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들/세 상 사람들

이시형박사/밥 좀 천천히 드시라! 낮잠 좀 주무시라!

향기男 피스톨金 2007. 12. 8. 23:49

 

     밥 좀 천천히 드시라! 낮잠 좀 주무시라!

 


 

대한민국 사람들을 향해 “배짱으로 삽시다!” 외쳤던 정신과 의사 이시형 박사. 1982년 그가 펴낸 책 ‘배짱으로 삽시다’의 메시지는 권위주의 체제 아래 잔뜩 움츠렸던 사람들에게 남다른 도발이었다. ‘자기대로 살아라’ ‘신나게 살아라’ 같은 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그는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지난 20여 년, 거침없이 살라고 경쟁 사회 속 사람들을 부추겼던 그가 최근 도시를 떠났다. 강원도 홍천 산골에 파묻혀 지낸다. 오솔길을 걷고 천천히 밥 먹고 바위에 등 대고 누워 파란 하늘, 흰 구름 흘러가는 것을 보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일깨우는 자연치유 프로그램을 펼치기 위해서다. 지난 9월 문 연 힐리언스 선 마을. 앞뒤 좌우를 둘러보아도 온통 산, 산, 산. 홑이불만한 하늘이 나지막한 산봉우리들 사이에 걸린 선경(仙境) 속엔 하늘로 창을 낸 집 몇 채가 서있다.

―배짱으로 살라, 자신 있게 살라고 했던 성취 지향 메시지는 이제 폐기한 겁니까?

“그래야 살 수 있었고, 그래야 성공했던 세대가 지금 은퇴를 앞두고 있습니다. 아니, 10년 전 외환 위기를 겪으며 이미 은퇴로 내몰렸죠. 지금 40대, 50대들이 넥타이 매고 산에 갑니다. 속에 울분이 차있어요. 그런 세대가 계속되면 안 됩니다. 성공과 성취를 폐기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잘 성취하자는 겁니다. 생각하면서 가자는 거지요. 뭐가 중요한지, 그걸 잊어버리고 달려가기만 하던 시절은 지났지 않습니까.”

그는 선 마을 촌장이다. “느리게 삽시다!” “비우고 삽시다!” 외침의 내용마저 180도 달라졌다. 이곳에서는 휴대전화도 노트북 컴퓨터도 ‘사용금지’다.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을 위해 ‘비즈니스 센터’를 열어놨지만, 센터 푯말 아래 커다랗게 ‘경고: Stress Zone(스트레스 지역)’이라고 써놨다. 편한 셔츠 차림인 그는 매일 산길을 걷고 찬바람을 쐰 사람 특유의 생기가 가득하다.

▲ 강원도 홍천 힐리언스 선 마을 촌장 이시형 박사. 도시를 떠나 산골로 갔다. 건강한 삶은 생활 습관을 바꾸는 데서 출발한다며 '한 템포 느리게!'를 강조한다. /힐리언스 선 마을 제공
―정신분석과 상담, 약물치료가 중심인 서양의 정신의학을 전공한 분이 자연치유센터를 세운 것이 뜻밖이라는 시선이 많아요. 웰빙 유행 탓인가요.

“아니, 아니…. 제가 이런 곳을 생각한 것은 이미 20년 전이에요. 어느 의사나 그렇겠지만, 저는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병원에 오는 사람을 보면, 저 놈이(그는 이런 식의 거침없는 말투 때문에 적잖은 비난도 사왔다.) 생활 습관을 옳게 들였더라면 저 고생을 안 할 텐데, 저걸 좀 못 고치나, 그런 생각을 많아 했거든요. 한 2년 전부터 바짝 이 일에 매달렸어요.”

선 마을 손님 방에는 냉장고도 에어컨도 텔레비전도 없다. 마을 안에서는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게 해놨고 자동차도 입구 주차장에 둔 뒤 모두 걸어다녀야 한다. 건축가 승효상씨가 지은 건물은 방마다 천창을 냈다. 비가 오면 빗줄기 떨어지는 소리, 해가 나면 눈부신 햇살이 고스란히 방 안으로 들어온다. 식사 시간은 무조건 30분 이상이다. 평소 습관대로 후닥닥 먹을라치면 프로그램 교사들이 “천천히 드시라”고 속도를 늦춰준다. 함께 산길을 걷다 바위에 기대 눕거나 바닥에 벌렁 누워 하늘을 보는 시간도 있다.

―살자고 복닥대는 사람들에게 산속에 들어와서 하늘 보고 물소리 들으라고 하는 것은 너무 사치스런 처방 아닙니까.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는 “진정한 권력자는 휴대전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며칠씩 휴대전화 끄고 들어앉을 수 있는 처지라면 힘들 것도 없을 것 같은데요.

“사치가 아닙니다. 생존을 위한 준비지요. 한국 사람 평균 수명이 몇입니까. 90세, 100세가 코앞이에요. 제가 한국 사람들 특유의 턱없는 낙관주의와 격한 성정에 대해 싫은 소리를 많이 해왔어요. 닥치면 후회하면서도, 준비를 통 안 한단 말예요. 설마설마 나에게 진짜 그런 나쁜 일이 생기기야 하겠어, 그렇게 버틴단 말예요. 그러다 진짜 무슨 일이 생기면 이번엔 또 파르르 격하고 급한 성미가 나와요.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은 없어요. 문제는 스트레스가 안 될 일도 스트레스로 만들어 키우는 거예요. 사는 법을 모르면 스트레스가 커져요.”

―선생님은 ‘자녀를 크게 멀리 보고 키우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요즘 아이 하나 번듯하게 키우려면 할아버지의 재력, 아버지의 실력, 어머니의 정보력 3박자가 맞아야 한다는 우스개가 있는데요.

“좋은 생활 습관을 키워주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아침 1시간만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도시에서는 1시간 일찍 일어나면 차가 안 막히니 2시간을 벌어요. 2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습니다. 책 한 권 읽는 데 5시간 걸린다 치면, 1년 동안 150권 읽을 시간이 납니다. 포르노만 읽어도 섹스 전문가가 될 거고, 좋은 책을 읽으면 더 말할 것도 없죠. 자격증 교육이 보통 400시간 정도인데, 1년이면 자격증 2개를 딸 수 있는 시간이 돼요.”

그는 두 자녀를 뒀다. 이제 40대 중반을 넘긴 외아들에게 그는 한 번도 무엇을 하라고 강권한 적이 없다. 건설업을 하는 아들이 가족 얼굴 볼 시간도 없이 바삐 다니는 것을 보고 “뭐 하러 그렇게 사느냐, 며느리가 요리를 잘하니 차라리 둘이 우동집이나 만두집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한 정도다.

―자연치유센터 프로그램은 보통 5~6일, 적어도 3일인데, 보통 사람들은 비용도 시간도 없습니다. 그곳에 못 가는 사람들을 위해 실천 내용을 좀 알려주시죠.

“제일 쉬운 처방은 낮잠이에요. 비즈니스맨들이 보통 12시 넘어 집에 들어가서 7시면 일어나는데 매일 그렇게 살아선 일도 건강도 안 돼요. 점심 먹고 20분만 눈을 붙이세요. 선 마을 다녀간 한 사장님이 그렇게 해보고 너무 좋아서 회사에서 실천했어요. 조용한 시간을 가져보세요. 또 뭘 할 때 한 템포만 늦춰보고. 한 템포 늦은 거, 또 적어도 몇 분, 10분, 20분, 조용히 있어보는 거, 그렇게 어려운 일 아닙니다. 그런데 효과는 커요.”

그는 한 책에 “행복의 물결은 너무 잔잔하고 부드러워서, 바쁘고 격한 마음에는 미처 느껴지지 않는다”고 썼다. 누구보다 바쁘고 격하게 대한민국 압축 성장기를 살아왔던 그가 새롭게 던지는 메시지는 ‘숨 고르기’다. 자기 삶의 호흡을 조절하고,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잠깐 멈춰 생각하라는 권유다. 세상은 그처럼 변하고 있다.

이시형

1934년생. 경북대 의대를 나와 미국 예일대에서 의학박사를 했다. 1977년, 민간에서 통용되던 ‘화병’을 임상 연구, 한국 문화와 관련된 정신의학적 증후군(culture bound or culture related psychiatric syndrome)으로 규정했다. 이후 ‘Wha-byung’은 세계적 정신의학 용어가 됐다. ‘배짱으로 삽시다’ ‘터놓고 삽시다’ ‘자신 있게 사는 여성’ 등 대중적으로 쓴 정신 치료 에세이가 80, 90년대 잇달아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글 쓰는 정신과 의사’ 시대를 열었다. 지금까지 40여 권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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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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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의 시작이자 한해를 마무리 해야할 12월입니다

                          추억속에 남을 즐거운 이시간을 위하여
                            따뜻한 가족 들과  마음과 마음에
                               기쁨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서로 이쁜 사랑들 나누시며
                         오손도손 행복한 시간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향기男피스톨金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