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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전문가도 놀란 빠른 복구 비결은…

향기男 피스톨金 2007. 12. 17. 08:42

 

      외국 전문가도 놀란 빠른 복구 비결은…

 

여덟 살 전민규(충남 서산 서령초등학교 1학년)군은 자기 손보다 3배나 큰 고무장갑을 끼고 바위에 붙은 기름 알갱이를 긁었다. 5급 뇌성마비로 거동이 불편한 유호성(19·경기기계공고 3학년)군은 바위 틈에 고인 기름을 퍼서 양동이에 담았다. 대학생 장혜진(24·한국예술종합학교 4학년)씨는 티베트 여행을 포기하고 만리포 해수욕장으로 달려왔다.

충남 태안 주민들의 ‘검은 절망’을 걷어내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달려왔다. 고사리 손을 잡고 온 30~40대 직장인들도 있었고, 수능을 마친 고등학생도 있었다.



16일 오전 원유 유출 사고로 피해를 입은 태안군 소원면 의항해수욕장에서 아빠와 함께 서울에서 자원봉사온 7살짜리 여자아이가 해안가 자갈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고 있다. /원세일 기자 niet@chosun.com



원유 유출 사고로 백사장 전체가 기름으로 새까맣게 뒤덮인 충남 태안군 만리포 해수욕장의 9일 모습(왼쪽). 사고 발생 열흘이 지난 16일, 같은 백사장은 자원 봉사자들의 노력으로 기름이 거의 다 제거됐고 파도에 밀려오는 기름을 흡수하기 위해 설치한 흡착포가 드문드문 흰 선처럼 보인다. /전재홍 기자 jhjun@chosun.com

은퇴한 70대 노부부는 장롱 속 헌옷을 가져와 기름 묻은 해안가 돌멩이를 닦았다.

일요일인 16일 태안을 찾은 자원봉사자는 1만8000여 명. 사고 이후 열흘 동안 총 10만4800여 명(연인원 기준)의 자원봉사자가 ‘검은 재앙’에 맞섰다. 이들의 힘이 온통 시커멓던 백사장을 다시 금빛이 돌게 만들었고, 갯벌도 조금씩 제 색깔을 되찾게 했다. 이날 자원봉사에 참여한 미국인 영어강사 엘렌 허버트(여·28·경기도 산본)씨는 “IMF외환위기나 월드컵 응원 때와 마찬가지로 이런 큰 재난을 당했을 때 단합하는 한국 사람들을 보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스페인 방제전문가 루이스 램코프 바르셀로나국립대 환경공학연구소 소장은 “이처럼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이렇게 빠르게 복구한다는 것은 정말 경이롭다”고 말했다.

◆뜨거운 자원봉사 열기

16일 태안 해안가에는 어린 자녀를 데리고 나온 가족 단위 자원봉사자들이 특히 많았다. 치과의사 전종배(37·충남 서산)씨는 부인 김미현(38)씨와 아들 민규(8)군, 딸 유내(6)양과 함께 신두리 갯벌에서 작업을 했다. 전씨는 “지난 9일 시커먼 바다를 본 아들이 ‘빨리 바다를 치료해주러 가자’며 졸라서 이곳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LG전자 과장인 안병렬(41·서울 영등포)씨도 아들 광휘(11·초등학교 4학년)군과 함께 파도리 해안을 찾았다. 광휘군은 부모에게 “크리스마스 선물과 내년 생일선물 받지 않을 테니 그 돈으로 방제장비 사서 태안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정년퇴직한 교사인 이병구(70·경기도 고양시)씨와 김추숙(67)씨 부부는 만리포 해수욕장에 남은 기름 찌꺼기를 긁어내는 일을 도왔다.

소원면 모항 해수욕장에선 탈북자 30여 명이 흡착포로 백사장 끝 바위에 묻은 기름을 닦았다. 수능시험을 마친 고등학생과 기말시험을 마친 서울대·한양대 대학생들, 다진산업(350명)·한화그룹(140명) 등 기업체에서 온 봉사자들도 많았다.


◆자원봉사자의 힘

10만 자원봉사자의 힘은 태안 앞바다를 빠르게 복구시키고 있다. 태안에서 가장 큰 해수욕장인 만리포 해수욕장은 백사장 양쪽 바위가 있는 곳에만 아직 검은 기름이 두껍게 쌓여 있을 뿐, 폭이 250m가 넘는 백사장은 거의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이날 방제대책본부는 “가로림만 입구의 만대에서 남쪽 파도리까지 약 40㎞ 구간의 해안으로 밀려들었던 기름은 70% 정도 제거됐다”고 밝혔다. 해경 김영환 배출물관리과장은 “현재까지 해상과 해안에서 회수된 순수한 원유는 3000㎘ 정도로 추정한다”며 “이는 씨프린스호 사고 유출 당시 5개월 동안 회수한 양보다 많다”고 말했다.


 
유조선 사고 10일째인 16일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에서 헬기에 탑승, 복구현장을 가보았다. 해태양식장과 굴 양식장은 검은 기름을 뒤집어 쓴 채 방치되어 있고 넓은 면적이 오염된 바위나 해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기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재홍 기자
[김우성 기자(태안) raharu@chosun.com]
[정혜진 기자 hjin@chosun.com]
 

       기름띠를 이기는 인간띠…태안반도

              봉사자 6만여명 밀물

 

충남 태안 앞바다를 덮은 시커먼 기름띠가 자원봉사자들의 인간띠에 의해 조금씩 원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주말을 맞아 태안에는 사고 이후 최대 규모인 6만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찾았다.

16일 오전 기름 유출 사고의 최대 피해지인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 해안. 모자와 마스크로 무장한 자원봉사자 1200여명이 200여m의 긴 띠를 만들어 기름이 가득 담긴 양동이를 연신 뭍으로 날랐다. 1000여명의 손길이 스쳐간 시커먼 백사장은 차츰 노란색 모래빛을 띠어갔다.

‘인간띠’는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찾아오기 시작한 15~16일 태안 일대 해안을 완전히 뒤덮었다. 고사리 손의 초등학생부터 팔순 할머니까지 나이와 성,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강원 평창·경북 포항·전남 광양 등 전국 각지에서 온 봉사자들은 도시락을 직접 준비해와 추운 바닷가에서 끼니를 때웠다.

경북 포항에서 버스 3대를 나눠 타고 파도리해수욕장을 찾은 포스코 외주업체 관계자 등 1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도착하자마자 흡착포를 이용한 기름 제거작업을 벌였다. 이들은 현장에 자재와 장비가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흡착포와 고무장갑·장화 등 작업에 필요한 모든 것을 마련해 왔다.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들도 많았다.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해수욕장에서 기름제거 작업을 벌인 경남 거제 옥포초등학교 김주리양(12)은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갯바위를 닦으며 “바다가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 총장도, 국세청장도 작업복을 입고 기름을 퍼냈다. 순천향대 서교일 총장과 순천향대 천안병원 의료진, 교직원 등 120여명은 15일부터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해변에서 기름제거 및 의료봉사활동을 벌였다. 태안이 고향인 한상률 국세청장(54)도 직원 120여명과 함께 의항리해수욕장에서 양동이로 기름을 퍼 날랐다. 한청장은 “태안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각종 세제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외국인들도 자주 목격됐다. 세계적인 굴착기 전문 생산업체인 볼보건설기계의 에릭 닐슨 대표 등 임직원 60여명은 굴착기 2대를 직접 동원, 천리포해수욕장에서 방제 작업을 벌였다.

타르 덩어리가 밀려오고 있는 안면도 일대 해수욕장, 대천해수욕장 등에도 현지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몰려 제거작업에 손을 보탰다.

태안군에 따르면 토요일인 15일에는 3만6000여명, 일요일인 16일에는 2만4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현장을 찾았다. 지금까지 자원봉사자는 공식 등록된 사람만 10만5000명에 달한다. 건설교통부는 자원봉사자들의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주기로 했으며 충남도는 특별재난지역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민방위대원에게 4시간 교육을 인정키로 했다.

〈태안|윤희일·정혁수기자〉
 

  <"태안 방제봉사는 아이들에게 산교육될 것">

 



(태안=연합뉴스) 박주영 임헌정 기자 = "아이들이 하루종일 방제작업을 벌이느라 꽤 힘들었겠지만 이게 진정한 산교육이죠"

광주에 사는 강형남(41)씨는 딸 초원(13)이와 아들 원교(11)를 데리고 16일 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사고로 신음하고 있는 충남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를 찾아 온종일 바닷가로 밀려온 검은 기름을 제거했다.

강씨 가족은 만리포 해수욕장 인근 바위지대에서 헌 옷가지로 덕지덕지 붙은 기름을 닦아내며 구슬땀을 흘렸다.

강씨는 "뉴스를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며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휴일을 맞아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왔다"고 설명했다.

초원양은 "바위 높은 곳까지는 손이 닿지 않아서 좀 힘들었다"며 "그래도 기름이 조금씩 없어지는 걸 보니 마음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강씨 가족 뿐만 아니라 이날 만리포로 자원봉사를 온 사람들의 대부분은 주말을 맞아 가족들이나 친구들 단위로 함께 온 '번개' 자원봉사단이었다.

대구에서 올라 왔다는 최시혁(27)씨는 "TV를 보고 조금이라도 거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함께 회사 쉬는 날 무작정 올라왔다"며 "뭘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며 흉내라도 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바닷물이 밀려왔다 빠지면서 해안가에 놓여있는 헌 옷들에 기름이 흡수된다고 들었다"며 주위에 널려 있던 헌 옷들을 이어서 엮은 뒤 단단히 매듭을 만들었다.

환경보호단체 '그린 3000' 녹색천사 어린이들 6명은 태안읍 장산교차로에서 `SEA SOS'라고 쓰여있는 문자판을 들고 캠페인을 벌였다.

박준형(서울 광장초.4년)군은 "검은 바다를 보니 슬픈 느낌이 든다"며 "빨리 기름을 없애서 예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창식(서울 위례초.4년)군도 "태안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자원봉사를 하러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며 "그 덕분에 바다도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아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녹색천사 어린이들 6명은 피켓 시위가 끝난 뒤 만리포해수욕장으로 가서 고사리손으로 기름띠 제거 작업을 벌였다.

지형이 험해 방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원면 구름포 해수욕장 인근 절벽 등지에서는 7공수여단 장병 100여명이 밧줄을 타고 일렬로 내려와 10㎝ 두께로 바다에 떠다니는 기름을 쓰레받기와 플라스틱 바가지 등으로 퍼낸 뒤 양동이에 담아 옮기는 작전이 펼쳐졌다.

푸른 눈의 자원봉사자들도 태안을 찾았다.

태안 파도리와 자매결연을 맺은 순천향대 원어민 강사 15명을 비롯한 주한 외국인 70여명은 태안 파도리해수욕장을 찾아 바람이 거센 날씨에도 해안에 쪼그리고 앉아 헌옷으로 기름을 닦아냈다.

호주에서 왔다는 스티븐 브라운(33.순천향대 영어강사)씨는 "비록 끝이 없어 보이고 지루한 작업이지만, 양동이에 물을 한 방울씩 따르면 어느 순간에는 흘러넘치듯 도움의 손길이 하나하나 모이면, 태안 앞바다는 언젠가는 원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며 "돌닦기(cleaning rocks)는 바위산 타기(rock climbing)보다는 쉽다"고 웃음을 짓기도 했다.
jyoung@yna.co.kr
 

    <기름닦는 파란눈의 외국인 자원봉사자들>

 

(태안=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똑같이 한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해야죠(I live here too. If there is something I can do, I do)"

16일 수천명의 인파가 몰려 방제작업이 한창인 태안 파도리 해수욕장.

바람이 거센 날씨에도 해안에 쪼그리고 앉아 자갈에서 기름을 닦아내고 있는 인파 중에는 외국인들도 섞여 있었다.

파란 눈의 이들은 지난해부터 파도리와 자매 결연을 하고, 동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해왔던 순천향대 원어민 강사 15명.

이들은 파도리가 기름으로 오염되는 피해를 입자, 복구 작업을 돕기 위해 주한 외국인 70여명을 모아 기름을 닦아내는 자원봉사에 나섰다.

7일 기름유출 사고 다음날, 발 빠르게 참혹한 현장을 확인한 이들은 `태안 앞바다를 돕는 이주민들의 손길(expat helping hands responding to the Taean oil spill, http://expathh.wordpress.com)'이라는 이름으로 홈페이지를 만들고, 봉사자 모집에 나서 70여명의 외국인이 자원봉사자들을 모았다.

외국인 자원봉사자들은 미국이나 호주, 영국에서 온 이들도 많았지만, 중국인이나 일본인들도 섞여 있었다.

미국에서 왔다는 댄 코왈스키(26.순천향대 영어강사)씨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하러 우리 중 몇몇이 작년부터 종종 태안을 방문했었는데, 주민들이 매우 친절하게 대해줬고, 경치가 아름다웠다"면서 "애정이 있는 동네가 기름으로 오염되다니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똑같이 한국에 사는 사람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면서, 헌옷으로 자신의 얼굴만한 자갈에서 기름을 닦아냈다.

호주에서 왔다는 스티븐 브라운(33.순천향대 영어강사)씨는 "비록 끝이 없어 보이고 지루한 작업이지만, 양동이에 물을 한 방울씩 따르면 어느 순간에는 흘러넘치듯 도움의 손길이 하나하나 모이면, 태안 앞바다는 언젠가는 원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돌닦기(cleaning rocks)는 바위산 타기(rock climbing)보다는 쉽다며 웃음지었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왔다는 리사 랠리(24.여.순천향대 영어강사)씨는 자갈의 기름을 문질러 닦아내면서 "지루한 작업이지만,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미소지었다.

캐머론 미클존(34.순천향대 영어강사)씨는 "아무리 하루종일 자갈을 닦아도 해낼 수 있는 게 이렇게 적다니 마음이 아프다"라며 "누구든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끝)

 

 

 

                
                                     조국 대한민국의 현재 시간입니다.
                                                     

 

             
                             향기
                                  첨부이미지

 

                 겨울의 시작이자 한해를 마무리 해야할 12월입니다

                          추억속에 남을 즐거운 이시간을 위하여
                            따뜻한 가족 들과  마음과 마음에
                               기쁨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서로 이쁜 사랑들 나누시며
                         오손도손 행복한 시간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향기男피스톨金  드림! *^^*