예수의 제자 ‘12사도상’이라 이름 붙여진 곳이 최고의 절경이다. 처음엔 12개이던 바위는 이젠 파도에 자꾸 깎여나가 2005년 6월 전망대 바로 앞 바위가 허물어지면서 이젠 7개만 남았다.

한낮의 눈부신 태양빛을 받아 섬과 절벽, 그리고 파도는 몽환의 기운을 피워올리고, 전망대에 선 관광객들은 이제서야 “그레이트”를 외쳐댄다.

12사도상의 절경을 감상하는 또 다른 좋은 방법은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헬기투어다. 고작 10분이지만 90 호주달러의 비용이 아깝지 않다. 치맛자락을 펼쳐놓은 듯 하얀 포말이 이는 파도가 줄지어 치어오고 12사도상 외에 로크 아드 고지(Loch Ard Gorge), 런던브리지(London Bridge)의 풍경을 그레이트 오션로드와 함께 담을 수 있다.


런던브리지는 파도가 뚫은 구멍으로 2개의 아치 모양을 하고 있어 그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1991년 뭍과 붙어있던 한쪽 아치가 무너지면서 이제는 아치 하나인 섬으로 남았다. 이 아치가 무너질 때 런던브리지에서 남녀 한 쌍이 구조됐다. 런던브리지는 호주의 중요한 관광자원이었기에 당시의 구조 과정은 호주 전역에 생중계됐다.

이후 <헤럴드 선> 신문이 구조된 이들의 이야기를 사후 취재했더니 그들의 가정이 풍비박산 나있었다고 했다. 부부가 아니었던 그들. ‘떳떳치 못한 사랑’이 공중파를 통해 공개됐기 때문이다.

로드 아크 고지엔 난파선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1878년 이곳에 50여명의 이민자를 싣고 온 범선 ‘로크 아드’호가 침몰했고 남자 하나, 여자 하나, 단 두 명이 협곡 안의 모래사장으로 떠밀려 왔다고 한다. 목숨을 건진 이들이 협곡 안 동굴에서 밤을 새우고 다음날 구조되면서 이 협곡이 세상에 알려졌다.

한국일보 | 기사입력 2007-10-17 17:27 기사원문보기



숲으로 둘러 싸인 멜버른… 트램타고 공짜 관광



과거와 첨단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도시 멜버른. 19세기의 아름다운 건축물과 수려한 자연풍광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멜버른은 도시 전체가 숲으로 이뤄져 있다. '가든 시티'란 별명이 괜히 붙었겠는가. 국가유공자 기념관을 끼고 있는 로열 보태니컬 가든, 피츠로이 가든, 퀸 빅토리아 가든 등 사방이 공원이다. 피츠로이 가든은 호주 대륙을 발견한 쿡 선장의 생가가 있다. 원래 영국에 있었지만 1934년 피츠로이로 옮겨왔다.

멜버른 관광의 시작은 플린더스역. 황금빛 고풍스러운 건물에서 멜버른에 깊게 밴 유럽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역 바로 옆에 있는 관광안내소는 패키지여행자가 아니라면 관광객들이 꼭 들러야 할 곳. 관광지 안내는 물론, 각종 교통 티켓 판매와 당일여행 패키지 판매도 이뤄진다. 멜버른과 인근 빅토리아주 관광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우리의 부실한 관광안내소와 크게 비교된다.

역 뒤편에는 시내를 관통하는 야라강이 흐른다. 야라강 주변에는 카페와 바가 많다. 강변의 우뚝 솟은 건물인 '유레카'에 남반구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 '유레카 스카이데크 88'이 있다. 이곳의 자랑은 이동식 유리상자를 타고 건물 밖으로 나가는 '디 에지'. 불투명이던 유리판이 갑자기 투명하게 변하면서 공중 위에 뜬 스릴을 배가 시킨다.

멜버른 시내 여행은 트램을 통해 이뤄진다. 시내 중심지를 순환하는 여행객을 위한 자주색의 서클시티 트램은 무료다. 배차간격은 약 10분. 워낙 자주 정거장에 서다 보니 속도는 매우 느리다.

남반구에 있는 호주 멜버른의 기후는 우리와 정반대. 지금이 봄이다. 시차는 우리보다 1시간 빠르다. 통화는 호주달러. 최근 환율은 현금매입 기준 1달러에 830원 정도. 멜버른으로 가기 위해 지금까지는 시드니나 브리즈번 혹은 홍콩을 경유해야 했지만 다음주부터 직항이 뚫린다. 대한항공이 22일부터 매주 3회(월, 수, 금요일) 운항한다. 1588-2001




 

멜버른=글ㆍ사진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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