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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방북보고/“첫날은 눈앞이 캄캄…이튿날 말이 통합디다”

향기男 피스톨金 2007. 10. 5. 07:50

 

“첫날은 눈앞이 캄캄…이튿날 말이 통합디다”

   (전문)남북관계 발전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대한민국 노무현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의 합의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10월 2일부터 4일까지 평양을 방문하였다.

방문기간중 역사적인 상봉과 회담들이 있었다.

상봉과 회담에서는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재확인하고 남북관계발전과 한반도 평화, 민족공동의 번영과 통일을 실현하는데 따른 제반 문제들을 허심탄회하게 협의하였다.

쌍방은 우리민족끼리 뜻과 힘을 합치면 민족번영의 시대, 자주통일의 새시대를 열어 나갈수 있다는 확신을 표명하면서 6.15 공동선언에 기초하여 남북관계를 확대.발전시켜 나가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1. 남과 북은 6.15 공동선언을 고수하고 적극 구현해 나간다.

남과 북은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며 민족의 존엄과 이익을 중시하고 모든 것을 이에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6.15 공동선언을 변함없이 이행해 나가려는 의지를 반영하여 6월 15일을 기념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하였다.

2. 남과 북은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남북관계를 상호존중과 신뢰 관계로 확고히 전환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내부문제에 간섭하지 않으며 남북관계 문제들을 화해와 협력, 통일에 부합되게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남북관계를 통일 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하여 각기 법률적․제도적 장치들을 정비해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남북관계 확대와 발전을 위한 문제들을 민족의 염원에 맞게 해결하기 위해 양측 의회 등 각 분야의 대화와 접촉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3. 남과 북은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한반도에서 긴장완화와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서로 적대시하지 않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며 분쟁문제들을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해결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어떤 전쟁도 반대하며 불가침의무를 확고히 준수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과 각종 협력사업에 대한 군사적 보장조치 문제 등 군사적 신뢰구축조치를 협의하기 위하여 남측 국방부 장관과 북측 인민무력부 부장간 회담을 금년 11월중에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하였다.

4.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하였다.

5.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의 번영을 위해 경제협력사업을 공리공영과 유무상통의 원칙에서 적극 활성화하고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위한 투자를 장려하고 기반시설 확충과 자원개발을 적극 추진하며 민족내부협력사업의 특수성에 맞게 각종 우대조건과 특혜를 우선적으로 부여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개성공업지구 1단계 건설을 빠른 시일안에 완공하고 2단계 개발에 착수하며 문산-봉동간 철도화물수송을 시작하고, 통행․통신․통관 문제를 비롯한 제반 제도적 보장조치들을 조속히 완비해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공동으로 이용하기 위해 개보수 문제를 협의·추진해 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안변과 남포에 조선협력단지를 건설하며 농업, 보건의료, 환경보호 등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사업을 진행해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남북 경제협력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현재의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부총리급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로 격상하기로 하였다.

6. 남과 북은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우수한 문화를 빛내기 위해 역사, 언어, 교육, 과학기술, 문화예술, 체육 등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백두산관광을 실시하며 이를 위해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개설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2008년 북경 올림픽경기대회에 남북응원단이 경의선 열차를 처음으로 이용하여 참가하기로 하였다.

7. 남과 북은 인도주의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흩어진 가족과 친척들의 상봉을 확대하며 영상 편지 교환사업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금강산면회소가 완공되는데 따라 쌍방 대표를 상주시키고 흩어진 가족과 친척의 상봉을 상시적으로 진행 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자연재해를 비롯하여 재난이 발생하는 경우 동포애와 인도주의, 상부상조의 원칙에 따라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8. 남과 북은 국제무대에서 민족의 이익과 해외 동포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이 선언의 이행을 위하여 남북총리회담을 개최하기로 하고, 제 1차회의를 금년 11월중 서울에서 갖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정상들이 수시로 만나 현안 문제들을 협의하기로 하였다.
2007년 10월 4일 평 양

대 한 민 국 대 통 령 노 무 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 방 위 원 장 김 정 일
[한겨레]
“가져간 보자기가 작을 만큼, 짐을 다 싸지 못할 만큼 성과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4일 남쪽 출입사무소(CIQ)에서 한‘대국민 보고’를 통해 이번 회담에 대한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2박3일간의 평양 방문을 마치고 이날 저녁 전용차 편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환한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의 분위기와 10·4 공동선언 합의 과정과 그 의미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다음은 노 대통령 대국민 보고의 주요 내용이다.

귀환 소회=평양에 가기 전 저에게 ‘이 문제도 해결하고, 저 문제도 해결하라’고 주문을 많이 내놔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주문이) 한 보따리가 돼서 제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혹시 (돌아올 때의) 보따리가 적더라도 만남 자체가 의미 있다”고 한 자락 깔아놓고 갔다. 돌아올 때는 그 성과를 싸 갖고 오는 데 가져갔던 보자기가 적어서 짐을 다 싸기 어려울 만큼 성과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많은 국민 여러분들이 성원해 주신 덕분이다. 저 혼자, 참모들하고만 일했다면 결코 이런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없었을 것이다.

저는 환영을 받는 자리는 부담스러워하는 습관이 있다. 이번 평양 환영은 처음엔 부담스러웠는데, 그분들 표정을 보면서 부담스럽지 않았다. 정말 고마웠고, ‘우리가 저 사람들, 우리 남녘 사람들과 북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함께 어울려서 살 수 있게 우리가 해줘야겠구나’ 하고 가슴에 간절한 소망이 생겼다.

회담 분위기=처음에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만났는데 첫 회담을 마치고 정말 잠이 오질 않았다. 양측 간에 사고방식의 차이가 엄청나고 너무 벽이 두터워서 무엇을 한 가지 합의할 수 있을지 눈앞이 캄캄했다. 자문했던 분들이 덕담을 하면서, “처음에 (북쪽에서) 군기를 잡은 거다. 기세싸움을 한 것이지, 그런 것은 아니다, 내일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보자, 실망하지 말라”고 격려를 해줬다. 김 위원장을 만났는데, 처음 오전에는 좀 힘들었다. 그런데 오후 가니까 잘 풀렸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말이 좀 통합디다.

북핵 문제=가면서 약간 불만스러운 마음을 갖고 간 게 북핵 문제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는 6자 회담에서 잘 풀려가고 있는데, 저더러 자꾸 북핵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은, 타작 마당이 따로 있는데 또 타작 마당을 벌이라는 얘기니까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잘되고 있는 얘기를 또 꺼내서 확인하자고 하는 게 회담 분위기를 망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비핵화에 관한 기존 합의를 다시 한번 합의를 하고 6자 회담장에서 그동안 해왔듯이 앞으로 남북이 긴밀히 협의 협력해서 9·19, 2·13 합의를 성실 이행하도록 하자고 했다. 쉽게 말하면 ‘핵 폐기는 하는데, 6자 회담에서 같이 풀자’, 이렇게 정리가 됐다. 다행히 김정일 위원장께서 아무 이의 없이 북핵 문제에 대해 9·19, 2·13 합의를 성실히 이행한다는 점, 비핵화 공동선언은 앞으로 지켜야 할 원칙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6자 회담에서 북측이 민감한 여러가지 표현에서 상당한 양보를 했다는 평가를 우리 외교부는 하고 있다.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정상회담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협력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 점에서 이미 정상회담이 6자 회담 진전에 기여하고 있고, 북측의 성의있는 노력에 대해서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회담 도중에 김정일 위원장은 6자 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회담장에 들어오게 해서 10월3일 6자 회담 합의 결과를 설명하도록 했다. 매우 구체적이고 소상한 보고를 받았다. 6자 회담 진행이 아무 장애 없이 될 것으로, 따라서 핵문제는 잘 풀릴 것으로 확신한다.

“첫날은 눈앞이 캄캄…이튿날 말이 통합니다”



평화체제 및 군사긴장 문제=북핵이 풀리면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야 한다. 앞으로 원칙에 있어서 남북이 주도해서 직접 관련 당사국 간의 평화체제에 관한 협의를 해나가도록 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남북 당사국 간에 바로 협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위해서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 방안을 제가 김 위원장에게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을 밝히고, 한-미간 논의한 바 있는 종전선언에 관해 구체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그리고 이것을 성사시키도록 ‘남측이 한번 노력을 해보라’고 말했다. 이것을 함께 추진해 가자는 취지로 선언문에는 그렇게 표현했다. 그래서 당사국간 대화가 잘 이뤄지면 이 문제도 북측으로서는 그렇게 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저는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간 경제협력 확대, 동북아 협력질서 구축을 위해서는 북-미, 북-일간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서로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은 듣고만 있었기 때문에 무슨 합의가 있었다고 말할 수 없다. ‘김 위원장께서 매우 경청했다’고 전하겠다.

냉전체제의 굴레를 벗어나서 진정한 평화를 맞이할 기대를 가질 수 있다는 판단을 갖고 돌아왔다. 군사적 긴장 완화, 분쟁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기로 했다. 한반도에서 어떤 전쟁도 반대하며 불가침 원칙을 준수하기로 뜻을 모았다. 서해상의 평화를 위해서 군사 대결이 아닌 경제협력으로 풀어가자는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경제협력=북측 입장으로서는 여러가지 부담스럽고 불만스러운 점도 있던 것 같다. 김정일 위원장에게 남북 경협은 양쪽 모두에 필요하고, 경협은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점은 매우 새롭게 받아들인다는 것으로 이해를 했다. 개성공단 같은 특구 형태로 확대하는 것을 제안했다. 합의한 사항은 반드시 이행해야 하고, 기업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군사적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남북관계 상황 변화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으므로 북-미, 북-일 관계 개선도 강조했다. 이런 토대에서 남북 보완적으로 갈 수 있는 방향으로 경제협력을 좀 체계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가자는 제안을 했다.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군사적 대결이 아니라 경제협력의 관점에서 서해 문제를 풀어가자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인천항과 연결해서, 한강 하구의 공동 이용과 묶어서 포괄적으로 대결 상태를 해소하고 경제적 협력을 해나가는, 포괄적 방안으로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를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국방위 참모들과 상의한 뒤 원칙적 수용을 밝혀, 정상선언에 포함됐다. 이번 공동선언에서 가장 핵심적인, 가장 진전된 합의가 바로 이 부분이다.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를 만들어 나가기로 합의한 것이다.(…) 서해평화번영의 벨트, 해주 지역의 특별지대 설정은 개성 인천과 관련해 매우 시너지 효과가 큰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북 화해와 통일=남북 화해와 통일은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정체성과 관련해 민감한 대화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게 중요하다. 납북자와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의했다. 이산가족 문제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이산가족 상봉 확대에 동의했다. 납북자 문제는 이견 차이로 국민들의 기대만큼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하지만 많은 대화를 했다. 앞으로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쨌든 이번에 해결하지 못해 죄송하다.

정상회담 정례화도 제안했지만 선례도 없고 문제가 있을 때마다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정상이 수시로 만나기로 협의한다는 수준에서 합의했다. 안정적 남북회담 유지를 위해 장관급 창구를 총리급으로 높이기로 했다. 11월 중에 서울에서 회담이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요청했지만, 김 위원장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제안하고 본인의 답방은 여건이 성숙된 뒤로 미루는 게 좋다고 답변했다. 정상이 자주 만나는 게 통일을 위한 과정이 아닌가 얘기했다. 여론조사를 토대로 동·서독처럼 급작한 통일을 바라지 않으며 점진적 통일을 바란다고 얘기했다.

자주를 강조하는 것은 좋지만 다른 나라들과 서로 대화·협력, 때로는 항의도 하고 항의도 수용하는 과정을 배제하게 된다면 결국 우리가 고립될 수 있다. 자주에는 많은 수준이 있기 때문에 열어놓고 논의하자고 했다. 이점에 대해서 김 위원장은 상당히 이해하는 것 같았다.

마무리 발언=남북 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한반도 평화구축과 군사적 긴장완화를 실질적으로 이뤄냈다. 남북 경협도 한반도 전체를 배경으로 틀을 잡았다. 국민 성원 덕분이다. 그동안의 남북 관계 역사를 볼 때 합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천이 더 중요하다. 정부는 충실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11월 중 총리급 회담과 국방장관 회담에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겠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불리하거나 유리하지 않다. 문제는 합의가 좋은 것이면, 찬성하면 유리할 것이고 반대하면 불리할 것이다. 합의 자체가 유불리하지 않고 합의를 대하는 태도라고 할까 후보들의 전략 내지 태도 자체가 유불리를 가르는 것이다. 현재 저는 어느 정부든 하지 않을 수 없는 긴박한 역사적 과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참여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합의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실천하는 토대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다음 정부에 부담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정부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잘 만들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길게 설명했지만 알맹이 빠진 것 같은 허전함이 있다. 알맹이는 선언문에 있는데, 선언문 내용은 한두 가지 이외에는 설명에 들어 있지 않고 배경만 설명했다. 지금 보고가 껍데기 같은데 그렇지 않다. 허전하다 싶은 분들은 공동선언문 들여다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자리에 나온, 격려해준 분들 감사하다.
정리 황준범 기자
 

  박수 소리에 신난 盧대통령 "박수 한번 더 치자"

 

남북정상회담 마지막날, 오후 들어 합의문 내용이 공개되면서 들썩였던 분위기는 대통령보고대회를 앞둔 도라산 남측 출입사무소에 들어서면서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당초 대통령과 특별수행원 등의 도착시간이 저녁 6시 55분쯤, 이를 몇 시간 앞둔 오후 5시쯤부터 행사가 열리는 도라산 출입사무소는 환영 인파들과 경호원 등으로 북적였다.
행사장 주변에는 "분단의 벽을 넘어 평화와 번영의 길로", "한반도 평화 정책을 위해 애쓰신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있었고 전광판에도 "노무현 대통령님 노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축제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대통령을 보러 왔다는 환영 인파들은 저마다 들뜬 마음으로 대통령 일행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행사 시작 전에 만난 부천에서 온 홍종근(57)씨는 "성공적으로 회담을 마치고 오셔서 마중나오고 싶었다"며 "앞으로 회담 결과가 잘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방북 당시에도 이 곳을 찾았다는 손경이(38)씨는 "가실 때도 참 기뻤는데 일정을 잘 마치고 오셔서 매우 기쁘다"며 "통일로 한 걸음 다가간 것 같아 설렌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정상회담은 실향민들에게는 특히 남달랐다.

고향인 평안 남도를 떠난지 어언 60여년이 다 된다는 한 실향민(76)은 "우리 실향민은 왕래를 하게 해주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인데 금강산 면회다 화상 면회다 하지만 지구상에 우리만 왜 못가게 하느냐"며 "희망이 있다면 집에 가고 싶다는 것"이라며 "고향 얘기만 하면 눈물이 난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이번 환영 행사에는 이북 5도민 실향민 300여명이 참석했다.

민통선 마을인 파주시 군내면 통일촌에 사는 군내초등학교 3학년 이유진(9)군은 "대통령이 평양에 갔다가 오시는 걸 보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저녁 6시 정도까지 500여명 정도 차 있던 객석이 7시가 넘어서자 1200석이 들어찼다. 환영식장에는 파주시 장단면 주민들과 이북5도민회 회원, 민주평통,
민화협 회원 등 천여 명이 모여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노 대통령을 기다렸다.

7시로 예정됐던 도착 시간이 두 시간 가까이 늦어지자 바깥 공기도 차가워져 몸을 웅크리고 있는 노인들과 어린이들이 눈에 띄였다.

노 대통령은 이날 밤 9시 10분쯤 부인
권양숙 여사 등 공식 수행원들과 함께 경의선 도로 북측 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CIQ에 도착했다.

노 대통령은 남측 출입사무소 앞에 마중나온 환영인사들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고 남북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대국민 보고'를 발표했다.

노 대통령이 단상에 서자 환영 인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태극기를 흔들며 환영했다. "평양을 다녀왔습니다"라는 말을 마치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노 대통령, 박수 소리에 신나 "박수 한 번 더 칩시다"

노 대통령은 "주문이 많아 어떻게 다 소화할까 걱정했는데, 하나하나 다듬고 간추려 최대한 반영하려 노력했다"며 "그래서 일거리가 한 보따리가 됐는데 어떻게 이 많은 일을 성사시키고 올 것인가 걱정돼 발걸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돌아오는 보따리가 작더라도 만남 자체가 중요하다'고 한자락 깔아놓고 갔는데 돌아올 때 성과를 싸는데 가져갔던 보자기가 작아 짐을 다 싸기어려울 만큼 성과가 좋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중요한 말을 한 뒤 잠시 간격을 뒀고 객석에서는 어김없이 박수가 터져나오자 신이 난듯 "감사합니다. 중간 박수 한 번 더 칩시다"라고 말하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또 "
김정일 위원장에게 서울 답방을 제안하자 김 위원장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제안했다"면서 "김 위원장의 답방은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미루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회담의 공개되지 않은 부분을 소개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번 남북공동 선언에서 가장 진전된 부분이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를 만들기로 합의한 것"이라면서 "특별지대 개발은 평화정착 뿐 아니라 남북어민과 기업에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평화번영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납북자 송환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민의 기대만큼 성과를 못 거두었다"며 "해결하지 못해 국민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초 예정했던 귀국 보고 연설, 10분 넘겨 40분 동안 진행

흥에 겨워 말을 멈추지 않던 노 대통령은 "지금 제 보고가 어떻게 보면 조금 껍데기 같은 느낌이 듭니다마는, 그렇지 않습니다"면서 "조금 허전하다 싶으신 분들은 지금이라도 공동선언문을 다시 자세히 한번 들여다보시면 '정말 묵직한 보따리구나' 이렇게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라며 당부까지 잊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납북자 문제 등은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지만 많은 대화를 했다"면서 "이것이 다음에 이 문제를 푸는데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10분을 예상했던 대국민보고 연설은 40여분을 넘어섰고 행사는 예상 시간을 휠씬 넘겨 끝났다.

웃음 짓는 현정은 현대 회장, "백두산 관광 내년부터 시작"

행사가 끝난 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회장, 김정길 대한체육회 회장, 권오성 개신교 KNCC 총무, 이성택 원불교 교정원장 등 특별수행원들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환영행사를 마친 현 회장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 참가하게 돼서 그리고 또 성과가 많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 회장은 백두산 관광에 대해 "기대가 크다"며 "내년부터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1시간에 걸친 환영행사는 노 대통령 내외와 참석한 내외빈이 모두 일어나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합창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고 대통령 내외는 밤 10시 10분쯤 전용차량을 타고 청와대를 향해 출발했다.

도라산=CBS사회부 곽인숙 기자 cinspain@cbs.co.kr

 

[남북정상회담] 미리 보는 평양 2박3일


3일 두차례 정상회담 후 아리랑 공연 관람
4일 남포
서해갑문·개성공단 들러 南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2일 오전8시께 부인
권양숙 여사와 전용차를 타고 청와대를 출발, 북한으로 향한다. 차량은 방탄차로 특수 제작된 메르세데스 벤츠 S600으로 알려져 있다.

군사분계선을 건넌 대통령 내외는 1992년 김일성 주석의 80회 생일을 기념해 만든 개성~평양간 고속도로를 달린다. 중간에 개성에서 70㎞ 떨어진 수곡 휴게소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영접할 예정인 공식 환영식은 평양으로 진입하는 길목에 있는‘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광장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김 주석의 통일유훈을 기리는 이 기념탑은 2001년 8월 3대헌장을 상징해 높이 30m, 6ㆍ15 남북공동선언을 상징해 너비 61.5m 규모로 만들어졌다.

노 대통령은 낮12시께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한다. 김정일 위원장과의 첫 만남이 예상되는 곳이다. 백화원 초대소라고도 불리며 화단에 100여종의 꽃이 피어 백화원(百花園)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이 곳을 숙소로 사용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만수대 의사당에서 면담을 갖고 평양 시내 3대 혁명사업관 중 중공업관을 참관한 뒤 저녁에는 목란관에서 김 상임위원장 주최 만찬에 참석한다.

방북 이틀째인 3일 노 대통령은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노 대통령은 이날 남측 수행원들과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대동강변의 옥류관에서 오찬을 갖는다.

2000년 회담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이 곳 냉면을 맛본 뒤 ‘명성 높은 그대로다. 평생 소원이 풀렸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두 번째 회담을 마친 후 능라도 5ㆍ1 경기장에서 화려한 메스게임이 백미로 꼽히는 아리랑 공연을 관람한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인민문화궁전에서 북측 인사들을 초청, 만찬을 갖는다.

전주비빔밥,
횡성 한우, 오대산 자연송이 등 남측 요리사들이 직접 준비해 간 음식이 테이블에 오른다. 만찬에는 김정일 위원장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날인 4일 오전 노 대통령은 평양에서 20㎞ 떨어진 남포에 들러 남북 최초의 합영회사(북한의 합영법에 따라 만들어진 일종의 합자회사)인 평화자동차 공장과 북한 최대 규모의 서해갑문을 둘러볼 예정이다.

이어 평양을 돌아와 환송 오찬에 참석한 뒤 방북 때와 마찬가지로 육로를 통해 남으로 내려온다. 노 대통령은 도중에 개성공단에 들러 근로자들을 격려한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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